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움을 파는 가게
- 작성자 앉은
- 작성일 202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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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로에는 최근 들어
어두움을 파는 가게가 많이 보인다
한낮에도 불이 꺼져 있어
사람들이 지나가는데도
어두움만 내놓는
임대 가게들
곧 조용해질 거리를
여럿 감싸고선
주인의 형태를
기억해낸다
비순환인 일호선이
사람들을 우르르 내뱉고
중앙로역을 지나칠 때
임대 가게는
현수막 한 장 달랑 걸친 채
시선을 위로 올려
이물감에 젖어드는 거리를
애써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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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함을 풀어낼 때엔 하나의 식이 필요해망막을 옥죄는 흐린 빛의 유성 물감을 없애다 보면바닷가를 걷는 발걸음이 투명해지고, 투명해지고.아주 먼 수평선을 둥글게 만들어낼 시간까지필요할지도 몰라서 눈앞이 뚜렷하게 보일 때에야 나는 걸음을 멈춰깊은 바닷속을 한참 동안이나 들여다 보면흐릿한 물고기들, 해초, 그리고 모래알햇빛으로써 만들어진 새하얀 윤슬짜디 짠 파도 소리가 들려 이번 겨울은 유난히도 춥구나축축한 바람에 손끝까지 얼어버릴 것만 같아이젠 공중에 떠다니는 새맑은 향까지안경을 끼지 않아도 선명하게 잘 보여이렇게 풀어내는 거였구나 선명의 방정식은 너무나도 어렵고 또 복잡해서처음 어떻게 알아냈을지 가늠도 안 가해중에 풍덩 빠져 아하하, 하고 숨을 내쉬면부글거리며 올라오는 흐릿한 거품허여멀건한 시선의 위엔 깨끗한 태양이 눈에 아른거려손에 쥐자고 물속에서 팔을 높게 뻗으면한 손에 가득 들어차는 빛무리결국에 풀어내고야 말 그 공식을 주먹에 꼭 쥐어파아란 하늘에 흩뿌려야지
- 앉은
- 2026-02-12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온 편지예요덧발라진 유화 물감처럼 눈물 자국이 남은 편지지엔수취인 불명 발행인 불명단순히 내용만 적혀 있었죠꼬부랑 글씨로 된 것은 의도한 걸까요?노어 필기체는 러시아인들도 알아보기 힘들다던데정갈한 필기체로 쓰인 문장 여러 송이편지는 석양과도 같아서저 너머로 보낼 때 가장 예쁜 법이라고들 하죠한 자 한 자 꼭꼭 지르밟아 써낸 이 편지가누구인지 모를 당신에게는 가장 소중한 것그렇게 감히 믿어 봐요이 편지가 왜 저에게 온 걸까요?노어를 배우지 못한 제게 언어라도 하나 배우라는 뜻그런 뜻일까요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일 거야그렇게 말한 것 같기도 하고요사실 잘 모르겠어요아직도 이 편지가 왜 제게 왔는지Е는 에, Ж는 제.키릴 문자 한 묶음이 정수리에 들어올 때마다뇌를 턱 치는 새로운 기분이 들어요즈드라스뜨부이쪠, 하라쇼.기본 회화는 할 수 있어야겠죠?언젠가 블라디보스토크에 갈 날이 온다면이 편지에 직접 답을 적어누군지 모를 당신의 손에쥐여 드릴게요노어를 배우는 기분은이런 것이라고말씀해주셨으면 좋을 텐데요
- 앉은
- 2026-02-11
숨을 내쉴 때마다 흘러나오는 입김이유동적인 폴리곤 덩어리 같다는 것컴퓨터를 늦게 배운 나는그 사실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전자 그래픽스에서 입체 도형을 구성하는최소 단위의 다각형이바닥을 돌돌 구른다이 세상이 시뮬레이션일 것이라고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폴리곤 무기체로 버무려져지직거리는 한 톨의 가락으로 바뀌어스피커 속에서 튀어나온다거짓말을 들은 기분이라서나는 귀를 고이 막는다손가락으로 막은 귓구멍 속으로소리가 삐죽 새어나온다내가 살고 있는 세계는가짜가 아닐 것이었다
- 앉은
- 2026-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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