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면서 뒹글 청소년들이 직접 쓰고 나누는 문학 창작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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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원하지 않은 우울
머리카락에 손가락 마디마디를 넣어 스쳐가면 머리에 달라붙은 딱지들이 촘촘했다 우리는 이런 것을 부록이라 불렀다 너는 앞서가는 부록들의 머리를 꽉 잡고 젖혀가는 최초의 부록 아직 어둠에서 힘줘 나오지 못했다 그냥 안태어날래요 소중한 것들이 사라지는 게 싫어요 비록 끝물에서 태어났지만 그들만은 처음의 양수에 빠트리도록 해주는게 피곤하지 않은 것을. 한강의 윤슬들이 달에 차오르는 밤이었다 자꾸만 자꾸만 발밑을 침범하는 물기들 물에 젖은 기억은 지울 수 있어도 짜디짠 그리움은 어쩔 수 없다 타고나길 그렇게 타고 났기에 오늘도 시간은 계속되어 지쳤고 이번에도 가부좌를 튼 채 때가 왔다 그 때는 그들을 꺾으려해도 망설임 없이 꿈이 태어날 줄 알았는데 머리카락에 숨어있던 부스러기가 버려졌다 최초의 역사가 지워지고 있다 누구나 그렇듯이 나 또한 태어나기를 꺼린다 소중한 것들은 매번 사라지고 역사는 항상 지워진다는 것을.
뉴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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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나
한 눈으로 사람을 보고, 한 눈으로 사람을 정의합니다.두 눈이 사람을 쪼갭니다.눈을 감을 때 스스로가 보입니다.나는 벌레입니다.나보다 높고 낮음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낮은 이를 벌레로 생각합니다.나의 기준이 나를 누군가의 벌레로 만듭니다.나에게 벌레란 역겨움입니다.나는 벌레입니다.
이제형-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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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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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 눈 속을 떠다니는 벌레가 보인다지렁이인가 싶다가도 알록달록하게 빛을 받는 걸 보면,나는 이따금 눈을 감은 채 세상을 살아가고 싶다눈을 뜨면 가끔가끔 보이는 벼룩이 내 옆을 지난다나는 그것을 못 본 체 하며 고개를 배게에 파묻는다그게 내 머리에서 뛰어놀든, 내 팔을 놀이기구 삼아 올라타든나는 그것에 눈을 감지 못하는 하루를 보낼것이고알록달록한 지렁이가 시야를 가리는 일은 없을것이다팔다리를 내놓으면 차가워진 살만 쓸리는 겨울에는두꺼운 이불을 세 겹 덮는다속에 벼룩이 가득 찬 줄도 모르고그 따스한 이불을 덮으면이따금 나는 내 몸에서 툭, 툭 튀는 벼룩을모른 체 하고싶디태양보다 더 일찍 찾아온 형광등의 점등을 바라보면눈을 감았을 때 떠올린 것들이 보인다그것이 내 눈을 막아 앞이 보이지 않게 된다면나는 기쁨에 몸을 일으킬테지만나의 손에는 하나 이상의 안약이 들려있었다
구운복어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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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초목, 사람, 무희
나는, 초목(草木)이다.두꺼운 뿌리로 이 땅에 선 채, 때로는 두툼한, 때로는 얄팍한 가지를 이리저리 뻗으며 나 자신을 표명한다.그 가지에서부터 돋아난 풀빛으로 햇빛을 가리며 색다른 아름다움을 그대의 눈에 선사한다. 만연한 녹빛 사이 새어나오는 햇빛은 또 다른 요기가 된다.아, 그대여. 그대는 평원에서 일광욕을 하는 것뿐만이 아닌 이런 녹빛이 만연한 곳에서조차 녹빛이 아닌 햇빛을 찾는구나.벤치에 앉은 그대에게, 난 말한다."그대여, 그대는 여기 앉아 대체 무얼 누리고 있는거요?"그러자 발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대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한다."여기 있으면 햇빛이 더 잘 보이기 때문이요.""정녕 일광욕을 영위하고 싶다면 이 만연한 초목을 벗어나, 저기 저 넓디 넓은 평원에 가면 될 것 아니요?""...."그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으니, 아무래도 내가 정곡을 찌른 걸까?괜히 자부심에 빠져있다보니 주변을 잠시 잊고 있었다.벤치를 다시 확인해보니 그대는 없었다.그대는 이미 울창한 초목들 사이를 거리낌없이 주파해가며 평원으로 나가는 모습, 그 윤곽만이 보일 뿐이었다.하지만 윤곽이 보인 것도 잠시, 수많은 초목들 사이로 새빨간, 바람 하나 불지 않는데도 혼자 일렁이는 무언가가 보인다.그대는 햇빛 아래에서 장렬히 타들어가며 내게 외친다."이게 나요. 이 모습이 초목들 사이에서 벗어난 나란 말일세! 아!"난 그대가 재가 될 때까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나는, 초목이기 때문에.------나는, 사람이다.두꺼운, 불룩 튀어나온 배와 두툼한 다리로 이 땅에 선채 얄팍한 팔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나 자신을 표명한다.그 팔에서부터 돋아난 손가락 한 마디 한 마디마다 각기 다른 나 자신을 표명하며, 색다른 자신을 그대의 눈에 선사한다.만연한 군중들 속 새어나오는 견해 하나 하나는 또 다른 고통이 되어 파도처럼 모두에게 덮쳐온다.아, 그대여. 그대는 평원에서 빌딩의 높고 좁은 마천루 너머로 보이는 햇빛을 누리는 것뿐만이 아닌 이런 풍진이 만연한 곳에서조차 햇빛 아래의 인간을 찾는구나.회사에서 자기 자리를 찾은 그대에게, 난 말한다."그대여, 그대는 여기 앉아 대체 무얼 누리고 있는거요?"그러자 찡그린 표정을 지으며 그대는 답한다."여기 있으면 나 또한 풍진의 먼지가 되어 타인을 타인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지요.""정녕 타인의 눈을 갖고 싶다면 그대의 현안(賢眼)과 바꿔 끼우면 되는 일 아니요?""...."그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으니, 아무래도 내가 정곡을 찌른 걸까?괜히 초조함에 안절부절 못하다보니 주변을 신경쓰지 못했다.자리를 보니 그저 빙빙 돌아가는 의자만이 있을 뿐이었다.그대는 보이지 않았다.그대는 수많은 회사 자리를 거리낌없이 주파해나가며 창문을 깨곤 그대로 뛰어내렸다.난 이상할정도로 천천히, 하지만 왠지 모를 죽음의 예감이 맴도는 그대를 바라보았다.그대는 구름 위, 탁 트인 파란 하늘 아래에서 몰락해가며 내게 외친다."이게 나요. 이 몰락은 결국 세상의 상승기류에 의해 하늘에서 떨어져 진정한 내가 되는 몰락과 전락의 나란 말일세! 아!"난 그대가 흙으로 돌
dl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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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비평
<디거> - 시스템과 환경, 그리고 소비자들
영화 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신기하게도 한국 연극(항상 연극의 형상으로 나타나는 건 아니지만)이 생각났다. 그 중에서도 (굉장히 정치적인) 참사에 관한 연극. 참사에 대해 명확한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려는 연극이 생각났다.디거의 큰 축 중 하나는, 시스템을 비판하는 연극마저도 시스템의 일부라는 것이랄까. 결국 내가 예술 작품을 소비- 생산하면서 가장 불편한 지점은 이 지점이었다. 예술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것. 예술가는 쓰레기다.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탁상공론과 끝없는 담론 생성밖에는.디거를 보면서 수많은 한국영화가 생각이 났다. 참사들, 한국사, 잊지 말아야 할, 사람이 죽고 다치는, 기후에 관한 영화, 돈 룩 업 등 말이다. 정말 개중에는 순수한, (디거의 케니 록웰처럼, 진심으로 반성하고 추모하는 기득권, 시스템처럼) 의도로 만들어지는 영화도 있을 것이고, 실제로 그런 서사들이 꽤 많다. 그러나 순수한 의도였건 아니었건(그리고 딱히 중요하지도 않다), 결국 그런 영화들도 시스템의 안주하게 만들고 안주한다는 점에서 다를 바가 없다. 참사에 관한 극 기타등등 그것이 무엇이든지, 특정인에게 분노를 유발하고 그 유발된 감정을 특정 상징에 투사시켜 심리적 고어 포르노로 소비하게 만들고, 그리고 소비한다. 우리가 무슨 엄청난 세뇌를 당했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다. 또한 그들도 딱히 별 의도가 없다.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이 아이러니한 지점이다. <Fossil Fools> 연극이 끝나고, 4단계 경보가 울린다. 사람들은 방독 마스크를 쓰고 거리로 나선다. 결국 현실을 비판하는 예술이, 비판을 예술이라는 비좁은 공간에 가두고 해소하게 만든다. 이를 진작에 알았던 20세기 마르크스주의자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이러한 이유로 카타르시스를 반대했다. 그는 의도적으로 제 4의 벽을 깨는 여러 테크닉을 통해 몰입을 방해하는 소격 효과라는 이론을 만들었다. 이는 감정이 해소되지 못하게 해서 관객이 실제 현실에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행동을 하게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난 항상 서사예술과 정치성에 대하여 반대하는 사람이다. 서사 예술은 무언가를 강력하게(즉 정치적으로) 주장하는 사람에게 맞지 않는다. 주장은 필연적으로 단순화와 납작함, 폭력 따위가 붙기 마련이다. 내 주장이 옳으려면 상대방의 무언가가 합리적이더라도, 공감 가능하더라도 무시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토론과 논쟁은 아무런 소용도 없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그런 것들을(주로 백분토론, 혹은 젊은 남성 정치인이 "논리적"으로 패는 "사이다" 영상이었다. 그들은 꼭 괄호 안의 용어를 필수로 넣어 제목을 지었다.) 소비하며 즐겼지만, 즐길 때는 몰랐지만, 지금도 즐기지만, 다만 지금에 즐김에는 결국 이 논쟁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코카콜라는 여전히 팔리고, 24시 햄버거 가게는 어차피 값싼, 법적으로 최소한의 선만 지키면서 노동자를 뽑을 것이고. 그들의 건강은 안중에도 없을 것이라는, 기업인은 모에화되고 소수자는 악마화되고, 그렇게 우리는 힘 있는 자
김장르-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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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정
정이란 건 연약하고 제멋대로인 아가씨 귀하게 자란 분이라서 나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 홀라당 가버리고 바란 적도 없는데 꼭 붙어서 떨어지질 않는다. 정이란 건 아가씨 치고 취향은 또 심히 독특해서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던 뜬금없는 존재에게 붙는다. 정은 또 지나치게 상냥해서 뜻하지 않아도 갑자기 쉬운 사람처럼 돼버리곤 한다. 오래 봐도 정이 안 붙는 게 많은데 겨우 몇 개월 봤다고 정이 잔뜩 붙어버리니 곤란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앩옭-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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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잚, 깸, 삶
누워 있으면잠이 온다잠을 잔다고 느끼는데도잠을 잤다서 있으면잠이 온다이번에는 깨어 있었기에잠을 잤다침대 속에서잠을 잔다천장을 바라보며잔다고 느끼며깸이 반복된다잚이 반복된다삶이 반복되어잠을 자고, 깨어도 잔다꿈에서 깨고 자며현실에서 자며 깬다나누기를 할 수 있기에곱하기를 해낸다잚과 깸은삶의 곱하기와 나누기
lipaly-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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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오늘부터 빛을 보며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학생입니다.남들보다 쉽게 지치고 힘들어하는 저는 살아가는 이유를 잊어버린 채하루를 그냥 견디기만 하는 사람처럼 살아갑니다.남들처럼 공부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게언제부터 기준이 되었을까요?뭐든 게 당연했습니다.코피 터져라 몸이 망가지도록 공부해도세상이 저희들에게 바라는 수준은 너무나도 높았고실수 한번에 "친구들이 언제라도 자신을 떠나지 않을까?"라는걱정에 완벽해져야만 했습니다.저는 오늘도 저를 잃었습니다.정해진 틀 안에서 살아간다는 현실에 또 한번 무너져야만 했습니다.저희는 그냥 줄노트에 있는 줄칸을 넘으면 안 되는빼곡한 글씨들입니다.왜요?왜 우리들은 그 줄칸에 넘으면 안 되나요왜 저희는 정해진 틀 안에서 숨 쉬어야 하나요이해할 수 없습니다.살아갈 수 없습니다.내일이 무섭습니다.내일 해가 뜨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그니깐 제 말은조금이라도 저희 말을 들어주세요.새벽 3시까지 공부를 마치고아침 6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학교에 가고학교가 끝나면 학원 가는 나날들이이제는아닙니다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nuya-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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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귀신과 아침
그건 언젠가부터 나와 함께 살고 있다때로는 홀로 텔레비전을 보고 있거나 책을 읽고 있을 때 또는 부엌을 서성일 때 불쑥 내 앞을 지나간다 나는 공포영화를 보면 땀이 난다, 열이 식질 않아 냉장고를 열어 네모난 아이스크림을 꺼내먹는다밥을 먹을 때 그것이 내 앞에 있기도 한다 나는 모른척 고개를 수그려야만한다 고개를 드는 순간 온몸이 꿀렁이고 구역질이 목끝까지 차오르니까요즘은 집에 가만히 앉아있어도 땀이 난다눈을 감고 사람 얼굴을 떠올리면 어둠에 둥둥 뜬 귀신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새벽에, 귀신조차도 잠에드는 새벽에 창문 건너 불면의 달을 바라본다 졸리게 감은 반달 나 혼자 뿐인 집에서 자꾸만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땀에 흠뻑 젖은 채로, 일어나…, 그것과 또 아침식사를 해야지
가을벚꽃-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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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선물 속에서
달리고 달리다 흙탕물에 빠졌어요.온몸으로 몸부림치죠.그런데 몸부림칠수록 빠져드네요.굳어가는 다리가 보여요.고개를 들자 드넓은 초원있어요.지평선이 보이네요.머리를 휘두르자 흙탕물이 날려요.하늘이 갈색이네요.고개를 들어도 갈색이네요.다리가 굳어가죠.오늘도 몸부림쳐봐요.모든 걸 굳혀봐요.
이제형-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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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홍시의 죽음
아, 아프다나도 모르게 벌어져 버린 내 옆구리아무도 모르게 곯을 것이지왜 상처는 퍼져 자꾸만 내 살점이 흐르는가차라리 곯아 그 부분만 아플 것이지…흐르는 살점들을 황급히 붙잡아 보지만중력은 홍시의 살점을 원한다차라리 어느 한 부분이 썩을 것이지왜 나의 양이 줄어들게 이런 깊은 상처가 생겼는가아무도 몰라주던 삶의 마지막 새의 먹이라도 되고 싶었거늘…어느새 더 깊어진 상처는점점 홍시의 몸이 갈라지게 한다아아, 안돼조금만 더 버티란 말이야이제 곧 새들이 올텐데…나의 쓸모를 부여해주는 이들, 나의 유일한 희망…!툭아스팔트 도로 위로 홍시의 하반신이 떨어졌다이제 홍시는 말이 없다힘겹게 눈을 떠보며 주황빛 눈물을 흘릴 뿐이다저편에서 새가 날아와 다른 홍시에게 곧장 달려간다우리의 홍시는 찍 소리도 못한 채 입을 옴싹달싹거리다가결국 눈을 감는다어느 가을 날, 홍시가 죽었다
DEER-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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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업 앤 다운
어두운 구석에서 작은 백열 전구가 깜박거렸다. 다운은 의자에 앉아 천장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라디에이터가 진동하며 검은색 액체가 뚝뚝 떨어졌다. 바닥에 고인 액체가 끈적하게 신발 밑창에 달라붙었다. 방 한가운데에 있는 모니터가 조용히 오래전에 방영됐던 영화를 재생하고 또 재생했다. 화면 속 어린 소년은 파란 요정에게 무릎을 꿇고 있었다. 애절한 목소리가 스피커 사이로 새어나왔다. 다운은 고개를 돌렸다. 저 장면을 본 지 며칠째였다. 모니터는 고장 난 듯 같은 부분만 계속 반복했다. 소년이 간절히 빌고, 요정이 침묵하고, 다시 소년이 빌고… 화면이 번쩍이며 다음 장면으로 넘어갔다가 금세 다시 되돌아왔다. 창문 너머로 회색 연기가 끝없이 피어올랐다. 공장 굴뚝들이 하늘을 더럽히고 있었다. 거리에는 줄 선 사람들의 그림자만 보일 뿐이었다. 꺼질 듯 말듯 하던 전구가 꺼지며 어둠을 몰고왔다. 다운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현관문을 열고 소포를 들여왔다. 3개월 동안 잊고 있던 청구서였다. “청구서가 밀렸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다운은 세금을 내려면 어떻게 해야되는지 알고 있었다. 다시 일하러 갈 시간이었다. 다운은 조용히 주먹을 쥐며 외투를 챙겼다. 구겨진 주름 사이사이에서 먼지가 풀풀 풍겨 나왔다. 머리가 아파왔다. 관자놀이가 지끈거리며 화악 달아올랐다. 일을 구한다는 것은 큐에게 다시 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큐는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눈앞으로 큐의 차가운 미소가 스쳐지나 갔다. 오랫동안 열리지 않은 문은 손톱으로 칠판 긁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콧속으로 지겨운 흙먼지가 몰려 들었다. 다운이 녹슨 철제 계단을 밟고 내려가자 층층이 쌓여진 컨테이너 건물들에서 붉게 달아오른 얼굴들이 튀어나왔다. "다운! 정말 오랜만이네. 어디 숨어 있었어?" 미라가 전자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웃었다. "그냥... 집에 있었어." "집에만? 몇 달 동안? 미쳤나?" 미라는 고개를 저었다. "요즘 일자리가 얼마나 귀한데. 로봇들이 다 가져가서." "그래서 나왔잖아." "큐한테 가는 거지? 조심해. 요즘 큐 성격이 더 나빠졌어. 로봇들이랑 일하는 게 많아져서 그런가." 다운은 발을 동동 굴렀다. "다른 선택이 있어?" "글쎄... 공장에서 일할 수도 있고. 물론 로봇들이랑 경쟁해야 하지만." "그건 더 싫어." 미라는 한숨을 쉬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긴 해. 예전엔 그래도 사람이 우위에 있었는데." 다운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 후, 하늘을 흘깃 쳐다보고 발걸음을 옮겼다. 하늘은 높은 빌딩과 컨테이너들에 가려져 사이로 드문드문 회색 구름만 보였다. 굴착기와 중장비의 비명소리가 사방으로 울려퍼졌다. 거대한 드릴이 콘크리트를 뚫을 때마다 네온사인들이 번쩍였다. 파란색과 분홍색 홀로그램 광고들이 먼지구름 사이로 일렁거렸다. 위대한 도시는 공사를 끝낸 적이 없었고, 멈출 생각도 없어 보였다. 작업복을 입은 인간들이 무거운 철판을 옮기고 있었다. 이마 위로 땀이 줄줄 흘렀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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