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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
문학광장 〈문장의소리〉는
2005년부터 시작된 문학 라디오입니다.
2024년 새롭게 개편된 〈문장의소리〉는
연출 유계영 시인, 진행 우다영 소설가, 구성작가 문은강 소설가가 참여합니다.
![[문장의소리] 혀라는 열쇠를 들어 소설가가 칼춤 추는 시간 with 신종원 소설가 | 807화 '지금 만나요'](/attachFiles/board/0032/20250611220056672.jpg)
![[문장의소리] 노동은 눈물겹다 완강기가 필요해! with 백가경 시인 | 806화 '지금 만나요'](/attachFiles/board/0032/20250605081733721.jpg)
![[문장의소리] 스포 없음! 로스트 6시즌에 대한 소설가들의 입장 with 손보미 소설가 | 805화 2부](/attachFiles/board/0032/20250605081423048.jpg)
문장의소리
안녕하세요. 소라님들, 문학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 입니다. 저는 우다영입니다. 807회는 '지금 만나요'로 진행됩니다. 오늘은 장편소설 '불새'를 출간하신 시간 내용 신종원 소설가와 함께합니다. * 지금 만나요 : 새 책을 낸 작가를 만나 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 [초대손님] 신종원 소설가는 202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 『전자 시대의 아리아』, 『고스트 프리퀀시』, 장편소설 『습지 장례법』 등이 있다. 최근 장편소설 『불새』를 출간하였다. [방송정보] Q. DJ 우다영 : 최근 출간하신 장편소설 『불새』는 4원소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인데요. 계획 단계부터 4원소를 염두에 두고 계셨는지 궁금합니다. A. 신종원 소설가 :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습니다.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이야기를 했는데, 우연히 시간을 가로지르는 이야기가 되었어요. 쓰고 나니 오히려 이참에 원소에 빠져 볼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전에 낸 장편인 『습지 장례법』이 워낙 축축했다 보니 이번엔 다 태워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불을 생각했고, 자연스레 4원소가 연계됐던 것 같아요. Q. 불에 관한 책이니만큼 최근 작가님께서 가장 불타올랐던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A. 잘 아시겠지만, 책이 나오면 주변에 보내드려야 하잖아요. 그걸 제가 등단하고 세 번째 책 낼 때까지는 소화하기 쉬운, 거의 매년 한 권씩 나왔으니 쉬운 후 작업 같았는데요. 이번에 오랜만에 책을 내고 부치려 하니 정말 어렵더라고요. 선생님, 친구들의 주소지가 바뀌지는 않았는지 확인해야 하고요. 왜 내가 2년간 책을 내지 않았는가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기도 해서 힘들었습니다. 제가 직업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고, 밖에 자주 나가는 것도 아니어서 2년간 어떻게 지냈는가에 대해 해명하는 것이 곤혹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Q. 출간하신 장편소설 『불새』에 대해 신종원 소설가님의 언어로 직접 설명해 주신다면? A. 제가 이 책이 어떤 책이라고 설명한 적이 없어서 어려운데요. 짧게 말하자면 젊은 사제 바오로가 진짜 성배의 행방을 찾으며 벌어지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조금 더 크게 말하자면 생명과 죽음의 대결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제가 한쪽 편을 선택해야 했고, 그렇게 선택한 이상 온 힘을 다해 필사적으로 그쪽을 옹호하고, 동의하고, 지지해야만 했던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Q. 전작인 『습지 장례법』과 최근 출간하신 『불새』를 쓰시면서 어떤 차이가 있으셨는지 설명해 주신다면? A. 가장 큰 차이는 아무래도 전작이 장례로 끝나고, 이번 소설이 장례미사로 끝났다는 것이 의도적이라는 것이겠죠. 차이가 있다면 아무래도 『습지 장례법』의 장례는 ‘잘 묻어 있기를, 잘 헤어지기를 바라는 장례식’이었다면, 『불새』에서의 장례미사는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부활’이라는 점에서 형식은 비슷할지언정 작품이 지향하는
안녕하세요. 소라님들, 문학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 입니다. 저는 우다영입니다. 806회는 '지금 만나요'로 진행됩니다. 오늘은 시집 '하이퍼큐비클'을 출간하신 백가경 시인과 함께합니다. * 지금 만나요 : 새 책을 낸 작가를 만나 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 [초대손님] 백가경 시인님은 202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시집으로 '하이퍼큐비클'이 있습니다 [방송정보] 00:00 인트로 01:07 자기소개 03:50 시집 '하이퍼큐비클' 07:20 기억에 남는 독자 코멘트 & 시집을 엮으며 힘들었던 점 09:22 하이퍼큐비클, 공간일까 감정일까 12:09 '하이퍼큐브에 관한 기록' 어떻게 쓰게 되셨는지 15:28 출구 없음의 순간 17:35 괴로웠던 노동의 경험 23:15 내가 시적 언어를 쓰는 방법 29:37 표를 예쁘게 만드는 꿀팁 31:00 다양한 해설들 36:30 진도 씻김굿 38:11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려고 39:39 시 낭독 43:20 맺음말 ㅇ 연출 | 유계영 시인 ㅇ 진행 | 우다영 소설가 ㅇ 구성 | 문은강 소설가 ㅇ 시그널 | 손서정 ㅇ 일러스트 | 김산호 ㅇ 원고정리 | 강유리 ㅇ 녹음 | 문화기획봄볕 ㅇ 쇼츠 | 아이디어랩(MakeSense 이용호) ㅇ 디자인 | OTB Company ㅇ 기획·총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팀 문장의소리는 문학광장 유튜브와 팟빵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안녕하세요. 소라님들, 문학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입니다. 저는 우다영입니다. 문장의소리 805화 2부 '생활세계의 작가들' 코너에서는 최근 산문집『아무튼, 미드』를 출간하신 손보미 소설가님을 모셨습니다. [초대손님] 손보미 소설가는 2009년 《21세기문학》 신인상을 수상하였고,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담요」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 『그들에게 린디합을』,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맨해튼의 반딧불이』, 『사랑의 꿈』, 중편소설 『우연의 신』, 장편소설 『디어 랄프 로렌』, 『사라진 숲의 아이들』 등이 있다. 젊은작가상, 한국일보문학상, 김준성문학상, 대상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최근 첫 산문집 『아무튼, 미드』를 출간하였다. [방송정보] 00:00 손보미 소설가의 산문집 『아무튼, 미드』 중에서 01:00 '생활세계의 작가들' / 손보미 소설가 * 생활세계의 작가들 : 직업세계, 취미세계, 덕질세계 등. 작품세계가 아닌 작가들의 생활세계 면면을 조명합니다. [주요 방송 내용] Q. DJ 우다영 :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근황이 궁금합니다. A. 손보미 소설가 : 삶이 거의 비슷한데요. 지금 시즌에는 개강했으니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학교에 가고, 나머지 날들은 거의 원고 작업을 하며 지내고 있는 것 같아요. 올여름에 책 두 권이 나오기에 책 준비를 하고 있고, 마감과 연재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Q. 손보미 작가님의 근간인 『아무튼, 미드』에서 미국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 주시고 계십니다. 어렸을 적부터 미국에서 만든 드라마를 보셨다는 내용이 있기도 한데, 해당 내용을 자세히 청해 듣고 싶습니다. A. 아마 다영 작가님과 제 사이에 세대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제 세대라면 잘 아실 것 같은데, 일요일 낮에는 《레밍턴 스틸(Remington Steele)》, 굉장히 잘생긴 바람둥이 탐정이 등장해 사건을 해결하는 드라마인데요. 당시 일요일 오후 1시인가, KBS에서 했던 《전국 노래자랑》과 방영 시간이 겹쳤어요. 저희 아버지는 《전국 노래자랑》을 보시던 분이라 TV가 한 대였을 때 항상 둘 중 무엇을 볼 것인가에 대해 다툼, 갈등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반 정도는 이기고 반 정도는 졌어요. 제가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미드 중 하나가 《명탐정 몽크(MONK)》인데요. 토요일에 학교 끝나고 집에 가서 밥을 먹으며 봤었고, 몽크라는 사람이 마음속에 상처와 결벽이 있어 일상생활을 잘하지 못했어요. 도와주는 여성 캐릭터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주된 스토리였고요. 지금까지도 기억 나는 장면이 있는데, 몽크가 부잣집에 사건을 의뢰받아 갔는데, 기다리다 보니 지루해 옆에 있던 초콜릿 박스를 뜯어 초콜릿을 먹는 장면이었어요. 초콜릿을 뜯다 보면 은박지에 묻은 초콜릿이 손에 묻기도 하는데, 이 사람은 결벽이 있어 손에 안 묻게 먹으려다 손에 많이 묻히게 되고, 집 주인과 마주치며 어색해하는 장면이 있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쓸쓸했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젠 필요 없게 된 꽃다발을 껴안은 채 순임이는 발끝을 내려다보며 걸었고, 병기는 연신 담배 연기만 한숨처럼 뿜어내고 있었다. 나는 자꾸만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때마다 하얀 병원 건물의 벽에 무수히 뚫려 있는 유리창들이 마치 숱한 들짐승들의 눈알마냥 이쪽을 쏘아보고 있었다. 어디에 있느냐. 네 아우 아벨이 어디에 있느냐. 어느 흙더미 속에 산 채로 묻어 놓고 너 홀로 돌아오는 것이냐. 누군가가 등 뒤에서 그렇게 자꾸만 나를 불러대고 있었다. 상처 입은 한 마리 들짐승처럼 울부짖는 그 소리는 우리가 버리고 온 또 하나의 우리들의 부끄러운 아벨의 음성이었다. 우리는 다리에 다다랐다. 거기서부터 병원은 산자락에 가려져 더는 보이지 않았다. 다리 아래 개울에서 꼬마 아이들이 여럿 보여 웅성대고 있었다. 가방이며 신발을 모래밭에 벗어놓고 아이들은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속에서 무엇인가를 건져내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는 걸음을 멈추었다. 수면 위로 희고 반짝이는 작은 점들이 무수히 떠내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죽은 물고기들이었다. 겨우 엄지손가락 크기의 어린 물고기들을 손으로 건져내며 아이들은 키들키들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저 위쪽에서 어른들이 약을 풀었대요.” “뱀장어를 잡아요. 이만큼 큰 걸루만 많이 잡았대요.” 아이들이 우리를 올려다보며 소리를 질렀다. 개울 상류 쪽에서 사내 둘이 팬티바람으로 움직이고 있는 게 보였다. 아까 오던 길에 보았던 바로 그자들이었다. 우리는 난간에 기대어 서서 다리 아래 수면에 비치는 그림자를 내려다보았다. 거기, 자갈 박힌 푸른 하늘이 투명한 물밑에 깔려 있었고, 우리들의 얼굴 위로는 죽은 고기들이 허옇게 배를 드러낸 채 쉴 새 없이 둥둥 떠내려가고 있었다. “언제쯤······ 예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수면 위에서 병기의 얼굴이 말했다. “누구?” “상주 말이야.” “······” 그때 나는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작은 붕어 하나가 꿈틀거리며 떠내려가고 있는 모습을 줄곧 지켜보고 있는 참이었다. 한동안 침묵이 끼어들었다. “근데 말야. 난 아직도 한 가지만은 모르겠거든. 정말 그날 새벽 죽임을 당하기 전에 명부가 녀석의 집을 찾아갔었을까······” 병기는 여전히 시선을 물 위에 던져둔 채 말했다. “어쩌면······ 어쩌면 말예요. 그건 혹시 사실인지도 모르겠어요.” “뭐라구.&rd
문장의소리 제805회 : 1부 이소호 시인, 조시현 시인 문학광장 〈문장의소리〉는 2005년 시작된 문학 라디오입니다. 2024년부터 연출 유계영 시인, 진행 우다영 소설가, 구성작가 문은강 소설가가 함께합니다. - 지금 만나요 : 새 책을 출간한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소호 시인은 2014년 《현대시》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캣콜링』,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 『홈 스위트 홈』, 산문집 『시키는 대로 제멋대로』,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서른 다섯, 늙는 기분』 등이 있다. 최근 첫 소설집 『세 평짜리 숲』을 출간하였다. 조시현 시인은 2018년 《실천문학》에 단편소설 「동양식 정원」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2019년 상반기 《현대시》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아이들 타임』, 작품집 『AnA Vol.01』, 소설집 『이 사랑은 처음이라서』 등이 있다. 최근 소설집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을 출간하였다. ● 오프닝 : 소설집 『숨 쉬는 소설』에 수록된 조시현 소설가의 단편 「어스」 중에서 ● 〈로고송〉 ● 1부 〈지금 만나요〉 / 이소호 시인, 조시현 시인 Q. DJ 우다영 : 시와 소설을 병행하여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신 두 분을 모셨습니다.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조시현 시인 : 이제 막 출간하여 소개하는 자리를 가지고, 독자님들 뵙는 자리를 가지며 바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이소호 시인 : 저도 독자님들 뵙는 자리를 가지고 있고, 이 책이 공교롭게도 제 열 번째 단행본이에요. 행사가 그런 걸로 좀 있고, 열 번째 단행본을 통해 좀 쉬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두 작가님께서 최근 출간된 소설집을 소개해 주신다면? A. 조시현 시인 : 제 소설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은 총 여덟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현실과 비현실, 우주와 지구,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소설들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이소호 시인 : 제 『세 평짜리 숲』은 열 번째 단행본으로써 소설집으로는 첫 작품입니다. 연작 소설이고, 지구에 있는 ‘에어 포켓’에서 어디로 향해 생존해야 할지 두 명의 여자 주인공이 고민하는 밸런스 게임이 보이는 책입니다. Q. 시와 소설을 병행하는 두 분께서 느끼시기에 창작할 때 어떤 차이점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이소호 시인 : 시는 굉장히 현실적으로 쓰는데, 소설은 상상력에 기대어 쓰는 것 같아요. 제 중편 소설도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세 평짜리 숲』도 미래의 지구에 대해 썼습니다. 저도 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소설이라고 한다면 시와는 다른 길을 가 보고 싶었어요. 상상력에 많이 치우친 것 같습니다. 조시현 시인 : 들이는 시간이 다른 것 같습니다. 소설은 엉덩이 힘으로 쓰인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시는 조금 더 감각이 바깥으로 열린다면, 소설은 한 세계에 골몰하며 쓴다고 느껴져서 쓰는 몸의 감각이 제게는 다르게 느껴진 것 같아요. 각기 다른 부위를
문장의소리 제804회 : 2부 오은 시인, 한유주 소설가 문학광장 〈문장의소리〉는 2005년 시작된 문학 라디오입니다. 2024년부터 연출 유계영 시인, 진행 우다영 소설가, 구성작가 문은강 소설가가 함께합니다. - 문장의소리 20주년 특집 : 문학을 향한 마음이 모여 만들어 본 20년, 뜻깊은 축하를 위해 오랜 시간 자신의 문장을 지켜온 작가님들과 함께합니다. 오은 시인은 2002년 《현대시》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유에서 유』, 『왼손은 마음이 아파』, 『나는 이름이 있었다』 등, 산문집 『너는 시방 위험한 로봇이다』, 『너랑 나랑 노랑』, 『다독임』, 『초록을 입고』 등이 있다. 한유주 소설가는 2003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 『달로』, 『얼음의 책』,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연대기』, 『숨』, 중편소설 『우리가 세계에 기입될 때』, 장편소설 『불가능한 동화』 등이 있다. ● 오프닝 : 올해 문장의소리가 스무 살이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문장을 처음으로 들려주었던 자리, 작가들의 목소리가 차곡차곡 모여 어느덧 한국 문학의 한 시대를 함께 기록해 온 공간이 되었습니다. ● 〈로고송〉 ● 2부 〈문장의소리 20주년 특집〉 / 오은 시인, 한유주 소설가 Q. DJ 우다영 : 스무 살을 맞이한 문장의소리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주신다면? A. 오은 시인 : 스무 번째 생일이잖아요. 사람이라면 성인이 되어 축하를 받는 날인데, 저는 그때는 스무 살이 귀한 줄 모르고 탕진했습니다. 문장의소리는 그렇지 않고 차곡차곡 역사를 모아 서른 살까지 잘 도달했으면 좋겠습니다. 한유주 소설가 : 벌써 20주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빨리 갔습니다. 200주년이나 2000주년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생일 축하드립니다. Q. 문장의소리 20주년 특집을 앞두고 두 분의 각오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A. 오은 시인 : 제가 시끌벅적을 담당하도록 하고요. 무게를 잡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건 한유주 작가님께서 계시니 참 든든합니다. 한유주 소설가 : 저는 제가 든든하지 않은데요. 처음 섭외 연락을 받았을 때 오은 시인과 함께한다고 해서 ‘내가 말을 좀 덜 해도 되지 않을까? 묻어갈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어 좋았습니다. Q. 두 분께서 처음 쓰신 시와 소설을 기억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A. 오은 시인 : 재수할 때 처음으로 시를 썼는데, 시 제목이 ‘은둔하는 말에 관하여’였어요. 독서실이라는 곳이 갇힌 느낌이 들고, 쓸 수 있는 공간이 좁다 보니 갇힌 느낌, 가슴 속에 꾸물거리는 말에 대해 처음 뱉어낸 시였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 파일이 남아있지 않아 좋습니다. 얼마나 끔찍할지. 한유주 소설가 : 의식적으로 써보려고 했던 건 기억이 나는데, 중학교 3학년 때쯤 PC통신에서 『드래곤 라자』를 읽기도 했고요. 그때 김영하 작가님의 『나는 나를 파괴
글틴
허름한 집터들 사이전단지 뭉치로 막혀있는 우편함의미한 빛 새어나오는 반지하거울 너머로 보이는 모습은엷은 기색의 낯피가 굳은 매마른 입술 위로붉은색의 루즈를 바르고선홍빛의 치크를 두들겨나를 사람으로 만들어물기 하나 없는 마른 욕실 바닥에 떨어진 푸석한 머리카락 한움큼은손가락으로 감춰지네오늘은 왜 그렇게 멍했어?그의 다정한 목소리는 내 귓가를 맴돌고서늘한 온기가 목덜미를 스쳐어깨 위로 내려앉은 그것은나를 꽉 붙잡아 놓아주지 못해체머리가 흔들리네과도한 집착은 늘 후회를 낳는대이제 와서 그게 무슨 상관이니 내가 너를 택한 이유가 있었을테리그 이유를 모색하려 너를 더듬어보아너로 인해 머리가 뽑히고 루즈가 번지고 핏방울이 맺히고손톱이 빠져도 괜찮아자정12시다른 집 샴푸냄새 풍기며 들어오는 너를나와 달리 비싼 향수 코 끝 쨍하게 풍기는 너를오매불망 너만을 기다려가르마를 맞추고말리지 않은 상처를 빗으며아무도 모르게 체머리가 흔들리네
햇빛이 내 눈을 찌른다교성그런 허무한 밤을 보낸다또 아침은 온다칼이 내 눈을 찌른다내 눈은 항상 그림자를 좇는다휘리릭 거리는 프린터기와 웃고있는 아이들, 그리고 부모들절반정도 남아있는 음식들, 음료들, 식탁, 스피커 내 노래에 집중하는 사람들초대받은 나정장을 입고있는 나웃고있는 나, 사람들과 대화하는 나하지만 전등은 깜빡인다묽어지면서점점 하나의 하얀 방으로 변해간다난 지금 설문조사를 하고있다아무도 없고 나 혼자다보고 싶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유지되고 싶다고립된 상태영원하게현실은 잔혹하다난 좆됐고상호작용하는 이는 항상 나와 나의 피끝내기를 생각하지만 영원한 고통이 두려우며,무지에 빠져 익사해간다신경은 항상 아침 7시 30분에 있으며난 항상 밤 12시에 머물러있다생각의 반복은 나의 끝을 앞당겨온다아프고 니가 원하는게 아닌걸 알잖아병신
나는 따스한 것은 모두 여름인 줄로만 알았습니다.나무에 계속 물을 주면 잎이 노랗게 질려서는이내 말라비틀어져 버린다는 것을알지 못해서새로운 나무를 집에 들이는 족족이별해야만 했지요.이슬만으로 몸이 푸욱 젖을 수 있다는 것도얼마 전에 알았습니다. 당신은 이미 알고 있었던 거겠지요.그럼에도 나에게 말해주지 않은 것은당신이 나무라서 그랬나 봅니다.어째서 내게 그늘을 주었나요. 지금 당신의 몸에는 버섯이 자라나고 있습니다.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벗겨진 나무껍질을 소중히품에 안고당신에게 기대어 눈을 감고는따스한 겨울을 느끼며 그대의 곁에서 무엇이든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원래 를 읽고 감상을 적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저 청소년 작가를 꿈꾸던 시절(다만 나의 작품들은 섹슈얼리티를 숨김없이 다루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내가 청소년 작가로 다루어질 일은 없을 것이다) 베스트셀러였기에 추천을 받아 사서 쟁여 놓았을 뿐이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이 책을 읽으며 현대 문학, 아니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정정하자면, 현대 문학의 어느 정의하기 어려운 일부에 대해서 내가 단순히 그것들을 읽는 것 자체에 대하여 역겹다고 느낀다는 확신이 생겼다. 또한 그와 비슷하게 내가 작가로서 벌어먹고 사는게 불가능하겠구나하는 생각을 실제로 하였다. 가 나의 안티테제라 할 정도로 내가 그를 적대시 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는 나에게 굉장한 영향을 주었다. 순전히 이 책의 영향을 받아 나는 장편을 기획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글틴에 올리진 못할 것 같으나 언젠가는 볼 수 있길 바란다. 는 굉장히 감동적인 스토리와 심리전개로 고평가를 받았고, 또한 앞서 말한 것처럼 베스트셀러로서 유명하며 대만등 해외로 번역까지(아시아인이 사는게 다 거기서 거기다) 되었다. 리얼리스트로서도 (뒤에서 다시 이야기할 테지만) 굉장한 실력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구구하게 스토리를 다 설명할 만큼 작품을 존중해줄 생각은 조금도 없다. 요약하자면 친구가 죽고 슬퍼서 자살하려다 결국 안 한다는 얘기다. 필자는 어느정도 만드는 캐릭터와 스스로를 분리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아마 독자들도 그게 무슨 소리인지는 다들 알 것이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작가가 캐릭터에게 자신을 너무 녹여냈을 때 생기는 부작용이 크다는 것도 이해하기가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가끔씩 작가들은 자기연민에 빠지기도 하니까. 자기연민에 빠진 글은 에둘러 설명할 필요없이 작가가 글을 컨트롤 하지 못한다는 뜻이고, 또 작가가 미성숙하단 뜻이다. 자기연민에 잔뜩 빠진 글은 간혹 굉장히 서정적으로 문장을 쓸 때가 있는데, 다른 독자는 몰라도 필자는 그 부분에서 독서를 포기한다. 작법서에도 어설프게 미문을 쓰려하지 말라고 되어있다. 너무 자주 등장하는 시적인 문장들은 임팩트도 없을 뿐더러 감정의 과잉, 곧 작가가 글에 감정적으로 매몰되었다는 것의 증거가 된다. 우리가 자주 감명을 받는 미문들은 딱 그부분만 떼어내어 보여주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아주 조금, 중요한 곳에서만 사용하며, 아예 읽어내려가다 지친 독자에게 잠시 메세지를 건내거나, 그냥 속독하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도록 해야한다. 자기연민을 조절하기를 포기한 글은 그냥 토사물같은 글이다. 실험적이라고 한다면 물론 실험적이기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고평가되질 않아 잘 보이지 않을 뿐이지 세상에 널려있어서 정말 잘 쓰지 않는 이상 발전시킬 부분이 아니라 극복해야할 부분이라 할 것이다. 를 읽으면서 글틴에서 자주 봤던 글들이 생각났다. 정말이지, 거칠게 말하면 문체가 똑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냥 백은별 작가가 글을 구조화하고 길게 쓸 의지가 있었을 뿐이지 필자로서는 그 이외의 차이가 아예없다고 느꼈다. 심지어 자살
녹두새여. 나 말이오? 밀랍 날개의 그대여. 왜 그런가? 검은 모자 그대여? 무얼 향해 그 날개 높이 뻗는가? 나의 이상 향하여 내 몸 바치네! 사랑인가? 아닐세 우정인가? 비슷하구먼 혹, 부와 명예? 그럴 리가 권력을 위해서? 절대로 아니네! 나는 우리가 자유롭길 바라오 자유? 자유라.. .참으로 독특하고 비범한 답일세. //그러니, 언젠가 이뤄질 꿈이지 그런데 그 밀랍 날개로는 얼마 못 가 낙하할걸세. 그럼 그대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모든 것을 잃게 되지. 내 말이 틀렸는고? 틀린 말은 아니네 내 날개는 얼마 못 가 녹아내리고 파랑하늘 향한 바람은 깃털과 밀랍과 얽힐테지 그리고 나는 떨어질 거요 하지만 내 곁에 이제 막 날기 시작한 참새- 푸른 동공의 청년 까치, 애 셋 딸린 부모 제비와 많은 길 지나 온 늙은 까마귀 있소그렇기에 내가 믿는 것은 내가 아니오 기꺼이 날아 자기 밀랍 나눠 줄 그 파랑새.... 나도, 날아볼 수 있는가? 좋지, 기꺼이!
겨울에도 아이스크림이 녹을까쏘아올린 불꽃을 보고 밀려오는 해파리들나는 네게 독인 줄 알았어 신경독 네 몸을 저리게 할거야. 저리가. 슬리퍼 속으로 모래가 침범한다 까끌거리게 가글로 씻어내고파 나는 그게 나을 줄 알았어아이스크림을 나눠먹던 계절로 던진 공은 항상 불시착한다고 알고 있었어 날 누이고 올려다 본 하늘에는 해파리가 떠 있었지 아름답게 여름답게 달이 바다로 녹아들어 하나가 될 때 나는 다시 부드러운 허밍을 해 해파리들이 들을 수 있게 나의 신경독이 너를 완전히 마비시킬 수 있게얼지 않으면 녹지도 않나 그럼 너는 얼어붙지 마 방부제를 삼키자 이미 늦었구나 그래 너는 겨울에도 녹는구나 그렇게 녹아드는구나 바다로 겨울로 너의 집으로 다시 가는구나 녹지 않는 달은 없었구나.*해월(海月)1) 바다 위에 뜬 달2) 해파리
저 멀리서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찔러 엄마는 나를 보며 활짝웃고선 말해 닭이야 할머니는 주름을 늘리며 말해 닮은 애 중 하나야 한 개에서 갈라진 똑같은 나 한 쪽을 삶아도 나머진 여전히 완성형 그러니까 아무나 넣으면 된대 팔 하나를 찢어도 다리 하나가 없어도 그건 너의 것이기도 하고 나의 것이기도 하니까 거품이 일던 냄비 속 그 속에서 하얀 인영이 날 붙잡았어 네 눈이 끝까지 날 봤어 뜨거운 증기 속에서도 너는 울지 않았어 닮은 나처럼 그 자리에서 흔들리지 않고 부영했지 할머니는 닭을 찢어 나에게 주었어 흙 먼지 낀 까만 손톱이 닭의 속살에 끼었어 나는 그걸 살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입에 머금고 삼켰지 너가 들어왔어 그날 이후 나는 매번 손톱을 씻어 우리 둘이었던 기억이 자꾸 손가락 사이로 비린내처럼 스며나서 나를 점점 압박하는 것 같아서 매일 밤 나는 생각해 백숙은 따뜻했는데 왜 내 속은 이렇게 차가운지 도대체 누가 그날 끓은 거지 너였을까, 나였을까
문장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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