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광장

맥도날드가 있는 주유소기름을 넣고 있었다 휘발유 1623원 주위를 둘러봐도 우리 말고는 없다고속도로, 나무 한그루 없는 이곳이다 맥도날드 창문 너머로는 보이는 것이 없고무언가 엇갈림을 느낀다나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슥슥 비빈 손으로 기름을 넣고맥도날드를 먹기로 한다 맥도날드에는 점원이 없고 주문을 받은 점원이 친절하다 밝은 미소는 나 마저 기분이 좋아지게 만든다콰트로치즈버거를 주문했으므로 나는 콰트로치즈버거를 먹고 배가 부른 나는 기분이 좋다 주유소를 나가면“감사합니다. 또 오세요.”마중나오는 직원이 있고 나는 또 올 일이 없음을 깨닫고 창문을 닫았다옆자리에는 네가 없었다

• 이형규
• 2025-06-10

문이 닫힌다 영원히 깨지 않을 것만 같은 꿈이다 잘려나간 것은 팔나는 나갈 곳을 찾는다 가끔 나의 꿈을 방문하는 친구들이 있고 잘려나간 오른쪽 팔이 돌아오지 않는다 꿈속에는 자리가 없어서 몸 앉는다 우리 잠시 죽어있기로 해 너는 그런 말을 한다 꿈 속에서는 자주 죽는 사람이 있고 그건 당연한 것이 되었다K는 오른손 잡이였으므로서툰 글씨로 마지막 문장을 썼다‘보고싶다고 그곳을 보면 안되는 것이었다.’

• 이형규
• 2025-06-08

그날은 너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비행이 끝나고 밀려오던 문자들 사이로 그날 내가 듣던 음악은 드뷔시의 아라베스크 사람이 죽었는데 피아노 소리가 멈추질 않는다왜 아직도 피아노를 치고 있죠?네가 교실에 혼자 남아 피아노를 치는 걸 엿듣곤 했는데가느다란 눈으로 너는 그 사실을 알리가 없지 우리가 처음으로 우리였을 때 밖에는 비가 오는데 우리 둘만 우산이 없었잖아우리는 교실에 남아 무릎을 꿇고마주 앉아 눈을 마주쳤지네가 나를 보는 눈이 세상에 없는 은유 같아누군가 나를 보는 시선이 이렇게 따뜻할 수 있구나 처음으로 느꼈어밖에서는 사람들이 뒤로 걸어 다녀 그런데 자꾸만 눈이 마주쳤지교실에는 비가 그쳤고 우리는 헤어져야 해집에 돌아가야지 너는 돌아갈 곳이 없대나도 너를 교실 밖에서 본 적이 없는데 서늘한 시선들이 창 밖에 걸려있다 그때서야 피아노 소리가 들리고 너는 내 앞에 없어

• 이형규
• 2025-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