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
- 작성자 서벽
- 작성일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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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1
- 조회수 128
우박이 미끄러지는 세상이 있어 내리막길에 서지 않아도 온통 기울어져서 도랑 너머의 담벼락을 넘으려면 머리 위로 내려앉는 무언가를 뒤집어써야만 해
국지성 호우가 지나고 있어 매일같이 빗소리 없이 새들이 날지 못할 줄 알았는데 하늘을 메웠어 모래시계 모양으로 30도 기운 몸뚱이로 웅덩이를 지났어 잔뜩 왜곡된 첨벙거림으로
절벽은 없겠지 그야 어디든 올라갈 수 있을 것처럼 보여서 비조차 미끄러지는 세상이라서 그게 더 비참할까? 그렇지만 갈퀴 같은 손톱만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것 같아서 봉우리는 평평하기를 바라면서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매일같이 산을 타고 넘는 이들이 있어
언제나 네모난 우산이 있어서 맨발이어도 괜찮을 것 같았어 뺨에 물기가 하나도 없는데 무언가에 온통 젖어들어서 기울어진 게 누구인지 알아볼 수가 없어서 시선이 엇갈리는 수밖에 없었어
뒤따르는 게 아니라 나아가는 이들이 있어 아주 한참 전에 담벼락을 넘어서 친히 흙탕물을 묻혀주는 이웃이 있었어 수십 번을 추락하고도 죽지 않은 새 떼가 있었어 그래서 우박이 머리 위로 떨어지는데 실은
멍이 들어도 기울어져 있을 수 있어서 하늘을 날지 못해도 괜찮을 것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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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가 있어 손가락을 펼쳐야만 볼 수 있을 것 같은 실은 어떤 방법으로도 볼 수가 없는 택해야만 한다고 가정해 보자 어떤 수를 써서도 벗어날 수 없는 일종의 세계인데 예측할 수는 없고 다만 손에 쥐고 있어야만 하는 하나는 내가 너를 삼키는 거야 무엇이 너냐고? 그건 모르지 구별할 수 없어 그냥 붙들고 있거나 붙잡히는 것뿐이야 멱살을 잡아도 좋겠지 그럴 수 있는지는 몰라도 손도 없고 발도 없는데 잠식할 수는 있어 어떻게 말만으로 아니 말하지 않아도 맴도는 것만으로 존재의 사실만으로 불리하게도 딜레마도 없이 숨만 쉬어도 가라앉는 구월의 계절 속에서 현재에 갇혀 남은 건 복잡한 일인데 우선 나로부터 너를 떼어놓는 거야 주체와 객체를 정확히 하는 거야 이미 뒤바뀌어 버렸더라도 다짐한다면 택하는 순간 현재는 없는 거야 단지 그뿐이라고 말하면서 미래가 유일하다고 믿으면서 떨쳐내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없었다고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되뇔 수 있는 거야 그런데 이건 증명은 어렵고 실은 평생토록 내릴 수 없는 그런 선택인데 난 네가 유일성을 증명하기를 바라 우울조차도 네 편이라서
- 서벽
- 2026-08-30
바다는 오후 3시가 되면 문을 닫았다 해가 중천에 떠있는데 산란하는 빛을 거두기라도 하는 건지 닭장 같이 커다란 문을 모래사장에 두었다 보이지 않는 격자무늬가 해수욕장을 가득 메워서 소리쳐도 닿을 수 없을 것 같았어 몸이 구겨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자그만 플랑크톤이 되어서 뛰어들고 싶었다 이미 휩쓸리고 있어서 소금기 어린 바람이 몸을 덮쳤어 그것만으로 충분하면 좋을 텐데 비늘 없는 몸으로 아가미를 갈구했다 볼 안쪽이 끔벅거려서 무언가 터져 나올 것 같았어멀리서 메아리가 들렸어 닿는 게 아니라 끌어당기는 소리로 태초를 향해 인간은 아주 오래전에 나고 자랐던 곳을 잃어버려서 차라리 꼬리뼈가 부러졌으면 했는데 단단한 발가락이 자꾸만 꼼지락거려서 그만 주저앉아버렸어모래사장에서 열쇠를 찾을 수도 없어서 신원을 알 수 없게 입을 다물었어 스며들 것처럼 결국 구겨져버렸어 내가 아니라 바다가접혀서 다가왔어 격자로 조각나서 손을 내밀었더니 그새비늘과 아가미가 자라나 버렸어
- 서벽
- 2026-08-29
옷장이 너무 좁아서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아서 그래서 전부 꺼내버렸어 옷더미 아니 실은 살아 숨 쉬던 것들이 방 한구석에서 날뛰어대서 잠도 없이 밤을 보냈어 천장을 메웠는데 자꾸만 내 발 끝을 잘근거려서 맹수처럼 그래서 나도 같이 웃고 싶었는데더 큰 옷장을 들여야겠지 그런데 이미 커져버린 건 어떻게 해야 하지 진공포장같이 분명 숨을 부풀리고 멈춰있었는데 하나 남은 얼굴로 춤을 췄어 흐릿하게 아주 매가리 없게 또 나만 빼고 슬프진 않았는데 그냥 아쉬웠어 손에 잡히지가 않아서 그래서 울고 싶었어옷장의 경첩을 떼버렸어 이제는 닫을 수가 없어서 구석에서 밀려 나와서 그러니까 쏟아져 내려서 방이 자꾸만 좁아지는 것 같았어 손잡이마저 말썽이 되어버렸는데 아직도 웃고 있었어 그날처럼그런데 오늘 옷걸이에 걸려버렸어 부서진 게 파편이 아니라 덩어리가 되어서 흐느적하게 방이 이사를 가버려서 이젠 허공밖에 없는데 이미 열어버린 게 스스로 사라질 수가 있었던 건지 헌옷수거함도 잃어버렸는데 그냥 갑자기 오늘걸려버렸어 걸치면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그렇게 허무하게
- 서벽
- 202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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