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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란, 「멀리 떨어진 곳의 이야기」 중에서

  • 작성일 2020-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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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란 │ 「멀리 떨어진 곳의 이야기」를 배달하며


일기식으로 된 소설을 읽으며 이렇게 수제비 반죽 떼어 넣듯 뚜걱뚜걱 던지는 문장이 참 좋구나 좋아, 하고 중얼거립니다. 길면서 길지 않은, 무심한 듯 무심하지 않은, 내용도 연결된 끈 없이, 그러면서도 보이지 않게 어딘가 연결되는.
세상을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이랄까 태도 같은 것도 이제는 썩 부러워집니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 하다가, 생각만이라도 이렇게 해보고 싶다 하다가, 에이 뭐 그냥 이런 소설 읽게 된 걸로 고마워하자 하고 말았네요. 개화역 공중화장실에서 똥 싸는 장면이 곧장 이어지는데 지면이 적어 소개하지 못해 정말 안타깝네요. *


소설가 구효서


작가 : 이주란

출전 : 『한 사람을 위한 마음』, 「멀리 떨어진 곳의 이야기」 이주란, 문학동네. p.86~88.



추천 콘텐츠

김미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중에서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김미월 │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배달하며 그러네요. 지구 멸망 열네 시간 전이네요. 사랑하는 사람과 지구 최후의 날을 맞겠다던 대학 교양수업 작문 과제 때의 소망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네요. 그때 맘에 두었던 사람이 공이었으니까요. 열네 시간 후면 지구가 멸하는데 이 두 사람은 공원벤치에서 황도 원터치 캔 하나로 웃고 있습니다. 지구가 곧 멸망해도 웃을 일은 있다는 거겠지요. 스피노자의 경구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인데 이걸 김미월의 문장으로 다시 읽으면 새롭게 따뜻해집니다. 제목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네요. 설령 그것이 열네 시간 후에 온다 하더라도 아직은. 소설가 구효서 작가 : 김미월 출전 : 『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김미월, 문학동네. p.65~67.

  • 2020-02-27
김선재, 「누가 뭐래도 하마」 중에서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김선재 │ 「누가 뭐래도 하마」를 배달하며 살 찐 주제에 허구한 날 먹을 것만 밝힌다고 유조 씨는 냉장고를 자물쇠로 잠그고 양을 관리하네요. 그러면서 유조 씨는 입만 열면 '그건 개돼지도 안 하는 짓이다.' '사람도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해요. 그러니까 냉장고를 걸어 잠그고 못 먹게 하는 까닭이 뭐라는 거죠? 사람 만들려고 그런다는 거 아닌가요. 사람 만든다면서 사람 취급 안 해도 된다는 건지 뭔지. 사람이라 멋대로 명명하고 호명하는 특권을 차지한 자들에게는 애초부터 사람 따위는 없는 건지도 몰라요. 휴머니즘 또한 언제나 폭력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다고도 할 수 없고요.* 소설가 구효서 작가 : 김선재 출전 : 『누가 뭐래도 하마』, 「누가 뭐래도 하마」 김선재. 민음사. p14~16.

  • 2020-01-23
파트리크 쥐스킨트, 「깊이에의 강요」 중에서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 │ 「깊이에의 강요」를 배달하며… '어느 평론가'의 말을 듣고 이 사달이 난 거에요. 평론가는 그녀에게 말했죠. 당신에게는 아직 깊이가 부족하다고. 여인은 순진하게도 그 말을 곧이듣습니다. 139미터나 되는 방송탑에 올라 떨어지다니. 그녀를 죽인 게 깊이인 셈이죠. 그런데 그럴까 싶어요. 평론가가 깊이라는 말을 무책임하게 썼고 그녀가 깊이라는 말을 무책임하게 받아들였잖아요. 깊이라는 게 무엇이관데 두 사람에게 그 뜻이 완벽하게 공유되었을까요. 두 사람 다 무책임하다고 하는 건 이 때문일 거예요. 진짜 무섭지 않나요. 하나의 단어가 일말의 여지도 없이 두 사람에게 그 뜻이 철저하게 공유되는 거. 그러니까 그녀를 죽인 건 깊이가 아니라, '깊이라는 게 대체 뭐지?' 하고 한 번도 묻지 않았던 그녀의 태도가 아니었을까요.* 소설가 구효서 작가 : 파트리크 쥐스킨트 출전 : 『깊이에의 강요』, 「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트. 김인순 옮김. 열린책들. p.13~16.

  • 2020-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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