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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집

  • 작성자 이거되나
  • 작성일 2023-11-20
  • 조회수 932

전집에 실릴 작품은

작가의 모든 것의

몇 퍼센트일까.


작가의 신체의

몇 퍼센트를 차지할까.


잘은 모르겠지만

몇 퍼센트 안 되지 않을까. 라고


잉크가 얼마 남지 않은 펜으로

그림을 그리며

작가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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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jodʑosuŋnjʌ窈窕淑女ɡɑ omɛɡudʑi寤寐求之hɑdɯt̚nɑnɯn tɕʌndʑʌnbɑntɕʰɯk̚輾轉反側sʰimjodʑohɑ尋窈窕壑kʰɑɡo kjʌŋɡiɡuɡu經崎嶇丘hɛdooho嗚呼 iɰiho已矣乎ɾɑ한국어 中

  • 이거되나
  • 2024-09-16
罪行

벽돌에 가라앉는다주홍색 벽돌에 가라앉는다벽돌은 무거운 것마땅히 벽에 있어야 하는 것내가 나르기에는 너무도 무거웠던 것그것이 나의 등을 끌고바다 깊은 곳으로 빠져 내려간다드넓은 바닥에 묵직이 내려앉는다

  • 이거되나
  • 2024-09-15
秋冬夕正

〈추석과 설날〉― 손에 자꾸 잉크가 묻는다 붓 자국은 나지 않는다 이제는 나지 않는다― 흑연이 내 손에 은칠을 한다 담뿍 적셔지는 먹의 향기는 없다 이제 없다 ● 향香 연기가 메케하다. 어디에서 우는 소리 곡哭하는 소리가 들릴 듯하다. 그러나 산소는 저 멀리에 있고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증조할머님의 슬피 우시는 소리는 하마 몇 년은 전이다. 그분은 까마득한 옛적부터 할머니셨다. 날세어 도저히 알아볼 수가 없는 한漢나라 글씨들에서 나는 아무런 것도 느낄 수 없었다. 그들이 적힌 낡은 병풍에서는 홀아비 냄새가 난다. ● 추동秋冬 가리지 않고 단석旦夕 가리지 않고 새벽의 향기가 난다. 담뱃내는 세월과 함께 공기와 벽에 꿉꿉이 들러붙어선 떨어지질 아니한다. 나는 사촌 팔촌과 백 년 넘도록 살았다는 큰 나무에 걸린 그네를 탄다. 낡은 것은 버려지고 새 것이 들어왔는데 나는 그것이 못마땅했다. 행인이 드문드문 지나간다. 그중 한 명의 개에게 물려서 한동안 개를 무서워한 적이 있었다. 태양은 조용히 침몰해 간다. 온 세상이 붉게 물든다는 말은 미상불未嘗不 과장 아닌 사실이었다. 눈 아픈 줄도 모르고 노을빛 해의 슬며시 지는 모양을 한동안 보고 있자니, 타오르는 것은 시나브로 꺼져 가고 까만 밤하늘은 동쪽에서부터 와 세상을 서서히 덮어 간다. ● 10시는커녕 8시 정도만 되어도 집집마다의 불은 꺼지고 이부자리가 방에 거실에 늘어선다. 방에 브라운관이 있어서 삼촌 들은 그 흐릿한 화면과 지직거리는 소리에 빠져 있고 나와 같은 이른바 신세대들은 저마다의 휴대폰에 빠져 있다. 그러다가 이제 자자 하는 어른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우리네 시골집의 불도 비로소 꺼진다. 나는 거실 한복판 이부자리에 누워서, 그 귀하다는 별하늘 따위는 생각지도 않고 다만 괘종시계의 똑딱거리는 시계 소리, 귀뚜라미의 귀뚤거리는 실솔성蟋蟀聲에만 귀를 기울인다. 달빛인지 가로등 불빛인지 모를 것이 창을 지나 들어오고 있다. 가족의 자는 모습 너머로 슬쩌기 보이는 시계의 시침은 숫자 10과 11 사이를 가리키고 있다. 달곰한 잠기운도 다감한 푸른 낯빛으로 창을 지나 들어오고 있다. 나는 잠을 청한다. 은은히 풍겨 오는 여전한 담뱃내가 차가우면서도 누긋하다. ●― 키보드 타닥거리는 소리 밖에서 귀뚜라미 우는 소리 어렴풋이 들리나 궤종시계도 새벽 내음도 아들을 슬퍼하시던 분도 없다 이제 없다― 그러나 그 난방 없는 방의 서느렇던 온도도 차가운 소파의 딱딱하던 가죽 촉감도 나무에 걸쳤는 그네의 거칠던 감각도 시원했던 바람도 하늘도 노을도 시계음도 실솔성도 아직 생생하니 지금 내 코에 은은히 풍겨오는 이 내음은 과연 무엇인가

  • 이거되나
  • 202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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