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선명의 방정식

  • 작성자 앉은
  • 작성일 2026-02-12
  • 조회수 117

선명함을 풀어낼 때엔 하나의 식이 필요해

망막을 옥죄는 흐린 빛의 유성 물감을 없애다 보면

바닷가를 걷는 발걸음이 투명해지고투명해지고.

아주 먼 수평선을 둥글게 만들어낼 시간까지

필요할지도 몰라서

 

눈앞이 뚜렷하게 보일 때에야 나는 걸음을 멈춰

깊은 바닷속을 한참 동안이나 들여다 보면

흐릿한 물고기들해초그리고 모래알

햇빛으로써 만들어진 새하얀 윤슬

짜디 짠 파도 소리가 들려

 

이번 겨울은 유난히도 춥구나

축축한 바람에 손끝까지 얼어버릴 것만 같아

이젠 공중에 떠다니는 새맑은 향까지

안경을 끼지 않아도 선명하게 잘 보여

이렇게 풀어내는 거였구나

 

선명의 방정식은 너무나도 어렵고 또 복잡해서

처음 어떻게 알아냈을지 가늠도 안 가

해중에 풍덩 빠져 아하하하고 숨을 내쉬면

부글거리며 올라오는 흐릿한 거품

허여멀건한 시선의 위엔

 

깨끗한 태양이 눈에 아른거려

손에 쥐자고 물속에서 팔을 높게 뻗으면

한 손에 가득 들어차는 빛무리

결국에 풀어내고야 말 그 공식을 주먹에 꼭 쥐어

파아란 하늘에 흩뿌려야지


추천 콘텐츠

겨울과 뼈

나는 몸을 한껏 웅크리다가 편다. 누워 있는 사람의 갈비뼈에서는 그 사람만의 시그니처가 흘러나온다. 잊을 수 없는 과거, 잊힐 수 없는 과거.뭉치고 두드러지는 덩어리계명성의 빛을 밭게 내뱉는 금 간 갈비뼈엔행성들이 하나씩 수놓아져 있다선득한 과거가 울린다이렇게나 사무치게 추운 겨울밤에도 금성은 저 위에서 밝게 빛나고, 빛나고.하릴없이 다가오는 과거가 밝는다들춰진 겨울의 역광은 뜨겁고 눅진한 햇빛을—여름의 순간을— 가지고 수평선 위 검푸른색의 무한대 공간으로 올라간다우리는 얼마나 살지 못하였는가가장 마지막의 사람이 누워 있다. 늑골과 장골 사이로 솟아오르는 별빛이 머리 위로 흩뿌려진다.우리는 또 어떻게 사는가살아있으려면 누워 있어야 한다. 누운 채로 발을 구르고, 구르고. 팔을 머리 위로 펼쳐 휘젓는다.아직 살아 있어요말을 내뱉는 입에서 다시 튀어나오는 과거의 모양이 너무나도 형편없어서, 사람은 그만 입을 다문다. 나는 쪼그려 앉은 채 사람의 입을 벌려서 그 속을 들여다 본다. 겨울에 피지 않는 꽃이 입속에 가득 핀다. 한겨울의 빛이 뼈마디 사이로 불거져 거죽 아래를 채운다. 사람은 이제 죽지 않는다.

  • 앉은
  • 2026-02-28
차르다시

이어폰에서는 곧장 몬티의 차르다시가 흘러나오고, 기약 없는 액체는 컵의 아가리를 타고 바닥으로 뚝뚝 떨어진다. 별 볼일 없는 바이올린의 가장 얇은 현이 새소리가 되어 창밖으로 날아간다. 볶은 커피콩을 삶아 우린 물은 여전히 컵의 벽을 타고 내려간다.새맑은 소리는 격정적인 춤곡으로 변해가고, 일본어 책을 펼쳐 아침 인사를 배우던 사람이 별 자국을 떨어뜨린다. 흰 대리석 식탁 위로 외로이 놓인 커피 머신 밑에는, 다갈색 별빛이 수놓아져 하얀 밤하늘을 적신다.아침의 차르다시는격정적으로 귓속을 울린다미래는어딘가에 걸려대롱대롱 하늘을 내뱉고오늘과 미래, 미래의 과거를 본다사람의 미래가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끊어진 바이올린의 현이 웃이 훌훌 털리듯연주회장 안을 나뒹굴고당황한 연주자는꽉 막힌 반물빛 천장을 올려다본다새된 바이올린의 소리가아직도 회장 안을 감도는데

  • 앉은
  • 2026-02-27
세쿼이아

푸른 향이 나는 나무를마당에 심는다어쩌면 나무가 쓰러질지도 몰라그렇게 너는 말한다화초집에서 나무를 들고 온다횡단보도가 없는 골목의 사거리 아래로설익은 열매 하나가 떨어진다지나가는 자동차 바퀴 옆으로아슬아슬하게 굴러발밑을 파랗게 물들인다나무를 보라창공에 뻗어 그 머리를 볼 수 없는 나무를 보라냉차 한 모금에 버리는어린 세쿼이아 한 그루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이 높은 나무 하나를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기분이 가산되는 하루를살아있는 나무가 제 팔을 움직인다나뭇잎 쓸리는 소리가푸르게 울린다쓰러지게 두지 않아나는 나무를 꼭 껴안는다세쿼이아 꽃이 되어

  • 앉은
  • 2026-02-23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