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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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수필 세 권의 낭만 – 철학, 문학, 그리고 교양
험난하기 짝없는 요즘 출판시장에서 『소피의 세계』는 『철학의 근본문제에 관한 10가지 성찰』(이 책은 이후 『철학의 주요문제에 대한 논쟁』으로 개제(改題)되었다)과 함께 끈덕진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그만큼 일찍부터 은 선생님의 안목이 탁월하셨음을 방증해 주는 것이다. 본래 이들 책이 소개되었던 것은 선생님이 기획하셨던 1학년 대상의 서양 사상사 특강에서였고, 그것은 여름 방학의 수업이었으며, 당연한 말로서 8월 언저리의 여름밤에 『수학의 정석』을 들여다볼 의지 따위는 생길 턱이 없으므로, 나는 이 책 두 권을 정말이지 씹어 삼키듯 독파했다. 이제 와 돌이켜 볼 때, 심야의 열람실에서 철학서를 탐독하고 있었다는 것은 진즉에 졸업하고 넘어왔어야 할 지적 허영에 뒤늦게 빠져서 허우적대었다는 말이나 매한가지다. 그래도 가아더의 소설을 읽는 것은 니체를 이해해 보겠답시고 폼을 재는 것보다는 훨씬 진실한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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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민들레문학특강 참여후기]상처가 상처를 만났을 뿐
그러나 경험 부족, 욕심, 자기 성찰 부족 등 과욕이 나를 빚더미에 무일푼으로 만들었다. 채권자들에게 시달렸고 자신감을 잃게 되어 난 결국 서울역 노숙자 신분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 김ㅇㅇ(수강생의 수필 중에서) 그들은 세 번째 수업부터 글을 써오기 시작했다. 자신들만의 소중한 글들이었다. 과장도 없었고 가식도 없었고 날조나 허위도 없었다. 내가 부끄러웠다. 그동안의 나와 그동안의 내 글들과 시들이 부끄러웠다. 그들이 아니라 내가 정화되기 시작했다. 그들의 글을 같이 읽으면서 흘렸던 내 눈물이 오히려 그들을 당황하게 했다. 하나같이 기구한 삶들이었다. 끊임없이 지기만 하는 사람들. 못나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혹은 너무 선해서 혹은 너무 욕심이 없어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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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경험 부족, 욕심, 자기 성찰 부족 등 과욕이 나를 빚더미에 무일푼으로 만들었다. 채권자들에게 시달렸고 자신감을 잃게 되어 난 결국 서울역 노숙자 신분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 김ㅇㅇ(수강생의 수필 중에서) 그들은 세 번째 수업부터 글을 써오기 시작했다. 자신들만의 소중한 글들이었다. 과장도 없었고 가식도 없었고 날조나 허위도 없었다. 내가 부끄러웠다. 그동안의 나와 그동안의 내 글들과 시들이 부끄러웠다. 그들이 아니라 내가 정화되기 시작했다. 그들의 글을 같이 읽으면서 흘렸던 내 눈물이 오히려 그들을 당황하게 했다. 하나같이 기구한 삶들이었다. 끊임없이 지기만 하는 사람들. 못나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혹은 너무 선해서 혹은 너무 욕심이 없어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