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애「인간문제」
- 작성일 2009-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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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문제」 강경애
한참이나 무엇을 생각하고 섰던 옥점이는 신철의 곁으로 다가앉는다.
"선비 곱지?"
어두운데 주먹 내미는 것 같은 돌연한 이 물음에 신철이는 잠깐 주저하다가,
"곱지."
하고 옥점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머리를 푹 숙이더니 다시 번쩍 든다.
"소개해줄까?"
"것도 좋지."
옥점이는 벌떡 일어났다.
"그럼 이제 내 다려올게."
신철이도 여기에는 당황하였다. 그래서 얼핏 그의 잠옷가를 잡아다렸다. 그리고 진중한 위엄을 그에게 보이려고 음성을 둥글게 내었다.
"이거 무슨 철없는…… 소개를 하려면 내일도 있고 모레도 있는데 왜? 하필 이 밤에만 맛인가?"
옥점이는 그의 잠옷가를 잡은 신철의 손을 칵 잡으며 흑흑 느껴운다. 이때껏 참았던 정열이 울음으로 화한 모양이다. 신철이는 무의식간에 옥점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신철이는 물속에 잠겨 흔들리던 달이 휙 지나친다. 그리고 달빛에 새하얗게 보이던 선비가 천천히 보인다. 그는 슬그머니 손을 놓고 조금 물러앉으렸으나 속에서 울컥 내밀치는 어떤 불길은 옥점의 잠옷 한 겹을 격하여 있는 포동포동한 살덩이를 불사르고도 남을 것 같았다. 그는 눈을 꾹 감았다.
"옥점이, 들어가서 자라우."
신철의 음성은 탁 갈리어 잘 나오지 않았다. 옥점이는 좌우로 몸을 흔들며 바싹 다가앉는다. 그의 몸은 불같이 달았다. 신철이는 그만 어쩔 줄을 몰랐다. 그때에 그의 이지가 무참히도 깨어지는 소리가 그의 귓가를 지나치는 듯이 들렸다. 그러나 그는 이 여자의 몸에서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것을 그는 발견하였다.
그때 안방에서 콩콩 하는 기침 소리가 건넌방 문을 동동 울려주었다. 신철이는 벌떡 일어났다.
● 출처 :『인간문제』, 창비 2006
● 작가 : 강경애- 1906년 황해도 송화에서 태어나 신문이나 잡지에 소설, 수필 등을 발표하였음. 수필 『간도를 등지면서』, 소설 『소금』『지하촌』 등이 있으며 1944년에 작고함.
● 낭독 - 김종구 : 배우. 『귀족놀이』『태』『물보라』 등에 출연. ● 음악 - 박성규
정세라 : 배우.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돐날』『달이 물로 걸어오듯』 등에 출연.
이혜원 : 배우. 『스페인 연극』『모래여자』『미친키스』 등에 출연.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이란 제목의 책이 있지요. 사랑은 정말 지독한 혼란이에요. 뒤죽박죽이에요. 이렇게 다들 진지하게 상대방의 마음을 잡으려고 갖은 노력을 다 하는데, 보고 있으려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네요. 그렇다고 너무 웃지 마세요. 당신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혼란스럽다고 신철이처럼 달밤에 마음에도 없는 여자의 허리를 꼭 껴안거나 하면 좀 그렇겠죠? 혹시 그러려고 해서 그런 게 아니라 어쩌다보니까 그렇게 됐다면 또 신철이처럼 벌떡 일어나시길. 둘은 지금 너무 진지한데, 전 자꾸 웃음이 나와요. 사랑에 빠진 사람을 보면 늘 웃음이 나와요. 그러거나 말거나, 다들, 좋기만 하죠?
2009년 1월 29일. 문학집배원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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