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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억 문학평론

월간 현대문학 2025년 5월호(제845호)

시적 현재란 무엇인가 ― 문학적 시간이란 무엇인가 3

시적 현재란 무엇인가 ─ 문학적 시간이란 무엇인가 3 1. 지난 호에 덧붙여 : 완전한 미래에 대한 몽상 바슐라르의 『공간의 시학』 마지막 챕터 ‘원의 현상학’에는 ‘새’에 관한 곱씹어볼만한 진술이 제시된다. 바슐라르는 ‘새는 거의 전적으로 구형이다’라고 말한 미슐레의 문장과 ‘그 둥근 새소리’를 노래한 릴케의 시구를 곱씹어본 뒤 이렇게 말한다. “둥근 ...

박소란 시, 평론

월간 현대시 2025년 5월호 (제425호)

쓸쓸할 것, 끝내 완전할 것

1 시인 허연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시작은 이 문장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숨 막히게 아름다운 세상엔 늘 나만 있어서 이토록 아찔하다.” 시 「안에 있는 자는 이미 밖에 있던 자다」의 마지막 문장이다. 가끔씩 누군가 나 대신 죽지 않을 것이라는 걸. 나 대신 지하도를 건너지도 않고, 대학 병원 복도를 서성이지도 않고, 잡지를 뒤적이지도 않을 것이라는...

박동억 문학평론

월간 현대문학 2025년 3월호(제843호)

시적인 미래에 대하여 ― 문학적 시간이란 무엇인가 2

시적인 미래에 대하여― 문학적 시간이란 무엇인가 2 1) 1. 미래 상실 현대시에는 미래를 그려낼 가능성이 남아있을까. 이것이 송현지 평론가의 <현대문학> 2025년 2월호 격월평을 읽으며 떠올렸던 질문이었고, 이 글의 저자 또한 그러한 물음 속에서 동시대의 시를 살핀 뒤 조심스럽게 해답을 구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송현지는 어떤 찬사나 비판도 유보한 ...

이은란 문학평론

계간 푸른사상 2025년 봄호(제51호)

백색 알레고리의 건축술 ― 『흰』

1. 흰색의 엑스터시  색채의 물질성은 다양한 감각적 요소와 함께 체험된다. 한강의 소설 『흰』(문학동네, 2016)에서 '안개', '진눈깨비', '서리', '눈송이', '눈보라', '만년설'은 물이라는 동일한 기원을 갖지만 각기 다른 감각적 실재로 다가온다. 위태롭게 부서지는 첫서리의 유약함, 육신을 압도하는 눈보라의 적대감, 원경의 만년설이 환기하는 ...

오형엽 문학평론

월간 현대시 2025년 3월호(제423호)

미분적 시선과 시차(視差/時差)적 공백

 안태운은 첫 시집 『감은 눈이 내 얼굴을』(민음사, 2016)에서 시적 주체가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환영적 프레임을 설정하고 대상을 바라보는 다각적 시선을 통해 시간 및 공간의 안팎을 이동하면서 균열과 어긋남과 소멸의 미학을 형상화했다. 그는 두 번째 시집 『산책하는 사람에게』(문학과지성사, 2020)를 통해 전체적인 시적 구도를 환영적 프레임에서 일상적...

함윤이 소설

격월간 악스트 2025년 1월/2월호(제58호)

침묵하기/눈감기/세계와 만나기 ― 한강『희랍어 시간』

1. 글자들을 연달아 읽는다. 또는 연이어 쓴다. 복수의 단어나 문장 중 하나를 선택하고 연결한다. 이 일을 거듭하다 보면 글자와 마주 접촉하기 어려워지는/괴로워지는 순간이 온다. 여기서 ‘글자’란 문학으로 불리는 텍스트뿐 아니라, SNS 안에서 빠르게 휘발되는/스크롤되는 게시물이나 우연히 들른 장소의 벽에 부착된/전시된 글 역시 포함한다. 쓰고 읽는 것을...

성현아 문학평론

계간 창작과비평 2025년 봄호(제207호)

미래를 꿈꾸는 서정시는 현재의 삶을 구할 수 있는가

 기후위기로 인한 지구 멸망의 시나리오는 이제 더는 황당한 괴소문처럼 여겨지지 않는다. 종말은 우리 곁에 바투 다가온 예측 가능한 결말이자 부대끼며 살아가야 할 반려가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 더해 2024년 말 우리는 45년 만에 다시 계엄을 경험하게 되었고 참사를 반복적으로 목격해야만 했다. 현재 우리에게 일상이란 반복되는 보통의 나날이 아니라 필사적으로...

이찬 문학평론

계간 파란 2025년 봄호(제36호)

천의 얼굴로 일렁이는 “정든 유곽”의 빛다발 ― 이성복 『서시』

천의 얼굴로 일렁이는 “정든 유곽”의 빛다발 - 이성복의 「서시」 읽기 1 스물 언저리를 청춘의 열꽃으로 신음했던 사람이라면, 이성복 시집 『남해 금산』이 괴로움과 깨달음이 겹쳐 울리는 “물결무늬 자국”으로 번득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단번에 알아챌 수 있으리라. “오래 고통받는 사람은 알 것이다”(「오래 고통 받는 사람은」, 『남해 금산』)가 ...

황사랑 문학평론

계간 문학과사회 2025년 봄호(제149호)

몫 없는 자들의 광장 : 배수연, 『여름의 힌트와 거위들』(문학과지성사, 2024) /윤은성, 『유리 광장에서』(빠마, 2024)

 미래의 인간에겐 얼마만큼의 공간이 주어질까. 기술의 발전으로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대화하거나 가상현실 속에서 놀라운 일들을 체험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미래는 이제 인간에겐 넓은 공간이 필요치 않는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러나 팬데믹을 거치며 깨달은 것은 인간에겐 자신을 보호해줄 사적 공간 외의 공적 공간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느리게 걸으며 자연의 변화...

최다영 문학평론

포지션 2025년 봄호 (제49호)

기계기담(機械奇談)

1. 머리 셋 달린 여우 기이한 짧은 이야기를 기담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 여러 설화와 전래동화의 모티프를 차용하거나 기이한 요소를 적극 활용하는 정우신의 이번 신작시들은 언뜻 기담집처럼 느껴지기도 한다.1) 제주설화 삼두구미 본풀이의 모티프를 활용한 「삼두구미(三頭九尾)」는 이러한 신작시들의 입구가 되어주는 시처럼 보인다. ‘삼두구미’는 머리 셋에 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