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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시니

  • 작성자 선 혁
  • 작성일 2026-01-10
  • 조회수 137

밤이 오면

이미 흐려진 네가

선명해진다.


어디 즈음에 있나


아직도

밤거미에 숨어 있나


만에

널 마주치면

뭐라 불러줄까

그건


밤이 되면 

다시 말해줄게


그때는

들어주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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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철학

일종의 굳어버린석고(石膏)로서드러나곤 했다.누군가의눈동자에 담기기 위해날 비우곤 했다.줄수록 행복이라고ㅡ스스로 삼키며내 것을 남기지 않았다.구멍을 내곤 했다.상품성이 떨어질까세 갈래 조명의 꼭짓점이 드러나고난 세차게 메마르지 않을까날아오는 침을 감사히 삼키고ㅡ누가 볼까 두려워ㅡ재빠르게 고개를 들었다.내가 진열대에서시선을 갈망하며억지로 아프게우는 척을 하는 동안누가 나를 보았을까찢어지는 손이 있고불어터진 발이 있으니뻗었어야 했다.흐르는 신경이 있고흐르는 피가그래나는야피가 있고그랬으니녹였어야 했다.어딘가로 닿는 곳으로흘러갔어야 했다.굳지말았어야 했다.시선이 서서히 잦아들고발걸음이바람소리에 묻혀 흩어지면이제 나는어디서진열되어야하는지

  • 선 혁
  • 2026-01-12
무익조(無翼鳥)

새는 난다.날지 못하는 새라도각자의 방법으로기든 걷든땅에 만족하고고개를 들지 않는다헌데이 새는 어느 새인가ㅡ새가 맞나ㅡ자신은 살아야 한다며하늘을 날아야 한다며걷는 법을 잊는다.두 다리는 송두리째 잊고날아야한다고 스스로 삼킨다.기어라헤엄쳐라 주위의 아우성을아지랑이로 흘려버린다.날지 못할 운명이라면어깨가 없어야 하거늘어깨뼈 근처에몇가닥 자라난새하얀 깃털을ㅡ남들에겐 수백가닥 있는ㅡ끌어안으며도움닫기를딛고나간다차라리 한마리 개로 태어나어디든 뛰어다니면 좋으련만왜 새라고 생각해서비상하리라굳게 마음을 먹어서새는 난다.하늘은 나는 것은 새다.하늘을 나는 새다.나는 새다.나는 새다.

  • 선 혁
  • 2026-01-08
진흙꽃다발

차마 못 보겠다는 듯등을 돌린다지만정말 가야 하는 걸까요.그대가 날 떠올리지 않으면머릿속에서도 떠나줘야 할까요.ㅡ그것도 조용히, 인사 없이ㅡ아무도 품지 않으려는 사람은누구도 다가가선 안되는 건가요.손을 뻗으면무언가를 어기는 건가요.이것이 의무였나요.무언의 약속같은 건가요.ㅡ나에겐 말 못해주는 그런ㅡ지나가는 낯선이의 이름을 불러묻고 싶어졌어요.흔들리고 초점 없는 눈동자이지만눈을 맞춰줄래요.지독한 수전증에주름 혹은 얼룩이낭자한 손이지만손금을 읽어줄래요.당신의목소리그 높낮이를 들려줄래요.온기 없고정 없고그런 나를안아줄래요?대답을 듣진 못한 것 같지만저는 문득 그런 느낌이 들어요.ㅡ뭐랄까,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ㅡ이 마음 전해야지꽃집을 나섰다가돌부리에 걸려 넘어져ㅡ돌부리 같은 건 없었을지도ㅡ흙이 대신해서 만개해버린꽃다발 한 자루이건 건네도 되는 건가요.향은 그대로색도 그대로다른 것은그대의 눈에 밟히는 것은이 마음 지키려다함께 더러워졌을 뿐인데이건건네도 되는 건가요

  • 선 혁
  • 202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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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0 14: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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