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비평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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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란 문학평론
계간 푸른사상 2025년 봄호(제51호)
백색 알레고리의 건축술 ― 『흰』
1. 흰색의 엑스터시 색채의 물질성은 다양한 감각적 요소와 함께 체험된다. 한강의 소설 『흰』(문학동네, 2016)에서 '안개', '진눈깨비', '서리', '눈송이', '눈보라', '만년설'은 물이라는 동일한 기원을 갖지만 각기 다른 감각적 실재로 다가온다. 위태롭게 부서지는 첫서리의 유약함, 육신을 압도하는 눈보라의 적대감, 원경의 만년설이 환기하는 ...
이명원 문학평론
계간 푸른사상 2025년 봄호(제51호)
어둠과 침묵 속의 이데아 ― 『희랍어 시간』
한강의 소설을 읽을 때 독자들이 취해야 할 태도는 이것이 소설이라는 규범적 양식 아래서 읽혀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마음의 준비다. 유기적인 서사와 플롯과 같은 사건의 인과론적 배치를 완전히 무시하고 전개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강의 작품은 소설어로서는 이례적으로 함축의 밀도가 높다. 자유연상과 직관에 가까운 느낌과 정동이 빈번하게 돌출되는 문장들을 읽어나가...
함윤이 소설
격월간 악스트 2025년 1월/2월호(제58호)
침묵하기/눈감기/세계와 만나기 ― 한강『희랍어 시간』
1. 글자들을 연달아 읽는다. 또는 연이어 쓴다. 복수의 단어나 문장 중 하나를 선택하고 연결한다. 이 일을 거듭하다 보면 글자와 마주 접촉하기 어려워지는/괴로워지는 순간이 온다. 여기서 ‘글자’란 문학으로 불리는 텍스트뿐 아니라, SNS 안에서 빠르게 휘발되는/스크롤되는 게시물이나 우연히 들른 장소의 벽에 부착된/전시된 글 역시 포함한다. 쓰고 읽는 것을...
공현진 소설
격월간 악스트 2025년 1월/2월(제58호)
어떤 인간은 ― 한강, 『소년이 온다』(창비, 2014)
2024년 10월, 많은 이들이 환희와 감격에 차서 한강의 소설을 다시 읽었다. 나 역시 그러했다.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그 어떤 축제보다 우리를 들뜨게 했고, 고양된 기분으로 한국 문학에 대해 이야기하게 했다. 우리를 자랑스럽게 했다. 사람들이 서점으로 몰려가고 소설책이 품절되는 현상이 다른 나라가 아닌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남승원 문학평론
월간 현대시 2025년 1월호(제421호)
고통의 바다 밑에서
한강이 이제껏 발간한 유일한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문학과지성, 2013)를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읽는 내내 왠지 설레이는 마음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날, 누르기 힘들었던 흥분이 계속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의 시집에 대해서라면 이같은 감정과 상반되는 어떤 두려움에 대해 말해야겠습니다. ...
조연정 문학평론
계간 문학과사회 2024년 겨울호(제148호)
여성의 말 — 한강 소설의 몇 장면들
여성의 말 — 한강 소설의 몇 장면들 인간은 언어 없이 생각할 수 있는가. 말을 배우기 이전의 시절은 기억에 남아 있지 않으니 언어 없는 상태로 무엇을 생각하고 느꼈을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아니, 어쩌면 그 시절의 기억이 우리 안에 없는 것은 “몸속에는 말이 없”(『희랍어 시간』, 문학동네, 2011, p. 67)었다는 그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근희 문학평론
계간 현대비평 2024년 봄호(제18호)
고통이 사랑일 수 있을까 ―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중심으로
0. 영상이 아닌 소설이 지닌 서사 윤리가 따로 있을까.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이 시대 소설의 윤리적 고민은 무엇이고, 또 그것은 어떻게 평가될 수 있을까요?”라는 원고 청탁을 받고 덜컥 수락했으나, 글을 써야할 시점에서야 제대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이 주제에 관해 말할 수 있는 게 있는가. 혹은 말할 자격이 있는가. 사회적 참사, 인간이 ...
백선율 문학평론
계간 문학인 2024년 겨울호(제16호)
희미한 저녁의 거주자
2024년 10월 10일 저녁 무렵,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의 이름이 호명된 후 찬탄과 열기와 함께 그의 작품들은 물론 그가 일전에 행했던 인터뷰들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한 인터뷰에서 요즘의 관심사를 묻는 질문에, 한강이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아주 밝은 것. 밝고, 눈부시고, 아무리 더럽히려 해도 더럽혀지지 않는 인간의 어떤 지점, 투명함”이라고 ...
이은란 문학평론
계간 푸른사상 2024년 겨울호(제51호)
백색 알레고리의 건축술 ― 『흰』
1. 흰색의 엑스터시 색채의 물질성은 다양한 감각적 요소와 함께 체험된다. 한강의 소설 『흰』(문학동네, 2016)에서 ‘안개’, ‘진눈깨비’, ‘서리’, ‘눈송이’, ‘눈보라’, ‘만년설’은 물이라는 동일한 기원을 갖지만 각기 다른 감각적 실재로 다가온다. 위태롭게 부서지는 첫서리의 유약함, 육신을 압도하는 눈보라의 적대감, 원경의 만년설이 환기하는 ...
송현지 문학평론
계간 딩아돌하 2024년 겨울호(제73호)
유해한 쓰기
1 지난 10월 10일 들려온 소식에 놀라지 않았던 이는 없었을 것이다. 의아한 일은 아니었지만 놀라운 일은 맞다.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 역시 노벨상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 ‘놀랐다’는 말을 다섯 번 반복하였다고 전해진다. 문학만이 아니라 출판업계 전체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가 일며 독서 행위가 관심을 받는 놀라운 현장에, 지금 우리는 있다.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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