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 작성자 부사령관이반
- 작성일 202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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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1
- 조회수 445
덜컹덜컹 하며 막차는 겨우 들어왔다
고요함만 남은 긴 밤의 플랫폼을
나는 냉큼 막차를 탔다, 아무런 고민 없이
별을 세어보는 것도 그만둔 채
고요함만 남긴 채
막차, 가는 길은 길다
그 동안의 내 고민거리는 우렁우렁
어느새 산을 이루어 준다
고맙지, 나야 뭐-
긴 막차 길 친구 하나 생겼네
너가 있었다면 달랐을까?
과연 그랬을까?
-외투를 벗었다면 좀 더 추웠을까?
너가 있었다면-
쓸데 없는 소리 말라고 스스로 다그쳤다
막차는 긴 길을 가기 때문에
추운 겨울 한복판을
채 걸어서 갈 수가 없는 길을
홀로 떠나가네
가솔린을-
너무 슬픈 소리 말자
딱 오늘만 어두운 겨울 막차를 타자
오늘도 행복한 하루였어, 엄마
그리고 오늘도 내 곁에 없네
나의 사랑은
바쁜 건 알아, 하지만
긴 긴 밤 막차에서
나와 있어 주었다면 달랐을까?
덜컹덜컹 하며 막차는 겨우 달렸다
고요함만 남은 내 마음 속을
나는 냉큼 그 차에 올랐었지
네 기억만 가지고도
막차는 긴 거리를 달리므로
세상이 끝장나도
난 막차에 있겠지
잘 가-잘 가-잘 가
안녕, 영원히
나의 막차는 떠나갔어
잘 가
안녕,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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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스, 저는 어렸을 적에 외가에 자주 가고 싶어 했어요. 그 집 이름이 목우당인데, 원주 산골짜기 가장 깊숙한 곳에 있죠. 경치가 죽여줘요. 그러니까 제가 자꾸 가자고 조른 것 아니겠어요? 여하튼 그 집은 제가 태어날 적에 지어진 집이에요. 모든 설계는 저희 할아버지께서 다 하셨는데, 어찌나 완벽한 설계였는지 몰라요. 마치 설계를 배운 사람 같았다니까요? 아, 할아버지께선 초등학교 교사셨어요. 그러니까 더 대단한 일 아니겠어요?각설하고 전 그 집이 정말 좋아서 자주 갔어요. 멀기도 하고 인터넷도 잘 안 터지는 그 동네에 초등학교 입학도 안 한 꼬맹이가 몇 번을 갔는지 몰라요. 가서, 할아버지, 할아버지, 하고 부르면 어느샌가 수염이 무성하고 머리가 긴, 그러니까 산신령처럼 생긴 우리 할아버지께서 나오셨더랬죠. 모습만 산신령이 아니세요. 제가 도착하기 전까지 홀로 바둑을 두고 계셨더랬죠.저는 할아버지께 늘 텃밭을 보여달라고 졸랐어요. 할아버지께선 그다지 넓지도, 그렇다고 좁지도 않은 밭을 할머니와 함께 가꾸셨는데, 혼자 가꾸시긴 아무래도 좀 힘에 부쳐하셨죠. 어린 마음에 그런 것도 모르고 그저 해맑게 블루베리가 나오는 철이면 따다 먹고, 복숭아가 떨어질 철이면 따다 먹고 그랬죠. 그 어린 꼬맹이는 과일 나는 철을 다 외워가지고 갔으니, 밭이 선생이죠 뭐.이제 할아버지는 그 밭에 안 계세요. 제철 포도고 천도복숭아고 다 옛말이 되어버렸죠. 저도 이제 그 밭에 있지 않아요. 순수했던 그 꼬맹이는 자라서 용공분자 빨갱이가 되어버렸죠. 아무래도 세월이라는 게 그런 특성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나 봐요.요나스, 부탁인데, 저 대신 불러줄 수 있어요? 이제 그 집 앞인데, 할아버지도 없는데, 자꾸 부르고 싶어 지네요. 그런데 알다시피 나는 말을 할 수가 없네요. 요나스, 불러봐요. 할아버지, 할아버지.
- 부사령관이반
- 2026-06-25
젠장, 엔진이 고장 나서 이거 원왜 하필이면 아무것도 없는 논밭 한복판에서이런 뭣 같은 일이 발생하는 거지?어디 보자, 본네뜨를 열어 봐, 그래야 뭐라도 알지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르겠는데일말의 희망이라도 걸어봐야지이게 문제인가? 저게 문제인가?아무래도 타이밍 체인이 범인이었던 것 같아아니면 퓨즈가 끊어졌나매뉴얼 좀 이리 줘봐퓨즈가 끊어지면 은박지로 대신한다…은박지가 어디 있냐? 웃기고 있네!됐어, 그냥 이 김에 담배나 피우고 가지그리고 둘은 독하디 독한 담배를 뻑뻑 피워댔다.수리기사가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그들에겐 또 다른 이야기였다.고장이 만들어 내준 하나의 작은 쉼터
- 부사령관이반
- 2026-06-24
난자당한 봄을 들쳐 맨 세 기사가짓이겨진 풀뿌리의 목을 축여주는 시간 동안나는 정처 없이 걸어보았다치마폭에 숨어 너를 쳐다보고 싶은 그 기분을눈물 억누르듯 가쁜 마음으로 짓눌러 본다누군가 내게 그렇게 걸어서 얼마나 걸었냐고머리를 한 대 때리듯 물어보았다그래서 걸어간 만큼을 재 보면고래가 평생 헤엄친 그 길만큼어디를 향하느냐고?그야 도달불능점이지과연 너의 발은 그곳까지 가는 너의 다리에서떨어져 나가지 않고 잘 붙어 있을까스스로 질문하자면 아니오 하고나의 심장은 횡격막과 다른 대답을 한다처음으로 느껴본 아픔은 폐가 쪼그라드는 아픔처음으로 느껴본 쾌락은 당신께서 주신 것어쩌면 내가 걸어온 길은 도돌이표를 그릴지도 몰라찌르는 가슴 부여잡고 눈을 치켜뜨면저 멀리 보이기만 하는 도달불능점그런데 가만, 도달불능점이란 말은곧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인데어째서 너는 그곳으로 항해하느냐?신께서 물었다암, 도달불능점은 도달불능점그런 고로 나의 걸음도 헛걸음그런데 헛것도 것이고헛소리도 소리가 아니던가?나의 도달불능점을 향한 여정에는그것대로의 과실이 있겠지이제 세 기사가 다시 내 앞에 선다짓이겨진 풀뿌리는 어느새 아름다운 꽃다지로난자당한 봄이 새 봄을 낳고 제 생을 다할 때그 세 기사들은 내게 세 가지 단어를 던졌다다타 다야드밤 담야타그제야 나는 내가 도달불능점에 도착했음을 깨닫고단전에서 끌어올려 소리를 질렀다샨티 샨티 샨티
- 부사령관이반
- 202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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