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월장원 심사평
- 작성자 웹관리자
- 작성일 2012-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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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330
[수상작]
심청전
밀빙
뱃전 위로 그림자가 올라왔다.
가녀린 여인의 홑몸
댕기도 저고리도 없이
주름만 입고 온 그녀가
인당수 저 쪽빛 물결에 뛰어들었다.
심청이.
효녀보다는 효부가 어울리는
그녀는 73세.
봉숭아빛 연지곤지 찍었다던 이마엔
어느새 황혼이 피고 진다.
소라 한 자루 캐러 다닌다는 그녀는
반백년 전에 지아비 뺏어간
바다가 무서워
바다에 갔다.
시아버지란 양반이 참 한 치 앞도 못 보는 분이셨제.
제 몸뚱어리 언제고 젊을 줄 알고
참 모질게도 대하셨어
이 년, 제 남편 잡아 먹은 년 하고.
그 소리가 듣기 싫어
독하게 물질을 배웠고
곱던 손에 소라 껍데기 다닥다닥 붙이게 되었다는
그녀가 허, 웃음 지었다.
이젠 그 양반도 다 늙었제.…….
석양을 뒤로 하고
물 흐르듯 휘적휘적 걸어가는 등에
배따라기 한 보따리 따라붙는
그녀는 73세.
저 뱃고동 어디선가
웃음소리 들렸다.
커억컥, 그 가벼운 무게
머리 위로 똘똘 틀어올린
소라의 밑둥 소리 들렸다.
[심사평] 책 속의 고전인 줄로만 알았더니, 일흔셋 심청이가 살아있었구나. 심봉사 시아버지 덕에 물질을 하게 된 해녀 심청이가 숨비소리 같은 늙은 웃음을 짓는구나. '배따라기 한 보따리 따라붙는' 여기 속편(續篇)의 심청전이 싱싱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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