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집배원(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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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배달 김연수「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김연수 “어제 원장이 부르더라. 노력해보기는 할 테지만 아무래도 인문계 진학까지는 밀어주기 곤란하다 카더라. 내 동기들은 다 고아원에서 나갔다. 말은 안 해도 나도 그래 나갔으만 하는 눈치더라. 그란데 나는 이래 끝내고 싶지는 않아여. 그래갖꼬 오늘 담임한테 가서 한번만 도와달라 캤다.” “뭐라카더나?” “수산고등학교 가라 카더라. 학비가 공짜인 대신에 군대에서 하사로 오래 근무해야 된다 카데.” “그라만 되겠네.” 태식이가 원재를 골똘하게 쳐다봤다. 그 눈길에 원재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싫다 그랬다. 아직까지 내 꿈은 선원이 되는 게 아이라. 나도 너처럼 대학교 전산학과 가고 싶어여. 다른 형들처럼 감방이나 들락거리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지는 않아여. 그래갖꼬 나는 일단 돈 벌어서 검정고시 치기로 했다. 너하고는 대학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끼라. 아마 내가 먼저 가 있을 끼다. 너 선배가 될 끼다.” 이를 악물면서 태식이는 하모니카를 내밀었다. “이거는 너 가져라.” “이걸 왜 날 주나?” “내가 제일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이다.” “니가 제일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을 왜 나를 주나?” “내가 지금 한 말을 먼 훗날까지 잘 지켜나갈라고 그런다. 내가 우째 될란지 지켜볼 사람은 이 세상 천지에 하나도 없응께 니가 이거 갖꼬 있다가 내가 진짜 어떤 사람이 되는가 잘 지켜보란 말이라. 나중에 대학교 전산학과에서 다시 만나만 나한테 돌려주라. 그때 다시 만나서 오늘 일 얘기하만 얼마나 좋겠나.” 보랏빛 꽃잎 몇 점이 태식이의 짧은 머리칼 위에 내려앉았다. 태식이는 돌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꽃잎들이 흩어졌다. “나가기 전에 내가 너들한테 선물 하나 하고 나갈 끼라. 너도 다시는 체력단련 끝나고 <캔디> 같은 노래 부르지 마라. 애꿎은 사람 눈물 흘리게 하지 말란 말이라. 매 맞는 거 참는 거는 노예들이나 하는 짓이다. 참고 참고 또 참지 말고 니가 원하는 사람이 돼라. 니가 원하는 대로 꼭 과학자 돼라. 나도 내가 원하는 대로 꼭 과학자 될 끼다. 그래갖꼬 담임한테 매 안 맞고도 훌륭한 사람 될 수 있다카는 거를 보여줘야 한다. 담임은 우리 때 얼마나 견딨는가 모르겠지만, 저래 선생질밖에 더 하나? 안 그렇나?” 태식이가 씽긋거리며 말했다. 원재도 마주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둘은 그저 미소만 짓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껄껄거렸다. 둘의 웃음소리에 젖은 보랏빛 등잎이 눈처럼 쏟아져 내렸다.
작성일 2009-04-30 작성자 웹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26상세보기 -
문장배달 팀 버튼,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 팀 버튼 남자는 모래 언덕에서 사랑을 고백했고, 둘은 바닷가에서 결혼했습니다. 카프리 섬에서 보낸 아흐레 동안의 신혼여행. 저녁 식사는 화려한 접시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물고기와 해산물 스튜. 신랑이 수프의 맛을 보는 순간 신부는 마음속으로 소원 하나를 빌었습니다.소원이 이루어져-여자는 아기를 낳았습니다. 그 아기는 사람이었을까요? 글쎄, 아마도…열 개의 손가락과 열 개의 발가락. 먹을 수도 있었고 눈도 정상이었습니다. 듣기도 하고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면 정상일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이 해괴한 탄생, 끔찍함, 어두움은 새로운 고통의 시작과 끝, 그 전부였습니다. 여자는 의사에게 달려갔습니다.“제 아이가 아니에요. 얘에게서는 바다 내음, 해초와 소금 냄새가 나요.” “그래도 당신은 나은 편입니다. 1주일 전, 저는 귀가 셋이고 입은 부리 모양인 소녀를 치료했어요. 댁의 아들은, 절반이 굴일 뿐 제 잘못은 아닙니다.”어떻게 이름 붙여야 할까? 그들은 그를 그냥 샘이라 불렀습니다. 가끔씩, 때로는 ‘조개 같은 녀석’이라고 했지만. 모두들 궁금했지만, 아무도 말할 수 없었습니다. 어린 굴 소년이 언제쯤이면 껍질을 벗게 될지를.그러던 어느 날, 톰슨 집안의 네 쌍둥이가 그를 보고는 ‘대합’이라고 소리치며 멀리 달아나버렸습니다. 봄날 오후 샘은 남서쪽 바닷가 한귀퉁이에서 하염없이 비를 맞으며, 소용돌이치면서 하수구로 흘러 들어가는 빗물을 보고 있었습니다.“그런데 여보.” 그녀가 말했습니다. “우스갯소리가 아니에요. 비릿한 냄새가 나면 우리 아들이 생각이 나요.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말해야겠어요. 우리 잠자리가 이렇게 된 건 저 아이 때문이에요.”진단을 마친 의사가 말했습니다.“확신할 수 없지만, 원인은 치료될 수 있을 겁니다. 굴이 정력을 강화시켜준다는 말이 있죠. 당신의 아들을 잡아먹으면 잠자리에서 더 오랜 시간을 버티게 될 겁니다.”남자는 조용히, 몰래 다가왔습니다. 이마엔 땀방울을 매달고 입술엔 거짓말을 붙이고.“아들아, 행복하니? 깊이 묻고 싶진 않구나. 하늘나라의 꿈을 꾸고 있는지, 죽고 싶은 적이 있었는지?‘샘은 두 번 눈을 깜박거렸지만, 대답은 하지 않았습니다. 아빠는 칼을 만지며 넥타이를 풀었고---. 아들을 들어올리자 샘은 그의 외투에 물방울을 떨구었고, 껍질이 입술에 닿자 샘은 그의 목구멍 깊숙이 미끄러져 들어갔습니다.두 사람은 서둘러 바닷가 모래밭에 아들을 묻고는 -한숨 섞인 기도와 눈물 섞인 울음으로-새벽 3시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굴 소년의 무덤 위에는 회색빛 부목 십자가가 서 있었고 그 밑의 모래에는 예수께서 구원할 것이라는 약속의 말씀이 써 있었습니다.집에 돌아와 침대에 눕자마자 남자는 여자에게 입맞춤하며 말했습니다.“자, 한번 해봅시다.”“이번에는” 여자는 속삭였습니다. “딸을 낳았으면---” 출전: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 새터작가: 팀 버튼영화감독. 1958년 출생했으며,
작성일 2009-08-27 작성자 웹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38상세보기 -
문장배달 로버트 뉴턴 펙,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로버트 뉴턴 펙,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그때 부엌문 앞에 서 있던 엄마가 불렀다. 나는 핑키를 그대로 놔두고 엄마를 향해 언덕배기를 뛰어올랐다. 엄마는 젖은 손을 앞치마에 닦고 있었다. “가서 다람쥐 한 마리만 잡아 오너라.”엄마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나는 집으로 들어가서 난로 위에 걸려 있는 22구경 소총을 꺼내고 총알을 주머니에 넣은 다음 밖으로 나왔다. 보통 때 같으면 아주 좋아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했다.폐광을 지나 산등성이 서쪽 끝으로 가면 호두나무가 많았다. 가을이라서 호두가 먹음직스럽게 열려 있을 터였다. 나는 산등성이 위로 올라가 나무 사이를 살펴보면서 뱃살이 통통하게 오른 회색 다람쥐를 찾았다. 근처의 떡갈나무 높은 곳에 마른 잎과 가지로 지은 둥근 갈색 둥지가 있었다. 그 주위로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지만 나는 군인처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서 기다렸다. 눈동자를 돌려 다른 나무 꼭대기도 살펴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회색 다람쥐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숲 속으로 좀더 들어가 그루터기에 걸터앉았다. 계곡을 내려다보니, 사방에 노란 단풍이 흠뻑 들어 있었다. 누군가가 달걀을 깨뜨려 온통 흩뿌린 것 같았다.바로 그때 다람쥐 소리가 들렸다. 한 놈이 머리 위 나뭇가지에 앉아 기다란 꼬리를 흔들면서 칙칙칙 소리를 내고 있었다. 소금 뿌리는 소리와 비슷했다. 총은 벌써 장전되어 있었다. 나는 총을 들어 앞쪽 가늠쇠를 뒤쪽에 V자 모양으로 새겨진 부분에 갖다 댔다. 가늠쇠가 다람쥐를 정확히 겨누자 방아쇠를 당겼다. 발목에 매여 있는 밧줄을 확 잡아채기라도 한 것처럼, 다람쥐가 가지에서 떨어져 수북이 쌓여 있는 낙엽 위로 나뒹굴었다. 가까이 다가갔을 때도 다람쥐는 여전히 몸을 비비 틀며 경련하고 있었다. 나는 다람쥐 뒷다리를 움켜쥐고 몸체를 흔들어 나무 밑동에 세게 내리쳤다. 그러자 다람쥐는 등뼈가 으스러지면서 죽었다.나는 집으로 돌아가, 부엌문 앞에서 위장을 다치지 않게 하려고 조심하면서 다람쥐 배를 칼로 쨌다. 아직 따뜻한 위장을 꺼내 부엌 싱크대로 가져가 물로 깨끗이 씻었다. 엄마는 깨끗한 하얀색 손수건을 미리 준비해 두고 있었다. 나는 위장을 찢어 잘게 부서진 호두 알맹이들을 손수건 위에 쏟아낸 다음, 잘 마르도록 펼쳐 놓았다. 엄마가 손수건을 난로 위에 있는 따뜻한 오븐에 올려놓았다.초콜릿 케이크는 아직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어딘가에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만약 케이크를 만들지 않았다면 다람쥐를 잡아 오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밖으로 나가 나머지 다람쥐 고기를 조각내서 닭들에게 던져 주었다. 그러자 닭들이 커다란 조각을 둘러싸고 싸움질을 벌였다. 커다란 놈이 조그만 놈을 사정없이 밀어붙였다. 가장 힘이 없는 놈들은 조그만 조각도 먹을 수 없었다. 한참 생각에 잠겨 있는데, 아빠가 등 뒤로 다가왔다. 우리는 커다란 닭이 커다란 고깃점을 먹고, 아주 조그만 놈은 입도 못 대고 구경만 하는 모습을 같이
작성일 2009-07-09 작성자 웹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46상세보기 -
문장배달 윤후명「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윤후명「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다음 과제는 그림 보고 느낌 말하기였다. 의사는 가방 속에서 다른 책자를 꺼내 이쪽저쪽 펼쳐보였다. 그것은 아무런 구체적 형상도 아닌 부정형의 형상으로서, 말하자면 제멋대로 된, 그림 아닌 그림이라고 하는 게 옳을 것이었다. 의사 역시 이건 정답은 없는 거라고 안심을 주기도 했던 것이다. “박쥐……나비……골반……바다 속……사원…….” 나는 그야말로 느낌을 말하려고 애썼다. 정답이 없다고 했어도, 아니 정답이 없다고 했기 때문에, 그것은 더 어려운 문제였다. 정답이 있었다면 모른다고 해도 그만일 텐데 어쨌든 무엇인가 자신의 견해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임을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그런데도 내가 하나하나 말할 때마다 의사는 무엇인가 차트에 꼬박꼬박 적어넣는 것이었다. 의사가 적어넣는 것을 보며 나는 그가 내 존재의 비밀을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으리라는 기분 나쁜 느낌에 사로잡히기까지 했다. 끔찍한 일이었다. 몇 개의 그림을 그리고 생각을 말하고 하는 동안 나는 마치 산 채로 회를 떠 살이 다 발라내지고 앙상한 뼈만 남은 생선 꼴이 되었다는 느낌이었다. 언젠가 거제도에 갔을 때 낚시꾼 사내가 갓 잡은 물고기를 회를 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살은 말끔히 발라내고 머리와 꼬리와 뼈만 남은 것을 사내는 바위 밑 바닷물에 휙 던져버렸다. 거기까지는 나는 그저 그러려니 하고 재미있게 보았었다. 그와 함께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그 뼈만 남은 물고기가 꼬리지느러미만을 부지런히 양옆으로 움직여 저쪽 물 가운데로 도망쳐 가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낚시꾼 사내도 어 저 놈 봐라 하면서, 허허허 어이없는 웃음을 내게로 날렸다. 나는 마지못해 따라 웃기는 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기어코 내가 못 볼 것을 보았구나 하고 낙담하고 있는 모습을 그에게 보이기 싫어서 웃어준 웃음이었다. ● 출전 :『현대문학상 수상작품집 1990~1996』, 현대문학사 2008 ● 작가 - 윤후명 : 1946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1967년 경향신문신춘문예에 시가, 1979년 한국일보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등단. 작품으로「둔황의 사랑」「부활하는 새」「여우 사냥」「약속 없는 세대「삼국유사 읽는 호텔」등이 있으며, 녹원문학상, 소설문학작품상,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이수문학상 등을 수상함. ● 낭독- 이영석: 연극배우.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유령> <달빛 멜로디>, 영화 <라디오스타> <선생 김봉두> <시간> 등에 출연. 뼈만 남은 물고기는 어디로 갔을까요? 혹시 친구들이 알아봐 주었을까요? 친구들은
작성일 2008-04-10 작성자 웹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16상세보기 -
문장배달 심상대「양풍전」
심상대「양풍전」 옛날에 어떤 집에, 옛날에 양풍이 집에, 아버지가 작은집 하나 뒀는데, 이 여자가 하도 지독스러워 가지고- 엄마는 살았어 죽었어?죽었어. 그럼 작은집이 아니네. 계모지. 있을 때 있을 때, 작은집 둔 건 양풍이 엄마 있을 때야. 양풍이 엄마는 내중에 죽었지. 으응.그래 살았는데, 이 여자가 하도 본어머이를 못살게 하고 이래서, 양풍이 어머이가 양풍이를 업고 양녀를 앞세우고 문 앞을 나설 때 산천도 울고 초목도 울었대. 그런데 그 이야기책 어디서 난 건데, 어머니.몰라. 옛날에 느이 외할아버지가 내 어려서 읽으라 해서 읽었어. 설에 어대 놀러다니라 하나. 이런 거나 읽으라 그러지. 그런데 양풍이 어머이가 양녀를 업고 나갈 때 어데로 간다고 핸고 하몬, 옛날에 양풍이 외갓집이 잘살 때 종으로 있던 할아버지 집으로 지망(志望)하고 업고 나가니, 하마 그 종이 죽은 지 수년이 돼서 그 집터 찾아가니 쑥대밭이 됐드래. 으응. (……) 또 종을 쳤다. 이번에는 상당(上堂)에 있는 하인이 나와 어쩐 일로 이런 먼 지경에 와 어린 소녀가 그러나고 하니, 성은 양(梁)가요 이름은 풍(風)이와 녀(女)라고 했다. 엄마 찾아왔다고 하니, 잠깐만 있으라 하더니 안에 들어가 상감 있는 대 가서 십세 어린 동자, 소녀가 엄마 찾아왔다 하니, 데리고 오라 하여 들어가니, 고대광실 높은 의자에 앉아 있던 엄마, 버선발로 뛰어와, 양풍아 젖 먹고 싶어 어찌 살았느냐, 양녀야 손 아파 어찌 살았느냐, 하고, 이곳은 너희가 있을 대 아니라고, 양녀는 손목을, 싸놨던 걸 붙여주고, 너는 옥황상전 선녀 가고, 양풍이는 칼을 줘서 나라에 군사가 되어 좋은 사람 되라 했대. 그럼 양풍이가 받은 건 칼이구만.그래. 칼.그게 다야?거럼 다지.또 없어?머? 우터하라고? 마카 잘 먹고 잘 살았다는대. ● 출전 :『묵호를 아는가』, 문학동네 2001 ● 작가 : 심상대- 1960년 강릉에서 태어나 1990년『세계의 문학』에 소설을 발표하며 등단.‘마르시아스 심’이라는 필명을 한동안 사용하기도 함. 소설『묵호를 아는가』『명옥헌』『사랑과 인생에 관한 여덟 편의 소설』『떨림』『심미주의자』등이 있으며, 제46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함. ● 낭독- 심상대 염혜란: 연극배우. 연극<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차력사와 아코디언> <장군슈퍼> <반성> 등에 출연함. 소설의 어머니는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소설의 젊은 목소리가 계모니 칼이 어쩌느니 저쩌느니 따지는군요. 어머니는 모르는 척 하며 너그럽게 아들을 끌어안습니다. 그런데 이 어머니의 이야기가 소설보다 훨씬 중독성이 높겠군요. 생명력 역시 길 것이고요. 마지막 부분에서
작성일 2008-04-24 작성자 웹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7상세보기 -
문장배달 정이현 - 김애란, 「노찬성과 에반」 중에서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작품 출처 : 김애란 소설집 , 『바깥은 여름』, 79-81쪽, 문학동네, 2017년. 김애란 │ 「노찬성과 에반」을 배달하며… 이 작품을, 고통과 선택 그리고 상실에 대한 소설이라고 읽는 것은 어떨까요. 찬성은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소년입니다. 소년이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 옆 화단에 묶인 늙은 개를 발견했을 때, 저는 외로운 존재 둘이 서로를 알아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개를 에반이라고 부를 때, 이제 소년이 조금 덜 외로워지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에반은 큰 병에 걸립니다. 소년은 에반의 지독한 고통을 없애주려고 합니다. 사랑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개를 안락사 시키기 위해 돈을 모읍니다. 소년의 그 슬픈 목표는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소설이 마지막을 향해 치달아갈수록, 읽는 이는 안절부절 못하게 됩니다. 가장 낮은 곳에, 가장 작고 허약한 존재들이 있습니다. 어두운 고속도로 옆 갓길을 하염없이 걸어가는 소년의 마지막 뒷모습을 오래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소설가 정이현 ⓒ 이상엽 문학집배원 문장배달 정이현 - 정이현 소설가는 1972년 서울 출생으로 성신여대 정외과 졸업, 동대학원 여성학과 수료, 서울예대 문창과를 졸업했다. 단편 「낭만적 사랑과 사회」로 2002년 제1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이후 단편 「타인의 고독」으로 제5회 이효석문학상(2004)을, 단편 「삼풍백화점」으로 제51회 현대문학상(2006)을 수상했다. 작품집으로 『낭만적 사랑과 사회』『타인의 고독』(수상작품집) 『삼풍백화점』(수상작품집) 『달콤한 나의 도시』『오늘의 거짓말』『풍선』『작별』『말하자면 좋은 사람』『상냥한 폭력의 시대』 등이 있다.
작성일 2017-08-04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상세보기 -
문장배달 한창훈, 「밤눈」
「밤눈」 한창훈 그렇게 혼자 삐죽삐죽 들어와 막걸리 한 병 마시고 밍숭밍숭 갑디다. 맨날 그랬지라우. 싱겁디싱겁게 앉아서 기껏 하는 소리가, 두부 볶을 때는 양념을 어떻게 하느냐. 막걸리는 어디에서 떼오느냐, 아이가 몇 학년이냐, 아침에는 몇 시부터 하느냐, 뭐 그런 것이나 묻고는 또 가만히 있다가 담배나 피고, 훔치다 만 행주나 만지작거리고 그랬소. 술도 영 약해. 막걸리 한 병이믄 그냥 삼수갑산이여. 아주 개심심했지라우.정이란 것이 그런 겁디다. 아무리 단속을 해도 모기장에 모기 들어오듯이, 세 벌 네 벌 진흙 처바른 벼락박에 물 새듯이 그렇게 생깁디다. 그래도 그 사람이 그리 좋고 행복했었소. 뭐가 좋았을 게라우? 정력도 션찮고 대범하지도 못한 사람인디. 아마 대충 짐작하시겄지만 내가 웬만한 사내는 눈에 잘 안 차는 체질이요. 사내들 몇 놈이 뎀벼도 겁 하나 안 나요, 그런 나가 그 사람이 그렇게 좋았단 말이요. 뭐였겄소. 내가 뭣 때문에 그 사람한테 홀딱 넘어갔을게라우?바로 말이었소.그 사람이 하던 말이 그렇게나 좋았던 말이요. 밤새 나를 껴안고 조근조근 하던 그 말들. 그 여고생을 못 잊어 낙엽진 질을 몇 날 며칠을 걸었다는 그 말. 내 눈을 들여다보며 눈동자 색깔이 어떻고, 머리카락 만지며 채석강 노을빛이 어땠더라고 속닥이던 말. 술만 취하면 마누라를 패고 기억도 못하는 사내가 있었는디 탁발 온 스님 말이 남편은 전생에 소였고 마누라는 주인이었다, 그때 맞은 매를 되갚으려고 그러니 홍두깨는 버리고 기다란 싸리빗자루를 만들어놓으면 싸릿대 하나씩 한 대로 쳐서 몇 번 만에 업보가 풀릴 것이다, 했다는데 우리는 서로 아끼고 사랑만 하니 전생에서도 애타게 좋아만 하다가 죽었을 것이다, 내 손을 만지며 하던 그런 말이 그렇게 좋았단 말이요.그렇게 재미나고 정답던 말을 인자 누가 또 할란고…… 음악도 많이 들었어라우. 시인들은 왜 시를 쓰나 몰라. 유행가가 있는디…… 뭔 말이 필요 있다요. 무작정 좋은디. 유행가처럼 그냥 좋고, 더욱 좋고 또 좋은디.겨울에, 그 사람 품에서 이야기를 듣다가 탄불 갈러 나오면 이런 눈이 내리고 있었소. 그러면 물 흥건한 정지의 노란 탄불이며 잠시 두고 온 그 사람 품이 왜 그리 따시던지. 멍하니 눈 내리는 것 보다가 후다닥 들어가면 그 사람은 내 손에 묻은 물 한 방울 한 방울 일일이 닦아주고, 혀로 핥아주고, 흐흐, 산다는 것은 겨울에 따뜻한 것입디다.칠 년 만에 그 사람 목소리를 들었어라우. 화장터가 있는 산중턱이랍디다. 눈이 내린다고 합디다. 여기도 하매 그때부터 눈이 왔을 것이요. 한 번만 만납시다, 이 말을 얼마나 하고 싶었었끄라우. 내가 그렇게 하고 싶었응게, 그 사람도 그랬겄지라우. 근디 말 안 했소. 말했지라우? 룰을 지킨다고. 우리는 이미 마무리가 됐응게. 성공했응게. 그러믄 된 거요. 몇 년 만의 전화가 그것이 다였소. 숨소리만 들었당게요. ● 출전: 『나는 여기가 좋다』, 문학동네 
작성일 2009-07-30 작성자 웹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20상세보기 -
문장배달 김애란「나는 편의점에 간다」
「나는 편의점에 간다」 김애란 나는 편의점에 간다. 많게는 하루에 몇번, 적게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나는 편의점에 간다. 그러므로 그사이, 내겐 반드시 무언가 필요해진다. (……) 큐마트에 다니면서 내가 한 가장 큰 착각은 푸른 조끼의 청년과 사적인 말을 하지 않으므로 내 사생활이 전혀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데 있었다. 내가 아는 한 큐마트는 ‘어서 오세요’와 ‘감사합니다’의 세계였다. 그의 관심은 그가 파는 물건에, 나의 관심은 내가 사는 물건에 있어야 마땅했다. 그런데 큐마트를 오래 다니다보니 나는 뜻밖에 의도하지도 원하지도 않은 내 정보들이 매일매일 그가 들고 있는 바코드 검색기에 찍혀나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컨대 그는 나의 식성을 안다. 대여섯 종류의 생수 중 내가 어떤 물을 가장 좋아하는지, 자주 사가는 요구르트가 딸기맛인지 사과맛인지, 흑미밥과 쌀밥 중 무엇을 더 선호하는지 등을 말이다. 원한다면 그는 내 방의 크기도 추측할 수 있다. 쓰레기봉투를 매번 10리터를 사가는 나는 결코 큰 방에 살고 있을 리 없다. 그는 나의 가족관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새벽마다 와서 햇반을 사가는 여자, 필수품을 스스로 사는 어린 여자, 젓가락은 한개만 가져가는 그 여자는 독신이리라. 그는 나의 고향을 안다. 편의점에 겨울옷을 정리한 택배를 부치러 갔을 때, 그는 수수료를 받으며 내 주소를 확인했다. (……) 그는 나의 식생활에서 성생활에 이르기까지 모두 ‘보고’ 있다. 왜냐하면 편의점이란 모든 걸 파는 곳이기 때문이다. 큐마트는 나의 가장 오랜 단골이 된 덕에, 청년은 내게 단 한마디의 사적인 대화를 걸지 않고도, 나에 대해 그 어떤 편의점보다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나도 모르는 나의 습관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 나는 편의점에 간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나는 편의점에 간다. 그사이 그곳에선 어떤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큐마트의 푸른 조끼의 청년이 몇번 바뀌었으나 그곳의 남자들은 항상 푸른 조끼를 입고 있으므로 상관없다. 몇번 더 휴대폰을 충전하러 갔으나, 사장들은 충전기를 없애고, 일회용 배터리를 들여놓았다. 몇번의 폭설이, 장마가, 안개가 있었으나 그것은 원래 그런 것이므로 상관없다. 이따금 ‘말’이 듣고 싶을 때 당신은 수다쟁이 사장이 있는 세븐일레븐으로 가라. 비디오방에서 서로를 안았던 어린 연인을 퇴학시킨 선생은 컵라면을 사 먹고, 아이를 지우게 한 남자는 목이 말라 맥주를 사러 왔고, 아직도 아버지께 꾸중 듣는 백수 청년은 오늘도 담배가 떨어졌을 것이다. 그리하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에 대한 이 기록은 마침내 시시해진다. 
작성일 2007-08-30 작성자 웹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4상세보기 -
문장배달 이신조「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너를 기억하기 위해 필요한 고독」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너를 기억하기 위해 필요한 고독」 이신조 1초의 고독. 고독한 1초. 어둑한 천장의 스크린으로 음악이 흐르고 책장이 펼쳐진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우주로부터의 귀환』을 읽으며, 카디건스의「Sabbath Bloody Sabbath」를 듣는 밤이다. 모래바람 속에 펄럭이는 누더기 깃발 같은 시간.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너를 똑똑히 기억해야 하고 내 영혼을 애타게 돌봐야 한다. 오랫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그 순간에도 지구가 자전하고 있다. 자전의 시간은 하루, 24시간이고, 1,440분이고, 86,400초다. 첨단의 물리학 원리로 만들어진 ‘원자시계’가 정한 ‘세계협정시時’의 표준 ‘1초’란 ‘외부로부터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은 세슘 원자가 9,192,631,770번 진동하는 시간’이다. 절대시간이다. 그런데 이와는 다른 실제 지구의 ‘자전시時’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하루에 700,000분의 1초씩 느려지거나 빨라지거나 하는 오차를 보인다. 그 이유는 험준한 산맥을 넘는 바람 때문이라거나, 대양의 해류변화 때문이라거나, 예측할 수 없는 지각변동 때문이라거나 하는 설이 있을 뿐이다. 과학적인 원자시와 실질적인 자전시가 미세하게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는 지구와 우주의 운행이 언제나 반드시 일정하게 안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이유로 ‘윤초(閏秒, leap second)’가 도입되었다. 1972년 이래, 6개월에서 2년 6개월 사이에 한 번씩, ‘국제지구자전국IERS’에 의해 세계협정시에 윤초인 1초가 더해지거나 빼진다. 하여 그 1초는 내가 알게 된 가장 고독한 1초다. 말없이 먼 곳으로부터 와서 오랫동안 기다리는 59초와 61초. 1초의 고독. 너를 데려가지 못한 나의 어둠은 그 어디쯤에 있을 것이다. 우주의 운행이 언제나 반드시 안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 사랑이 변질된다거나, 사랑은 순간에만 가능하다거나,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짧은 찰나를 위해 우리의 전 생애가, 우리의 전 우주가 사용된다는 사실이다. 1초는 무한하고 고독하다.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진실이고, 진실보다 중요한 것은 진실에 대한 진정이다. 미국의 우주비행사였던 에드워드 깁슨이 말한다. ‘왜인지는 정확히 설명할 수 없지만 우리들의 우주는 어쩔 수 없이 좋은 것입니다. 그저 그런 것으로 우리들의 눈앞에 있을 뿐이죠. 그걸로 된 것 아닐까요.’ ● 출처 :『현대문학』, 2007년 12월호 ● 작가 - 이신조: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8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소설『나의 검정 그물스타킹』『새로운 천사』『가상도시백서』등이 있으며, 문학동네신인작가상 등을 수상함. ● 낭독- 서정연: 연극배우.
작성일 2008-06-19 작성자 웹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12상세보기 -
문장배달 성석제「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성석제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에는 웃음소리를 직접 인용한, 형용한 대목이 적다. 특히 진지하고 정통에 가까운 소설일수록. 그나마 자주 나오는 것은 미소. 미소 짓다, 미소를 흘리다, 미소하다, 소리없이 웃음 짓다, 웃음을 머금다, 빙그레 웃음 짓다 등으로 아까울 것도 없는 웃음소리를 아끼고 있다.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 점잖지 못하다고 여겨서인가. 그래서 감정 표현에는 점잖은 소설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솔직한 만화를 대상으로 웃음소리를 찾아보았다. 웃음소리가 가장 많은 책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1_숨을 모아 한꺼번에 내보내는 소리에 가장 가까운 ㅎ자음에 다섯 모음을 결합한 형태. 빈도수가 가장 높다. 하하, 허허, 헤헤, 호호, 후후, 흐흐, 히히. 2_1의 경우에 ㅅ을 결합, 강조한 것. 핫핫핫, 헛헛헛, 헷헷헷, 호호홋, 후훗, 흣흣, 힛힛힛. 3_1의 경우에 웃음에 충분한 숨을 만들기도 전에 튀어나오는 웃음소리를 형용한 것. 목적이 있는, 억지웃음에도 쓴다. 아하하, 으하하, 와하하, 어허허, 에헤헤, 우후후, 으흐흐, 이히히. 4_파열음 ㅋ, ㅍ을 ㅎ 대용으로 쓰고 있는 경우. 카(크)하하, 크카카, 카카카, 크크크, 파하하, 푸(프)하하, 푸후후. 5_몇몇 작가만이 쓰고 있는 경우. 우후훙, 후아, 헐헐헐, ㅎㅎㅎ, ㅍㅍㅍ. 6_헛웃음, 냉소. 피식, 픽, 푸시시, 피시식. 7_실제로는 들을 수 없으나 문자로는 쓰는 경우. 깔깔깔, 낄낄낄, 끄끄, 깰깰깰, 킬킬 8_위의 경우를 모두 이용하여 만든 간단한 소극(따라 읽는 것이 효과가 큼). 하하……허허……헤헤……후후……흐흐……히히……핫핫핫……헛헛헛……호호홋……후훗……흣흣……힛힛힛……아하하……으하하……와하하……어허허……에헤헤……우후후……으흐흐……이히히……우후훙……헐헐헐……푸하하……푸후후……ㅎㅎㅎ……ㅍㅍㅍ……피식……픽……푸시시……피시식. 9_응용
작성일 2009-03-19 작성자 웹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9상세보기 -
문장배달 파블로 네루다 「추억」
파블로 네루다 「추억」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오마르 비뇰레라는 괴벽스러운 작가를 만난 적이 있다.(…) 비뇰레씨는 아르헨티나의 농경학자였는데, 떨어질 수 없는 친구인 암소를 끌고 다녔다.(…) 그 당시 그는 <암소는 무엇을 생각하는가> <암소와 나> 등등의 괴상한 책을 출판하였다. 국제 펜클럽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첫 대회를 열었을 때, 빅토리아 오캄포를 비롯한 작가들은 비뇰레가 암소를 끌고 나타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그래서 경찰에 경호를 요청, 회의가 열리고 있는 플라자호텔 주변의 거리를 차단하여 이 엉뚱한 사람이 자기 친구를 호화스러운 장소에 끌고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허사였다. 축제가 한창 열이 올라 작가들이 그리스 고전문학의 세계와 그 현대적 의미를 토론하고 있을 때, 이 위대한 비뇰레가 돌연히 암소를 끌고 나타나 그 소가 토론에 참여하고 싶은 듯이 음매 하고 울어젖히자 모든 것이 끝장났다. 그는 암소를 거대한 수하물 마차에 몰래 싣고 도심에 들어옴으로써 경찰의 경계망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또 한번은 비뇰레가 레슬링 선수에게 도전한 적이 있었다. 그는 그 프로선수에게 호언장담을 하고 시합하는 날, 정시에 루나 공원에 소를 몰고 도착했다. 소를 구석에 매어두고 요란스러운 윗도리를 벗고 캘커다 스트랭글러와 대전했다.(…)직업적인 레슬러는 비뇰레에게 느닷없이 덮쳐 순식간에 시합장 바닥에 그를 때려 눕히고 한 발로 문학계의 황소의 목을 찍어 눌렀다. 둘러싼 군중은 시합을 계속하라고 휘파람과 야유를 퍼부어댔다. 그로부터 몇 달 후 비뇰레가 신간서적을 하나 냈다. 제목은 <암소와의 대화>. 나는 그 첫 페이지에 나와 있던 독특한 헌사(獻辭)를 잊을 수가 없다. 기억하는 대로는 ‘이 명상적인 작품을 2월24일 밤 루나 공원에서 내 피를 요구하며 울부짖던 4만 마리의 개새끼들에게 바친다’라는 것이었다. ● 출전 :『현대문학상 수상작품집 1990~1996』, 현대문학사 2008 ● 작가 - 파블로 네루다: Neruda(1904~1973). 칠레의 시인이며 외교관. 철도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10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함. 작품으로『지상의 거처』『모든 이들의 노래』1971년 노벨문학상 받음. ● 낭독- 전국환: 연극배우.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아큐정전> <말광량이 길들이기>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읽기 전, 저는 서울 신림동의 헌책방에서 네루다의 자서전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미완으로 끝난 그 자서전을 덮으면서 저는 이 시인이 제 인생에서 아궁이와 등대 속의 불꽃과 같은 존재가 될 것임을 예감했습니다. 시인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치열하고 낙천적으로 살며 곳곳에 이야기를 만들어 뿌리고 또한 이야기를 건져 올리는 방랑자로서. 그의
작성일 2008-04-17 작성자 웹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3상세보기 -
문장배달 흥부전「놀부 심술보」
흥부전「놀부 심술보」 이 놀부의 심술을 보면 다른 사람은 오장육부지만 놀부는 오장칠부였다. 어찌하여 그러한가 하니 큰 장기 주머니만한 심술보 하나가 곁간 옆에 붙어서 심술보가 한번만 뒤집히면 심사를 피우는데 썩 야단스럽게 피웠다. 술 잘 먹고 욕 잘하고 게으르고 싸움 잘하고 초상난 데 춤추기, 불난 집에 부채질하기, 해산한 집에 개 잡기, 장에 가면 억지 흥정, 우는 아이 똥 먹이기, 무죄한 놈 뺨치기와 빚값에 계집 빼앗기, 늙은 영감 덜미 잡기, 아이 밴 아낙네 배 차기, 우물 밑에 똥 누기, 올벼 논에 물 터놓기, 잦힌 밥에 흙 퍼붓기, 패는 곡식 이삭 빼기, 논두렁에 구멍 뚫기, 애호박에 말뚝 박기, 곱사등이 엎어 놓고 밟아 주기, 똥누는 놈 주저앉히기, 앉은뱅이 턱살 치기, 옹기 장사 작대 치기, 면례하는 데 뼈 감추기, 잠자는 내외에게 소리지르기, 수절 과부 겁탈하기, 통혼에 방해하기, 만경창파에 배 밑 뚫기, 목욕하는 데 흙 뿌리기, 담 붙은 놈 코침 주기, 눈 앓는 놈 고춧가루 넣기, 이 앓는 놈 뺨치기, 어린아이 꼬집기, 다된 흥정 깨놓기, 중놈 보면 대테 메기, 남의 제사에 닭 울리기, 한길에 구멍 파기, 비오는 날 장독 열기라. ● 출전 :『흥부전·심청전』, 하서출판사 2004 ● 낭독- 최석규: 연극배우. 연극 <오월의 신부> <산양섬의 범죄> <착한사람 조양규> 등에 출연. 심술을 부리는 법이 지금과는 차이가 있군요. 지금은 ‘옹기 장사 작대 치기’는 시도해 보려고 해도(어떤 판소리 대본에는 “옹기 짐 받쳐놓으면 가만 가만 가만 가만 가만 가만 가만히 찾아가서 작대기 걷어차기”로 자세히 되어 있습니다만) 옹기를 지게에 얹어 다니고 다니는 장수를 볼 수가 없으니까요. 어찌됐든 심술이 그 시대를 담는 살아 있는 액자 가운데 하나라는 건 알겠습니다. 그것도 아주 흥미로운 것으로.어찌 보면 놀부 심술은 귀여운 데가 있는데 그게 흘러간 것이고 이야기 속에 있어 멀게 느껴져서 그렇까요. 참고 하기 위해 읽던 판소리 대본에서 ‘물통 이고 오는 부인 귀 잡고 입 맞추기’에서는 아련한 향수마저 느꼈습니다. 물론 ‘물통을 이고 오는 부인’까지만. 2008. 3. 27. 문학집배원 성석제
작성일 2008-03-27 작성자 웹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2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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