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되지 못한 날들
- 작성자 송희찬
- 작성일 202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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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292
오징어를 꼬챙이에 꽃아보렴. 어떤 휴게소도 똑같이 만들어 먹어. 의미 없는, 나를 닮은 오징어구이를
오징어에게 묻는다
오징어를 네 배 속에 묻어도 되는지
이번 여름에는 어디도 가지 못했다
우리 집 앞 빌라에서 나오는 말라비틀어진 오징어들의 얼굴을 세어 본다. 여름 방학이 끝나기 전, 우리는 오징어회를 먹어야 했고, 서해 한 번 정도 가보는 것도 괜찮았을 텐데
바다를 이루는 갈매기들도 이젠 바다를 떠난다지
물가가 비싸지지 않은 곳이 없기에
바닷물이 언 것 같은 얼음을 정수기에서 더 이상 빼지 못한다
오징어는 동해에서 서해로 이동했고
서해로 갔던, 오징어는 다시 동해로 돌아가려면, 몸이 뒤집어져야 할 것 같은데
배를 타고 돌아온 아빠의 손은
빈손, 오늘도 꽝이다
엄마는 앞 빌라 사람들의 발이 보이는 창문을 모두 닫는다
우리가 차갑게 되는 겨울이어도
아이스박스에 있는 오징어는 되지 말자고
말라비틀어진 오징어를 닮은 우리가 서로를 안아본다
뼈가 너무 맑았던 시절의, 내가 엄마의 배를 내려쳤지만
그녀는 물속에서 방금 나온 나를 지키기 위해
엄마는 엄마가 좋아하는 얼굴을 품으며
나에게 *오징어 짬뽕을 먹여준다
오징어를 닮은 나였기에
나는 입을 다문다
얼어버릴 것 같은 한 사람을 내 품에도 감싸도 될지
그녀에게 물어본다
한여름 안에서 말라가던 우리는
우리가 있을 바다가 그려진 커튼에 기대어 엄마의 손가락을 세어본다
꽝이 선명히 찍혀 있어도
손가락은 선명했다
우린 우릴 열지 않았기에
*농심 오징어 짬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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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면, 모난 곳이 더 모나 보이던데 너는 어때어렸을 때부터 키운죽은 다육이에게 물어보려다가 먼저 내다 버렸다키우기 쉬운 다육이라도 내 손을 거치면쉽게 몸이 말라갔고집의 공기는 항상 건조하게우릴 스쳤는데이 공기를 하루도 빠짐없이 마셔야만 한다가끔 이런 꿈을 꾼다네가 나를 말라 비틀게 하려고뿌리에 발이 생기는 꿈거기서 나는 죽지 않지만내 주변이 죽어가는 꿈은 자주 꾼 적 있기에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너를 만나지 않게일어나도, 너를 베란다 모서리에 박아 놓았다너는 모난 모습에서 더 모난 모습으로자랐구나네가 더 건조하게내 주변에서 져도나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지만나는 너를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렸다묻어버리면, 폐기물 법 위반으로너를 원망하며 묻을 수 없으니아침이 되면 아침밥을 먹는다의사들이 아침은 꼭 챙겨 먹으라고 했기에너를 버리고도 나는 모나 보이던데책상과 책장피부와 옷비가 온 뒤에도 습하지 않은 주변로션을 바르고, 나가봅시다모나지 않아 보이는 모난 한 사람들 사이로무던하게 너를무덤을 흉내 내는무덤 안으로 밀어 넣었다죽은 뒤 꺼내 줄게죽어야 꿈에서도 죽을 수 있으니까더 자주약통을 열어 약을 먹게 됐다그런 아침이 매일이라
- 송희찬
- 2025-12-12
이 얼굴을 미리 본 적이 있다열다섯이었던, 그해 가을에, 미래에 간 것도 아닌데내 미래가 과거에 왔었나 봐그 얼굴이 학교 미술실에 걸려 있다수행평가로 제출했던, 초상화내 휴대폰 갤러리에도 저장이 많이 되어 있고난 이 얼굴을 또 보게 될 줄 몰랐는데학교에서 없어진 뒤 몇 달이 지났는데도미래 모습은 그때 그대로다누군가가 거리에 쏟은 물이 누군가의 발에 깨졌다아무도 모르게 나왔다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의 발바닥에 깨진서리 조각가을은 감나무가 감을 맺고, 제 모든 오감을 내려놓는데거리의 사람들도 몸을 옷으로 가린다그들은 손을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고나는 열다섯에도 이 모습을 봤었다열일곱에도 이 풍경을 보고 있네지난날이 쌓인 사진들을 휴대폰 메모리에서 하나씩 지워본다모든 이미지가윗니와 아랫니 사이로 소리로 나온다누구보다 단단한 것처럼 담담하게강도 아닌, 생선 집 앞에 떨어진 전어그 앞에 있던, 전물고기가 아닙니다어패류도 아니고요그저 강해 보였던, 내 얼굴이그리 강해 보이진 않는다열다섯에 그렸던 초상화는 평일에 평탄한 길만 걸었지만지금은 폴더식 휴대폰도 접지 않고열일곱의 내 얼굴도 모자에 넣지 않고 있지오감으로 바람을 더듬는다아침이 흐릿한 새벽 속에서미래가 다시 과거를 보고 왔다또 그 얼굴이네좋은 인상하나는나쁜 인상그 인상에 주의를 오래 두지 않고미래를 미리 잊어버렸다
- 송희찬
- 2025-12-11
유리는 선명합니다유리와 함께한 저는 선량한 사람이 아닙니다유리로 이루어진, 유리구슬을 친구 유리가 굴리며 노는데유리공은 유리로 유리 조각을 만듭니다유리와 저는 대학 면접과 실기를 함께 준비했습니다꿈이 같은 것도 아니고, 손에 쥔 것도 모두 다른 우리지만어떤 조각이든 손가락 끝으로 조각합니다유리는 공예과에서 이름을 닮은 조각을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나는 유리를 내 종이에 담아내고 싶어 했지만요종이에 유리를 놓을 수는 없었습니다슬픔이든, 기쁨이든, 행복이든유리를 그대로 텍스트 안에 넣는다면글은 망가진다고 하던데유리가 진짜 유리가 된 것도 아니지만종이의 모서리는 더 날카로워졌네요나는 선명한 구슬이 아니다나는 선량한 유리도 아니다유리와 구슬치기를 하기로 했는데실기와 면접이 끝난 뒤에 골목길은 구불거릴 뿐골목은 매일 변해갔다골목길이 그림처럼 보이네요그림이지만, 매일 변화하는 것 같군요바뀌는 게 맞습니다내가 매일 구슬을 놓고 쓰레기통을 툭툭 치니까요유리는 선량하게 빛납니다아침 이슬도 아니면서, 새벽에만 빛이 납니다아주 선명하게 지워집니다 매일매일소리만 익숙해져 갔다유리공 유리는 이제, 골목에 오지 않지만유리의 조각상은 내 주변에서 늘 빛나고 있네빛나요과하게 담지 않았으니선량한 종이 대신선량하지 못한 나에게만유리 조각이 선명하게 쌓여 있다낮이 되면, 다시 나갈 겁니다골목 밖으로아이스커피에 담긴 얼음을아작아작깨물어 부스며몸 안으로 넘긴다
- 송희찬
- 202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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