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 작성자 우주물고기
- 작성일 2025-06-10
- 좋아요 0
- 댓글수 0
- 조회수 148
무언가는 흔적을 남기지
떼어버린 스티커 자리에 남은 누런 잔상
하굣길 수많은 아이들의 발자국에 모래가 일고
새하얀 학습지에는 너덜너덜한 회색 그림자가
'생일 축하해!'라고 쓰인 교실 칠판에
뿌연 분필 먼지들
팔레트에 남겨진 물 자국과
노트 한 쪽에 남겨진 재잘거림
렌즈로 바꾼 지 오래인데
없는 안경을 올려본다
때로는
흔적조차 남지 못한 것들을
남몰래 그리워해 보기도 한다
노릇노릇 익어가는 노을을 바라보며
꺼질 때까지
추천 콘텐츠
참치는 평생 헤엄쳐야 한다우리는 평생 헤엄쳐야 한다헤엄치지 않으면 참치는 죽는다헤엄치지 않으면 우리는 죽는다잠도 잘 수 없다아마 평생을 그렇게 살겠지멈춘다면 죽겠지참치 캔에 담기겠지결국 누군가에게 먹히는 거야사인은 질식사똑같은 캔에똑같이 밀봉된 우리들
- 우주물고기
- 2025-06-03
늦은 밤 걷다가 하늘을 보았다 미세먼지 지수 나쁨 별들은 뿌연 먼지에 가려 사라진 걸까 너무 멀리 있어 닿을 수 없는 걸까 한숨지으며 고개를 내리자 있었다 빛나는 빛들 가로등 불빛에 비쳐 발광하는 빛들 콘크리트에 박힌 빛들이 별빛이 땅에 내려앉은 것이다 무릎을 쪼그려 손끝을 바닥에 쓸었다 가만히 보았다 몇 번이고 또 몇 번이고
- 우주물고기
- 2025-06-01
녹이 스는 비린내가 나는 것 같아 코를 움켜쥐었다. 모두가 잠든 새벽 새벽공기만 둥둥 떠다닌다. 내 마음속 공백은 진공상태인데 누가 채워줄까 세상은 먹구름이 짙게 가려서 내 앞길도 저 너머에 한 줄기 빛이라도 보여주질 않는데 갑자기 내 두 눈만 뜨끈해져 소나기가 줄줄줄 내린다. 나는 축축이 젖은 눈을 꾹 짓누른다. 그러자 아득한 어둠이 걷히고 형형색색의 섬광들이 아롱아롱 비쳐온다. 다시 눈을 떠서 창문을 직시한다. 밖은 고요하다. 비 내음이 올라오듯 내 목에서도 짠맛이 올라와세면대에 모든 것을 게워낸 후에 고개를 들어 오랜만에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나, 내가 있었다. 뿌연 안개처럼 희미해진,깜빡이는 형광등처럼 위태로운. 내가 이리 흐릿했던가. 비 그친 새벽 아무렇게나 입었던 면티셔츠와 추리닝 바지를 가지런히 벗고 보송보송한 극세사 잠옷을 꺼내어 입었다. 비린내가 서서히 빠져서 이제야 잠에 들 수 있다. 나는 눈을 감고 이불을 힘껏 끌어안는다. 위로를 원하며, 내일을 바라며.
- 우주물고기
- 2025-05-3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