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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집배원

이자켓 시인의 목소리로 듣는 「복어 가요」

복어 가요 이자켓 합정까지 걸을까? 추운데 목도리 빌려줄게 너는? 난 추위 잘 안 타 추워서 머리가 멈췄나 봐 겨울이라 그런가 차디찬 골짜기인 거야 그곳에 도달한 생각들은 모두 얼어붙는 거지 그 골짜기 다 녹여주고 싶다 그럼 범람할 거야 아무 말이나 쏟아져 나올 거야 그건 안 돼 왜? 저거 들려? 뭐? 구세군 종소리 연말이긴 하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뭐 해? 요즘 살쪘나 봐 패딩 탓인가 나 부해 보여? 조금 떨어진 채 빗물 언 거리를 걷고 또 걸었다 한적한 합정에는 이 거리 끝에도 저 거리 끝에도 담배 태울 곳이 없어서 ‘그런지’라는 카페를 지나고 솔방울식당 지나고 푸르게 칠한 건물과 목련이 자라는 주택 지나 어둑한 골목에 들어섰다 불을 붙이고, 신발 뒤축으로 얼어버린 물웅덩이를 부수었다 얼음 조각이 이리저리 튀었다 가로등 불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다 맥없이 나뒹굴었다 종소리가 한 번, 두 번 이편저편 맴돌았다 10번 출구가 보였다 목도리를 돌려받았다 조심히 가 너도······ 넌 뒤돌아보지 않고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매끄럽게 사라졌다 점점 작아지는 뒤통수를 보다 돌아섰다 코트 주머니에는 킹 크룰의 앨범이 들어 있었고 움켜쥔 목도리는 방어 태세의 복어만큼 부풀어 올랐다 - 시집 『거침없이 내성적인』(문학과지성사, 2023)

2025.01.09 김언
안보윤 소설가의 목소리로 듣는 『알마의 숲』

올빼미가 말하길. - 정어리를 먹어. 올빼미가 말했다. - 난 정어리에 대한 글을 쓸 작정이었다. 한 달 내내 정어리만 생각했지. 정어리, 정어리, 정어리, 매일 백 번씩 말했다. 아니, 이백 번은 말했겠군. 정어리통조림이나 정어리를 넣은 샌드위치를 생각하고, 정어리를 가공하는 공장과 정어리를 잡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정어리처럼 생긴 비쩍 마른 남자아이에 대해서도 생각했지. - 정어리를요. - 그래, 정어리다. 오로지 정어리였지. - 그래서 그건 어떤 이야기가 되었나요? 유쾌하고 흥이진진한 이야기? 건조하고 냉정한 이야기? - 못 썼다. - 왜요? - 난 정어리를 본 적이 없거든. 먹어본 적도 없다. 어느 책에선가 읽었던 정어리, 라는 단어에 빠져 있었던 거겠지. 아이들이 한 번도 보지 못한 공주나 왕자에 빠져드는 것처럼, 한 번도 보지 못한 마녀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나는 하필 정어리에 빠졌던 거다. 정어리에 대해 매일 생각했지만 그건 진짜 정어리가 아니었지. 내가 상상해낸, 정어리와는 전혀 다른 무엇이다. 그러니 내가 뭘 쓰더라도 그건 정어리에 대한 글이 아니게 되는 거다. -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요. 알마가 가끔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건 아저씨 때문인가요? - 남 탓을 하다니, 정말이지 촌스럽기 짝이 없군. - 역시 아저씨 때문이었군요. - 됐다. 다시 정어리얘기로 돌아가자. 아니 더럽게 재미없고 지루한 네 얘기로 돌아가지. 너는, 그런 거다. 넌 네가 죽어야 할 만큼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말하지만 정작 네가 경험한 건 아주 짧은 단어 한 개, 순식간에 스쳐지나간 장면 하나에 불과한 거다. 내가 정어리, 라는 단어를 읽고 그것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처럼 너도 어디선가 고통이나 죽음 같은 단어를 보고 거기 동화되기 시작했겠지. 나는 정어리라는 단어밖에 모른다. 정어리에 대한 책을 백 권쯤 쓴다 해도 거기 진짜 정어리는 없지. 너도 마찬가지다. 넌 아직 삶도 죽음도 논할 자격이 없지. 어떤 것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했으니까. 정어리를 제대로 먹어보지 못한 내가 정어리가 비리다거나 기름지다거나 담백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너도 네 삶에 대해 한마디도 할 수 없을 거다. 넌 유 서를 쓰지 않은 이유가 네 엄마가 이유를 알지 못해 고통스럽길 바라서였다고 했지? 그건 거짓말이다. 너는 한 줄도 쓸 수 없었을 거다. 네가 왜 죽으려고 하는지, 뭐가 널 그리 힘들에 만드는지 너도 몰랐을 테니까. 그냥 죽어버릴까, 하고 쉽게 결심한 거지. 어린애답게 말이다. - 아저씨도 내가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거예요? - 너는 그냥, 서툰 거겠지. 어린애들의 특권이다. 멍청하고 성급한 건. 어린애니까 가끔은 그런 식의 엉뚱하고 어리석은 결론을 내기도 하는 거다. 괜찮겠지, 그 정도는. 난 어설프고 서툰 것들이 싫지 않다. 그런 건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채워지거든. - 숲에 떨어지는 동물들처럼요? - 그래, 멍청한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처럼. - 난 멍청하지 않아요.

2024.12.27 천운영
마윤지 시인의 목소리로 듣는 「동지」

동지(冬至) 마윤지 12월에는 흐린 날이 하루도 없으면 좋겠다 그런 약속이 있으면 좋겠다 놀이터엔 애들도 많고 개들도 많으면 좋겠다 살도 안 찌고 잠도 일찍 들면 좋겠다 조금 헷갈려도 책은 읽고 싶으면 좋겠다 어디든 갈 수 있는 차표를 잔뜩 사고 안 아프면 좋겠다 30만 년 전부터 내린 눈이 쌓이고 눈의 타임캡슐 매일의 타임캡슐 다 흘러가고 그게 우리인가 보다 짐작하는 날들이 슬프지 않으면 좋겠다 묻어 놓는 건 숨기는 게 아니라 늘 볼 수 있도록 하는 거지 그 무엇보다 많이 만져 보는 거지 나중엔 번쩍 번개가 되는 거지 오렌지색 같은 하늘이 된다 맛도 향기도 손가락이 열 개인 털장갑 이를테면 깍지 햇빛의 다른 말이다 - 시집 『개구리극장』(민음사, 2024)

2024.12.12 김언
조예은 소설가의 목소리로 듣는 『스노볼 드라이브』

그 순간을 꽤 선명히 기억한다. 백영중학교 건물은 언덕 꼭대기에 위치해 있었고, 덕분에 학교 전경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였다. 운동장에는 세로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야구부 아이들이 기합을 외치며 트랙을 돌고 있었고, 담장 근처 등나무 그늘에는 늦은 시간까지 동아리 활동을 하는 방송부 아이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는 중이었다. 야구부 애들이 나아갈 때마다 그림자가 점점 길어졌다. 그 그림 같은 배경 안으로 달음박질하려던 순간이었다. 내 하늘색 컨버스화 끈이 풀려 있었다. 나는 허리를 숙여 이제는 회색에 가까워진 흰 끈을 단단히 동여맸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왜 이렇게 눈이 시린 걸까. 양손으로 두 눈을 비벼 보있다. 눈은 여전히 시렸고, 눈앞에는 믿기 힘든 낯선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푸르른 기운이 무성한 6월의 학교에 내리는 함박는. 그것은 그 해의 녹지 않는 첫눈이었다. 때아닌 함박눈에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운동장으로 뛰어 내려갔다. 눈송이를 손으로 받고, 고개를 쳐든 채 방방 뛰며 팔을 휘저었다. 건물 안의 아이들은 창가에 다닥다닥 붙어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 진풍경은 화면에 고스란히 담겼다. 나는 현관에 서서 팔을 뻗어 떨어지는 눈 한송이를 받았다. 내 새끼손톱보다도 작은 그 결정체는 꼭 모형처럼 딱딱했으며, 차갑지 않았다. 차갑지 않은 눈이라니. 이게 정말 눈이 맞을까? 눈송이는 높은 기온과, 내 체온에도 녹지 않았다. 6월 충순, 초여름이었고, 등교 직전 뉴스에서 본 기온은 27도를 웃돌았다. 결정체의 모양이 일반적인 눈송이와는 달리 불규칙적이었다. 그리고 훨씬 밝게 반짝였다. 꼭 진짜 눈을 흉내 내어 만든 모형처럼. 그런데 곧 눈송이를 받치고 있던 손바닥 주위로 불그스름한 반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한발 늦게 가려움이 밀려들었다. “아, 따가워.” 소리가 나는 곳을 좇았다. 운동장과 이어지는 계단에 앉아 있던 두어 명이 건물 처마 밑으로 뛰어 들어오면서 머리와 체육복에 묻은 눈들을 털어 낶다. 그들의 몸에서 떨어지는 눈은 눈이라기보다는 조금 입자가 큰 모래알 같아 보였다. 잔 우박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박처럼 차갑지도 부서지지도 않았다. 그것들은 녹지 않고 그대로 바닥에 쌓였다. 맨 처음 따갑다고 외쳤던 단발머리가 둥얼거렸다. “왜 이렇게 따갑지? 이거 뭐야? 나 새우 먹어서 알레르기 반응 올 때 꼭 이러는데.” “내 손도 그래. 이 두드러기들 뭐야? 징그러워.” 소매 밖으로 드러난 손목과 손등이 온통 붉었다. 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하늘 곳곳을 수 놓은 하얀 점들이 보였다. 눈송이들은 조명을 받은 보석처럼 반짝이며 떨어졌다. 그 비현실적인 풍경에 정신 팔려 잇던 나를 깨운 건 운동장 한복판에서 울려 퍼지는 비명 소리였다. 제일 먼저 뛰쳐나왔던 1학년 아이 한 명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운동장 바닥을 구르고 잇었다. 황토색으로 물든 하복 교

2024.11.28 천운영
허꽃분홍 배우의 목소리로 듣는 최지은 시인의 「가정」

가정 최지은 우리는 말이 없다 낳은 사람은 그럴 수 있지 낳은 사람을 낳은 사람도 그럴 수 있지 우리는 동생을 나눠 가진 사이니까 그럴 수 있지 저녁상 앞에서 생각한다 죽은 이를 나누어 가진 사람들이 모두 모이면 한 사람이 완성된다 싹이 오른 감자였다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없는 푸른 감자 엄마는 그것으로 된장을 끓이고 우리는 빗소리를 씹으며 감자를 삼키고 이 비는 계절을 쉽게 끝내려 한다 커튼처럼 출렁이는 바닥 주인을 모르는 손톱을 주웠다 나는 몰래 그것을 서랍 안에 넣는다 서랍장 뒤로 넘어가버린 것들을 생각하면서 서랍을 열면 사진 속의 동생이 웃고 있다 손을 들어 이마를 가리고 있다 환한 햇살이 완성되고 있었다 우리는 각자의 방으로 흩어진다 우리가 눈 감으면 우리를 보러 오는 한 사람이 있었다 우리는 거기 있었다 - 시집 『봄밤이 끝나가요, 때마침 시는 너무 짧고요』(창비, 2021)

2024.11.14 김언
윤이안 소설가의 목소리로 듣는 『온난한 날들』

정오가 되자 태양이 머리 꼭대기 위에 떠올랐다. 슬슬 직장인들이 몰려와 테이크아웃을 해 갈 시간대인데 손님은 하나도 없었다. 당연했다. 이런 땡볕에 에어컨도 안 트는 카페에 올 손님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 틈을 타 나는 유리와 함께 카페 테이블에 얼굴을 대고 늘어져 있었다. 평택호 바로 앞 관광단지라는 특성 때문에 원래가 직장인보다는 뜨내기손님이 더 많은 가게였다. 단골도 별로 없다. 주변에 같이 장사하는 가게 사장님들 외에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라 버스나 지하철을 탈 필요가 없다는 게 유일한 장점이었다.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테이블에 반대쪽 볼을 갖다 댔다. 테이블에서 올라오는 찬기로 얼굴이 조금은 시워해져서 이러고 있으면 그나마 살 것 같았다. 점장님은 이러고 누워 있는 우리를 보고 나무늘보가 따로 없다고 잔소리를 하시지만. 볼을 바꿔 대려고 고개를 다시 들었을 때, 앉아 있는 테이블에서 제일 가까이에 있던 스킨답서스 화분에서 불길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듣는 순간 테이블에 엎어져 있던 몸을 벌떡 일으킬 정도로 놀랐다. “부점장님, 왜 그러세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 정도로 놀란 것도 오랜만이었다. 소리가 들린 것 자체가 오랜만이긴 했다. 지난달 초에 한 번 듣고 이번 달에 처음 듣는 거니까 얼추 두 달 만인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면 유리가 불안해할까 봐 다시 테이블에 볼을 갖다 대고 누웠다. 누운 채로 점장님이 있는 포스기 쪽을 향해 물었다. “점장님, 저희 화분 몇 개만 더 뺄 수 없을까요?” 카페 내부에는 보이는 자리마다 화분이 깔려 있다. 어스프레소는 대대적으로 친환경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펼치곤 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커피 브랜드로도 유명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플라스틱 제로가 아니라, 여기 평택 에코시티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신소재 플라스틱만 사용한다는 뜻이지만 신소재 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과 달리 금방 썩는다는 특징이 있으니 크게 다른 말은 아니다. 평택이 신소재 플라스틱 시번 사용 도시, 에코시티로 지정된 지 이제 10년째였다. 평택 구도심 아래쪽, 평택호 인근 지역이 에코시티로 지정된 이후 시티 내에서는 사용하는 플라스틱 양에 제한이 없어졌다. 신소재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만큼 탄소 배출도 타 지역보다 20퍼센트까지 더 가능하다. 그 영향인지는 몰라도, 최근 들어 공장이나 기업의 본사가 에코시티로 이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어스프레소의 본사만 해도 에코시티 내에 있었다. 그러니까 가게 내부에 가득한 화분은 어스프레소의 친환경 브랜드 마케팅의 일환이었다. 어스프레소 사장님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그게 내 업무 환경을 저하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었다. 점장님에게 매일 우리 화초 좀 몇 개만 빼자고 말해도 내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점장님이 말했다. “명색이 에코시티인데, 초록이 좀 많아야 보기도 좋지 않니?” 초록, 저도 참 좋아하는

2024.10.24 천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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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내일

내일내일에 스며들어 있는 환상의 이름은나만 모르는 희망이라고 하는 그것이다내일 따위 오지 않으면 모두와의 차이도 이 이상 벌어지지 않을텐데그렇지만 어제도 그저께도 변하려 해봤지만오늘도 난 변하지 못한 채 오늘이 끝나간다내일이 희망이라는 것을 재고하고그러니까 오늘은 오늘을 빨리 떨쳐버리려고 애쓴다하지만 오늘을 떨치지 못하고 내일 태양이 기어나온다내일은 좀 더 내 자신이 치욕에 가까워지는 것일까정신을 안정시키는 어느 녀석의 마술은괴로움뿐만이 아니라 즐거움도 지워버리고우울을 억제해주는 그 아이의 저주는 절망뿐만 아니라 희망도 없애버린다그러다나의 불완전함을 탓한 사람의 마술 속에서깊은 잠에 빠진다내일이 희망이라는 것을 또 다시 재고하고그러니까 오늘은 오늘을 더 빨리 떨쳐버리려고 애쓴다하지만 어느 순간 오늘 태양도 도망가버린다내일을 희망하니까 오늘이 변하지 않는거 아닐까그렇게 내일이 오늘이 되고 오늘의 내일은 또다시 오늘이 되고 또다시 내일이라는 같잖은 희망에 빠진다

2025.02.18 수정
삶_삶

떠올린다난잡스런 그곳 어딘가멈춰버린 누군가를가지런한 그곳 어딘가발악하는 누군가를그곳과 그곳 사이발 붙일 그 어딘가 있을지그런 것들을난잡스런 봄의 시작 사이가지런한 밤의 가운데서

2025.02.18 세은
이모네

밤을 씹는 토끼를 키우는 이모네의 셔터는 내려가 있다토끼는 가계 선반 위에서 밤을 갉아 먹고 있고이모는 셔터 사이에서 짐을 쌌다내일 준비물은 리코더동생이 셔터 사이로 이모에게 주문한다이모는 문을 열지 않고 닫았다다른 가계 이모가 리코더를 가지고 왔다이모는 토끼를 밖 선반에 올리고토끼는 밖에서 똥을 쌌다똥을 굴리는 토끼다른 가계 리코더에서잔디꽃이 밀려 나왔다동생은 손에서 잔디꽃 향기가 나고리코더 소리는 똥 소리가 나고똥 사이에는 이모네 문이 있고리코더를 불려면 침을 뱉어야 한다침을 고여야 한다똥 닦고 손을 닦지 않는 토끼이모의 교육은 침을 아무 데나 뱉지 않기셔터 속에서 우리를 우리로 만들기단골 확보나와 동생은 우리로이모네의 토끼와 우리로리코더로 묶여 같은 침을 삼켰다고인 침을 닦았다똥을 굴리고 다니는 토끼는잔디꽃을 누르고이모의 손도밤사이에 똥이 되는 침이었다토끼는 밤을 좋아하고 밤은 이모를 좋아하고이모 속 잔디꽃은 토끼가 좋아한다리코더를 나누어 마시면서같은 밤을 누르고토끼의 등을 쓰다듬으며우리는 날 갉아 먹었다단골 속에서우리 속에서똥 싸고 닦은 손으로리코더를 타고우리는 우리를 분리해서이모네 문구점을 나왔다이모는 짐을 쌌고토끼는 똥을 싸서잔디꽃을 갉았다밤은 토끼가 긁어 먹고셔터는 열리지 않았다

2025.02.18 송희찬
시간이 병

똑딱똑딱 하염없이 들리는시간의 웃음소리에나는 괴로워 이불 속에 숨는다허겁지겁 도피한 이불 속에서도똑딱거리는 시계의 초침이, 분침이침대의 가장자리부터 한 발 한 발 걸어오며그렇게 내 심장 안쪽까지 뚜벅뚜벅뚜벅뚜벅뚜벅시간은 병이다그것은 불치병이지,시간이 내 몸을 후벼파고 그 속으로 들어갈 때마다나에게 남는 건 고통뿐잊고싶지 않은 그의 눈빛은 잊혀진다시간이 그를 들고 달아난다그의 따뜻한 온기와 숨결까지 모두 들고 달아난다시간이라는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의 그를시간은 그저 일정한 박자로 또각또각또각또각또각그와 나의 거리를 점점 넓혀가며그렇게 강제로 날 과거에 내버려두고그렇게 내 심장을 헤집어두고내 전부인 그와의 과거를 천천히 지워가면서그렇게 흘러간다그렇게 웃는다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2025.02.18 소탈
아멘

*자살은 아니지만 죽음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니불편하시다면 지금 나가주시기를 간청드립니다. 문득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생명은 죽어가고 있으므로 한 번쯤은 생명이 아니고 싶었다 욕을 먹고 싶었다 그런건 사람도 아니라고 해주기를 빌었다 물론 저도 사람이고 싶습니다 한순간만이라도 좋으니 삶을 주실 수는 없을까요 새롭지 않아도 좋습니다 누가 먼저 다 쓰고 버린 헌 것이라도 감사히 받겠습니다 허나 만일 이것이 힘들다면 더 좋은 죽음을 주세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죽음을 부디 제게 주시고 지금껏 열심히 죽어온 저를 위해 복 주시기를 간절히 축원하옵나이다 그럼에도 살고 싶다는 생각은 종종 들었다 대부분은 죽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았다 지금 죽고 있으니 죽고 싶었다 모두가 자연스럽게 살려고 애쓰는 탓에

2025.02.18 문월
Fall, 떨어짐에

떨어짐에 떨어짐에한 사람 그 머리 위에 딸어짐에그대 머리를 떨어버려 작은 씨앗을 떨어버려가지고 있던 책으로 떨어짐에한 사람 그 책에 힘없이 떨어짐에그대 책을 훑어 작은 씨앗을 떨어버려작은 씨악이 떨어짐에비로소 땅에 떨어짐에긴긴밤을 그대 기다리며 땅에 묻혀 슬픈 눈물만이 떨어짐에하염없이 떨어지는 눈물이 속삭여 잊는 것 조차 잊었다하며맺힌 그 이슬, 작은 눈물을 떨어버려혐오스럽지는 않았는지 그 마음을 해아려 보는 여린 마음에그 근심조차 딸어버려큰 나무로 자라나.그대 다시 온 날에 이번에는 더 큰 사과를 떨어버리니그대를 위인으로 삼고 나의 만유인력의 발견자로 삼고 나를 33번가 18가구가 살던 한 음울한 사람으로 삼아 그대에게 내 과실된 나을 떨어버려이번에는 그대 쉽게 떨어버리지 않고 날 바라보기를 기다리며 떨어뜨림에떨어짐에떨어짐에FALLFALL.-To a person named G-

2025.02.17 미흠
수필 용서

욕망을 못 참고 그녀를 배신하니 지금 돌아보아도 눈물이 나왔다.그녀는 나를 백번 천번 사랑했고 믿어줬다.하지만 난 그것도 모르고 그녀에게 실망만 가져다주었다.손이 떨리고 숨이 거칠어지고 입술을 물고 눈물을 흘리고 고개를 숙여도 이 마음 어디 가지 못하고 콧물을 뚝뚝 흘렸다.생각하고 되뇌어 보아도 이미 지나간 일이고 앞으로의 상황도 무서웠다.마음을 안정시켜도 무거워져 갔다.생각을 정리해도 깜깜할 뿐이다.난 어떻게 해야 하는가?난 용서받을 수 있는가?지금 이 눈물조차….나 자신이 싫다. 이미 저질렀는데 무엇을 더 바라는가?

2025.02.16 리지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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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jang
공지사항 [해외레지던시참가지원] 2025년 일본 교토작가레지던시 참가지원

※ 2025년 해외레지던시참가지원 추가공모 사업에 대한 공통 안내문입니다. 사전에 확인 후 세부 공고문 확인바랍니다. [해외레지던시참가지원] (문학) 일본 교토작가레지던시 참가지원 1. 사업개요 ○ 사업명 : 일본 교토작가레지던시(Kyoto Writers Residency) ○ 사업기간 : 2025. 10월 중순 ~ 11월 중순 (1개월) ○ 사업장소 : 일본(Japan) - 교토(Kyoto) ○ 주요내용 : 오프닝 포럼, 클로징 이벤트 등 교토작가레지던시 개최 프로그램 참여 및 작가 개인 창작활동 수행 ※ 사업 세부소개 • 해외협력기관 : 일본 교토작가레지던시(Kyoto Writers Residency) • 홈페이지 : https://kyotowriters.org/ • 기관/사업소개 - 교토에 있는 대학의 문학 학자들과의 연계를 통해 2022년에 설립된 국제 문학 레지던시 - 전 세계의 작가 및 번역가들이 교토에 머물며 창작활동과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 • 세부 프로그램 - 레지던시 공식행사인 오프닝 포럼 및 클로징 이벤트 2회 ※ 모든 프로그램은 통역 없이 영어로 진행되며, 공개 행사에 한하여 영어-일본어 통역 진행 예정 2. 지원신청자격 ○ 문인(시, 소설, 아동·청소년 문학) - 시, 소설, 아동·청소년 문학 : 최소 1권 이상의 발간 실적이 있는 문인 ※ 그림책, 희곡, 비문학(에세이 등) 제외 - 영어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자 ○ 선정자는 레지던시 공식 행사 필석 3. 지원규모 및 항목 ○ 참가 예술가 직접 지원(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선정자 보조금 지급/지원신청서 내 예산 편성) 구분 선정 인원 지원규모 자부담 일본 교토작가레지던시 1인 (후보군 3~5인 내외) 100만원 내외 총 사업비(보조금+자부담)의 10% 이상 - 프로그램 참가를 위한 왕복 항공료(이코노미석 기준 실비 지원) ※ 비자 발급비, 현지 체재비 등은 참가자 개인 부담 - 회계법인 회계검증수수료 ※ 회계검증수수료는 문예진흥기금 지원신청 공통안내사항 내 가이드라인 참조 ○ 기타 지원항목(한국문화예술위원회 → 번역가/제작업체 지급) - 문학 분야 작가키트 제작비 및 작품 번역비(시 15편, 소설 30페이지 내외) : 400만 원 ※ 작가키트 제작비 및 작품 번역비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해당업체, 번역가에게 직접 지급 ○ 프로그램 참가비(한국문화예술위원회 → 해외협력기관 지급) - 프로그램 참가비 : ¥430,000 ※ 숙박비, 일부 식사, 공식 행사 관련 통역료(영어-일본어), 프로그램 운영 등 각종 비용 포함 ※ 현지 체류 중 지급되는 현지 체재비 외 추가분은 참가자 개인 부담 ※ 해당 지원 내역은 해외협력기관과의 협의에 따라 조정될 수 있음 4. 제출서류 및 자료 (필수자료 총 3개) ※ 우편 및 방문 접수 불가 제

2025.01.16
공지사항 [해외레지던시참가지원] 2025년 일본 K-BOOK진흥회 레지던시 참가지원

※ 2025년 해외레지던시참가지원 추가공모 사업에 대한 공통 안내문입니다. 사전에 확인 후 세부 공고문 확인바랍니다. [해외레지던시참가지원] (문학) 일본 K-BOOK진흥회 레지던시 참가지원 1. 사업개요 ○ 사업명 : 일본 K-BOOK진흥회 ○ 사업기간 : 2025. 5월~6월 (2개월) ○ 사업장소 : 일본(Japan) - 도쿄(Tokyo) ○ 주요내용 : 일본 대학 강의, 일본 작가·출판 관계자·독자와의 교류 프로그램 등 K-BOOK진흥회 개최 프로그램 참여 및 작가 개인 창작활동 수행 ※ 사업 세부소개 • 해외협력기관 : 일본 K-BOOK진흥회 • 주소 : Tokyo, Chiyoda City, Kanda Jinbōchō, 1-chōme−7−3 • 홈페이지 : https://k-book.org/ • 기관/사업소개 - 2011년 설립된 한국 문학을 일본 출판계에 홍보하며, 일본어 번역 및 출판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단체로, 주요 활동으로는 K-BOOK 페스티벌, 일본어 번역 공모전, 한국문학 서평 대회, 번역 페스티벌, K-BOOK 가이드북 제작, 한일 출판인 교류회 등 다양한 활동 추진 중 • 세부 프로그램 - 대학교 강의 1회 - 일본 작가 및 출판 관계자 교류 프로그램 2회 - 독자 교류 프로그램 1회 - 기타 개인 창작활동 * 세부 내용은 선정 작가와 해외협력기관 간 협의 후 최종 확정 2. 지원신청자격 ○ 문인(시) - 최소 1권 이상의 발간 실적이 있는 문인 3. 지원규모 및 항목 ○ 참가 예술가 직접 지원(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선정자 보조금 지급/지원신청서 내 예산 편성) 구분 선정 인원 지원규모 자부담 일본 K-BOO회 1인 (후보군 3인 내외) 100만원 내외 총 사업비(보조금+자부담)의 10% 이상 - 프로그램 참가를 위한 왕복 항공료(이코노미석 기준 실비 지원) - 현지 리서치 비용, 보험료 - 회계법인 회계검증수수료 ※ 회계검증수수료는 문예진흥기금 지원신청 공통안내사항 내 가이드라인 참조 - 현지 체재비 등은 참가자 개인 부담 ○ 프로그램 참가비(한국문화예술위원회 → 해외협력기관 지급) - 프로그램 참가비 : ¥1,720,000 ※ 숙박비, 한국어-일본어 통역로(5회), 작가키트 번역비·인쇄비 등 각종 비용 포함 4. 제출서류 및 자료 (필수자료 총 1개) ※ 우편 및 방문 접수 불가 제출자료 구분 제출방법 ① 2025년도 문예진흥기금 지원신청서 (국문) 필수 ∙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에서 지원신청서 서식파일을 내려받아 작성 후 제출 단계에서 ‘첨부파일’ 면에 첨부 ※ 파일명 : 2025년 해외레지던시참가지원 추가공모 지원신청서_신청자(단체)명 ② 기타 심의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는 자료 선택 ∙

2025.01.16
공지사항 2025 글틴캠프가 1월 20일, 파주에서 개최됩니다.

캠프 운영 날짜 : 1월 20일(월) ~ 22일(수) / 2박 3일 ▶신청하러 가기◀

2024.12.13
공지사항 2024년 문학광장 이벤트 첫번째(문학광장 댓글 챌린지)

문학광장 댓글챌린지 이벤트 2024년 한 해 동안 발행된 문학광장 콘텐츠를 보고,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추첨을 통해 참여 작가의 사인본과 캠핑 테이블 등 푸짐한 선물을 드립니다! ㅇ 참여방법 1. 2024년 발행된 문학광장 콘텐츠에 댓글을 남기고 캡처하세요! ★ 댓글 작성 가능 콘텐츠 : 김기태, 윤이안, 김중혁 소설가 및 조성래 시인의 작품 ★ 바로가기 - 김기태 소설가 : https://munjang.or.kr/board.es?mid=a40102000000&bid=0032&act=view&ord=B&list_no=101601&nPage=2&c_page= - 윤이안 소설가 : https://munjang.or.kr/board.es?mid=a40703000000&bid=0035&act=view&ord=B&list_no=103036&nPage=1&c_page= - 김중혁 소설가 : https://munjang.or.kr/board.es?mid=a40102000000&bid=0032&act=view&ord=B&list_no=103264&nPage=1&c_page= - 조성래 시인 : https://munjang.or.kr/board.es?mid=a40702000000&bid=0034&act=view&ord=B&list_no=102878&nPage=1&c_page= 2. 댓글 작성 후, 응모 폼에 설문 제출! ★ 인스타그램 피드 또는 스토리에 @munjang2005를 태그하여 댓글캡처본을 공유하면 당첨 확률이 UP! ★ 응모 폼 링크 : https://answer.moaform.com/answers/EO3oQP ㅇ 댓글 작성 플랫폼 : 유튜브, 문학광장 누리집, 팟빵, 인스타그램 등 어디든 OK! ㅇ 이벤트 기간 : 11.28(목) ~ 12.9(월) ㅇ 당첨자 발표 : 12.10(화), 개별 안내 예정 ㅇ 경품 안내 - 문학광장 작가 사인본 (16명) - 『천국어 사전』(5명), 『온난한 날들』(3명),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5명), 『영화보고 돌아오는 길에 글을 썼습니다』(3명) - 접이식 캠핑 테이블 (5명) 지금 바로 댓글 남기고 특별한 선물을 받아보세요!

2024.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