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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옌,「인생은 고달파」중에서

  • 작성일 2013-01-10



 
모옌,인생은 고달파중에서
      
아버지 눈에 눈물이 비쳤다.
우리가 가진 땅이 32푼이니 너한테 16푼을 주마. 가지고 가서 입사해라. 저 파종기는 토지개혁 때 우리집에 승리의 선물로 나누어준 것이니, 같이 지고 가거라. 저 방도 네가 가져라. 가져갈 만한 것은 다 가져가라. 입사하고, 네 어머니하고 합치고 싶으면 합치고, 합치고 싶지 않으면 너 혼자 살아라. 아비는 아무것도 필요없다. 이 소하고 저 외양간만 있으면 된다……
아버지, 왜요, 무엇 때문에 그러세요?” 나는 우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혼자 개인농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아버지가 조용히 말했다. “아무 의미 없다. 그저 조용히 살고 싶어 그런다. 내가 나의 주인이 되고 싶어 그런다. 다른 사람 간섭을 받고 싶지 않아서 그런단 말이다.”
(……)
어쩌면 자네들이 전부 옳고 나만 틀린 건지도 몰라. 하지만 난 맹세했어. 이것이 틀린 것이라도 끝까지 틀리자고.”
얘아버지, 보봉마저 시집가고 나면 내가 인민공사에서 퇴사하여 당신 동무가 되어드릴게요
아냐, 개인농을 하려면 철저히 해야 해, 나 혼자 말이야. 누구도 필요없어. 나는 공산당을 반대하지도 않고 모주석은 더더욱 반대하지 않아. 인민공사도 반대하지 않고, 집단화도 반대하지 않아. 그저 나 혼자 일하는 것을 좋아할 뿐이야. 세상 새와 까마귀 들이 다 까맣다고 해도 어찌 하얀 것이 하나도 없겠어? 내가 바로 그 하얀 새와 까마귀야!”(……)
모든 사람들이 태양을 찬송하는 그 시절에, 한사람이 달과 이렇게 깊은 정을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모주석의 사망 소식을 듣고도 울지 않는 또 한사람은 바로 남검이었다. 서문저택 앞마당을 둘러싸고 모두 비통한 울부짖음을 토해낼 때에도 그는 서쪽 행랑채 문틀에 앉아 청색 숫돌에 녹이 시퍼렇게 슨 낫을 갈고 있었다. ‘슥삭슥삭하는 숫돌 소리가 크게 사람들 귀에 거슬리면서 오싹한 마음조차 들게 했다. 이는 상황과 맞아떨어지지도 않을뿐더러 많은 것을 암시해주고 있었다. 더이상 분노를 참지 못한 금룡이 라디오를 아내인 황호조 품에 넘기고는 온 동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남검에게 달려가 숫돌을 빼앗아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숫돌이 두 동강이 나자 금룡이 꽉 다문 이 사이로 외쳤다.
이러고도 당신이 사람입니까!”
남검이 가늘게 뜬 실눈으로 분노로 몸을 바들바들 떠는 금룡을 훑어보며 낫을 들고 천천히 일어나면서 말했다.
주석님이 돌아가셨어도 난 살아야 하지 않겠어? 저기 저 벼들도 다 베야 하고.”
(……)
 
이봐, 남검, 말을 어찌 그리하나?”
남검의 눈에서 천천히 눈물이 쏟아져 흘렀다. 그가 두 다리를 굽힌 채 땅에 무릎 꿇고 앉아 비통하게 울부짖었다.
이 세상에서 모주석님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네들이 아니라 바로 저예요!”
사람들은 잠시 할말을 잊은 채 멍하니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남검이 손으로 땅바닥을 치며 통곡했다.
모주석님저도 주석님의 백성입니다제가 경작하는 이 땅도 바로 주석님이 주신 것 아닙니까이렇게 혼자서 개인농을 할 수 있게 해주신 것도 모두 주석님께서 제게 주신 권리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작가_ 모옌 - 1955년 중국 산뚱성 까오미현에서 태어나 평생 고향을 무대로 소설을 써 2012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 홍까오량 가족,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 술을 먹는 가족, 풍유비둔,탄샹싱,사십일포,인생은 고달파, 개구리등이 있다.
 
낭독_ 변진완 - 배우. 연극 <블랙박스>, 뮤지컬 <천상시계> 등에 출연.
김형석 - 배우. 연극 <블랙박스>, 뮤지컬 <천상시계> 등에 출연.
빈혜경 - 배우. 연극 <블랙박스>, <큰아들> 등에 출연.
최광덕 - 배우. <만다라의 노래>, <맥베드21> 등에 출연.
 
출전_ 인생은 고달파(창비)
음악_ Digital Juice - BackTraxx
애니메이션_ 송승리
프로듀서_ 김태형

모옌은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자로, 그리고 작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아 우리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중국 작가입니다. 허삼관 매혈기의 위화와 함께 그의 소설 대부분이 우리말로 번역되었습니다. 두 작가는 문화대혁명을 거쳐 개혁개방에 이른 중국 인민들의 수난사를 소설에 핍진하게 담아내고 있는데, 위화가 문화대혁명을 도시에서 겪은 얘기에 능하다면 모옌은 어린 시절 농촌에서 겪은 수난에 정통하지요. 모옌의 대작 인생은 고달파에서 가장 인상 깊은 인물은 집단화된 인민공사에 들지 않고 마지막까지 개인농을 고집하는 남검입니다. 세상이 개벽해가는 와중에도 이 농부는 묵묵히 홀로 자기 밭을 갈다가 그 땅에 묻히는 숭고한 생을 보여줍니다. 그는 오직 자신의 운명에 주인이 되고자 했지요.
 
  
문학집배원 전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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