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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윤이 소설
격월간 악스트 2025년 7월/8월호(제61호)
소설 또는 그림자 반죽 ― 이연숙『아빠소설』(위즈덤하우스, 2025)
내게 벌어진 일, 내가 겪은 일, 내가 통과한 일…… 어떻게 표현해도 좋다. 그게 무엇이든, 삶에서 직접 경험한 일을 활자로 옮기는 일에는 분명 어떤 의미가 있다. 그 행위를 직접 체험한 이라면 해당 명제 자체를 부정하긴 어려울 테다. 삶의 한 부분을 글로 쓰는 순간, 쓰는 주체에게 벌어지는 ‘현상’은 그토록 선명하다. 하나 이 현상의 정체가 무엇이며 우리...
조예은 소설
격월간 릿터 2025년 6월-7월호(제54호)
당연하다고 믿었던 모든 것 ― 『고독한 용의자』
추리소설을 즐기는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뉘는 것 같다. 범행의 수법과 실현 가능성을 정밀하게 따지는 사람과 그런 건 알 바 아니고 왜 사건이 일어났는지 동기에 연연하는 사람. 순전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물론 그 모두를 종합적으로 즐길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추리소설’ 독자겠지만……. 나의 경우는 명백하게 후자다. 동생과 투니버스에서 주말 밤마다 「소년탐정...
심진경 문학평론
격월간 릿터 2025년 8월-9월호(제55호)
구구(求球)하고 구구(懼救)하고 구구(區區)한 세계 - 『혼모노』
성해나는 소설이라는 무대를 넓게 쓰는 작가다. 이는 성해나 소설이 특정 세대나 지역, 젠더, 계층을 중심으로 씌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혼모노』(창비, 2025)에 실린 작품 속 공간과 인물만 보더라도 그렇다. 입주민만을 위한 갤러리와 미슐랭 레스토랑이 갖춰진 최고급 아파트에서부터 극우 집회가 열리는 광화문 광장, 무당이 신령을 모셔놓는 신당, 치앙마이의...
최다영 문학평론
계간 문학동네 2025년 여름호(제123호)
오렌지 셰이밍 ― 김나현, 「공중정원」 (『현대문학』, 2025년 1월호)
기후 생태 위기의 가속화나 아포칼립스 세계관 속 도피처로서의 주거 형태에 대한 다양한 상상력은 극단적인 계급 격차를 반영하며 꾸준히 재현되어왔다. 그렇다면 상큼하고 달콤한 거대 오렌지들이 곧 추락할 듯 위태롭게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미래는 어떤가? 과거 ‘나’와 동생 ‘수’의 과외 교사였던 ‘로이’는 늘 깨끗한 옷차림에 “민트향이 섞인 독특한 체취”로 ...
최다영 문학평론
계간 문학동네 2025년 여름호(제123호)
유독한 유기농 가족 ― 양수빈, 「숲속에는 축복이」 (『림 : 숲속에는 축복이』, 열림원, 2025)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를 맹신하는 ‘나(예정)’의 부모는 ‘몸 공부’라는 명목하에 병원 진료를 거부하고 오로지 자연 치유에만 의존한다. 그러나 ‘나’가 급성 뇌수막염으로 한쪽 청력을 잃게 된 것을 계기로 안아키 육아는 중단된다. 열다섯 살 여름, 부모가 숲 난임 센터에 입소하면서 ‘나’는 이혼 후 딸 ‘예주’와 단둘이 사는 외삼촌(‘중호’)...
함윤이 소설
격월간 악스트 2025년 1월/2월호(제58호)
침묵하기/눈감기/세계와 만나기 ― 한강『희랍어 시간』
1. 글자들을 연달아 읽는다. 또는 연이어 쓴다. 복수의 단어나 문장 중 하나를 선택하고 연결한다. 이 일을 거듭하다 보면 글자와 마주 접촉하기 어려워지는/괴로워지는 순간이 온다. 여기서 ‘글자’란 문학으로 불리는 텍스트뿐 아니라, SNS 안에서 빠르게 휘발되는/스크롤되는 게시물이나 우연히 들른 장소의 벽에 부착된/전시된 글 역시 포함한다. 쓰고 읽는 것을...
성현아 문학평론
계간 문학동네 2025년 봄호(제122호)
살아 있음으로 앙갚음하는 사람들의 걷기 연합
이 글은 조경란의 단편소설 「검은 개 흰 말」(『2024년 제47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문학사상, 2024), 「그들」(『2024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문학동네, 2024) 및 소설집 『일요일의 철학』(창비, 2013), 『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문학과지성사, 2018), 『가정 사정』(문학동네, 2022), 장편소설 『복어』(문학동네, 2010...
조예은 소설
격월간 릿터 2025년 2월-3월호(제52호)
적의 아이를 키워라 ― 『에너미 마인』
『에너미 마인』과의 만남은 뭐랄까…… 운명적이었다. 때는 전 국민을 잠 못 들게 한 12월 3일로부터 열흘가량이 지난 어느 평일 저녁. 나는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누구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하니 늘 눈이 피로했고, 집중력도 떨어져 독서는커녕 글 한 줄도 쓰지 못했다. 매일매일 현실의 뉴스에 압도되어 실핏줄이 바짝 선 눈으로 휴대폰만 들여다봤더...
최다영 문학평론
계간 문학동네 2025년 봄호(제122호)
하루에 두 번만 살아 있는 개 ― 김채원,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자음과모음』 2024년 겨울호)
자살을 하고 싶어하던 친구 오아름이 버스에 뛰어들어 몸의 절반이 박살난 채 강물에 빠져 죽은 뒤 구아미는 폭삭 늙어버렸다.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을 기르는 구아미는 하루에 두 번씩 화분에 물을 준다. 가짜 오렌지나무와 이제 막 싹이 나기 시작한 진짜 오렌지 씨앗이 함께 심긴 모습은 "마치 시간이 엇박으로 흐른 것만 같"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 가짜 오렌지...
최다영 문학평론
계간 문학동네 2025년 봄호(제122호)
보니 앤 클라이드 119 ver. ― 예소연, 「작은 벌」(『쓺』 2024년 하반기호)
사설 구급 대원 이중일은 자신이 이송하던 환자와 보호자에게 구급차를 강도당한다. 최소한의 의료 장비가 구비된 차가 필요하다던 두 여자는 이중일을 중독시킨 뒤 구급차를 훔친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들의 로드 무비를 되감아보자. 어릴 적 이중일은 학교 앞에서 팔리다가 버려진 메추리들을 파출소에 데려다주며 "작은 사명감을 부여받"는다. 이는 생명의 숭고함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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