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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소리] 문학 외길 작가들의 빨간약 처방소 with 이기호 소설가, 박상수 시인

  • 작성일 2026-06-17

848화 문장의소리 공개방송 - 작가들의 덕통사고 2부

안녕하세요? 소라님들,
문학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입니다.
저는 우다영입니다.

848회 '작가들의 덕통사고 2부는 '문학처방소'로 진행됩니다.
박상수 시인, 이기호 소설가. 두 작가님께서 소라님들의 고민을 들으시고,
지금 이 순간 꼭 필요한 책 한 권을 처방해 드리는 시간이 될 예정입니다.

[작가소개]

- 박상수 시인
2000년 '동서문학'에 시, 2004년 '현대문학'에 평론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시집 '후르츠 캔디 버스', '숙녀의 기분', '오늘 같이 있어', '너를 혼잣말로 두지 않을게', '메신저 백' 등 출간

- 이기호 소설가
1999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김박사는 누구인가?',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오빠 강민호', 장편소설 '차남들의 세계사',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등 출간

[방송내용]

00:00 인트로
00:30 고민 1. "어떻게 하면 통념에도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12:00 고민 2. "소외감을 극복하고 싶어요"
22:31 고민 3. "소설가 지망생 10년째, 자녀를 키우며 장편소설을 쓰고 있어요"
33:23 문학, 모든 걸 걸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도전인가요?
35:17 소라님들께 전하는 따뜻한 위로의 목소리 '낭독'
41:29 공개방송을 마치며

[주요내용]

Q1. 영디 :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것'과 '생각하는 대로 사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는 소라 님께 어떤 처방을 내려 주시겠어요?

A. 박상수 시인 : 이런 분일수록 '동굴 타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자기만의 시간을 충분히, 어둠 속에서 가져야 하는, 자기를 돌봐야 하는 시간이요. 스스로 충전을 충분히 해야 이런 고민 앞에서도 본인을 지켜 나갈 수 있거든요. 그 시간이 어떤 답을 찾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그 시간을 갖는 것 자체로 문제들 앞에서 스스로를 지키면서 거리를 둘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처방 책 : 마크 피셔 『자본주의 리얼리즘』

"왜 우리는 중독 없이 이 시대를 못 살게 됐을까?", "이 세계 바깥으로 나가는 것은 어려운가?", "그럼 당연하게 이 체제를 인정하고 살아야 하나?" 이런 질문들이 담겨 있어요. '유토피아라는 것이 가능할까?'에 대해 치밀하게 고민한 사람의 책이니까, 소라 님께 의외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A. 이기호 소설가 : 이 질문을 듣고 처음 든 생각이 "나도 이랬는데"였어요. '뭔가 이래야지, 조금 더 날카롭고 지적으로 뛰어난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저도 오랫동안 품고 있었거든요. 지나고 보니까 중요한 건 소라 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통념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된 것 같아요.
그 통념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일종의 전형에 대해서도 잘 깨달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다 보니까, 인간의 전형성을 깨닫는 것이 새로운 캐릭터로 나아가는 첫 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처방 책 : 박완서『쥬디 할머니』

얼마 전에 작가들이 박완서 선생님을 기리면서 좋아하는 단편들을 모은 책을 하나 냈어요. 『쥬디 할머니』라는 책인데, 그 안에 나와 있는 단편들을 읽으면 '오, 이건 내 모습 같은데' 싶다가도 어느 순간 서늘해지는 지점들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Q2. 영디 : 조직 내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소라님께 어떤 처방 내려 주시겠어요? 소외와 거리가 먼 인싸 이기호 작가님? (웃음)

A. 이기호 소설가 : 절대 저는 '인싸'가 아니고요, 항상 마음속으로 '나는 아싸구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웃음).
소외감...극복은 여전히 잘 안 되고 있는데, 저는 그걸 숨기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일부러 글에다가 그런 것들을 적나라하게, 숨김없이 쓰려고 노력했거든요. 그러고 나면 조금 거기에서 벗어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습니다.

처방 책 : 심미섭 『사랑 대신 투쟁 대신 복수 대신』

이분이 레즈비언인데 연인과 헤어져서 정말 찌질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 외에 복잡다단한 것들도 너무 솔직하게 쓰셨어요.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모든 것들이 하나의 선으로 관통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이 솔직함과 부끄러움 같은 것들이 비단 심미섭 작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자꾸 생각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서 너무 좋게 읽었어요.

A. 박상수 시인 : 저한테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때 속으로 욕을 많이 했어요 (웃음). 그게 저한테는 일종의 호승심이었어요. '싸워보자'라는. 무조건 그냥 수용하고 다 인정하기보다 "얼마나 대단하길래 그래?" 이런 방식으로 스스로에게 힘을 내게 하는 동기와 순간들이 필요해요.

처방 책 : 송경동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는 「허공 클럽」이라는 시거든요. 높은 데에서 시위를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만 모아서 '고공 클럽'을 한번 만들어보자고 동료들끼리 모였는데, 송경동 시인이 거기서 "나도 포크레인에 올라갔으니까 끼워줘"라고 했더니, "너는 그래봤자 지상에서 한 3미터 정도밖에 안된다"면서 고공 클럽에 해당이 안된다고 하죠. 또 어떤 분이 "나는 다리에 매달려서 떠 있었는데 나 같은 사람은 어떡하냐" 하니까, 너는 고공이 아니고 허공이니까 '허공 클럽'을 따로 만들라고 해요.
자기와 끈끈했던 사람들 사이에 웃음으로, 유머로 어려운 시기를 건너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거든요. 그런 시를 보면서, 정말 마음이 통하는 몇 사람과 주고받을 수 있는 농담 같은 것들이 때로는 너무 무거운 것들을 견디게 해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 시집을 추천드리고 싶었습니다.

Q3. 싱글맘으로 고등학생 자녀를 키우면서 생업을 접고 장편소설을 쓰기 시작한 지 3개월째입니다. 모아놓은 돈이 줄어드는 속도가 무섭고, 이 길이 내 길인지 그냥 집착인 건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다시 직장을 알아봐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입니다. 문학이란 나 하나뿐만 아니라 자식까지 희생할 만한 가치가 있는 도전인가요?

A. 이기호 소설가 : 너무 피곤한 상태에서 산문을 쓴다는 것은 사실 가능치 않은 일이거든요. 우리가 소설을 쓴다는 건 다른 타인이 되어보는 경험이고, 어떤 역할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피곤한 상태에서는 그게 될 수가 없죠. 피곤한 상태면 자꾸 작가 자신의 내면이 나올 수밖에 없어서 다른 타인의 존재로 들어갈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전업으로 하는 게 맞긴 한데, 전업을 할 수가 없으니 그럼 어떻게 해야 되나? 일단 잡니다. 일단 자야 해요. 밤 10시쯤, 자녀가 고등학생이니까 혼자 충분히 있을 수 있잖아요. 그리고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아이가 학교 갈 준비를 할 때쯤 아침밥 차려주면 되니까, 7시까지 세 시간 정도 글을 쓰는 거예요. 눈이 딱 떠지는 그 순간에 글을 쓸 수 있도록 준비는 해놓고 자야 돼요. 그게 거의 유일한 방법인 것 같아요.

처방 책 : 김애란 「그릇장」

주인공은 삽화를 그리는 엄마예요. 미술을 전공했는데 지금은 삽화를 그리고 있죠. 딸은 또 엄마한테 자기 미술학원 보내달라고 하고, 엄마는 미혼모인데 굉장히 갈등하고 속도 상하는 상황 속에서, 주민센터에서 기초 드로잉 교육을 가르치다 거기서 만난 한 여성과 같이 술 한잔 하는 이야기입니다. 사건도 별로 없고, 드라마틱한 플롯으로 연결되지도 않는데, 읽고 나면 마음이 뭉클해지고 먹먹해지는 이야기예요.

A. 박상수 시인 : 저는 마감이 있어야 될 것 같아요. 이 생활을 3개월, 6개월 끊어서 딱 거기까지만 해야지, 이것을 계속 이어가는 방식으로는 스스로에게도 너무 무거워서 안 될 것 같거든요. 마감을 정해놓고, 이후에는 다시 일을 한다는 약속을 스스로 정해두면, 그게 일과 글쓰기를 나눌 수 있는 기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오래 쓰고 싶거든요. 불 태워서 확 쓰고 쓰러지는 것보다 오래 쓰고 싶어서요. 한 번의 경주로 쓰러질 게 아니라, 끝도 없이 달리려고 하면 지치잖아요.

처방 책 : 최지인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이 시집 제목에 '일하고'가 두 번 들어가잖아요. '일하고 일하고, 겨우 사랑하는' 이 시대의 젊은 사람 이야기예요. 불 태워서 너무 자기를 완전히 소진시키지 마시고, 그럼에도 그다음까지 조금 더 생각해서 길게 오래 쓰자는 마음으로 한 번 말씀드려 봅니다.

[credit]

ㅇ 연출 | 유계영 시인
ㅇ 진행 | 우다영 소설가
ㅇ 구성작가 | 문은강 소설가
ㅇ 시그널 | 손서정
ㅇ 일러스트 | 김산호
ㅇ 녹음 | 문화기획봄볕
ㅇ 영상 | 아이디어랩(이용호)
ㅇ 디자인 | 메이크센스
ㅇ 기획·총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팀

* 문장의소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팀이 기획하고 작가들이 직접 만드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는 문학광장 유튜브와 누리집, 팟빵을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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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장지기
  • 2026-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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