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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소리] 사랑한다는 말 대신 괜찮다는 말 with 채길우 시인

  • 작성일 2026-05-13
  • 방송일2026-05-13
  • 러닝타임45:39
  • 초대작가채길우 시인
[문장의소리] 사랑한다는 말 대신 괜찮다는 말 with 채길우 시인

844화 지금 만나요

안녕하세요? 소라님들,
문학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입니다.
저는 우다영입니다.

844회 지금 만나요, 오늘은 시집 '아버지를 업고'를 출간하신 채길우 시인과 함께합니다.

* 지금 만나요 : 새 책을 출간한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작가소개]

채길우 시인님께서는 2013년 '실천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시집으로 '매듭법', '측광', 그리고 이번에 출간된 '아버지를 업고'가 있습니다.

[방송내용]

00:00 인트로 / 채길우 시 '독' 중에서
01:04 최근 '아버지'가 되셨어요
03:12 시집 '아버지를 업고', 어떤 작품인가요?
05:10 '평범'에서 시작 '사랑'으로 끝나는 구성
09:18 두 시를 연결한 '보조 바퀴'
12:20 유년을 떠올리게 하는 '자귀나무' 향
20:36 아버지의 발톱, 그리고 내 아이의 발톱
24:43 아버지의 앞니를 깨트렸어요
29:45 아버지와 필체가 닮아있어요
36:45 시 '모래시계' (링거, 연필, 개미, 그리고 아버지)
42:51 시낭독 '파종'
43:30 마무리 & 향후 계획


//주요내용//

[작품 이야기 '시집 소개, 「사랑」, 「평범」]
Q1. 시집 『아버지를 업고』 어떤 시집인지 소개 부탁 드립니다.
· 채길우 시인 : 제목처럼 아버지에 관한 시들을 모은 책입니다. 제가 꽤 오랜 기간 동안 아버지에 대해 글을 써왔거든요. 사실 제 등단작도 아버지에 대한 글이었고요.
살면서 아버지에 대한 생각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가 많이 모였어요. 그러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면서 그 생각들이 더 깊어졌고, 결국 이렇게 한 권의 시집으로 묶어낼 만큼 글이 쌓이게 되었습니다.

Q.2. 시집의 말미를 장식하는 0부는 「사랑」이라는 시입니다. 앞선 시편들을 다 지나온 다음에 이 작품을 만나게 되면서 시집 전체가 다시 한 번 정리되는 느낌이었는데요. 이 작품이 시집 전체의 구조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 채길우 시인 : 0부로 구성된 시집의 맨 앞과 뒤에 각각 「평범」과 「사랑」이라는 제목의 시를 배치했어요. 이 두 단어가 어떻게 보면 저희 아버지를 대변하는 말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의 「사랑」이라는 시는 전반적으로 시집을 닫아주기도 하면서, 동시에 다시 열어주는 역할을 하길 바랐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사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참 궁금해요. 사실 저는 살면서 아버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저 역시도 아버지께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고요. 그래서 가끔 '사랑이 뭘까' 생각해 볼 때가 있어요.

[사랑 그리고 아버지]
Q1. 시인님은 '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채길우 시인 : 제가 대학교 때 생물학과를 나왔거든요. 생물학에서 '사랑'이라고 하면 의미가 되게 명징하잖아요. 생존과 번식을 위해 짝이 모이게 하는 일종의 촉매제 같은 것으로 볼 수 있으니까요.
만약 그렇다고 본다면, 누군가에게 "사랑해"라고 말하는 건 마치 "살려줘"라는 말처럼 들릴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너 없으면 못 살겠다, 죽겠다"라고 하는 것도 살아있음, 즉 살려달라는 호소처럼 느껴지고요.
아버지가 끝내 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으셨다는 건, 그 아픈 투병 기간 동안에도 "살려달라"고 저희에게 기대지 않으려 하셨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당신 스스로가 제일 아프고 간절할 텐데도 자식들에게는 계속 괜찮다고 얘기하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그런 마음들이 이 마지막 시에 담겼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Q2. 이 시를 읽으면서 시인님과 아버지의 '새파란 새싹' 같았던 시간이 궁금해지더라고요. 선명하게 남은 기억이 있으실까요?
· 채길우 시인 : 아버지랑 같이 권투했던 기억이 생각나네요. 맨손 권투죠. 아버지가 손바닥을 펼치시면 제가 거기를 때리는 놀이였는데, 제가 실수로 아버지 앞니를 깨뜨린 적이 있어요.
아버지 치열이 되게 예쁘셨거든요. 엄청 혼날 줄 알았는데, 아버지가 "어, 이빨이 깨졌네?" 하시면서 그냥 씩 웃으시더니 부러진 이빨 조각을 혓바닥에 올려서 톡 보여주셨어요.
사실 살면서 아버지께 혼난 적도, 맞은 적도 없거든요. 그날 아버지가 환하게 웃으실 때, 혓바닥 위에 남아있던 그 하얀 이빨 조각이 마치 작은 햇살처럼 반짝반짝 빛나던 게 아직도 생생해요.


[credit]

ㅇ 연출 | 유계영 시인
ㅇ 진행 | 우다영 소설가
ㅇ 구성작가 | 문은강 소설가
ㅇ 시그널 | 손서정
ㅇ 일러스트 | 김산호
ㅇ 녹음 | 문화기획봄볕
ㅇ 쇼츠 | 아이디어랩(이용호)
ㅇ 디자인 | 메이크센스
ㅇ 기획·총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팀

* 문장의소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팀이 기획하고 작가들이 직접 만드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는 문학광장 유튜브와 누리집, 팟빵을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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