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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내게 꽃다발을 건넸던 그날

  • 작성자 listener J
  • 작성일 2025-05-07
  • 조회수 160

한낮이여서 였을까

밝기 그지 없는 노랑과 하양

자꾸 커져만 가는 윤곽을 담아 내기에는

메고 온 가방이 턱없이 작아서

손으로 감아 들어 올렸다

묵직하게 감기는 다발의 감촉


그 작은 사물이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진다

몇개의 충동들이 레일을 달린다

망설임 대신 가면을 벗고 지나치듯 

내 손에 쥐어진 이 마음 정도까지만

당신이 예상하는 양만큼만

꼭 그렇게만

  

별 것도 아니라는 듯 들려주고 싶은 

책상 앞 창문에 붙인 활자들 정도 부피의 문장들을

속으로 꾹꾹 눌러 놓았는데

가장 급했던 것들 몇개가 앞다투어 튀어 나왔다

자주 사용하는 서류철이나 부러 열어 보지 않는 서랍의 내부같은 모양새로


근데요, 선물은 주는 사람을 닮는 것 같아요


평소처럼 거리를 걷다

눈을 마주쳤을 때 문득

해바라기를 떠올리게 되는 사람을 마주치거나

혹은

비를 피하려 들린 도서관에서

무심코 발걸음을 딛였을 때

매일 일기를 쓰는 사람의 그림자를 밟게 될

그리고 

그 사람이 다름 아닌 당신이고

우리가 서로를 알아볼 가능성


생각의 흐름으로 재어 놓았던 값을 가볍게 넘긴 몽상은

엔딩이 없는 소년 만화같다

시작은 안일했고 함께여서 즐겁고

바닥까지 내몰린 지금의 우리도

여전히 끝을 믿고 밤새워 이야기를 나눈다


그 표정을 깨고 싶지 않아 입을 다물고

몇 번째로 떠올랐는지 모를 질문을 삼킨다 

당신은 다른 날에도 나를 생각하나요

무언가를 보며 나를 떠올린 적이 있나요

생일 선물로 뭘 받고 싶으세요

당신이 내 이름을 동생 대하듯 부르며 그 다발을 건냈던 날

그날 당신의 일기장에 내 이름이 적혔나요


나를 보며 한 시절 저편의 자아를 감각하는 사람에게 물어봐 주시겠어요?

읽다보면 쓰고 싶어지는 감각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알고 있냐고

쓰다보면 괜찮아지는 하루는 여전하냐고


물음표가 지난 길 위에 마침표를 올려 놓을게요

당신의 하루 안에 내가 있는 게 좋다고

이미 알고 있을 것 같지만

들려주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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