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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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사랑
[단편소설] 사랑 도재경 장항리 유적지 학술 심포지엄을 마친 자리에서 나는 동갑내기 민 교수로부터 내키지 않는 초대를 받았다.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그의 별장에서 이번 심포지엄과는 별개로 비공식 학술모임을 갖자는 것이다. 명목이야 토론자로 참석하지 않은 내 의견을 경청해 보고 싶다는 얘기였지만 보나마나 그의 수집벽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유물이나 고문서 따위를 앞에 놓고 강론이나 듣다가 돌아올 게 뻔했다. 물론 개중에는 지적 욕구를 채워 주거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것들도 분명 있을 테지만 누구보다 민 교수의 기벽을 잘 아는 나로서는 그의 초대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하반기에 예정되어 있는 교수 임용을 앞둔 상황에서 그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에다가 심포지엄에서 좌장을 맡은 학계 선배인 박 교수와 한때 절친했던 이준하도 참석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민 교수는 유약한 체질이긴 했지만 학창 시절부터 집념 어린 구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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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투명한 사랑
투명한 사랑 이수빈 자주 슬프고 가끔 기뻐요 그러면 오래 산다 사는 일에 중독된다 말씀하시는 선생님 청소하느라 바쁘시고 교실이 깨끗해지기 전까진 집에 가지 못하신다고 이런 건 제게 시키셔도 되는데 저도 잘할 수 있는데 잘하지 않아도 된단다 내가 네게 기대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란다 선생님 나무로 된 교탁을 닦으시고 푸른 방울토마토 열매에 물을 주시고 햇빛이 들어왔다가 나가기를 반복한다 아이들처럼 가볍게 그러나 선명하게 선생님 친구들이 너무 똑똑해요 친구들은 화를 내도 울어도 예뻐요 저는 친절해도 웃어도 예쁘지 않고요 모두 예쁜데 나만 캥거루1) 그런 말을 한 시인이 있단다 너는 시인이 될 테니 괜찮다 선생님께 하고 싶었던 말을 하려고 집에 가지 않고 남은 건데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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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해파리와 사랑
해파리와 사랑 장대성 슬플 일인가? 인터넷에 해파리를 검색했을 때 바다에서 헤엄치는 사진보다 냉채가 먼저 나오는 게 이 집 해파리는 분명 먼 바다에서 왔을 거예요 식감이 기가 막혀요 그런 리뷰 한두 개도 아닌데 너는 불쌍하게 여기는 것 같다 해파리가 심장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식탁에 젓가락을 내려 두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더는 이 쫄깃함을 즐기지 못하겠다고 해파리는 뇌도 눈도 입도 없어 생각하지 못하고 말하거나 보지도 못한대 책장에서 오래된 과학 서적을 꺼내 읽으며 너는 신중하다 미간에 주름이 흐른다 이해는 어디서 떠밀려오는 해초일까 그런데 너는 해변까지 밀려온 해파리를 밟고 으아악 소리 지른 적 있잖아? 묻고도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대신 해파리도 사랑을 하나 거기에 적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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