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의 동사
- 작성자 송희찬
- 작성일 2026-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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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491
바다의 이미지를 담기 위해, 24시간 동안 서해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밀려 들어오는 물줄기. 해안가에서 바다의 해안으로 빠져나가는 물살. 모든 순간이 사각형 렌즈 안에 담기고. 나는 스크린으로 그날의 바다 상태를 바라봤다
바닷가 주변에 지역을 상징하는 동상이 있다. 꽃게를 좋아하는 우리는 꽃게 동상 앞에 가서 얼굴 꽃받침하고 사진을 찍겠지. 꽃받침을 하는 손은 얼굴이 얼마나 무거울까. 그들은 사진이 마음에 들 때까지 꽃이 아닌 얼굴을 받친다. 그래도, 종일 집게발을 들고 있는 꽃들 뒤의 동상보다는 괜찮겠지. 사람들 얼굴에는 미소만 보인다
바다를 향해 뛰어가던 우리. 서해는 물이 빠지면서 자신의 속내를 보이는데
바다로 들어간 모두의 발이 서해에 푹푹 빠진다. 갯벌이 뛰어가는 사람들의 발을 잡는다. 주변에 계속 있으라고 하는 것처럼. 우리의 발은 움직일수록 더 깊게 빠진다
스크린 안에서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손을 흔든다. 동상 주변에 꽃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생기를 잃어갔다. 그림자가 향하는 방향에서부터. 그들도 금방 시들겠지. 한 공간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존재. 우린 그걸 동상이나 영상이라고 부르기로 했는데. 빠져나오지는 못하지만 조금씩 움직인다
영상은 종일 돌아가는데. 물은 빠지고 들어오기를 반복한다. 서서히 잠겨가는 스크린. 나도, 갯벌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도. 무릎 위까지 물이 스며든다. 휘청거려도.
그림자는 해를 따라 길게 늘어트린다.
꽃게 동상 앞에서 꽃받침하고 찍었던 시간이 계속 돌아가고.
바다로 떠난 체험학습이었는데. 영상 속에서 뛰어놀던 친구들이 요즘은 보이지 않는다. 바다는 아직도 휘청거리는데, 우리가 놀던 바다는 땅 아래에서 막 몰아친다. 친구들도 더 이상 갯벌에 빠질 일은 없겠지. 온종일 정신없이 덮치는 파도를 밟고 걸어야 하니
나는 아직도 사각형 스크린 가장자리에서 움직이고 빠져나가려는 너희를 바라본다
그냥 검게 물들어가는 서해에서 몸을 휘젓고만 있을 뿐
꽃받침 속 들어있던, 얼굴의 무게가 너희를 볼 때마다, 손에 무리가 갔어도
그림자가 지는 방향을 바라본다
해가 있는 곳이라 생각하며
스크린에 빠져 있다가
나도 모르게 금세 한 계절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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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희찬
- 2026-08-10
나무로 쌓인 숲에서부터우리의 삶이 다시 태어났다점차 흐릿해져 가면서자라고쓰러진다 길 위에서말라비틀어진 빗자루가 오늘을 쓸어내린다 서 선생님네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회복의 숲]으로 들어갔다. 머리카락조차 모두 없어진 내 삶으로 들어가는데. 지금의 나로 돌아갈수록 저녁이 숲 안으로 빠르게 들어왔다. 이곳을 이루는 땅 위로 그늘이 깊어지고. 날개를 접어놓은 수많은 새들이 어둠 위에서 잠들 동안. 쥐들은 땅 위에 놓인 저녁을 갉아 먹으며 조금씩 자랐고, 나는 잘려 나간 숲의 숱들을 생각한다 내가 다녔던 학교는 산을 깎아 만들어졌다. 흐르고 있던 강도 있었고, 흘러가던 물고기도 있었을 그곳에. 흐름이 무너지며 막혔다. 숲 안에 묻혀 있었을 회복을 기다리던 세상 속 수많은 무덤의 시체들이 흙먼지와 함께 바람에 날리고. 나무 위에 자국을 남겼다. 교목 위에 멍이 묻어지고. 거리에서 숲의 향기가 뿜어져 나오고 피톤치드. 새들이 날다가 떨어트린 날개. 조금씩 걸어 나가는 작은 짐승. 바스락거리는 낙엽. 떨어지고 말라비틀어지고, 부서진 것들을, 품은 숲처럼. 길 위로 냄새가 풍겨 오는데. 나는 나무를 흉내 내는 수많은 건물처럼 숲이었던 거리에서 나였을 지난 나를 흉내 내며 살아왔고. 물길 위에서 죽었을 물고기와 그저 자랐던 나무들은 어린이들의 그림과 함께 벽면에 그림으로 박제되었다 박제만이 그들과 우리가 공존하며 살아가는 방식이고 우리가 살아왔던 방식이라고 과학 시간에 과학은 입에 달고 살았다. 나와 친구들은 그것을 그대로 받아 적으며 배움을 했었고, 그 방식대로 배웅을 당했다. 흘러가면서, 저녁이 다가오면서 내 몸이 먼저 바스락거리며 말라가서 먼저 떠났는데밤을 갉아 먹는 너희를 보며 너희가 있는 저녁을 붙잡으며 살았는데 흔들리고 휘날린다. 우리의 숲이. 순식간의 단풍잎들이 단풍나무 위에서 자랐고. 나무의 절정을 절정기에 바라보고. 하루하루가 절정이고 정경이었던 숲이 꾸준히 다듬어지는 것을 본다. 느낀다. 흐느낀다. 나는 없는 머리라도 있어 보이려고, 서 선생님께 가서 잘랐다. 가지를 치고, 숱을 치고, 숲을 헤치며 나는 나로 되어가고, 너는 너로 되어가면서. 우린 우리에게 기대고, 우리에게 다치며 피해를 주고받는다 * 서 선생님은 우리 학교 띠동갑 선배라던데. 친구들은 내년이 되면 새로운 학교, 대학의 시그니처 노래를 부르겠지. 학교를 나오고, 우리를 나가고 [회복의 숲]을 걷는 동안 나는 꾸준히 자랐고, 매일 잘 살아가는 너희를 바라보며, 어둠을 더듬었다. 버드나무의 이파리 같은 링거를 한 방울 한 방울 맞으며. 써 내려간다. 중얼거림을 부르는 새들과 함께, 움직이는 수많은 그림과 사라진 물고기, 멍이 되어버린 수많은 무덤을 밟으며. 나에게 기대며 적어간다숲과 닮은 사람에서 숲이 되기 위해서. 나는 나의 모든 것을, 태웠고. 우리 밖으로 나가고, 걸어가고 나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나는 다치고. 삶과 [회복의 숲]을 담은 길들은 모두 닫혀가는데 친구가 말했다. 며칠 전에 졸업사진을 찍었다고. 생이 끝나기 전에는 사진을 모아서 받을 것, 같다고. 너
- 송희찬
- 2026-08-05
[희망의 숲]을 걷는다절망을 더듬으며그림자를 헤친다 울창한 나무들은 그림자를 흔들고. 작은 새들과 큰 새들이 모여 지저귀며 자라난다 휘파람 소리가 들려 온다나무가 맞은 바람의 수만큼 나이테가 불어온다 비가 올 것처럼 다리가 쑤셔 걷기 힘들 때면, [희망의 숲]을 걸을 수 있는 운 좋은 날들이다. 땅속을 휘저은 뱀을 볼 수 있는 날이 된다 나는 휘파람을 불어 뱀을 불러본다 종소리가 들린다. 터벅터벅. 기어가는 발소리. 한 걸음씩 내딛는 신의 소리. 뱀으로 둔갑한 어린 귀신이 나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어낸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자국만이 남는다멍이 묻힌다땅 위로그림자가 맺히고 자라난다위로옆으로숲은 새들을 품은 새장으로. 깊어진다. 세상 속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나아가고 엉금엉금 자국을 남기면서. 낮은 소리를 뿜는다 그림자가 깊어진다 점점 기울어지고점차 흔들리는달아나고 날아드는 우리를 나무한테 심어본다 피톤치드와 함께 풍기는 우리 냄새건강에도 좋단다 당산나무에서 퍼지는 종소리가 [희망의 숲]을 채운다산악리본이 바람에 실린다절망을 더듬으며 땅을 뒤집어 놓은 뱀들과 함께나로부터 시작된 숲에서 나아가는 걸음 어린 신이 새긴 나이테에 바람들이입에서 불려온다
- 송희찬
- 202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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