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 「절망에 대해서」
- 작성일 2011-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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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절망에 대해서」
자동차 헤드라이트는 눈도 없고 귀도 없고
발설의 입도 없고
다만 나는 아직도 어두운 밤 뒷골목에서
뒤에서(혹은 앞에서) 오는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두고 차분히
걷지 못한다.
돌아보면 자동차 헤드라이트는 내 왜소한 그림자를 삽시간에 삼켜버리고
다시 토해내고, 토해낸 그림자는 갑자기 산더미만해지고
헤드라이트와 내 그림자는
골목 저편 끝으로 아주 조그맣게 사라져가는 것을
보면서 나는 게가 된다 담벼락 끝으로 설설 기어오르는
헤드라이트는 다만 번쩍거릴 뿐인데
뻔뻔스레 번쩍거릴 뿐인데
헤드라이트의 절망과
내 몸 속, 그립고 또한 아주 왜소한 나의 절망이
그리고 절망의 절망이
일순의 거대한 시대를 지나
골목 저편으로 어둠을 몰고 사라져가는 것을
나는 다만 한 마리 비겁한 게처럼 설설 기면서
지켜볼 수 있을 뿐이다
나는 아직도 어두운 밤 뒷골목에서
뒤에서(혹은 아무데서) 오는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그대로 두고
안심하지 못한다. 참지 못한다.
◆ 시_ 김정환 - 1954년 서울 마포에서 태어났으며, 1980년 『창작과 비평』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지울 수 없는 노래』『황색 예수전 1, 2, 3』 『해방 서시』 『텅 빈 극장』 『순금의 기억』 등이 있고, 소설로 『세상 속으로』 『그 후』 『사랑의 생애』, 음악 교양서 『클래식은 내 친구』, 문학 창작 방법론 『작가 지망생을 위한 창작 강의 일곱 장』, 역사 교양서 『20세기를 만든 사람들』, 역사서 『상상하는 한국사』 등의 저서를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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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송_ 황규관 - 시인. 시집으로 『철산동 우체국』『물은 제 길을 간다』『패배는 나의 힘』 등이 있음.
◆ 출전_『지울 수 없는 노래』(창작과비평사)
◆ 음악_ 교한
◆ 애니메이션_ 민경
◆ 프로듀서_ 김태형
눈도 귀도 입도 없이 맹목적인 속도로 지나가는 자동차 헤드라이트는 밤 뒷골목을 걷는 사람을 위협하기에 충분하죠. 달리는 헤드라이트에 비친 그림자가 산더미 만해졌다가 작아졌다가 이윽고 사라지는 모습은, 처음엔 두려움에 크게 놀라 심장이 덜컥 떨어질 것 같다가 점점 콩알 만해지는 소시민의 심리 상태를 실감나게 보여줍니다.
70~80년대의 어두운 뒷골목을 지나온 사람이라면 이 그림자의 유희가 그다지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나약한 개인을 덮쳐버릴 것 같은 위협적인 빛만 강렬하게 다가오고 그 빛에 가려진 실체는 보이지 않는 그 육중한 속도의 힘 앞에서 한없이 왜소해지고 소심해지는 자신을 자주 경험했을 테니까요.
문학집배원 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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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건
어둠을 밝히는 해드라이트 빛에 비교해 볼 때 우리는 한 번쯤 경험해본직한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느껴 본적이 있죠.. 이건 좀 다른 소리지만 밤에 검은색 없는 정말 피해야하는 특히, 골목길 같은 곳은 위험합니다. 사람이 보이질 않죠. 이어폰 끼고 다니는 것도 너무 위험해요. 골목길 차 조심 합시다.^^:
보이지 않는 공포에 휩싸여 나약하기 짝이 없는 내 자신이 무너지는 순간이 떠오릅니다....헤드라이트는 그냥 거짓일 뿐인데... 좀 더 대범하지 못하고..
절망이라는 감정을 자동차 헤드라이트와 사람을 통해 드러내 새로우면서도 공감이 되었습니다. 어두운밤 주차되어 있던 자동차에서 갑자기 헤트라이트가 켜지면 지레 겁부터 먹던 제 모습이 떠올라 크게 와닿았습니다. 절망은 희망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시에서 화자가 자동차 헤드라이트에서 절망을 연상한 것을 보아 화자가 살던 당대 시대에는 화자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희망이 없는 절망 속에서 살아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통해 보이지 않는 공포에 두려워 하던 당대 사람들을 표현해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이 시를 통해 항상 먼저 걱정하고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던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고 앞으로 더 자신감 있고 대담하게 살기로 다짐했습니다.
절망을 사람과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이용해 나타낸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누구나 절망을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나는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가다가 갑자기 헤드라이트가 켜지면 깜짝 놀란 적이 많다. '왜 갑자기 헤드라이트를 빛추는거지?!' 라고 짜증난 얼굴로 생각하곤 했댜.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헤드라이트는 무서움을 밝혀주고 더 안전한 귀가 길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빛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도 어둠을 경험하고 있는 친구들이나 이웃에세 골목길의 헤드라이트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타인을 배려하며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