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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소리] 멸망을 향해 달려가는 세계에서

  • 작성일 2026-09-09

[문장의소리] 멸망을 향해 달려가는 세계에서 | 정보라 소설가

기계의 답은 지극히 합리적입니다.


인간이 다른 생명체를 위협한다면, 인간이 사라지면 된다는 것. 

하지만 삶이 언제나 그렇게 간단히 계산될 수 있을까요. 

합리적 판단이 반드시 옳은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최근 신작을 낸 작가를 모셔 책과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코너 ‘최책근’.

 

오늘 이 시간에는 『이름 없는 것들의 밤』을 펴내신 정보라 작가님과 

인간이라는 존재의 이상하고 끈질긴 가능성을 들여다봅니다.



[작가소개]


ㅇ 정보라 소설가 


소설을 쓰고 폴란드 문학과 동유럽 문학 작품 번역을 한다. 2022년 『저주토끼』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선정되었다. 『붉은 칼』 『문이 열렸다』 『죽은 자의 꿈』 등의 장편소설과 『저주토끼』 『아무도 모를 것이다』 『여자들의 왕』 『고통에 관하여』 등의 소설집, 연작소설집 『한밤의 시간표』를 펴냈다.



[방송내용]


00:00 오프닝 | 정보라 「밤이 오면 우리 눈에」 낭독  

00:46 포항에서 온 정보라 소설가  

03:36 멸망해가는 지구를 위한 선택   

07:37 흡혈귀가 인공지능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  

10:09 정말 ‘인간’이 문제일까  

12:58 ‘기계의 합리’를 의심해야 하는 이유  

16:03 인간이란 대체 무엇인가

20:15 최초의 흡혈인, ‘화장실에 미친 여자’  

31:59 자본주의의 폐해  

35:20 분노와 저항, 그리고 사랑의 힘

45:56 마무리



[주요내용]


Q. 신작 『이름 없는 것들의 밤』 소개 부탁 드립니다.


A.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흡혈귀가 인공지능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예요. 인간이 지구의 다른 생명체를 위협하는 존재라고 판단한 기계가 인간을 통제하고 제거하려는 세계에서, 흡혈인과 인조인간처럼 인간의 경계에 걸쳐 있는 존재들이 맞서 싸웁니다.


그 과정에서 ‘인간이 문제라면 인간은 대체 무엇인가’, ‘합리적이라는 판단은 정말 옳은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여성의 몸과 재생산권, 전쟁과 학살, 노동 현장과 자본주의 같은 현실의 문제들도 많이 들어가 있고요. 결국 폭력적인 집단과 비인간적인 체제에 대한 분노와 저항을 SF와 판타지의 방식으로 풀어낸 연작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인간이 문제라는 말, 정말 인간 전체의 문제라고 볼 수 있을까요?


A. 그렇게 뭉뚱그려 말하면 오히려 책임의 소재가 흐려지는 것 같아요.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과 그 결과를 감당하는 사람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거든요. 기후위기만 해도 에너지를 과도하게 쓰고 그걸로 이익을 얻는 사람들과, 실제 재난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은 전혀 다른 곳에 있잖아요. 그래서 ‘인간이 문제다’라기보다 누가 문제를 만들고 누가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작품에 등장하는 폭력과 저항의 장면들은 현실의 사건들과도 많이 연결되어 있나요?


A. 그렇습니다. 팔레스타인이나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학살을 보면서 느낀 무력감도 들어가 있고, 코로나 시기의 대학, 노동 현장에서 직접 보고 겪었던 일들도 작품에 많이 들어가 있어요. 특히 한국옵티컬하이테크 노동자들이 공장 철거를 막기 위해 싸우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본 경험은 굉장히 강하게 남았습니다. 중장비와 자본이라는 거대한 기계에 사람들이 서로를 지키면서 맞서는 장면이 소설 속 저항의 이미지로 이어진 것 같아요.


Q. 작가의 말에 쓴 ‘연약해도 되는 세계, 부드러워도 살아남을 수 있는 세계’는 어떻게 올 수 있을까요?


A. 지금처럼 성장과 효율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는 사고방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 사회는 전쟁과 빈곤을 경제성장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오래 이어져 왔고, 그 방식이 기후위기나 지역 문제에서도 계속 반복되고 있거든요. 이제는 얼마나 빨리 성장할지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우리가 함께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credit]


ㅇ 연출 | 송지현 소설가

ㅇ 진행 | 황인찬 시인

ㅇ 구성작가 | 문은강 소설가

ㅇ 시그널 음악 | 불과사이

ㅇ 녹음 | 문화기획봄볕

ㅇ 영상 | 더브로드 (이용호)

ㅇ 디자인 | 메이크센스

ㅇ 기획·총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팀

※ 10월 콘텐츠는 최동민 구성작가의 개인사정으로 문은강 소설가가 참여해 주셨습니다.


* 문장의소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팀이 기획하고 작가들이 직접 만드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는 문학광장 유튜브와 누리집, 팟빵, 스포티파이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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