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광장

낮이든 밤이든, 거리 곳곳에는 불 붙은 향초들이 보인다.밑둥은 두갈래 다리, 몸통엔 팔이 붙어있다.맨 위는 동그랗고, 그 앞에는 하얀색 심지가 꽃혀있다.향기로운 타는 내.그 끝에서 흘러나오는 흰색 연기는 멋들어짐을 더해준다.불에 타는 심지의 끝은 계속해서 갈아끼워준다.이 향초는, 향초 안의 두 덩어리 심지가 모두 까맣게 물들 때까지 타오른다.길을 가다 향초를 볼 때면, 향에 취한 향초들을 볼 때면.진한 향기에 머릿속이 아찔해지면서도,그 가족들의 눈에서 흘러내릴 밀랍 방울을 떠올리게 된다.그러니 향초분들에게 묻겠습니다.자신의 몸을 태워가며 향을 피우는 이유는 무엇입니까?그 향이 너무나 유혹적이던가요?아직도 그것이, 아직도, 향초로 보이시나요?

• 안타티칸
• 2025-06-15

하늘을 바라보며 슬퍼만 했다.작은 별조차 따뜻함으로 빛나지 않는 하늘에하염없이 슬퍼만 했다.한 방울또 한 방울불이 꺼지고 불씨만 남은 장작눈 앞이 캄캄하게 물들었을 때서야 볼 수 있었다.별 하나별 둘수줍게 모습을 드러내는 밝은 점들별들이 빛나지 않던 것이 아닌곁에 있던 모닥불이 너무나 밝은 탓이었음을불씨에 바람을 건네주고, 모닥불은 다시 타올랐다.주홍색 불꽃 사이로 사라진 별들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어보았다.어둠 속 반짝임들을 그리며모닥불의 따스함에 몸을 맡겼다.

• 안타티칸
• 2025-05-21

한밤중 도시고개를 숙인 가로등빛 사이로홀로 솟구치는 빛 한 줄기가까이 다가가니한 남자가 하늘로 빛을 쏘고 있었다.왜 그럽니까.묻는 말 열마디에하늘을 보며싱긋 웃는 답 한마디돌아올 빛을 바라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하늘을 바라봤다.하늘로 올라가, 저 멀리 뻗어나가는 그의 빛들.달에 닿은 몇몇 빛들에,달은 상냥한 답을 돌려주었다.하지만 달을 지나쳐 더 멀리 나아가는 빛들그 빛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남자와 눈이 마주쳤다.바라던 달에 닿지 않아도,수천, 수만년 떨어진 외딴 곳의 작은 달이그 빛에 수줍을 답장을 보내오는 날이있는 것일까.한밤중 도시고개를 숙인 가로등빛에조그마한 빛이나마 답해주었다.

• 안타티칸
• 2025-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