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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소리

[문장의소리] 혀라는 열쇠를 들어 소설가가 칼춤 추는 시간 with 신종원 소설가 | 807화 '지금 만나요'

안녕하세요. 소라님들, 문학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 입니다. 저는 우다영입니다. 807회는 '지금 만나요'로 진행됩니다. 오늘은 장편소설 '불새'를 출간하신 시간 내용 신종원 소설가와 함께합니다. * 지금 만나요 : 새 책을 낸 작가를 만나 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 [초대손님] 신종원 소설가는 202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 『전자 시대의 아리아』, 『고스트 프리퀀시』, 장편소설 『습지 장례법』 등이 있다. 최근 장편소설 『불새』를 출간하였다. [방송정보] Q. DJ 우다영 : 최근 출간하신 장편소설 『불새』는 4원소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인데요. 계획 단계부터 4원소를 염두에 두고 계셨는지 궁금합니다. A. 신종원 소설가 :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습니다.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이야기를 했는데, 우연히 시간을 가로지르는 이야기가 되었어요. 쓰고 나니 오히려 이참에 원소에 빠져 볼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전에 낸 장편인 『습지 장례법』이 워낙 축축했다 보니 이번엔 다 태워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불을 생각했고, 자연스레 4원소가 연계됐던 것 같아요. Q. 불에 관한 책이니만큼 최근 작가님께서 가장 불타올랐던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A. 잘 아시겠지만, 책이 나오면 주변에 보내드려야 하잖아요. 그걸 제가 등단하고 세 번째 책 낼 때까지는 소화하기 쉬운, 거의 매년 한 권씩 나왔으니 쉬운 후 작업 같았는데요. 이번에 오랜만에 책을 내고 부치려 하니 정말 어렵더라고요. 선생님, 친구들의 주소지가 바뀌지는 않았는지 확인해야 하고요. 왜 내가 2년간 책을 내지 않았는가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기도 해서 힘들었습니다. 제가 직업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고, 밖에 자주 나가는 것도 아니어서 2년간 어떻게 지냈는가에 대해 해명하는 것이 곤혹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Q. 출간하신 장편소설 『불새』에 대해 신종원 소설가님의 언어로 직접 설명해 주신다면? A. 제가 이 책이 어떤 책이라고 설명한 적이 없어서 어려운데요. 짧게 말하자면 젊은 사제 바오로가 진짜 성배의 행방을 찾으며 벌어지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조금 더 크게 말하자면 생명과 죽음의 대결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제가 한쪽 편을 선택해야 했고, 그렇게 선택한 이상 온 힘을 다해 필사적으로 그쪽을 옹호하고, 동의하고, 지지해야만 했던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Q. 전작인 『습지 장례법』과 최근 출간하신 『불새』를 쓰시면서 어떤 차이가 있으셨는지 설명해 주신다면? A. 가장 큰 차이는 아무래도 전작이 장례로 끝나고, 이번 소설이 장례미사로 끝났다는 것이 의도적이라는 것이겠죠. 차이가 있다면 아무래도 『습지 장례법』의 장례는 ‘잘 묻어 있기를, 잘 헤어지기를 바라는 장례식’이었다면, 『불새』에서의 장례미사는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부활’이라는 점에서 형식은 비슷할지언정 작품이 지향하는

2025.06.11
[문장의소리] 노동은 눈물겹다 완강기가 필요해! with 백가경 시인 | 806화 '지금 만나요'

안녕하세요. 소라님들, 문학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 입니다. 저는 우다영입니다. 806회는 '지금 만나요'로 진행됩니다. 오늘은 시집 '하이퍼큐비클'을 출간하신 백가경 시인과 함께합니다. * 지금 만나요 : 새 책을 낸 작가를 만나 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 [초대손님] 백가경 시인님은 202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시집으로 '하이퍼큐비클'이 있습니다 [방송정보] 00:00 인트로 01:07 자기소개 03:50 시집 '하이퍼큐비클' 07:20 기억에 남는 독자 코멘트 & 시집을 엮으며 힘들었던 점 09:22 하이퍼큐비클, 공간일까 감정일까 12:09 '하이퍼큐브에 관한 기록' 어떻게 쓰게 되셨는지 15:28 출구 없음의 순간 17:35 괴로웠던 노동의 경험 23:15 내가 시적 언어를 쓰는 방법 29:37 표를 예쁘게 만드는 꿀팁 31:00 다양한 해설들 36:30 진도 씻김굿 38:11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려고 39:39 시 낭독 43:20 맺음말 ㅇ 연출 | 유계영 시인 ㅇ 진행 | 우다영 소설가 ㅇ 구성 | 문은강 소설가 ㅇ 시그널 | 손서정 ㅇ 일러스트 | 김산호 ㅇ 원고정리 | 강유리 ㅇ 녹음 | 문화기획봄볕 ㅇ 쇼츠 | 아이디어랩(MakeSense 이용호) ㅇ 디자인 | OTB Company ㅇ 기획·총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팀 문장의소리는 문학광장 유튜브와 팟빵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2025.06.04
[문장의소리] 스포 없음! 로스트 6시즌에 대한 소설가들의 입장 with 손보미 소설가 | 805화 2부

안녕하세요. 소라님들, 문학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입니다. 저는 우다영입니다. 문장의소리 805화 2부 '생활세계의 작가들' 코너에서는 최근 산문집『아무튼, 미드』를 출간하신 손보미 소설가님을 모셨습니다. [초대손님] 손보미 소설가는 2009년 《21세기문학》 신인상을 수상하였고,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담요」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 『그들에게 린디합을』,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맨해튼의 반딧불이』, 『사랑의 꿈』, 중편소설 『우연의 신』, 장편소설 『디어 랄프 로렌』, 『사라진 숲의 아이들』 등이 있다. 젊은작가상, 한국일보문학상, 김준성문학상, 대상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최근 첫 산문집 『아무튼, 미드』를 출간하였다. [방송정보] 00:00 손보미 소설가의 산문집 『아무튼, 미드』 중에서 01:00 '생활세계의 작가들' / 손보미 소설가 * 생활세계의 작가들 : 직업세계, 취미세계, 덕질세계 등. 작품세계가 아닌 작가들의 생활세계 면면을 조명합니다. [주요 방송 내용] Q. DJ 우다영 :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근황이 궁금합니다. A. 손보미 소설가 : 삶이 거의 비슷한데요. 지금 시즌에는 개강했으니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학교에 가고, 나머지 날들은 거의 원고 작업을 하며 지내고 있는 것 같아요. 올여름에 책 두 권이 나오기에 책 준비를 하고 있고, 마감과 연재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Q. 손보미 작가님의 근간인 『아무튼, 미드』에서 미국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 주시고 계십니다. 어렸을 적부터 미국에서 만든 드라마를 보셨다는 내용이 있기도 한데, 해당 내용을 자세히 청해 듣고 싶습니다. A. 아마 다영 작가님과 제 사이에 세대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제 세대라면 잘 아실 것 같은데, 일요일 낮에는 《레밍턴 스틸(Remington Steele)》, 굉장히 잘생긴 바람둥이 탐정이 등장해 사건을 해결하는 드라마인데요. 당시 일요일 오후 1시인가, KBS에서 했던 《전국 노래자랑》과 방영 시간이 겹쳤어요. 저희 아버지는 《전국 노래자랑》을 보시던 분이라 TV가 한 대였을 때 항상 둘 중 무엇을 볼 것인가에 대해 다툼, 갈등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반 정도는 이기고 반 정도는 졌어요. 제가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미드 중 하나가 《명탐정 몽크(MONK)》인데요. 토요일에 학교 끝나고 집에 가서 밥을 먹으며 봤었고, 몽크라는 사람이 마음속에 상처와 결벽이 있어 일상생활을 잘하지 못했어요. 도와주는 여성 캐릭터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주된 스토리였고요. 지금까지도 기억 나는 장면이 있는데, 몽크가 부잣집에 사건을 의뢰받아 갔는데, 기다리다 보니 지루해 옆에 있던 초콜릿 박스를 뜯어 초콜릿을 먹는 장면이었어요. 초콜릿을 뜯다 보면 은박지에 묻은 초콜릿이 손에 묻기도 하는데, 이 사람은 결벽이 있어 손에 안 묻게 먹으려다 손에 많이 묻히게 되고, 집 주인과 마주치며 어색해하는 장면이 있

2025.05.26
임철우 소설가의 목소리로 듣는 『그리운 남쪽』 중 「봄날」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쓸쓸했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젠 필요 없게 된 꽃다발을 껴안은 채 순임이는 발끝을 내려다보며 걸었고, 병기는 연신 담배 연기만 한숨처럼 뿜어내고 있었다. 나는 자꾸만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때마다 하얀 병원 건물의 벽에 무수히 뚫려 있는 유리창들이 마치 숱한 들짐승들의 눈알마냥 이쪽을 쏘아보고 있었다. 어디에 있느냐. 네 아우 아벨이 어디에 있느냐. 어느 흙더미 속에 산 채로 묻어 놓고 너 홀로 돌아오는 것이냐. 누군가가 등 뒤에서 그렇게 자꾸만 나를 불러대고 있었다. 상처 입은 한 마리 들짐승처럼 울부짖는 그 소리는 우리가 버리고 온 또 하나의 우리들의 부끄러운 아벨의 음성이었다. 우리는 다리에 다다랐다. 거기서부터 병원은 산자락에 가려져 더는 보이지 않았다. 다리 아래 개울에서 꼬마 아이들이 여럿 보여 웅성대고 있었다. 가방이며 신발을 모래밭에 벗어놓고 아이들은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속에서 무엇인가를 건져내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는 걸음을 멈추었다. 수면 위로 희고 반짝이는 작은 점들이 무수히 떠내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죽은 물고기들이었다. 겨우 엄지손가락 크기의 어린 물고기들을 손으로 건져내며 아이들은 키들키들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저 위쪽에서 어른들이 약을 풀었대요.” “뱀장어를 잡아요. 이만큼 큰 걸루만 많이 잡았대요.” 아이들이 우리를 올려다보며 소리를 질렀다. 개울 상류 쪽에서 사내 둘이 팬티바람으로 움직이고 있는 게 보였다. 아까 오던 길에 보았던 바로 그자들이었다. 우리는 난간에 기대어 서서 다리 아래 수면에 비치는 그림자를 내려다보았다. 거기, 자갈 박힌 푸른 하늘이 투명한 물밑에 깔려 있었고, 우리들의 얼굴 위로는 죽은 고기들이 허옇게 배를 드러낸 채 쉴 새 없이 둥둥 떠내려가고 있었다. “언제쯤······ 예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수면 위에서 병기의 얼굴이 말했다. “누구?” “상주 말이야.” “······” 그때 나는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작은 붕어 하나가 꿈틀거리며 떠내려가고 있는 모습을 줄곧 지켜보고 있는 참이었다. 한동안 침묵이 끼어들었다. “근데 말야. 난 아직도 한 가지만은 모르겠거든. 정말 그날 새벽 죽임을 당하기 전에 명부가 녀석의 집을 찾아갔었을까······” 병기는 여전히 시선을 물 위에 던져둔 채 말했다. “어쩌면······ 어쩌면 말예요. 그건 혹시 사실인지도 모르겠어요.” “뭐라구.&rd

2025.05.22 천운영
[문장의소리]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들의 우주적 무대! with 조시현, 이소호 작가 | 805화 1부

문장의소리 제805회 : 1부 이소호 시인, 조시현 시인 문학광장 〈문장의소리〉는 2005년 시작된 문학 라디오입니다. 2024년부터 연출 유계영 시인, 진행 우다영 소설가, 구성작가 문은강 소설가가 함께합니다. - 지금 만나요 : 새 책을 출간한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소호 시인은 2014년 《현대시》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캣콜링』,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 『홈 스위트 홈』, 산문집 『시키는 대로 제멋대로』,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서른 다섯, 늙는 기분』 등이 있다. 최근 첫 소설집 『세 평짜리 숲』을 출간하였다. 조시현 시인은 2018년 《실천문학》에 단편소설 「동양식 정원」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2019년 상반기 《현대시》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아이들 타임』, 작품집 『AnA Vol.01』, 소설집 『이 사랑은 처음이라서』 등이 있다. 최근 소설집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을 출간하였다. ● 오프닝 : 소설집 『숨 쉬는 소설』에 수록된 조시현 소설가의 단편 「어스」 중에서 ● 〈로고송〉 ● 1부 〈지금 만나요〉 / 이소호 시인, 조시현 시인 Q. DJ 우다영 : 시와 소설을 병행하여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신 두 분을 모셨습니다.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조시현 시인 : 이제 막 출간하여 소개하는 자리를 가지고, 독자님들 뵙는 자리를 가지며 바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이소호 시인 : 저도 독자님들 뵙는 자리를 가지고 있고, 이 책이 공교롭게도 제 열 번째 단행본이에요. 행사가 그런 걸로 좀 있고, 열 번째 단행본을 통해 좀 쉬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두 작가님께서 최근 출간된 소설집을 소개해 주신다면? A. 조시현 시인 : 제 소설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은 총 여덟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현실과 비현실, 우주와 지구,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소설들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이소호 시인 : 제 『세 평짜리 숲』은 열 번째 단행본으로써 소설집으로는 첫 작품입니다. 연작 소설이고, 지구에 있는 ‘에어 포켓’에서 어디로 향해 생존해야 할지 두 명의 여자 주인공이 고민하는 밸런스 게임이 보이는 책입니다. Q. 시와 소설을 병행하는 두 분께서 느끼시기에 창작할 때 어떤 차이점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이소호 시인 : 시는 굉장히 현실적으로 쓰는데, 소설은 상상력에 기대어 쓰는 것 같아요. 제 중편 소설도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세 평짜리 숲』도 미래의 지구에 대해 썼습니다. 저도 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소설이라고 한다면 시와는 다른 길을 가 보고 싶었어요. 상상력에 많이 치우친 것 같습니다. 조시현 시인 : 들이는 시간이 다른 것 같습니다. 소설은 엉덩이 힘으로 쓰인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시는 조금 더 감각이 바깥으로 열린다면, 소설은 한 세계에 골몰하며 쓴다고 느껴져서 쓰는 몸의 감각이 제게는 다르게 느껴진 것 같아요. 각기 다른 부위를

2025.05.21
[문장의소리] 20주년 기념 파티 with 오은 시인, 한유주 소설가 | 804화 2부

문장의소리 제804회 : 2부 오은 시인, 한유주 소설가 문학광장 〈문장의소리〉는 2005년 시작된 문학 라디오입니다. 2024년부터 연출 유계영 시인, 진행 우다영 소설가, 구성작가 문은강 소설가가 함께합니다. - 문장의소리 20주년 특집 : 문학을 향한 마음이 모여 만들어 본 20년, 뜻깊은 축하를 위해 오랜 시간 자신의 문장을 지켜온 작가님들과 함께합니다. 오은 시인은 2002년 《현대시》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유에서 유』, 『왼손은 마음이 아파』, 『나는 이름이 있었다』 등, 산문집 『너는 시방 위험한 로봇이다』, 『너랑 나랑 노랑』, 『다독임』, 『초록을 입고』 등이 있다. 한유주 소설가는 2003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 『달로』, 『얼음의 책』,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연대기』, 『숨』, 중편소설 『우리가 세계에 기입될 때』, 장편소설 『불가능한 동화』 등이 있다. ● 오프닝 : 올해 문장의소리가 스무 살이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문장을 처음으로 들려주었던 자리, 작가들의 목소리가 차곡차곡 모여 어느덧 한국 문학의 한 시대를 함께 기록해 온 공간이 되었습니다. ● 〈로고송〉 ● 2부 〈문장의소리 20주년 특집〉 / 오은 시인, 한유주 소설가 Q. DJ 우다영 : 스무 살을 맞이한 문장의소리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주신다면? A. 오은 시인 : 스무 번째 생일이잖아요. 사람이라면 성인이 되어 축하를 받는 날인데, 저는 그때는 스무 살이 귀한 줄 모르고 탕진했습니다. 문장의소리는 그렇지 않고 차곡차곡 역사를 모아 서른 살까지 잘 도달했으면 좋겠습니다. 한유주 소설가 : 벌써 20주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빨리 갔습니다. 200주년이나 2000주년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생일 축하드립니다. Q. 문장의소리 20주년 특집을 앞두고 두 분의 각오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A. 오은 시인 : 제가 시끌벅적을 담당하도록 하고요. 무게를 잡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건 한유주 작가님께서 계시니 참 든든합니다. 한유주 소설가 : 저는 제가 든든하지 않은데요. 처음 섭외 연락을 받았을 때 오은 시인과 함께한다고 해서 ‘내가 말을 좀 덜 해도 되지 않을까? 묻어갈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어 좋았습니다. Q. 두 분께서 처음 쓰신 시와 소설을 기억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A. 오은 시인 : 재수할 때 처음으로 시를 썼는데, 시 제목이 ‘은둔하는 말에 관하여’였어요. 독서실이라는 곳이 갇힌 느낌이 들고, 쓸 수 있는 공간이 좁다 보니 갇힌 느낌, 가슴 속에 꾸물거리는 말에 대해 처음 뱉어낸 시였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 파일이 남아있지 않아 좋습니다. 얼마나 끔찍할지. 한유주 소설가 : 의식적으로 써보려고 했던 건 기억이 나는데, 중학교 3학년 때쯤 PC통신에서 『드래곤 라자』를 읽기도 했고요. 그때 김영하 작가님의 『나는 나를 파괴

202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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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휘광, 비상, 상념

난빛난다빛난다음난다비상다음상념

2025.06.22 심지필애지
감상&비평 근래의 사건들에 대하여

(멘토님은 끝부분 부터 보십쇼)최근들어 벌어진 일련의 사건(분리해서 이해될 것도 아니지만 2개의 비슷한 현상이 간격을 두고 일어났으므로 이렇게 설명하는 것이 적절할 듯하다)은 글티너들에게 굉장한 충격이었다. 당장 뒹글귕굴은 이 사안에 대해 다양한 접근이 제시되고 있고, 개중에는 다소 공격적인 것도, 또 그 반대의 성격을 띄는 것들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문제가 정치적으로 실존하는 문제들과 비교될 수 있다는 점이다(그중 다수를 필자가 직접 제시한 바 있다). 필자는 이에 대해 여러 현존하는, 그리고 새로운 접근을 제시하고자 짧은 글을 남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 사건에 대해 파고들어보자. 2025년 6월 12일과 20일, 하루 최대 3-4개의 글이 올라오던 수필게시판에 10-20개 정도의 글이 올라왔다. 대체로 1000자 이하의 짦은 글이었으며 주제가 비슷했기 떄문에 조직적으로 올렸으리라 짐작이 되는 사건이었다. 실제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계정중 일부가 소속 학교를 명시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추적한 결과 글틴을 교육과정중에서 활용했다는 것을 찾을 수 있었기 떄문이었다. 몇몇 글티너들은 분개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항의의사를 표했다. 글티너들이 이를 불쾌하게 여긴 수많은 이유중 하나는 (화자님의 논지를 인용하자면) 글틴을 학생들에게 강제했다는 것이었고, 이 외에도 멘토님에 대한 부담이나, 월장원에 대한 저평가등 중요한 이유들은 더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이 사건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는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글틴에는 분명히 글틴의 홍보 차원에서 이 사건이 비단 부정적이기만 할 수는 없다고도 주장한다. 문학의 보급 차원에서 이는 어쩌면 문학이 더 대중화되고 있고, 또 이를 통해 더 대중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멘토님에 대한 부담이나 문예위에서 멘토 인력을 확충하면 될 일이다. 역사적으로 가능했었음은 여러 군데에서 지적되었다. 이에 대해서 한가지 짧게 짚을 점은, 문학가로서 평범한 한 인간에게 문학에 참여하는 것을 권하기란 꽤나 난감한 문제라는 것이다. 문학은 잉여적 노동이고, 항상 그래왔으며, 또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소모적인 동시에 위선적이기까지 하다. 물론 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한 진부한 공격이긴 하지만 필자는 예술의 본질이 아마추어리즘에 있다는 데에서 한치도 물러날 생각이 없다. 이에 대해선 후에 다루도록 하고, 문학을 권함에 있어 문학적 창작이 대중화 되는 것에 대하여서도 그것이 마냥 좋기만 한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좋은 문학은 문학가의 수가 아니라 문학가의 인간에 대한 통찰과 이해에 인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이 사건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더이상 글틴이 ‘우리’의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찌하여 그런가? 생각해보자. 이번 건은 큰 충격에도 불구하고 그 실체를 찾아내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후에, 다른 조직적인 움직임이 나타났음에도 그에 대해 분석할만한 다른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는다면 그때 우리는 어찌해야 하는가? 개인적 수준의 단순 도배가 여러 형태로 제지되고

2025.06.22 기능사
무엇을 무엇이라 부르나요

선생님, 그림자도 조금씩 움직인다는게 사실이에요?저어기 커어다란 군밤나무 그림자는 도통 움직일 생각을 안하는걸요.선생님, 향수가 마르면 향이 사라진다는게 진짜예요?그런데요 있잖아요 제가 키우는 꽃은요, 향수 같은 건 머금은 적도 없는데 그렇게나 부드러운 향기를 풍기는걸요.그러니까요 선생님, 저는 슬픈 게 아녜요. 그저 조금 이상한 것뿐이에요.이 세상은 우리에게 사실을 가르쳐 주려고 하면서도, 나머지는 전부 예외라고 취급해 버리잖아요. 그게 그들에겐 편한 방식일까요. 방금 선생님 머릿속에서 저를 별난 애로 정한 것처럼요.선생님이 좋은 분이란 건 알아요. 모든 사람들이 실은 좋은 사람이죠. 만약 제가 나중에 커서 그 사람들에게 예외 번호를 매기는 일을 맡게 된다면, 저는 한 사람에게 예외를 삼천 개 쯤 줘버려서, 마지막 사람에게 줄 번호는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몰라요.그치만 새로운 것들을 배워가는 건 참 좋은 일이에요. 제가 이렇게 선생님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것도, 말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잖아요. 어쩌면 이 세상 모든 예외를 다 배우고 나면, 제가 지금 하는 생각들이 부질없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어요.

2025.06.22 마용건
수필 슬프구나 영생의 꿈이여

인간 말미까지 느껴야 하는 바란 오직 하나다. 나의 그릇이 사방(四方) 어느 데까지 펼쳐져 있는가 하는 점이다. 진 깨달음을 얻음이란 오직 인생에 두 번이다. 태어날 때, 내가 살겠구나, 그리고 죽을 때, 내가 죽겠구나, 그 외에 모두 깨달음이란 생의 헛짓처럼 보인다. 원대한 야망이 있음이란 세 시기이다. 소년기, 그들이 어떻게 그들의 세상 중심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야망, 중년기, 그들이 어떻게 이름으로써 존재할 수 있는지 그 까닭을 실컷 드러내려는 야망, 노년기, 후세에 있을 자들에게 지혜와 덕을 남겨두려는 야망.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 있다. 바로, 영생의 꿈을 자신의 뜰에 마련해 두는 순간이다. 그때만큼은, 꿈도 이성도 갖가지 감정도 죄다 묻히며, 오직 본적인 능만이 남아 허무한 달관의 깊이에 들어서게 된다. 아름다운 현세가 내세가 되는 순간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가르쳐준 적이 없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진시황의 손아귀는 부드러워 보이면서도 어딘가 위험한 색채를 띤다.결국 이 영생의 꿈이란 거대한 사멸의 벽에 묻혀 형체도 없이 사라지기 십상이지만, 사람들은 그러한 사실은 잘 떠올리지 못하고 자신들의 목표에만 열망한다. 더 오래 살면 더 제대로 세상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다고 허언을 하고, 더 많은 세상의 지혜와 덕들을 탐욕스럽게 먹어치울 수 있겠다고 기대를 한다.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튀어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사람들이 한두 명이면 몰라도, 인류 대부분이 그렇게 사고한다는 것은 무언가 우리를 얽어매는 은근한 밧줄이 마련되어 있는 게 틀림이 없다. 이 거대한 사멸의 벽을 뛰어넘고자 하는 것은, 만물의 근원적 욕정에 깊이 잠들은 우리의 무언가를 깨워버리는 일이다. 철학적으로 보았을 때, 영생의 다른 언어로 치환될 수 있는 ‘이데아’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 점은 우리에게 아니 큰 관심사일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이데아가 과연 개벽(開闢)될 수 있는가, 이 한마디만으로도 우리의 깊은 눈길을 꿰찰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 질문은 응하는 것도, 질문하는 것도 큰 부담거리다.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는 우리 삶으로 하여금 보잘것없는 발버둥으로 보이게 만들어 다각적인 삶 속 쾌락이 허무주의의 산물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형체가 쭈그러드는 것을 혐오한다. 그 증세는 이 영생의 진리를 찾아가는 여로에서도 도중 포기의 결과만 낳을 뿐이다. 인간을 찬찬히 뜯어보면 모든 용기라고 꼴이 다 그 모양인지라, 조금만 지식인이어도 그따위 진리는 어떻게든 가져갈 수 있다. 게다가 사멸 원리에 따른 뫼비우스의 띠조차 돌아보면 한 바퀴이다. 사람들이 아무리, 삶을 더 빨리 살아보면 추가적인 경로에 도달하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에 젖어 발걸음을 빨리하여도, 결국 한 바퀴 돌아 제자리걸음이나 하고 있는 한심한 자아를 마주치게 될 뿐이라는 뜻이다. 만약 그때 이데아가 뫼비우스의 띠 저 멀리 밖에 있는 존재라면, 우리는 이러한 실패의 요인들 속에서 결국 허무한 죽음만을 기다리게 될 뿐이고,

2025.06.22 노랑제비
자화상

자 여길 보시죠이젠 무엇이 느껴지십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 내가 고흐의 자화상과 풍경화 중 무어가 더 좋냐고 물었을 때 당신은 고흐의 자화상이라고 답했건만 이제 와서 모르겠다고 하면 난 어찌하면 좋습니까 허나 이건 당신이 그의 그림을 모사한 거지 않습니까 질감만 따라 그린 그림은 미술에 어느 정도의 식견만 있다면 누구나 구별해낼 겁니다 그래요 이 그림은 내가 모사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건 내 이백칠십 여덟 번째 모사품입니다 질감 구도 여백 호흡이 정확히 일치합니다 당신이 그림을 잘 그린단건 당신을 만나본 그 누구나 알 수 있을 겁니다 허나 그림을 잘 그리는 것과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전혀 다른 영역입니다 이 그림은 감정이고 의지고 무엇하나 느껴지지 않습니다 본질이라고 내 앞에서 감히 본질을 논합니까 나는 좁은 문을 지나온 사람입니다 난 이젠 그 동굴에 갇혀 그림자만 보면서 살아가는 당신네들과는 다르다고 그림 따윈 백지를 칠한 것 그뿐 행위에 지나지 않아 고흐든 고갱이든 모네든 그 따위 그림들은 원숭이들한테 붓을 쥐어줘도 천년을 기다리면 알아서 나오는 쓰레기들이지 당신 같은 작자들은 머리가 좀 좋다고 본질 운운하며 멍청하게 그림자를 보고 진짜인 줄 알며 살아갈 뿐이야 당신의 비유는 이미 천 년 전에 반박되었습니다 당신도 그걸 알 텐데요 나는 당신이 비판하기 이전에 이미 길가를 지나면 보이는 돌멩이에 지나지 않는 쓰레기를 그리는 사람이라 스스로 칭하고 있었습니다 허나 그 돌멩이 하나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때 비로소 예술의 본질을 깨닫는 겁니다 당신은 그럴 능력이 충분합니다 당신은 그저 당신의 그림이 대단하지 않고 쓰레기도 아니며 길가에 놓인 돌멩이 하나 화단에 자라나는 풀꽃 소나기가 지난 뒤 구름 같은 평범한 존재에 속한다 그걸 인정하면 다 끝나는 일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그림을 바라보며 그 세계에 정녕 빠질 수 없는 것입니까 난 당신의 그림을 보며 내 존재의 쓸모를 찾기도 했고 앞날을 생각하는 능력을 배웠습니다 스스로를 좀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네가 어떻게 내가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거지 나는 너라고 호흡도 색감도 구도도 뭣도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그다음 단계를 이야기하는 거예요 당신이 10년도 더 전에 걸어 본 길입니다 나는 당신 그림을 좋아한다고 수십 번도 더 말했었죠 그건 사실입니다 허나 당신이 내게 보여준 무수한 모작들은 결국 모작에 불과할 뿐이지 그 무엇도 드러낼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당신은 인쇄된 그림에서 감정을 느낄 수 없다는 걸 알고도 남을 사람입니다 나는 당신이 여기서 수염 없는 자화상을 몇십 시간 남짓 따라 그리다 찢고 캔버스를 태우고 다시 따라 그리는 그러한 과정을 계속 봐왔습니다 당신은 아직 정열로 타고 있는 사람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우리 돌아갑시다 당신은 아직도 모르나 보군 내 안에 타고 있는 것은 정열 따위가 아니야 수천 시간 공들여 키워온 열등감과 매일 눈을 뜰 때마다 느끼는 불안감 거울을 볼 때마다 느끼는 기시감에 미쳐가고 있는 거요 당신 끝까지 타오른다 해도 무

2025.06.21 밎장굴친 바람에
마음 향기

그 새벽녘에우는 아이, 너, 나 서있던 그 새벽녘에서늘한 두려움이 포효하던 그 새벽녘에그 추운 시간 위에는 사탕이 몇 개 있어서 아이들이 드문드문 꽤 보였다.올리비아는 그중 하나였다.올리비아는 한 손을 뻗었다.올리비아는 동그란 알사탕을 코앞에 가져다 대고그 냄새를 맡았다.올리비아는 사탕을 입에 털어 넣었다.맛은 전의 향보다 꽤 시어 올리비아는 눈물이 찔끔 났다.우리가 서있던 새벽은 흔히 느끼면 고통스러워 하는 감정의 향이 났다.짭짤한 냄새가 났다. 시큼한 냄새가 났다.퀴퀴한 냄새가 났다. 그렇게 믿으려 했다.거짓말뿐이다. 그곳엔 아무 냄새도 없었다.적막만이 취한 듯 흔들거리는 바탐을 타고 돌았다.오히려 처음 맡는 꽃내음이 느껴지는 듯했다.한국에서 장례를 치르려면 사진과, 눈물과, 술이 있어야 한다.사진은 남아서 기록하고, 눈물은 땅을 적시고, 술은 사진과 눈물을 잊게 한다. 그렇게 각자의 흔적들을 남긴다.흔적에는 마음이 깃든다.마음은 공기에 업혀 온다.우는 마음도 가끔은 향기롭다. 그런 향을 보낸다.나도 함께 울기 때문이다.

2025.06.21 박건희
소설 모두가 웃었다.

1아침 8시, 내가 보통 출근해서 커피 향 가득한 교무실에 도착하는 시간이다. 다른 교사들은 한 손에 커피, 한 손에는 서류를 들고 있으며, 난 양손에 커피를 들고 익숙한 자리에 앉아 내 옆자리 동료에게 커피를 건네준다.매일 나랑 치열하게 눈싸움을 하는 모니터 옆에는 시들지 않는(조화라는 말을 멋지게 하고 싶었다) 카네이션이 언제나 같은 위치에서 나를 안아주고, 나는 5월 15일 그날을 한 번 더 떠올린다. 나보다 일찍 학교에 와서 풍선을 불고, 선물을 준비하고, 각자 편지를 쓰는 그 순간만큼은 그 아이들도 구름 속의 천사만큼 깨끗한 존재일 것이리라.수업에 사용할 자료를 한 번 더 검토하고,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나는 옆자리 동료와 잠시 수다를 떤다. 근처에 새로 생긴 카페에 대한 얘기였는데, 거기의 치즈케이크가 정말 맛있다고 한다.곧 아침조회를 할 시간이다. 종이 치기까지 2분 정도 남았을 때 교실로 출발한다. 가는 길에 만나는 다른 교사들과 간단히 눈인사를 주고받았다(그중 신입으로 보이는 젊은 교사도 있었는데, 허리까지 숙이며 인사하는 모습에 잠시 추억 속으로 빠졌다). 거의 교실 앞까지 도착했을 때 종이 치기 시작하고, 문을 열고서 정겨운 교실 바닥에 한 발을 딛는 순간 종소리가 끝난다.간단히 출석 체크를 한 뒤, 크게 전달할 게 없는 아침조회에 나는 아이들에게 아까 옆자리 동료에게 들었던 카페에 대해서 간단하게 물어본다. 너도나도 그 카페에 가봤다고 말하는 그 아이들의 입은 하나같이 치즈케이크를 가리킨다(한 아이는 아이스티에 대해 말했지만, 주변 아이들의 야유와 함께 땅속으로 묻혔다). 다음 화제인 다른 학교랑 했던 축구 경기에 대해 말하던 중 아침조회가 끝났고, 나는 결말도 모른 체 약간의 아쉬움을 가지고 교무실로 돌아갔다.1교시에는 3반에 수업이 있다. 간단히 노트북과 교과서가 들어있는 가방을 챙기고 1학년 3반 교실로 간다. 가면서 실수로 2반에 들어갈 뻔했는데, 실수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드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면서 마지막까지 친구와 장난치던 아이들이 급하게 자리로 달려간다. 국어 선생님다운 비유를 하자면 회중시계를 들고 토끼 굴로 급하게 뛰어가는 토끼 같다고나 할까. 오늘따라 3반의 태도는 정말 좋지 않았다. 원래—순화시키자면—장난꾸러기 아이들이 정말 많은 반이었지만, 어제 학교에서 열렸던 축구 경기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있는지 평소보다 더 떠들고, 더 과열되었다. 하지만 나의 8년간의 교직 생활 중 이런 상황이 드문 것도 아니었다. 원래 경기 다음날은 이러지—라고 생각하면서 어느 정도 대비도 하고 있었다.그럼에도 내가 참지 못했던 부분은 조용히 시키려는 나의 말을 비꼬고, 웃으면서 장난식으로 소비하는 것이었다. 1학년이, 이제 막 초등학생이라는 허물을 벗고 중학생이라는 모습으로 태어난 자들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눈앞에서 교사를 무시하는 모습이라니—그날에는 나도 분명하게 화를 냈다. 확실하게 말했다. 정말 모르는 것 같아 알려주지만, 지금 너희들이 하고 있는 것은 교권 침해라고. 친구들끼리

2025.06.21 정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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