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면서 뒹글 청소년들이 직접 쓰고 나누는 문학 창작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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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아직도 아마도 여전히 너를
너를 잊지 못했다는 건 분명히 새하얀 거짓말일 것이다.너를 잊었다는 것 또한 분명히 새빨간 거짓말일 것이다.이토록 애매모호한 너란 존재는 , 나라는 사람마저 그러하게 만든다.너라는 존재는 소멸이라는 선에서 완전히 조용히 소멸된 듯 싶다.그렇지 않고선 어떻게 이렇게나 선명할 수 있을까.너무나도 선명하여 질끈 눈을 감아버리게 만드는 너는,아, 알았다.너는 이렇게 해서 나에게 여전히 스며들어있다.가까운 듯 멀게만 느껴지는 이유는,잊은 듯, 못 잊은 듯 느껴지는 이유는,내가 모순적인 감정을 느끼는게 특기여서가 아니다.아직도 아마도 여전히 너를.사랑은 원래 이리 모순적이니까.그치만 난 널 잊었다.
소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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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하소연(夏所然)
봄을 기다리는 이들은으레 의미에서 까닭을 찾지.시작의 계절이라는근사한 이름 위에는찰나라는 오명이 따라 붙지.나는 그 덧없음을 알고 있어.이야기를 들려줌세.여름이라는 자가 있었네.어느 때든 열성적이고누구보다 열망이 넘쳤지.그는 봄을 동경했다네.항상 있는 자리엔떠나간 자취밖에 남아 있지 않았지.한 번이라도 마주볼 수 있다면.그가 오고 가장 먼저 읊조린 말일세.여름은 봄처럼 되고 싶어 했지.다른 이들이 자신을 사랑해주길 바라며.그럴수록 봄이 보고 싶어졌네.더 빨리 오고, 더 오랫동안 기다리게 됐지.또 봄은 빨리 가고, 더 짧게 시간을 보냈어.그러던 어느 날 그는 무너졌네.강이 넘치게 울어도 보았고산이 불타도록 화를 내기도 했지.그렇게 여름은 악(惡)을 자처할밖에.나는 이해하네.봄을 기다리는 여름의 괴로움이란가고 없는 것을 갈망하는 자의 조용한 울음.여름은 어찌 해야 봄을 만날 수 있었을까.그대는 답을 알고 있네.
박해랑-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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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별박이자나방은 우러러 바라보는
그래서 나는 지금 면사포 위에 서 있다철광석처럼 박힌 눈들을 떼어내고자 서 있다쥐똥나무와 광나무 사이에서줄을 쳐놓은 거미거미줄은 떨어지지 않는다그곳에 오랜 시간 썩지 않은 날개가 서 있다충전하지 않고도 깜빡이는 비명그것은 빛이 아니라고 했지만이해하는 데에 긴 시간이 걸렸으므로나는 아주 어둡게 이해한다바람은 황사와 함께 간다물푸레나무와 층층나무날갯짓이 가능해지면 주황으로 물드는 나방의 뒤통수버섯이 자라나는 시간을 먹어오래도록 박힌 별들을 채굴하고 싶었다
양현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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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귀담(歸談)1 - 무지(無知)
나는 왜 아무도 모르는 두려움에 몸을 숨기려 드는가. 누군가는 알아주기를 바란다는 듯이 온몸 움추러들어. 생각의 가시덤불 속에는 무엇이 가득한가. 두려움인가, 자존심인가. 어쩌면 '모름'이라는 생각은 없을지도, 사실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떨어진다. 어디로 떨어지는지에 대해 '앎'을 실천하고자 한다. 구덩이일까. 아니다, 구덩이는 지렁이 냄새와 썩은 물기가 공존하는 세상이기 때문에 이곳은 구덩이가 아니다. 하늘 어딘가 일까. 아니다, 하늘은 차고 덥고 습하고 겁조함이 혼재하는 세상이기 때문에 여기는 하늘 어딘가가 아니다. 사실 나는 알고 있다. 여기는 누군가의 마음 속이라는 것을.모르는 것은 없는 줄 알았건만, 내 마음인지, 네 마음인지, 어머니의 마음인지, 아버지의 마음인지, 알 길이 없는 것이다. 어쩌면 좋지. 불안감과 무의식에 정신이 갉아먹힌다. 피라냐를 아는가. 소가 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뼈만 남는다.생명력이란 과분하다. 한 줌의 불씨조차 허용하지 않기를. 두고 두고 바라오더라도 누군가는 불을 지르겠지, 불나방처럼. 불꽃을 피워내려면, 불씨는 필수불가결. 그러나 불꽃이 있는 산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저기 저 칠흑 말고는.바람이 느껴지지 않는다. 진공 상태였던 것인가. 그럼 나는 숨을 어떻게 쉬는 것이람. 불꽃은 어떻게 활활 이는 것인감. 산불의 조건에는, 욕심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째서?어머니 아버지의 사랑은 뜨겁다. 나에 대한 사랑일까, 서로에 대한 사랑일까. 너와, 내가 모르고 싶은 이의 그것도 마찬가지다. 다만 공기가 없어도 복사는 있겠지. 복사로 불 붙는 것이 가능하던가.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알면 안 되겠으나, 뜨거움은 내가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냉정함을 위한 얼음은 다 녹아버릴테니까.정체 모를 두려움이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오직 나만. 그러니 나는 불을 끄고 어둠에 들어가서 부싯돌과 부시를 갖고 피라냐 고기를 먹으며 눈을 감고 그대를 쳐다보겠다.무슨 연유에서냐고? 사람이 불에 타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이가 있을까. 생사불문의 생각은 우리가 아는 그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박해랑-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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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 여름 창밖에 바다가 있다
우리는 바다에서 난 사람들,산 채로 산 것을 잡아먹는다갑판에서 회를 치며이런 건 바로 먹어야 맛있어요산낙지나 생새우를 씹으며 싱싱하네 살아 있네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바다의 흔적을 먹고 마신다 바다 근처 살면 이런 건 매일 먹겠지? 묻던 너와그렇지 않을까, 혀 아래 반문을 감추던 나도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자란 사람은 우울증에 걸리기 쉽대그 말을 처음 쓴 시인은 바다에 살았겠지사람은 너무 쉽게 물 같은 감정에 빠져 버리니까장마철이면 우울해지는 것도 비나 바다나결국 같은 물이기 때문일까물에서 우리는 쉽게 산 것들을 잡아먹고자주 잡아먹혔다제 풀에 못 이겨 벽에 몸을 부딪치고나 좀 봐 줘, 나 좀 봐 줘 속삭이면서가끔은 제 위를 지나다니는 금속 물고기들을 멋대로 씹었다 뱉으면서그러니까 걔는 왜 날걸 못 먹는대잡아먹히지 않으려면 먼저 잡아먹는 법을 배워야 했는데바다, 오늘도 학교 안 왔니?비어 있는 자리 위로 누군가 물을 엎지른다이 모든 건 한 철이라기엔너무 길게 느껴지고창밖엔 검은 구름이 우르릉거리는 소리집에 가려면 또 다시 쓰지 않을 우산을 사야겠지만
위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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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럼틀
마냥 하락하는 것이 뭐가 좋다고그렇게 꺄르르 웃어댔을까삶의 무게에 짓눌려불안을 머금은 바지 밑단이흙먼지 묻은 놀이터 바닥에 질질 끄인 채미끄럼틀 끝자락에 털썩 주저앉는다어지러운 정신 희미한 시선 처리뭉그러진 추억이 깃든 화면에는아무런 걱정 없이 웃어대고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미소 짓는어린 시절의 내가 있었다그리고 나는 어린 시절의 나를 존경한다
73v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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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빛과 소금
무미건조한 밥상 위가장 서러운 것은 소금기 없는 나물이지요온기조차 없는 잠자리특히 무서운 것은 새카만 어둠이지요알 수 없는 공허함에 두리둥실 뜨는 몸을 붙잡으려 하지만서러움이 가시지 않고무서움은 떨칠 수 없어바닷바람 물씬 짠 내음을 위안 삼아요반딧불이 씰룩 그 꽁지를 눈에 담아요그마저도 이제는바닷바람마저도 달큰하고반딧불이마저도 컴컴한데그럼에도 세상은아직까지도 짭짤하고여전히도 빛이나요그대가 있어서요
청개구리 공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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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사랑한다
나는 여름을 사랑한다매미가 왱왱거리는갖은 생명을 품은 계절 나는 여름을 사랑한다열기가 끓어오르는푸르름이 넘치는 계절 나는 여름을 사랑한다온실 같은숨이 턱 막히는 무더위 속에서도 나는 여름을 사랑한다부드러운 햇살이살인적인 햇빛으로 변하고온실이 우리를 품지 못할 때도. 나는,여름을,사랑했다.
오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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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리 서점
중고를 사는 것도 한 사람의 추억을 훔치는 일이 되나요이미 바래버린 기억을 팔아버린 한 세기의 타임라인나는 금방 방랑하는 무소유자가 되어버리고그럼 이 시집은요 집을 잃은 건가요달랑이는 페이지를 천천히 기울이니 숨겨진 글자가 보였다투명해서 마음밖에 기억되지 않는 회고록아마도 과거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거야언제나 발밑만 보고 걷던 사람20세기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별났어너무 투박하고 솔직하잖아한 뼘에 닿는 편지를 얼마나 눌러 담았을까제목을 붙여 기록을 넘어서는 순간까지 말이야심장을 맹목에 빗대어보자무한정 리플레이 나는 그것밖에 할 수 없고
토우-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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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방의 아름다움
나방의 아름다움 사람들이 말하기를 나비는 아름답다 따스한 광명(光明)에 몸 맡긴 채 꽃송이의 수만 가지 결을 자유로이 누비는 그 춤에 그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나비로 태어나지 못해 한 맺힌 나방의 몸부림이 보기 싫다 사람들이 말한다 검붉은 불길 속으로 추락하는 나방이 미개하고, 또 추하다고 돌이킬 수 없건만 날고자 했다면 살고자 했다면 그게 더 아름다웠을까 그게 더 아름다웠겠지 나는 말한다 흙먼지 자욱이 낀 주름진 날개 두 쌍 부여잡고 힘겹게 날아오르는 내 모습 그래도 그 찰나의 순간만큼은 그 어떤 나비보다도 밝게 타오르는 불나방의 모습이비로소 진짜로 아름다운 것이라고 나방은아름답다
손석호-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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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삼각형 안에 사각형
삼각형 안에 사각형을 넣어본다.아니야, 반대로 해야 해.사각형 안에 삼각형을 넣어본다.넣어지지 않는다. 힘을 주어도.균열이 이어진다. 왜 이어질까.사과가 연못에 안착한다. 둥근 연못.저길 봐. 저 연못이면 충분해.사과를 집어 들어 저 멀리 던져버린다.이미 반쯤 망가진 삼각, 사각을 꺼낸다.들어간다, 들어갔다. 이 연못에.던졌던 사과가 다시 굴러온다.그리고 제 자리라는 듯 다시 연못으로 빠진다.다 부질없는 짓이다.아아, 망연
정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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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난 이걸 나만의 눈부신 우주라 부르겠어요
그저 검은 도화지에 번진노란 물감 한 점일 뿐이지만난 그걸 밤하늘의 별이라고 부르겠어요그저 서툰 손으로 오려 붙인삐뚤빼뚤한 색종이일 뿐이지만난 그걸 환한 달이라 부르겠어요그저 어설픈 마음으로 채운엉성한 나의 그림일 뿐이지만난 이걸 나만의 눈부신 우주라 부르겠어요
달콤한비둘기-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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