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2025년 12월 월 장원 선정 / 서윤빈 소설가
- 작성일 2026-01-06
- 좋아요 0
- 댓글수 3
- 조회수 438
안녕하세요, 소설 게시판 글티너 여러분.
서윤빈입니다.
12월은 제 고난과 역경의 달이었습니다. 마감을 처리하고 나니 번아웃과 우울이 와서 한동안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는 상태였고… 그러다 보니까 피드백이 전반적으로 많이 늦어졌습니다. 크리스마스에도 활발하게 작품을 올려주신 것을 봤는데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여러분 글도 좋지만 많이 놀고 많이 쉬세요. 쉬는 것도 중요하다고 요즘 절절하게 느낍니다 저는.
아무튼 잡설은 이만하고, 이번 12월 동안 제가 주목한 작품의 목록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순서는 업로드 순입니다.)
1. 김가연, <나방파리>
2. 아기호랑이, <부서진 노래를 부르던 우리는>
3. 구포대교, <이미지네이션>
4. 노스텔지아, <무명>
5. 송희찬, <한여름을 베어물며>
김가연님의 <나방파리>는 나방파리를 주인공으로 하는 독특한 소설이었습니다. 도입에서 나오는 사람이 주인공일 줄 알았는데 나방파리의 여정을 따라가게 되어 처음에는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다만 이후에는 약간 <벅스라이프>처럼 전개되는 점이나 곤충들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우화처럼 느껴지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아기호랑이님의 <부서진 노래를 부르던 우리는>은 문장이 좋았습니다. 문학의 문장은 단순히 기능적인 역할에 그치지 않고 표면적인 것 이상의 의미를 생성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소설의 문체는 빛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환상이 서사에 매끄럽게 포섭되지 못했다는 점과 이야기의 두 축이 부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점이 단점이었습니다.
구포대교님의 <이미지네이션>은 유쾌한 알레고리 소설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구조적으로 성공적입니다. 동심의 상징인 파워레인저가 후기자본주의의 상징인 괴물과 싸웁니다. 그러나 파워레인저 역시 자본주의의 산물이자 상징이라는 점에서 모순이 내재합니다. 잘 짜인 이야기였습니다만, 문장이 정제되지 않은 날 것에 가깝다는 점이 아쉬움이었습니다.
노스텔지아님의 <무명>은 청년 세대의 절규 같은 글이었습니다. 냉소적이고 피해의식에 찌든 청년의 모습을 잘 그려준 점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여러 주제를 경유하는 소설임에도 주제들이 잘 묶여 있지 않은 점이 약점이었습니다.
송희찬님의 <한여름을 베어물며>는 차분차분하게 전개되는 문장이 매력적인 글이었습니다.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솔직하게 쓰자는 듯한 태도가 인상적이었고, 그래서 이야기를 읽으면서 편안하면서도 울적한 기분에 몸을 맡길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야기성이 약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이번에는 다섯 작품 모두 마지막까지 고민했습니다. 각기 다른 매력으로 빛나는 작품들이어서요.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만, 최종적으로 2025년 12월 월장원으로 <한여름을 베어물며>를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송희찬님 축하드립니다.
<한여름을 베어물며> 는 이름 때문인지 약간 오토픽션 같기도 한 글이었는데요. 실제로 경험한 시간을 써내려간 것처럼 차분하고, 거리가 유지된 채로, 그러면서도 치열하게 이야기를 응시하는 소설이었습니다. 제가 진정성의 큰 지지자는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응원하고 싶어지는 글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 추천 콘텐츠
### 소설 : 사요나라 갱들이여, 다카하시 겐이치로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소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할 나위 없이 매혹적인 소설입니다. 삶과 죽음, 존재의 형태와 이름까지 모든 것이 해체되고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세계. 그 세계 속에서 사랑하고 살아가고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시인이어야 하고 누군가는 갱이 되어야만 합니다. 낭만과 허무가 건물 사이를 흐르는 강처럼 흐릅니다. 붕괴한 세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질서를 잃어버린 세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할까요? 이 소설은 전공투 세대의 삶을 다루고 있지만 그것은 소설에서 전면화되고 있지 않습니다. 이 글은 읽는 사람과 시대에 따라 무한한 맥락을 재생성하는 영원한 메타 텍스트입니다.
### 만화 : 익명의 독서중독자들, 이창현
익명의 알콜중독자들에서 제목을 차용한 이 만화는 진지해 보이는 제목과는 다르게 시쳇말로 병맛 개그 만화입니다. 그러나 만화 속 책에 관한 철학은 허투로 들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책 읽는 법부터 취향을 발견하는 법, 고전을 가지고 농담하는 법까지… 독서 교양인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하고, 이미 많은 책을 읽었다면 공감하며 웃을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댓글3건
익명의 독서중독자들은 2편도 재미있습니다.
2023년도 7월부터 글틴에 소설을 써왔는데요. 이번에 처음으로 소설 월장원을 받게 되었네요. 무엇보다 매우 기쁩니다. ㅎㅎ 자퇴를 했던, 작년 9월부터 위 글을 썼던, 12월까지 제 마음과 생각에선 늘 용호의 모티브가 된 담임 선생님을 주인공처럼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그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랬던 생각의 시절을 담은 글이 소설 첫 월장원으로 받아서, 마음이 복잡하네요.^^: 그래도 기쁩니다. ^^ 항상 멘토링 해주시는 서윤빈 멘토님 감사드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요나라 갱들이여 참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