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내게 꽃다발을 건넸던 그날
- 작성자 listener J
- 작성일 2025-05-07
- 좋아요 2
- 댓글수 1
- 조회수 536
한낮이여서 였을까
밝기 그지 없는 노랑과 하양
자꾸 커져만 가는 윤곽을 담아 내기에는
메고 온 가방이 턱없이 작아서
손으로 감아 들어 올렸다
묵직하게 감기는 다발의 감촉
그 작은 사물이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진다
몇개의 충동들이 레일을 달린다
망설임 대신 가면을 벗고 지나치듯
내 손에 쥐어진 이 마음 정도까지만
당신이 예상하는 양만큼만
꼭 그렇게만
별 것도 아니라는 듯 들려주고 싶은
책상 앞 창문에 붙인 활자들 정도 부피의 문장들을
속으로 꾹꾹 눌러 놓았는데
가장 급했던 것들 몇개가 앞다투어 튀어 나왔다
자주 사용하는 서류철이나 부러 열어 보지 않는 서랍의 내부같은 모양새로
근데요, 선물은 주는 사람을 닮는 것 같아요
평소처럼 거리를 걷다
눈을 마주쳤을 때 문득
해바라기를 떠올리게 되는 사람을 마주치거나
혹은
비를 피하려 들린 도서관에서
무심코 발걸음을 딛였을 때
매일 일기를 쓰는 사람의 그림자를 밟게 될
그리고
그 사람이 다름 아닌 당신이고
우리가 서로를 알아볼 가능성
생각의 흐름으로 재어 놓았던 값을 가볍게 넘긴 몽상은
엔딩이 없는 소년 만화같다
시작은 안일했고 함께여서 즐겁고
바닥까지 내몰린 지금의 우리도
여전히 끝을 믿고 밤새워 이야기를 나눈다
그 표정을 깨고 싶지 않아 입을 다물고
몇 번째로 떠올랐는지 모를 질문을 삼킨다
당신은 다른 날에도 나를 생각하나요
무언가를 보며 나를 떠올린 적이 있나요
생일 선물로 뭘 받고 싶으세요
당신이 내 이름을 동생 대하듯 부르며 그 다발을 건냈던 날
그날 당신의 일기장에 내 이름이 적혔나요
나를 보며 한 시절 저편의 자아를 감각하는 사람에게 물어봐 주시겠어요?
읽다보면 쓰고 싶어지는 감각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알고 있냐고
쓰다보면 괜찮아지는 하루는 여전하냐고
물음표가 지난 길 위에 마침표를 올려 놓을게요
당신의 하루 안에 내가 있는 게 좋다고
이미 알고 있을 것 같지만
들려주고 싶다고
추천 콘텐츠
시원한 거 한 잔 줄까요?밀가루 반죽을 꼭꼭 씹어 삼키고그게 어딘가의 무언가를 누르고그걸 미리 알기라도 한 듯 물어오던 목소리가염치없이 사려 깊었다맺힌 방울이 흘러내려 마르고열여섯 개와 세 개의 차이눈앞에서 흔들리던 멜로디흐르다 굳은 촛농시간도 그렇게 굳어버리면 좋겠다고너 울지 지금?아니라는 말사실 그게 아니었는데차지 않는 습기 같은 건 어딘가에 서리지도 않고쏟아져 버리면 닦아내기에 아득하고순간은 속절없이 쌓여 미래를 하얗게 메우고그렇게 한 시절이 덮여 가는데닫혀 가는데 물은 마르고 촛농은 굳고함박눈 쌓여가는 동안꼭 그만큼 관성이 흘러넘쳐 버려서우리는 작별을 축하하고질리지도 않고 눈앞에 선율을 덧댄다지나가는 중이야사라지지 않고자라는 중이야잘 웃으면서
- listener J
- 2025-10-18
작별 인사가 짧은 것은 싫습니다 하루 한 달 1년 거의 영원에 가깝도록 작별을 미룹니다 인사는 그런 역할을 합니다 건네고 나누고 웃다가 울고 어깨의 온기를 느끼며 순간을 담다가 다시 울고 악수합니다 왜인지 오래 잡지 못했습니다 베를린부터 삿포로까지 걷는 동안 시간은 흐르고 엔딩은 아직 멀리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작을 어떨까요 당신은 어떤가요 한 걸음에 닿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또 만날 거지만 천천히 걷겠지만 말입니다
- listener J
- 2025-09-11
침대 아래에 괴물이 있는 것 같아옷장 속에 귀신이창밖에는 늑대 인간안아달라는 말이었는데아무도 해석하지 못했다침대 옆 협탁 위 천사상가브리엘라가 널 지켜줄 거야하지만, 하지만 얘가 정말 천사가 맞아?나를 지켜주는 척 데려가 버릴 것 같아물음표 앞에숨을 들이쉬다 보고 말았다자상한 얼굴 너머 지구 자전의 흔적을홀로 밤을 지새우면 그 자국을 지워 줄 수 있을까여전히 창밖에는 늑대인간나는 그와 친구가 되었다.
- listener J
- 2025-08-03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안녕하세요, 고선경입니다. 올려 주신 시 잘 읽어 보았습니다. 시가 중후반부로 갈수록 장황해지고 산문적인 느낌이 강해진다는 인상을 받았는데요. "읽다보면 쓰고 싶어지는 감각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알고 있냐고" 같은 문장은 직접적이어서 시적 긴장감을 떨어뜨립니다. 시어들도 현실성은 느껴지지만 새로운 시선으로 포착되지 않아 낯익은 감상에 머무는 경향이 있습니다. 감정의 결을 따라가려는 시도는 잘 와닿았어요. 그렇지만 좀 더 간결하게, 이미지 중심으로 다듬어 본다면 좋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