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창백한 여름

  • 작성자 해파리
  • 작성일 2025-04-15
  • 조회수 250

너를 만난 계절도 기다린 계절도 여름이었다


매미소리를 들으며 수다를 떨었던 것도


소나기에 머리를 젖어가며 뛰었던 것도


모두 같은 시간이라서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아서


머리맡의 햇살을 두고 약속했더란다


우리의 사랑은 수십 번의 여름을 두고 살아갈 거라고


그래서 태풍에 너를 떠나보내도 하염없이 기다렸다


매미의 울음이 땅속에 묻히고 다시 올라올 때까지


해바라기가 되어 그때의 햇살만을 곱씹으며 보냈지만


너무 오랫동안 햇볕에 두어서일까


그 해 여름날 우리는 농익은 수박처럼 짖물려있었다

해파리

추천 콘텐츠

홀씨가 되어

수 시간을 건너뛰고 다시 만난 우리는 그다지 감성적이지 못하게 만나게 됐습니다 당신에게 예쁜 옷을 차려입고 보여주고 싶었지만 파란 가운을 입고 비닐장갑을 끼고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 이름을 부르고 손을 맞잡고 싶지만 내 볼품없는 목소리를 들려줄까 내 차가운 손이 따뜻한 당신의 손을 식게 할까 원점으로 돌아옵니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핫팩으로 손을 데우고 당신을 부르고 손을 맞잡아도 삐빅 거리는 차가운 기계음이 당신의 말을 전하고 있습니다 마른 가슴팍이 오르내리고 초록색, 붉은색의 숫자가 왔다 갔다 할 때마다 당신의 심장이 불규칙하게 띈다는 것을 압니다 난 당신의 그런 맥박에서 조차 안정감을 느껴버렸습니다 그러나 아직 살아있음에 안정감을 느껴버린 탓일까요 모든 생명들이 활기차게 숨을 쉬던 날 당신은 홀씨처럼 날아가버렸습니다 바싹 마른 민들레 홀씨 같은 당신은 아무개의 땅에 맞닿아 샛노란 꽃을 피우겠지요 지난날의 내게 그랬듯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어주겠죠 이젠 창백해진 당신의 곁에서 앞으로의 여정이 고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 해파리
  • 2024-12-14
허수아비

뿌연 안개가 눈을 가린 것도 모른 채아웅대고 있다귀에 끈덕지게 달라붙는 속삭임을 따라손을 휘적이며 이름 모를 무언가를 찾아 헤매고발에 걸리는 돌멩이를 차버리고여린 풀들을 짓밟으며오로지 본능에만 의존하여 나아갈 참에'어라'하며 기이함을 느낀다그리고 마침내 뒤를 돌아보았을 때는도토리를 잃어버린 다람쥐같이고개만 멍청히 내 젓고 있는다'이제는 돌아갈 수 없어. 늦었어. 늦었어. 늦었어.'향락에 취해 죄악을 짊어지고거울을 바라보는 눈의 초점이 어긋나더이상 '나'를 직면할 수 없게 되어자신의 형체를 잃고 목소리를 잃고아웅거림이 없어진다.

  • 해파리
  • 2024-08-05
낙원

낙원을 바랍니다벚꽃 잎이 살랑이고 푸른 분수가 하늘까지 솟구치는 곳을요종이비행기의 소망을 타고서 이 집 저 집 희망을 전달하는 것을요포근한 함박눈이 되어 새빨개진 콧잔등을 두드리는 것을요아픔의 상처를 딛고서 무릎부터 허리까지 곧게 세우는 것을요갓 태어난 아기의 눈망울에 행복이 가득 차길 바라는 것처럼푸르른 들판에 세잎클로버가 가득 들어차는 것을요바람에게 이야기를 실어 보내어 누군가의 바람개비를 돌리는 것처럼뾰족한 바람개비가 돌고돌아 둥그런 원이 될 때까지우리는 이상의 낙원을 바랍니다

  • 해파리
  • 2024-06-29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