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비평] 2026년 8월 월 장원 선정 / 성현아 문학평론가
- 작성일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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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티너 여러분, 안녕하세요. 멘토 성현아입니다. 잘 지내고 있지요? 어느덧 9월이 되었네요. 시간이 참 빠릅니다. 요즘 일교차가 큰데, 건강 잘 챙기시고요. 잘 쉬고, 잘 먹고, 잘 자야 문학도 더 오래, 더 잘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8월에도 정성 들여 쓴 비평문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네요. 읽는 내내 기쁘고 반가웠지만, 한편으로는 여러분의 건강이 조금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 감상&비평 게시판 월 장원
8월 장원 후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노스텔지아, 「김승옥론: 부끄러움을 마주하다」
-방백, 「지상에서 맞는 환상적인 삶」
-송희찬, 「마음에 묻힌 상문을 사무치며 나아가기」
고민을 굉장히 오래 했습니다. 이 중 방백님의 글을 장원으로 선정했어요. 축하해요.
방백님의 글 「지상에서 맞는 환상적인 삶」은 친구들과 하는 은유게임을 끌어와, 상실과 삶이 반의어인지 유의어인지 묻는 매력적인 질문에서 시작해요.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상실이 삶과 얼마나 밀접한지 깊이 생각해보게 만들었습니다, 중간중간 따옴표가 거꾸로 되어 있는 등의 오류가 조금 있었습니다만, 문장이 대체로 안정적이었어요. 전달하려는 바를 쉬운 단어들로 어렵지 않게 말하는 방식을 통해, 방백님이 자기 의견을 분명하게 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구나 하는 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소설에 드러나는 구체적인 환상의 형상들을 하나하나 짚어주는 성실함도 신뢰가 갔고요. 나아가 그 환상적인 장치들이 상실과 결합하여 잃음보다는 얻음의 방향으로 뻗어간다는 의미화도 적절했어요. 다만 코멘트에서 지적했듯, 상실 이후 얻게 되는 새로움에 주목하다 보면 모든 상실이 도약 가능한 희망적인 사건으로 단순화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의 부재가(상실이나 잃음, 이별이겠죠?) 유령과 같은 형태로 귀환한다면, 그것은 새로 생겨나거나 무언가를 얻게 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잔여하는 무엇의 변형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런 부분을 조금 더 해명해 본다면 글의 결론이 더욱 확장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월 장원 축하해요!
약간의 잔소리를 곁들여보자면, 후보에 오른 세 글 모두에서 ‘이 비평문을 왜 작성하는가’라는 질문이 빠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세 글 모두 대상으로 삼은 작품을 굉장히 정치하게 분석하고, 그 의미를 잘 끌어내고는 있지만, 그것을 통해 어디에 도달하려 하는지는 알기 어려웠어요. 이 글들이 과제라면 이미 쓰는 이유가 주어져 있는 것이겠지만, 그렇지 않잖아요. 자율적으로 쓰인 비평문이라면 한 번쯤 더 질문해보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통해 무엇을 밝히려 하는가, 무엇을 질문하려 하는가, 그리고 그 질문을 통해 어디에 도달하려 하는가 하는 점을요.
희찬님의 글에는 많은 장점이 있었지만, 왜 세 작품을 비교하려 하는가에 대해서는 알기 어려웠어요. 세 작품의 공통점보다, 이 작품들을 함께 읽었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은 무엇인지, 독자가 그 비교를 통해 새롭게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일지까지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또한, 멘토 의견에는 대댓글이 달 수 없어 따로 말씀드리지는 못했지만, 노스텔지아님께서 김승옥 “작가 자체가 여성혐오적 인식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관점”을 설명하려 했다고 적어주셨지요. 그렇다면 김승옥 작가에게 여성혐오적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밝히는 일이 왜 중요한지까지 설명할 필요가 있어요. 단순히 한 작가가 받고 있는 오해를 대신 해명해주는 것이 비평의 목적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를 고민해 본다면, 글이 더욱 확장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굉장히 성실하게 쓴 김승옥론이니까, 조금만 더 문제의식을 선명하게 하는 방향으로 수정하면 완성도 높은 좋은 글이 되리라고 믿어요.
* 이달의 콘텐츠 :
이달에 추천하고 싶은 콘텐츠는 에밀리 정민 윤 작가님의 두 번째 시집 『내가 우리를 짐승이라 말할 때』입니다. 에밀리 정민 윤 작가님은 시 창작과 번역 활동을 활발히 이어오며, 미국과 한국 문단 모두에서 주목받고 있는 시인입니다. 첫 시집 『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에서는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한 전 세계 여성들이 경험한 폭력과 아픔을 깊이 있게 다루셨고, 최근 발간한 시집 『내가 우리를 짐승이라 말할 때』에서는 자신의 시를 직접 번역하며 백인 우월주의와 인간중심주의를 비롯한 다양한 중심성에 저항하는 시적 실천을 보여주셨어요. 이 시집에는 영어 시와 직접 번역하신 한국어 시가 함께 실려 있어서 두 언어를 비교하며 읽는 묘미가 있더라고요. 이 시집에 실린 모든 시편이 다 좋았는데요.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시 <진화론>의 일부를 아래에 옮겨볼게요.
우리 앞에서 충실히 바다 위로 쏟아지는 태양에
어두워진 당신의 등을 보며 나는
‘욕망’은 틀린 단어 같고
‘사랑’은 너무 평범하고 ‘헌신’은 너무 성스럽다고 느낀다.
이 평생을, 당신을 묘사하는 데 쓰겠다.
글자 외에 나는 아는 게 뭐가 있는가. 방대한 역사와
조합에도 불구하고 이 인생에게는 너무 적고 짧은 단어들 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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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건
잘 쉬고, 잘 자고, 잘 먹어야 문학을 오래 할 수 있다는 말이 너무 찔리군요 ㅠㅠ{요즘 과제 마감 때문에 몸을 포기하고 있어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