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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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미(美)라는 성지를 찾아가는 순례
소설은 허구의 장르인가 아닌가 김도언 선생님 말씀을 듣고 보니까 아닌 게 아니라 제가 선생님 소설을 쭉 읽어오면서 느낀 것은 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해서 대부분의 소설들은 장르에 대한 형식과 내용적 특질들을 규정해 놓고, 그것에 묶여 다소간 경직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선생님 소설을 읽다 보면 소설이라는 장르적 특성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소설이라는 장르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연결되더군요. 예를 들면 선생님 소설을 보면, 『새의 말을 듣다』에도 그런 내용이 있는데 일상적인 경험들을 그대로 소설 속에 들여놓고 겹쳐 놓는 소설들이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실존하는 시인 이름이라든가, 선생님이 집어든 책 이름이라든가, 작고한 작가 이름이라든가 이런 것이 소설 속으로 많이 들어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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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장호는 맛있다
시인 김안 역시 인스턴트 동인이다. 안을 볼 때마다 한따는 안의 첫인상이 떠오른다. 안은, 중학교 때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노상 교실 맨 앞자리를 지키는 키 작은 아이 같다. 공부도 못하고 놀지도 못하고, 그 존재감은 청소도구함의 부러진 대걸레 자루만 못한, 담임선생이 학기 끝날 때까지 이름도 못 외우는, 가끔 뒷자리 키 큰 아이들에게 돈을 뜯기고 자지를 내보이며 험한 문교부 생활을 연명하는. 시인 김안. 정성들여 포장한 선물을 장호에게 내민다. 장호는 좋아서 입이 찢어지는데 한따는 낯간지럽다. 시인 새끼들은 시집 나오면 여고생들처럼 선물을 주고받누나. 시인 김요일 선배가 왔다. 선물 포장을 만지작거리는 장호를 보고 요일이 인사한다. “장호 오랜만이네. 여기 선물이다.” 선물은 같이 온 시인 정병근 선배이다. 시인 소설가들이 헤헤 웃는다. 아, 축구 시작했다. 축구 국가 대표 평가전이 있는 날이다. 월드컵 최종 예선 1차전 북한을 대비한 상대는 요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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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문학담당기자, 문학담론의 생성과정을 지켜보는 사람
= 김도언 작가(『랑의 사태』출간 이후)를 인터뷰하기로 한 날이었어요. 그날은 비가 많이 왔었지요. 그런데 작가께서 비가 오는 게 너무 좋아서 그랬는지 인터뷰를 앞두고 소주를 많이 드신 거예요. 인터뷰 전 어느 술자리에서 잠시 그 작가를 본 적이 있었고 그날은 두 번째로 본 날이기도 했지요. 그날 작가는 맥주를 마셨고 저는 커피를 마시면서 인터뷰를 했어요. 저는 낯가림이 심한 편이에요. 그래서 취재원이 세거나 강하면 멈칫멈칫 말을 잘 못해요. 기자들은 ‘현장 장악 능력’이라고들 하는데, 저는 그런 게 좀 떨어지기도 하고요. 그날은 취재원이 술 드시고 온 게 차라리 잘 됐다 싶었죠. 술 드시고 와서 그런지 몰라도 저도 편하더라고요. 이상하게도 그날은 말이 술술 편하게 나오는 거예요. 말을 꾸미지 않아도 머릿속에 있던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나온 날이었죠. 생각해 보니 취재원이 술을 드시고 왔기 때문에 그런 대로 잘 됐던 것 같아요. 그걸 기사에도 그대로 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