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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
문학광장 〈문장의소리〉는
2005년부터 시작된 문학 라디오입니다.
2024년 새롭게 개편된 〈문장의소리〉는
연출 유계영 시인, 진행 우다영 소설가, 구성작가 문은강 소설가가 참여합니다.
문학집배원
가정 최지은 우리는 말이 없다 낳은 사람은 그럴 수 있지 낳은 사람을 낳은 사람도 그럴 수 있지 우리는 동생을 나눠 가진 사이니까 그럴 수 있지 저녁상 앞에서 생각한다 죽은 이를 나누어 가진 사람들이 모두 모이면 한 사람이 완성된다 싹이 오른 감자였다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없는 푸른 감자 엄마는 그것으로 된장을 끓이고 우리는 빗소리를 씹으며 감자를 삼키고 이 비는 계절을 쉽게 끝내려 한다 커튼처럼 출렁이는 바닥 주인을 모르는 손톱을 주웠다 나는 몰래 그것을 서랍 안에 넣는다 서랍장 뒤로 넘어가버린 것들을 생각하면서 서랍을 열면 사진 속의 동생이 웃고 있다 손을 들어 이마를 가리고 있다 환한 햇살이 완성되고 있었다 우리는 각자의 방으로 흩어진다 우리가 눈 감으면 우리를 보러 오는 한 사람이 있었다 우리는 거기 있었다 - 시집 『봄밤이 끝나가요, 때마침 시는 너무 짧고요』(창비, 2021)
정오가 되자 태양이 머리 꼭대기 위에 떠올랐다. 슬슬 직장인들이 몰려와 테이크아웃을 해 갈 시간대인데 손님은 하나도 없었다. 당연했다. 이런 땡볕에 에어컨도 안 트는 카페에 올 손님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 틈을 타 나는 유리와 함께 카페 테이블에 얼굴을 대고 늘어져 있었다. 평택호 바로 앞 관광단지라는 특성 때문에 원래가 직장인보다는 뜨내기손님이 더 많은 가게였다. 단골도 별로 없다. 주변에 같이 장사하는 가게 사장님들 외에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라 버스나 지하철을 탈 필요가 없다는 게 유일한 장점이었다.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테이블에 반대쪽 볼을 갖다 댔다. 테이블에서 올라오는 찬기로 얼굴이 조금은 시워해져서 이러고 있으면 그나마 살 것 같았다. 점장님은 이러고 누워 있는 우리를 보고 나무늘보가 따로 없다고 잔소리를 하시지만. 볼을 바꿔 대려고 고개를 다시 들었을 때, 앉아 있는 테이블에서 제일 가까이에 있던 스킨답서스 화분에서 불길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듣는 순간 테이블에 엎어져 있던 몸을 벌떡 일으킬 정도로 놀랐다. “부점장님, 왜 그러세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 정도로 놀란 것도 오랜만이었다. 소리가 들린 것 자체가 오랜만이긴 했다. 지난달 초에 한 번 듣고 이번 달에 처음 듣는 거니까 얼추 두 달 만인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면 유리가 불안해할까 봐 다시 테이블에 볼을 갖다 대고 누웠다. 누운 채로 점장님이 있는 포스기 쪽을 향해 물었다. “점장님, 저희 화분 몇 개만 더 뺄 수 없을까요?” 카페 내부에는 보이는 자리마다 화분이 깔려 있다. 어스프레소는 대대적으로 친환경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펼치곤 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커피 브랜드로도 유명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플라스틱 제로가 아니라, 여기 평택 에코시티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신소재 플라스틱만 사용한다는 뜻이지만 신소재 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과 달리 금방 썩는다는 특징이 있으니 크게 다른 말은 아니다. 평택이 신소재 플라스틱 시번 사용 도시, 에코시티로 지정된 지 이제 10년째였다. 평택 구도심 아래쪽, 평택호 인근 지역이 에코시티로 지정된 이후 시티 내에서는 사용하는 플라스틱 양에 제한이 없어졌다. 신소재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만큼 탄소 배출도 타 지역보다 20퍼센트까지 더 가능하다. 그 영향인지는 몰라도, 최근 들어 공장이나 기업의 본사가 에코시티로 이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어스프레소의 본사만 해도 에코시티 내에 있었다. 그러니까 가게 내부에 가득한 화분은 어스프레소의 친환경 브랜드 마케팅의 일환이었다. 어스프레소 사장님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그게 내 업무 환경을 저하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었다. 점장님에게 매일 우리 화초 좀 몇 개만 빼자고 말해도 내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점장님이 말했다. “명색이 에코시티인데, 초록이 좀 많아야 보기도 좋지 않니?” 초록, 저도 참 좋아하는
창원 조성래 창원으로 갔다 이제 두 달도 더 못 산다는 어머니 연명 치료 거부 신청서에 서명하러 갔다 아무리 먼 곳이라도 일단 도착하면 나는 그곳과 너무 가까운 사람이었다 먼 곳은 먼 곳으로 남겨 두기 위하여 나는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았다 먼 곳이 너무 싫어서 먼 곳을 견딜 수가 없어서 세상의 모든 먼 곳으로 가고 싶었다 속속들이 모든 먼 곳을 다 알고 모든 먼 곳을 파악하고 모든 먼 것들의 사정을 다 이해하고 용서하는 전지하신 하느님께 합장하고 기도 올리는 성모마리아······ 파티마 병원에 어머니는 누워 계셨다 빗자루에 환자복을 입혀 놓은 것처럼 바싹 말라서 아직 살아 계셨다 내 손을 잡고 울다가 자기가 죽을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그러다 조금 뒤면 자기가 죽을 것을 까맣게 모르는 사람처럼······ 내가 하나도 밉지 않은 듯이, 어제도 날 본 사람처럼 웃었다 다음 생에는 안 싸우고 안 아픈 곳에서 함께 있자고 이제 당신이 내 자식으로 태어나라고 내가 당하겠다고 당신도 당해 보라고 눈물이 끝 모르고 흘렀다 눈물 흘릴 자격이라도 있는 것처럼 마치 자식 된 사람인 것처럼······ 그 시각 모든 일이 먼 곳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다 거기선 엄마도 죽고 나도 죽고 끔찍한 날 피해 자리를 비킨 동생도 죽고 모두 죽어서 죽고 나서 웃고 있었다 모두 지난 일이라는 듯 모두 지나야 했던 일이라는 듯······ 그러나 그건 나 혼자서 듣는 소리였다 어머니는 홀로 죽을 것이며 나는 여전히 어떤 현실들에 마비된 채 살아도 되는 사람처럼 살아서 살아 있는 것 같은 사람들 사이를 걸어 다닐 것이다 —시집 『천국어사전』(타이피스트, 2024)
도경이 사는 곳은 용희가 익히 경험해 본 장소였다. 대학 시절 같은 과 동기의 자취방이 꼭 저랬다. 여름에 동기의 자취방은 주변에 햇빛을 가려 줄 만한 큰 건물이 없어 작은 냉장고에 몸을 쑤셔 넣고 싶은 집으로 탈바꿈했고, 매서운 바닷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에는 동면할 수 없는 인간 존재의 한계를 뼈 시리도록 반성케 하는 집으로 변모했다. 도경의 집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가림막 하나 없는 여름 한낮의 옥탑방은 재난 지역으로 선포해도 무방했다. 딱 한 가지 좋은 점은 상쾌한 가을밤이 내려앉았을 때 옥상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담배를 피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캔 맥주가 손에 들려 있으면 더 좋았다. 용희는 옥탑방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생각했다. 도경에게 캔 맥주 한 박스를 몰래 사다 주는 것 외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용희는 긴 한숨을 내쉬며 언덕길을 내려다보았다. 도경이 검은 봉지와 막대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고서 자신이 있는 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도경이 용희를 알아보는 데 쓰인 10초는 용희에게 머나먼 북극의 바다를 두어 번 갔다 오는 시간만큼 길게 느껴졌다. 당황한 용희는 마찬가지로 어찌할 바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도경을 향해 소리쳤다. “제가 지구에 커튼을 쳐 드릴게요!” 도경은 입을 벌린 채로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용희는 도경의 집 옥상에 놓인 평상에 앉아 바다를 내려다보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살며시 눈을 감았다. 지난 5년간 얼핏얼핏 그려 왔던 일이, 지난 이틀간 문득문득 상상했던 순간이 눈앞에 당도했다는 기쁨에 용희는 이마에서 얼굴로 주르륵 흘러내리는 땀방울도 잊은 채 자신의 심장 소리에만 주의를 기울였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것을 처음 알게 된 순간에도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그러나 그 역시 정해진 트랙을 벗어나 날뛰는 소리는 아니었다. 용희는 심장이 악보 없는 음악에 홀려 무작위의 춤을 추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처음으로 천문대를 찾았을 때 광활한 우주를 탐사하며 느꼈었던, 거대하고 두려운 무언가가 눈앞에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예측불가능한 불안함 속에서도 주체할 수 없는 흥분으로 몸을 떨던 때의 심장 소리였다. 그때, 도경이 옥탑방에서 나와 유리컵 두 개와 감자칩을 담은 그릇을 평상에 내려놓았다. 도경은 평상에 편하게 앉더니 검은 봉지에 든 맥주 세 병을 꺼냈다. “병맥주 한 병을 마셨을 때 기분이 제일 좋아요. 그제 제 주량이에요. 더 마시면 정신 줄 놔요.” 용희는 물었다. 그런데 왜 세 병을 샀느냐고. “술이 술을 부르니까.” 용희는 빙긋 웃었다. 도경은 용희의 컵에 맥주를 따른 후 자신의 컵을 스스로 채웠다. 건배 없이 도경이 먼저 맥주를 들이켰다. 용희도 마셨다. 도경이 말했다. 정말 화를 참을 수 없었다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내 탓은 아닌 것 같은데, 정말 내 잘못은 아닌 것 같은데.&r
양동이 이린아 그해 여름 양동이 속에 머리를 넣고 살았다 양동이는 늘 밖에서부터 우그러진다 우그러진 노래로 양동이를 펴려 했다 그때 나는 관객이 없는 가수가 되거나 음역을 갖지 못한 악기의 연주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다 잘 보세요, 얼굴에서 귀는 유일하게 찌그러진 곳입니다 보컬 레슨 선생이 말했다 가끔 내 목소리가 내 귀를 협박하곤 했다 세모 눈썹, 불타버린 미간을 펴며 귓속과 목구멍의 구조를 샅샅이 뒤지는 소리를 내려 했던 여름 노래, 그해 여름에 배운 노래는 반팔이었고 샌들을 신었고 목덜미에 축축한 바람이 감기는 그런 노래였다 양동이 속에서 노래는 챙이 넓은 모자를 뒤집어쓰곤 했다 골똘한 눈, 꺾인 손등으로 받치고 있는 청진의 귀를 향해 벌거벗은 노래를 불렀다 양동이 속에서 듣던 1인용 노래 허밍과 메아리의 가사로 된 노래를 우그러진 모자처럼 쓰고 다녔다 - 시집 『내 사랑을 시작한다』 (문학과지정사, 2023) 찾았다, 문장이!
나는 수미를 만나러 갔다. 오로라와 나비가 생긴 발로 내가 만나러 간 사람은 2031년의 수미는 아니고 2022년의 수미였다. 2022년이 막 시작된 겨울에 수미가 내게 어떤 협곡으로 오라고 했다. 나는 수미가 일러준 협곡 입구로 가서 표를 끊었다. 그곳은 남한 최북단 마을에 있는 곳이었다. 매표소를 지나 들어서자 까마득한 암반 절벽 위로 길이 이어져 있었다. 그 길을 천천히 걸어서 나오면 자신이 일이 끝나는 시간대와 얼추 맞을 거라고 수미가 말했다. 나는 주상절리의 무늬들을 건너다보면서 절벽에 긴 선반처럼 매달려 있는 길을 걸었다. 벼랑길 밑으로 하얗게 언 강이 이어졌고 그 위를 사람들이 일렬로 걷고 있었다. 강 위를 걷던 사람들이 가끔씩 멈춰 서서 이쪽 벼랑 위를 올려다보는 것이 보였다. 절벽 위를 한 시간 남짓 걷고 나서야 나는 넓은 공원이 보이는 곳으로 나갈 수 있었다. 공원 한쪽에 빨갛고 기다란 버스가 한 대 서 있었다. 방한 아웃도어를 입은 사람들의 줄 끝에 서 있다가 나는 버스에 올라탔다. 운전기사의 바로 뒷좌석에 앉고 싶었지만 누군가 이미 앉아 있어 대각선 쪽 좌석에 가서 앉았다. 버스가 몇 개의 정거장을 거치며 협곡 탐방객들을 내리고 태우는 동안 나는 룸미러로 버스 기사와 눈이 자주 마주쳤다. 그때마다 웃음을 참느라 마스크를 더 올려 써야 했다. 구독자가 2,01만명인 한 여행 유튜브 채널에 수미가 ‘친절한 기사님’으로 소개된 것이 떠올랐던 것이다. 과연 수미는 버스가 설 때마다 승객들과 웃으며 인사를 주고받았고 트레킹 코스가 엉켜 헤매는 사람들한테 막힘없이 대안을 얘기해주었다. 버스는 몇 정거장을 더 거쳐 내가 표를 끊었던 협곡 입구로 왔다. “끝났다, 일.” 그렇게 말하고 수미는 나를 강으로 데리고 갔다. 절벽 위는 걸었을 테니 얼음 위를 걷자고 하면서. 나는 수미를 따라 강으로 내려갔고 우리는 금세 얼음 트레킹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등산화에 아이젠을 착용한 사람들 틈에서 운동화를 신은 건 수미와 나뿐이었으므로 우리는 또 금세 대열에서 벗어났다.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새 폭이 좁아지는 협곡에 다다라 있었다. 우리는 거기서 걸음을 멈췄다. 양옆으로 현무암 절벽이 가파르게 서 있어 마치 하늘이 보이는 동굴 속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수미와 나는 눈이 희끗희끗하게 덮인 얼음 위를 걸어서 암벽 밑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나오며 좁은 협곡 안을 빙빙 돌았다. 그러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운동화를 벗었고, 곧이어 양말도 벗었다. 맨발인 채로 얼음 위로 올라서자마자였다. 수미와 나는 뜨거운 불을 딛고 선 것처럼 비명을 지르며 양 발을 번갈아 들어 올리다 신발을 벗어놓은 바위 위로 뛰어올라갔다. 참을성이 조금도 없는 서로가 웃겨서 한참을 웃다가 다시 맨발로 얼음 위를 디뎠고, 몇 걸음을 걷다가 또 비명을 지르며 언 강과 바위를 뛰어다녔다. 그러다 우리는 누가 더 오래 서 있는지 내기라도 하듯 얼음 위에 맨발을 고정하고 섰다. 일초가 지나고 이초가 지나
글틴
영원으로부터영원으로 향하는삶이라는 열차지금 어디에 있는지어디에서 탔는지어디로 가는지어디로 가야하는지도 모르겠다그곳에서 외친다나는 누구인가나는 어디에서 왔는가나는 어디로 가는가
밝았던 하늘이흰 눈이 얼룩지듯 어두워져 하늘을 올려다봅니다그 사람의 얼굴에 먹구름이 꼈고곧,비가 쏟아집니다그 사람이 빗속을 걷는 걸음걸음마다물방울이땅에서 하늘로 톡톡 튀고 있습니다한번,폭우가 몰아치더니그 사람의 얼굴에 해가 뜨기 시작합니다어두웠던 하늘이비가 그치고 해가 뜨듯 밝아져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빙글빙글 돌다 순례자처럼어둠은 아무리 입어도 따뜻해지지 않고심장에 뿌리내린 폐허의 이름을다 잊고 싶었어새벽에 내린 잔비를 걷어내면어쩐지 세상은 다들 잘 살아전부 남의 일 남의 일이라서 그런가지루하고 헛헛한 하루이렇게 눅눅한 기분으로 보내물의 마음으로...운동장을 한 바퀴 빙 둘러 걷다 보면조용한 시간도 전부 다 수상한 내일참을 수 없는 날엔 냉장고에서봄을 조금씩 꺼내 먹었어이제 더이상 아끼지 말자선뜩 다가온 역사의 복판무심하고 단단한눈꺼풀 속 투명한 안구구슬을 꿰어서 창가에 걸어놓으면해가 들고 갈라지는 빛 빛 빛바닥에 새겨진 징검다리를 밟고 부서질 듯 단단하게 어딘가로 걷자기억해 슬픈 물의 마음을벼랑 끝에 몰린 세월의 배를시위대의 가장 앞에 물대포를 쏘아라손 닿을 것 같은 어제를그리고 우리 아들을 찾아주세요골목골목 차오르고 거리로 나온 아이들을처절하게 부둥켜 안고 총구를 밀고 나가는 발걸음을익숙한 해변에 누워 파도를 기다리면그때쯤 일본의 시골마을에 이름 모를 시신이 밀려왔다응 나는 그렇게 살아통제하는 것 발을 묶는 것언제부턴가 ’생존 수영‘나가자수영 앞에 붙은 단어의 의미를 그때는 잘 알지 못했지그건 기다리지 말라는 것다른 이의 도움을 기대하지 말라는 것토해내듯이 배운 무언가를 절대 잊지 말고 어른이 되자둥글게 조각난 패각을 주웠어윤슬이 일렁이는 풍경보다아름다운 일이 있어서봄의 바닷가 작은 집은녹슬지 않는 진주로 세워졌지고개를 돌려 먼 곳을 바라봐 고통스런 언어를 조심스레 어루만지며시간은 별로흐르지 않았어 액자 속에서누군가 손 안에 쥐여준 리본은사실 네가 잘 살아가라고마음의 벽 바깥에서 내밀었던 거야나 오늘 눅눅한 하루였어몰라도 괜찮아 다들 남의 일 남의 일이니까그래도 오늘 잘 살았어 그들이 있어서계속 해를 바라보는 것반사된 징검다리를 어딘가에 흩뿌리는 것그것만이 언젠가 의미 있을 거라고나 오늘 그렇게 말했어유리로 된 손을 꼭 잡으면서
진정한 음악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나는 꼭 내가 하늘을 나는 새가 되고, 귀가 아플 정도로 빠르게 달려가는 자동차 또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뜨겁게 세상을 향해 외치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나의 심장은 호흡이 가빠지며 그제야 힘차게 뛰기 시작해요 나에게 닿을 정도로, 처음엔 그저 음악에 대한 나의 사랑이 시작이었어요 이제는 그 사랑이 나도 너무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려 내가 직접 가슴 뛰게 만드는 음악을 만들길 바랐어요 하지만 너무나도 큰 현실의 벽에 부딪혀 희망으로 가득 찼던 나만의 단단한 나무는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병들고 초록의 잎들은 하나하나 떨어져 사람들에게 밟혀버렸죠 한편으론 이런 나 자신이 미워서 나의 나무를 차마 놓아줄 수 없었어요 나는 고민했어요 그리고 깨달았죠 나는 엉망이 되어버린 흙 위로 새로운 흙을 부어 땅을 가꾸고 마침내 계절이 지나면 다시 자랄 나의 잎들을 기다리며 새로운 나무를 심기로 했어요 나는 하나의 상처가 생겨 흉이 져버렸지만 다시 나의 사랑은 시작되었어요 그리고 지금, 다시 나의 심장이 뛰기 위해 나는 나의 진정한 음악을 글로 써 내려가고 있어요 나의 마음엔 한 나무의 잔상이 남아있고 또 하나의 나무가 자라고 있어요 그저 힘주어 꾸역꾸역 땅을 가구고 나무를 심은 게 아니라 진정한 나의 음악을 잊지 않기 위함이죠.
빈 병에서 비가 내렸다.내일은 안개가 움트려나 봐.비를 맞으며 빗방울이 속삭였다.우산은 없는 거야?이어지는 대화에 그만.하고 중얼거렸다.크게 소리를 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면,역시,비가 놀라지 않길 바란 것이다.상냥하다는 칭찬은 돌아오지 않았다.빈 병의 바깥은 투명하겠지만 벌써 흐리다.불투명과 칭찬의 부재에 설명을 원한다.설명은, 설명은.빈 병에서 혼자 설명을.그만하고 빗방울이 소리쳤다.세차게 비가 내리는 소리, 사방이 흐리고, 먹먹하고, 자욱한 하양이 나와 마주한다.난 알고 있다.알고 있는 건비가 내린다와 병에 갇혔다.모르는 건설명을 원한다.텅 빈 병에 안개와비어 있지 않으며 차오르는 물.비가 내려다보았던 탓이다.빈 병에서 비가 내리는 탓이다.이제 이 병은 빈 것이 아니지만, 비었다고 믿는 탓이다.그러나 내가 이 병에 있으면서도, 비었다고 말하는 탓이다.무슨 탓을 하니?아무 탓도.흐리터분 문답을 끝맺으며 숨을.역시, 빈 것에는 선명한 것이 필요할 뿐이었을까.다만 그것조차 설명을 원한다.
그 사람이 내게 고백했다나는 거절했다연인은 내게 설렘만을 주지만나의 흙과 바람과 물은,내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에,그 이상으로 나를 알아주기에나는 순간의 달콤함을 포기하고지속적인 은은한 향기를 선택한 것뿐이다이 이상도 이하도 아닌,부피가 크진 않지만 밀도가 높은,그런 선택을 한 것이다.
우리를 버리지 마세요버려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물을 사랑하세요씨발 제발누군가 뻔뻔한 얼굴을 치켜들면 그 옆에서 슬픔을 두 배로 받는다는 걸참 효율적이고 공정한 세계이인 삼각 달리기를 하면서 배울 수 있었지들고 있던 망치로 유리창을 깨뜨렸다 깨뜨리고 싶었어두드리는 손뻗는 손기울어지다 벼랑이 된 세월시간을 태연하게 끌면서언제부턴가 ‘생존 수영'나아가자 무엇을? 무엇이든지 가르고수영 앞에 붙은 단어무슨 의미인지 그때는 잘 알지 못했어그것은 언제든 도움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일찍이 버려야 한다는 당부를 단단히 심어 주었지물의 기억 물의 역사 물의 역사를 안다면 감히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아라 슬픈 시간을그를 찾아주세요 우리의 아들을 찾아주세요······ 온 몸으로 미래를 지킨 백발의 사람들 앞에서우리의 아들들 고생했어! 그런 말을 할 수 있어?군인의 총에 손을 대다니 네?물의 마음은 오래되고모래사장 위에 누워 파도를 기다리면그때쯤 일본의 시골마을에 이름 모를 시신이 밀려왔다익사의 나라에 산다면 감히 할 수 없는 일이야걸어가우리는 모두 남의 일이지노랫소리가 들리잖아전부 남의 일 편안하게대가를 치뤄 얻어낸 순간을고통스럽게 치열하게묶인 몸으로 달려가어 당신의 손에 투표권이 있네요무수한 사람의 피로 쓰인 투표권입니다이제 숭고한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권리를 행사하세요 전이것을 버리겠습니다 어우 간단해 사실 요 며칠 누굴 골라야 하는지 정말 미치는 줄 알았어요 그러니 제 책임은 없겠죠? 이 나쁜 놈!우리를 버리지 마세요하고 말했다…그들을 버리지 마세요 물을 사랑하세요사실은 누구도 아닌 당신에 반해스스로 구해야 한다는 걸 오랫동안 배웠으면서
문장소식
바로가기문학광장 댓글챌린지 이벤트 2024년 한 해 동안 발행된 문학광장 콘텐츠를 보고,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추첨을 통해 참여 작가의 사인본과 캠핑 테이블 등 푸짐한 선물을 드립니다! ㅇ 참여방법 1. 2024년 발행된 문학광장 콘텐츠에 댓글을 남기고 캡처하세요! ★ 댓글 작성 가능 콘텐츠 : 김기태, 윤이안, 김중혁 소설가 및 조성래 시인의 작품 ★ 바로가기 - 김기태 소설가 : https://munjang.or.kr/board.es?mid=a40102000000&bid=0032&act=view&ord=B&list_no=101601&nPage=2&c_page= - 윤이안 소설가 : https://munjang.or.kr/board.es?mid=a40703000000&bid=0035&act=view&ord=B&list_no=103036&nPage=1&c_page= - 김중혁 소설가 : https://munjang.or.kr/board.es?mid=a40102000000&bid=0032&act=view&ord=B&list_no=103264&nPage=1&c_page= - 조성래 시인 : https://munjang.or.kr/board.es?mid=a40702000000&bid=0034&act=view&ord=B&list_no=102878&nPage=1&c_page= 2. 댓글 작성 후, 응모 폼에 설문 제출! ★ 인스타그램 피드 또는 스토리에 @munjang2005를 태그하여 댓글캡처본을 공유하면 당첨 확률이 UP! ★ 응모 폼 링크 : https://answer.moaform.com/answers/EO3oQP ㅇ 댓글 작성 플랫폼 : 유튜브, 문학광장 누리집, 팟빵, 인스타그램 등 어디든 OK! ㅇ 이벤트 기간 : 11.28(목) ~ 12.9(월) ㅇ 당첨자 발표 : 12.10(화), 개별 안내 예정 ㅇ 경품 안내 - 문학광장 작가 사인본 (16명) - 『천국어 사전』(5명), 『온난한 날들』(3명),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5명), 『영화보고 돌아오는 길에 글을 썼습니다』(3명) - 접이식 캠핑 테이블 (5명) 지금 바로 댓글 남기고 특별한 선물을 받아보세요!
문장 ONE-PICK 이벤트 2024년 한 해 동안 문학광장과 함께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콘텐츠를 ONE-PICK 해주세요! 독자 코멘트는 문장웹진 2025년 1월호에 소개되며, 푸짐한 선물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ㅇ 참여방법 1. 2024년 문학광장 콘텐츠(문장웹진, 문장의소리, 문학집배원) 중 가장 인상 깊은 콘텐츠를 골라주세요! 2. 선택한 콘텐츠와 그 이유를 이벤트 응모 폼에 작성해 제출하세요! ★ 응모폼 링크 : https://answer.moaform.com/answers/Ev9lyN ㅇ 이벤트 기간 : 11.28(목) ~ 12.9(월) ㅇ 당첨자 발표 : 12.10(화), 개별 안내 예정 ㅇ 경품 안내 - 문학광장 작가 사인본 (4명 ): 『카카듀』 - 손난로 보조배터리 (12명) - 리싸이클 코끼리 노트 (9명) 여러분의 최애 콘텐츠를 골라 문학광장과 함께해보세요! 당첨자에게는 특별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숨은 문장이 찾기 이벤트 2024년 한 해 동안 문학광장과 함께 한 콘텐츠에 숨겨진 '문장이' 캐릭터를 찾아주세요! 정답을 맞히면 푸짐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ㅇ 참여 방법 1️. 2024년 문학광장 콘텐츠(문장웹진, 문장의소리, 문학집배원) 중 무작위로 '문장이' 캐릭터가 삽입된 5개의 콘텐츠를 찾아주세요! 2️. 찾아낸 '문장이' 캐릭터가 있는 콘텐츠 링크를 복사하여 설문폼에 제출하세요! ★ 설문폼 링크 : https://answer.moaform.com/answers/EKnp4g ㅇ 이벤트 기간 : 11.28(목) ~ 12.9(월) ㅇ 당첨자 발표 : 12.10(화), 개별 안내 예정 ㅇ 경품 안내 - 여행용 구급 키트(10명) - 로이텀 A5 다이어리 LEUCHTTURM 1917(5명) - 에코 키트 선물세트(손목가방, 대나무칫솔, 고체치약, 고체 3종 어메니티)(5명) 문장이를 찾아 문학광장의 재미를 더해보세요! 당첨자에게는 특별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문장지기입니다! 2024년 연말 맞이 문학광장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 댓글 챌린지 문학광장 콘텐츠에 댓글을 달고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멋진 선물을 드려요! ㅇ 참여 기간 : 11.28(목) ~ 12.9(월) ㅇ 이벤트 링크 : https://munjang.or.kr/board.es?mid=a10706010000&bid=0023&list_no=103556&act=view 2. 문장 ONE-PICK 2024년 가장 인상 깊은 문학광장 콘텐츠를 선택해 이유를 작성해 주세요! 여러분의 의견이 문장웹진 2025년 1월호에 소개될지도 몰라요! ㅇ 참여 기간 : 11.28(목) ~ 12.9(월) ㅇ 이벤트 링크 : https://munjang.or.kr/board.es?mid=a10706010000&bid=0023&list_no=103557&act=view 3. 숨은 문장이 찾기 문학광장 콘텐츠 속 '문장이' 캐릭터를 찾아내고 인증하면 경품 찬스! ㅇ 참여 기간: 11.28(목) ~ 12.9(월) ㅇ 이벤트 링크 : https://munjang.or.kr/board.es?mid=a10706010000&bid=0023&list_no=103558&act=view * '문장이' 캐릭터는 2024년 문장서포터즈 이형초 님이 협조해주셨습니다. [문장서포터즈] 문장서포터즈 1기 '몽글' 6명은 만 18세 이상 미등단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몽글'은 직접 작성한 활동계획서를 기반으로 문학 관련 콘텐츠를 취재하며 다양한 형식으로 재생산하는 기획자로서 문학을 탐구합니다. 2024년 8월부터 2025년 1월까지 6개월간 문장웹진 '모색'에서 문장서포터즈의 다양한 기획을 만나보세요. * 몽글 : 문장서포터즈의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에 몽글몽글 뭉치어 있게 해주겠다는 포부를 담은 이름 * 문장서포터즈 콘텐츠 보러가기 : https://munjang.or.kr/board.es?bid=0006&mid=a20106000000 2024년에는 문학광장이 대★변★신을 했는데요! 다양한 문학 콘텐츠를 편하게 보고 싶다면 문학광장 인스타그램을 팔로우 해주세요! 1. 문학광장의 다양한 소식 및 이벤트 ▶ https://www.instagram.com/munjang2005/ 2. 매일매일 게재되는 문장웹진의 문장 큐레이션 ▶ https://www.instagram.com/webzine_munjang/ 3. 작가님들의 소소한 에피소드와 낭독 숏폼 ▶ https://www.instagram.com/channel_munjang/ 문학광장과 함께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링크 클릭하고 바로 이벤트 참여 GO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