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조해진, 「완벽한 생애」 중에서

  • 작성일 2022-11-17




 완벽한 생애 -조해진 집을 보며 그 집에 거주하는 사람을 유추하는 건 은철에게서 배웠다. 여행을 할 때마다 에어비엔비를 통해 타인의 집을 빌려온 은철은 집의 크기와 구조, 가구와 소품의 배치, 그리고 체취와 습관의 흔적으로 거주인을 재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육년 전 시징의 아파트로 큰 배낭을 메고 들어온 날, 그날도 은철은 아파트 내부를 쭉 한번 훑어보더니 시징에 대해 과거 속에서 현재를 사는 사람이라고 진단했다. 몇 년째 착용한 적 없는 옷과 구두들, 손잡이가 떨어진 프라이팬과 전선이 끊어진 어댑터, 과월호 패션 잡지들과 고등학교 시절의 교과서까지, 기징의 아파트에는 당장 내다 버려도 상관없는 것들이 여기저기 널려있긴 했다. 작가 : 조해진 출전 : 『완벽한 생애』 (창비, 2021) 26-27p.



조해진 ┃「완벽한 생애」을 배달하며


소비하고 버린 쓰레기를 통해 그 지역 주민의 실태를 파악하는 쓰레기사회학(garbology)은 부분적으로만 옳다. 쓰고 버린 물건들이 아니라 쓰고도 버리지 못한 물건들이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더 잘 말해준다. 그 물건들이 ‘당장 버려도 상관없는 것들’이라면 더욱. 집은 그 집에 사는 사람을 숨기지 못한다. 집에 있거나 없는 물건들, 그것들이 놓인 자리와 모양, 사용한 흔적에 의해 드러나는 것은 집의 어떠함이 아니라 거기 사는 사람의 어떠함이다. 사람이 집을 떠나 있을 때도 집은 충실한 집사처럼 그 사람을 표현한다. 그것이 자기에게 주어진 과제인 것처럼 그 일을 멈추지 않는다. 나는 어머니 집을 방문할 때마다 죽은 지 3년도 더 지난 어머니의 개 ‘다롱이’의 체취를 맡곤 했다. 집은 사람이 잃어버렸거나 잃어버리기를 원하는 기억까지 가지고 있다. 사람의 내부에 집이 있다. 그 사람을 이루고 있는 것이 그 사람이다.


소설가 이승우


작가 : 조해진

출전 : 『완벽한 생애』(창비, 2021) 26-27p.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세요.
  • 욕설, 비방, 혐오 표현 및 과도한 홍보성 내용은 제한될 수 있습니다.
  • 운영 정책에 위반되는 댓글은 사전 안내 없이 숨김 또는 삭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