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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걸음2

  • 작성자 키릴
  • 작성일 2025-03-13
  • 조회수 153
이 게시글은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폭력, 자살, 자해 등)


나는 죽어요 어머니 

눈꺼풀을 찡그려 무시할 수도 없는 저 다섯 시 삼십 분의 청쾌한 아침공기에 휩싸여 죽어요

다만 까만 밤이 훨씬 좋았어요 나의 어깨를 옥죄이는 죄책감에 죽어요 다만 사람에 의해 우러나오는 그 눈물 인간성의 증거가 좋았어요 목 안에서부터 차츰차츰 조여 오는 알 수 없는 

압박에 죽어요 다만 다가올락 말락 하는 반 친구의 말꼬리가 좋았어요 또 죽어요 나는 죽어요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징검다리 위에서 떨어요 나를 사랑해 주는 분들을 실망시킬 대로 실망시켜 드렸습니다 

내 모든 고통은 내 모든 흉터는 다름 아닌 내 발바닥으로 찍어내는 거예요 이 모든 게 다 바보 같아 괴로워요 내 목구멍에서 태어난 모국어로 된 독백마저 스스로 읽어낼 수 없는 점 실행하지 못할 계획을 바라보며 

내일이면 나조차 비웃을 흐느낌을 정기적으로 반복해요 그저 지난날의 가위로 싹둑싹둑 자른 편지지의 왠지 모를 격정이 역겨웠어요 또 아쉬웠어요 아직 살아있어요 어머니 저는요


키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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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해의 소망

내 머리와 어깨를 감싸 쥐는 눈을바라지 않는다눈꺼풀에 툭, 떨어져 내리는 눈을바라지 않는다그럼에도 나는 바라지 않는 눈을 털어낼 용기조차 없다다만눈이 녹아 내 머리와 어깨를 적셔 주기를바란다눈꺼풀마저 차라리 흠뻑 적셔주기를바란다여전히 말을 건네오는 당신을 또 한 번 마주하고 싶다나는 그다지 차갑지 않았지만 당신이 너무도 따뜻했기에,눈이 녹아 언젠가 살갗에 흡수되리라 믿을 용기는 생겼다

  • 키릴
  • 2025-03-14
너의 붓은 깨끗하다

그는 봄꽃이 기지개를 켜기 전에 죽었다나는 아침 일어나 보니바깥공기가 데워져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아침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는형태 없는 찬공기만을 중얼거렸다이제 세상이 칠해질 참에막 알록달록하게 물들 무렵에너의 붓만이 그대로다그의 책상에는 사흘 전 꺾어다 놓은 가지가하나 두울 셋이다난 그의 흔적을 가지런히 모아 채 고개도 들지 않은 꽃봉오리를 따다 올려두었다

  • 키릴
  • 2024-12-02
시작과 끝의 중간

삶에 대한 태초의 인상들유년 시절의 씁쓸한 그리운 순간들부쩍 커버린 어른을 마주보는 이질감내가 싫어했다기 보다 공포의 대상이었던 모든 것두번 다시 품에 안을 수 없는 안락한 감정들이 모든 게 뒤엉켜 한데 미끄러져나의 등 뒤에서 발화한다 그러나기이한 이것은 나를 왈칵 껴안을 뿐날게 해줄 수는 없는 모양이다혼자 있을 때는 무엇도 흘리지 않는나의 육안은 누군가를 비출 때야 비로소 나약한 본모습을 드러내어 쏟아 낸다끊임없이 눈물에 뒤덮이는 일은 참으로 미묘한 체험이다새벽의 푸른 날씨는 이윽고 주황빛 태양에물들어 내심 따스한 척을 한다그래 따사로운 햇살은 언제나 어머니의 노릇을 한다아 두번다시 어린애 시늉을 하며 자지러지게 웃을 수없는 형제들이여어른들의 말이 이리저리 나뒹굴고 날카롭게 깨질 때면연민과 두려움을 동시에 이불인 양 나누어 덮던 시절 내가 어릴 적 어른들은 나를 어떻게 바라보았을까오늘날 드물게 작은 그림자 맑은 하늘같은 눈동자를마주치면 나는 어른이 된 양 그들을 B-612 행성의소년을 보듯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힘 없는 하굣길엔 나에게 위안거리란 없다 다만멈추지 않고 설피설피 보금자리로 새어 들어가는 일상이다그리고 언제 다가올지 예측할 수 없는 영원한 잠

  • 키릴
  • 202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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