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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연습*

  • 작성자 방백
  • 작성일 2025-12-03
  • 조회수 290

언젠가 완벽한 진검승부를 벌이자.


그런 순간은 없다는 것처럼

꾹 눌러 말하면서 친구는 운다.


강가를 걷는다


운동장을 한 발짝

벗어난다


강의 표면은 툭툭


빛이 흘리고 간 알갱이처럼


쉽게 반사하고 흔들 수 있는 것


언제든지 우리가

떠났다가 되돌아올 수 있는 것


물가에 손을 비추면

강에는 여러 동물의 발이 함께 비쳤다


강을 거쳐간 동물들


작은 물새의 발부터

들개의 발,

길 잃은 사람의 발,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발까지


이대로 손을 넣어 건져올리고 싶은

꿈속의 뒤섞인 발들


친구는 아직

저녁이 바람처럼 들어오는

석식 시간 빈 교실에 남아 있다


누군가 구멍도 내고 낙서도 한 책상 위에 뺨을 대면


듬성듬성 엮인 마음으로


무언가 잡는 꿈을 꾼다고

횡설수설하던 친구


강가를 걷는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좀 더 빠르게 지나치는 방법은 없을까


물어봤을 뿐인데 수를 쓴다는 양

우리를 아프게 지나치는

자동차 헤드라이트

그래도 만약 이대로 화면의 속도를

손쉽게 조절할 수 있다면


손을 강물에 비추고

오거나 오지 않은 일에 대해서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뒤섞인 하나의 풍경을 타고

달콤한 잠을 자는 꿈을 꿨어


버스가 오지 않는 버스 정류장에서 오랫동안 기다리던 친구


1시간에 2만원이라는 검정 포스터를 그냥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지


검 없이도 검을 맞대는 것처럼 싸울 수 있을까


우리가 빈 교실에 남아

세상에 남은 마지막 사람인 것처럼


많은 잠을 잔다 손등에 그린 의미 없는 낙서를

귓가에 베고 잠을 잔다


책의 모든 페이지를 접는다

종이를 접을 때 과거와 미래가


한 번에 겹쳐지는 곳에서

마치 모든 길을 동시에


걷는 것처럼




*놓는 연습-모모코(글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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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초등학교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는어떻게 시작하면 딱 좋을까?문득 물어보는 친구의 목소릴 따라아침 산책 시간오리는 바다에도 살 수 있다는선생님 얼굴이 떠올랐다.솔방울이나낙엽이 밟히는 감각나는 지금 낯선 동네를친구와 함께 걷고 있다바삭바삭하게 마른 땅만 골라 밟는 기분간지럽고 조금 짜릿하고 괜히 우쭐해지는 마음으로 오리가자꾸 떠오르는데 어떡하지졸업식 날 목도리를 고쳐 매 주시던 손길로 시작하면 어때글쎄 너무 감성적인 것 같아내가 딴 생각을 하는진 모르고친구는 자꾸 조잘거린다파도가 치지 않는 해안가에서동동 떠다니는 오리를 보면 당황스럽겠지그날 진짜냐고 되물어보던 친구들은 다들 어디서뭘 하고 있을까서로가 아는 겨울은 천천히 착지해뺨을 꽁꽁 얼려 버린다몇 년 전에 전학 간친구가 보내준 사진눈도 없는 온통 갈색 풍경이지만기억을 다듬어 선물할 수 있다면 바다에 사는 오리를 보여주고 싶어다정하게 설명하던 얼굴들이시시각각 바뀌는 건 왜 그런 걸까우리가 손을 맞잡는다매끄럽고 차가운 손친구는 수족냉증이 있는 걸 아는데도어느날 카멜레온, 도마뱀, 개구리 같은 걸로꿈속에 나타날 것만 같은 옆얼굴나는 물가에서 가장 동그란 돌을발로 한 번 차 본다철없는 어린애처럼 가슴부터 신이 난다갑자기 초등학교 선생님 얘길 꺼낼 정도로끝도 없이 낯설어지는 동네가볍게 떠오르는 입김을 보면서갑자기 마주친 사람들에게무작정 낙옆을 밟자고 해 볼까그럴 때 잘 어울리는 인삿말을 하나씩고르고 있었다

  • 방백
  • 2025-12-13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콘텐츠 입니다. 다람쥐 쳇바퀴

언닌 정말 지긋지긋한 사람이야.내 말은 들은 척도 안 하면서 언니는 헤드폰을 쓰고 침대에서 돌아눕는다 분명히 귀에는 헤비메탈이 흐르고 있을 것이다 드럼이 쿵쿵거린다 나에게도 그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리고 엇박으로 쳐지는 하이햇. 나는 그냥 궁금할 뿐이다. 언니는 왜 그렇게 말해야만 하는지. 왜 언니는 못되고 자극적인 단어로만 언니를 설명해야 하는지. 슬퍼서 눈물이 난다. 슬퍼서 잔뜩 긴장한 소동물처럼 락 음악같은 박자로 가슴이 뛴다. 그저께 이사한 집 있잖아. 윗층에. 방 빼고 나니까 냉장고만 있었대. 열어보니까 스텐 반찬통이 있었대. 다람쥐가 죽었어. 뭐라고? 다람쥐가 죽었다고. 냉동실 칸 반찬통 안에 다람쥐를 넣어 두고 얼린 거야.다람쥐는 겨울잠 자잖아.그렇지.살아 있을 수도 있잖아.몰라.언니가 노래를 듣는 척 나를 무시했다는 건 이로써 확실해졌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 언니는 정말 지긋지긋한 사람이다. 언니는 폭력을 폭력이라고 말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다 같이 평화롭게 삽시다-라고 말하는 사람 뒤에는 침을 뱉는다. 나는 머리채가 뜯겼고, 배에 열두 번 멍이 들었고, 흙탕물을 뒹굴었다고 아리송한 얼굴 앞에 유혈의 이미지를 심어 주어야만 한다. 그런 언니가 정말 싫다. 문득 창 밖을 바라보니 사십 분 전의 겨울 별자리가 그대로 한 칸 밀려나 있다 추워. 문 닫아. 알겠어 언니. 쾅 소리 나게 창을 닫는다. 내 귀에는 아직도 헤비메탈, 아니면 락, 그런 종류의 강한 음악들이 맴도는 것 같다.지구는 챗바퀴 같지.어느날 언니는 그렇게 말했다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고 대꾸하고 싶었다별자리만 봐도지구는 둥그렇게 돌잖아.자전도 하고 공전도 하고 아무튼,거기서 살고 있는 우리도참신하지 않은 문장이지만 공감하기에는 좋았다겨울에도 얼지 않는 도로가 있다.우리 동네가 보통 그런 편이었다.바닷가 가까이의항구와 공장 지대 불빛화물을 옮기는 기차 매연따뜻한 바다에서 잡히는 어류들그 길을 계속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숨이 찼다너무 숨이 차고 목이 말라서 입 안에 피 맛 같은 생 굴 향이 느껴지기도 했다.그 길을 계속 달리다 보면 언니 생각이 났다.지구가 쳇바퀴 같다던 언니.언닌 불쌍한 사람이다.지겨운 만큼 불쌍하다.평생 패배만 느끼고 살아서 패배가 당연한 줄 아는 언니.그렇지만 이것보다 조금 더 조금만 더 나았으면 좋겠다그렇게 생각하던 언니 언니는 참 바보같지.동그란 하이햇이 쳐진다지구가 한 번 들썩인다고등학교 운동회 날 무르팍에 상처를 입곤 다시 일어나서 역전을 한 언니는 계속 달리고 싶다고 했다. 계속 달리고 싶다고. 달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했다.일 등을 하고 싶다 했다. 언닌 이미 일 등이잖아. 그래도 일 등을 하고 싶다고. 그러던 언니는 언제나 일 등을 했다. 체육도 일 등. 공부도 일 등. 사랑도 일 등. 결혼도 일 등. 그렇지만 인생은 한 번도 일 등 하지 못 한 것처럼 전전긍긍하면서. 그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함께 겨울 별을 보러 한적한 컨테이너 지대를 걸었을 때. 여자 팀에서가 아니라 남자 팀에서도 일 등을 하고 싶다고 고백

  • 방백
  • 2025-11-30
기슭에서

우중충한 여름의 숲 장마의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나무의 검은 줄기 축축한 뿌리 흙의 잿빛 냄새 이 모든 것을 강은 한 겹 덮고 있다 우리가 강가 주변을 뛰어다니며 즐거운 춤을 추고 또 어제 저녁에 먹은 아침을 모조리 토해낼 때 수풀은 무성하게 자라난다 갑자기 어디선가 물새 한 마리가 날아온다 물새가 날아와서 물 위를 사뿐하게 밟고 튀어오르고 건너간다 플라스틱 페트병과 검은 수초가 자란 부표 위에 가는 다리를 얹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숨을 고른다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강가를 달려간다 햇볕을 받아 따스하게 달구어진 돌 위로 돌의 곡선을 흉내내며 팔다리를 뻗는다 여름의 숲은 습하고 어둡지만 물안개가 나를 쓰다듬을 때 무릎에선 상처받은 생장점이 새로 자라난다 딱딱하고 볼록하게 돋아난 생장점을 어루만지며 우리는 태양을 찢고 다가오는 햇빛이 안착하는 순간들을 집중해서 눈에 담아낸다 엄마가 언니와 나의 이마를 쓰다듬는다 아무 시간도 공간도 방해하지 않는 듯한 문명의 바깥, 그곳에서 자유로워지는 우리들 마침내 흙을 파내고 솟아난 태초의 인간들처럼 마음껏 춤을 추고 먹고 마시는 우리들 우리가 한낮의 어딘가에서 정말로 아름다운 꿈을 꾼다 꿈의 저편에서 이미 싱그러운 웃음을 띤 언니들이 나를 반긴다 언니들은 내 눈 옆을 두 손으로 닦아주고 벌거벗은 나에게 기꺼이 옷을 입힌다 더위가 한층 강해진다강에서는 거품이 난다 악취가 난다 하지만 숲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숲은 점점 거대해진다계속해서 새로운 물이 흘러나온다 강바닥을 온통 적신다 그럴수록 언니들은 손을 강하게 맞잡는다우리가 마음껏 기다리는 낮잠 속에서 언니들은 땀 흘리지 않는다어떤 것도 고통스럽지 않다맑은강의 표면을 한 겹 들고 펄럭이면 그 아래로바람이 지나가는 것처럼 숨을 내쉬자뿌리가 자란다여름은 점점 강해진다절대로 어느 것도 약속하지 않았던 지난 세월들언니들은 모든 시간의 고리에 손을 걸고 있었다말하지 않아도 이어지도록장마가이 우림을 관통하려 한다 소중하고 희미한 풍경들을 데려가려는 듯이 숲은 점점 거대해진다 여름은 점점 강해진다 강은 점점 불어난다 모든 저녁이 잉태되고 새로운 밤이 자라난다 그러나 모든 것을 겪어본 가지가 바닥에 떨어져 폭발적인 힘으로 뻗어나가듯 아무 풍경도 움직이지 않았다 우울하게 가라앉는 가슴들 숨을 쉴 때마다 한 장씩 겹쳐진다 우리가 꾼 모든 꿈이 찰나의 환상처럼 달아올라 팔목에 회색 흉터를 남긴다언니들은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붉은 북을 길고 강하게 내려치는 것처럼 뜨겁게고동치는 물새의 심장을 삼킨 것처럼 누군가바람을 향해 온몸을 부여잡고 소리칠 때에 움직인다 이 모든 것은시간과 공간을 구애받지 않는다시간과 공간은 순간 말린다불길이 번진다 숲이 불타오른다 숲이 숲에서 뜯겨나간다 언니들은 강과 돌에 불을 붙인다어느 것도 안전하지 않다어떤 것도 고통스럽지 않다 오래된 낮을 꾼다엄마와 언니와 내가 끊임없이 반복하는천 년이나 된 거대한 여름이었다

  • 방백
  • 202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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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2-03 03: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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