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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
문학광장 〈문장의소리〉는
2005년부터 시작된 문학 라디오입니다.
2024년 새롭게 개편된 〈문장의소리〉는
연출 유계영 시인, 진행 우다영 소설가, 구성작가 문은강 소설가가 참여합니다.
![[문장의소리] 상실을 안고 어떻게 계속 살 것인가 with 백수린 소설가 | 809화 '지금 만나요'](/attachFiles/board/0032/20250626193440307.jpg)
![[문장의소리] 혀라는 열쇠를 들어 소설가가 칼춤 추는 시간 with 신종원 소설가 | 807화 '지금 만나요'](/attachFiles/board/0032/20250611220056672.jpg)
![[문장의소리] 노동은 눈물겹다 완강기가 필요해! with 백가경 시인 | 806화 '지금 만나요'](/attachFiles/board/0032/20250605081733721.jpg)
문장의소리
안녕하세요?소라님들, 문학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입니다. 저는 우다영입니다. 808회는 [생활세계의 작가들]로 진행됩니다. 오늘은 박세미 시인과 함께합니다 • 생활세계의 작가들 : 직업세계, 취미세계, 덕질세계 등. 작품세계가 아닌 작가들의 생활세계 면면을 조명합니다. 작가소개 박세미 시인은 201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내가 나일 확률』, 『오늘 사회 발코니』, 산문집 『식물스케일』 등이 있다. Q. DJ 우다영 :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근황이 궁금합니다. A. 박세미 시인 : 항상 똑같이 일하며 지내고 있어요. Q. 시인님께서 최근 출간하신 산문집 『식물스케일』에 대해 직접 소개해주신다면? A. 제가 서문에도 쓰기는 했는데요. 제목에 ‘식물’이 있기는 하지만, 식물이 주인공은 아니고요. 제가 식물을 경유하여 만난 사람이나 공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희가 당연히 인간이다 보니 무언가를 인식할 때 인간 중심적으로 사고하게 되는데, 식물의 어떤 당위를 가지고 이야기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쓴 것 같아요. Q. 『식물스케일』은 인연과 사람에 대한 산문인 것 같기도 한데,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어려워하지 않으시는지 궁금합니다. A. 굉장히 어려워하는 성격입니다. 아주 오랜 기간 기자 생활을 했는데, 기자 생활하며 항상 그 부분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오히려 그렇기에 관계 맺는 사람들에 대해 조금 더 집중하여 이야기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하기도 합니다. Q. 아직 『식물스케일』을 읽지 않은 소라님들께 식물과 연결된, 기억에 남는 관계, 이야기를 들려주신다면? A. 사람을 새롭게 만나는 것들이 쉽지는 않은데요. 어떤 부분에 꽂히면 그걸 잘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제가 『식물스케일』에 썼던 말 중에, 정말 멋있는 화분을 발견하고 그것을 주문하면서 그 화분을 만든 작가와 대면하는 일이 있었거든요. 알고 보니 그 친구가 건축과였던 거예요. 화분도 너무 마음에 들었지만, 그 작가분도 너무 좋아서 친구가 되어 지금까지도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된 것이 특별한 인연인 것 같아요. [credit] ㅇ 연출 | 유계영 시인 ㅇ 진행 | 우다영 소설가 ㅇ 구성 | 문은강 소설가 ㅇ 시그널 | 손서정 ㅇ 일러스트 | 김산호 ㅇ 원고정리 | 강유리 ㅇ 녹음 | 문화기획봄볕 ㅇ 쇼츠 | 아이디어랩 (Makesense 이용호) ㅇ 기획·총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팀 * 문장의소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팀이 기획하고 작가들이 직접 만드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는 문학광장 유튜브와 누리집, 팟빵을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소라님들, 문학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 입니다. 저는 우다영입니다. 807회는 '지금 만나요'로 진행됩니다. 오늘은 장편소설 '불새'를 출간하신 시간 내용 신종원 소설가와 함께합니다. * 지금 만나요 : 새 책을 낸 작가를 만나 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 [초대손님] 신종원 소설가는 202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 『전자 시대의 아리아』, 『고스트 프리퀀시』, 장편소설 『습지 장례법』 등이 있다. 최근 장편소설 『불새』를 출간하였다. [방송정보] Q. DJ 우다영 : 최근 출간하신 장편소설 『불새』는 4원소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인데요. 계획 단계부터 4원소를 염두에 두고 계셨는지 궁금합니다. A. 신종원 소설가 :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습니다.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이야기를 했는데, 우연히 시간을 가로지르는 이야기가 되었어요. 쓰고 나니 오히려 이참에 원소에 빠져 볼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전에 낸 장편인 『습지 장례법』이 워낙 축축했다 보니 이번엔 다 태워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불을 생각했고, 자연스레 4원소가 연계됐던 것 같아요. Q. 불에 관한 책이니만큼 최근 작가님께서 가장 불타올랐던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A. 잘 아시겠지만, 책이 나오면 주변에 보내드려야 하잖아요. 그걸 제가 등단하고 세 번째 책 낼 때까지는 소화하기 쉬운, 거의 매년 한 권씩 나왔으니 쉬운 후 작업 같았는데요. 이번에 오랜만에 책을 내고 부치려 하니 정말 어렵더라고요. 선생님, 친구들의 주소지가 바뀌지는 않았는지 확인해야 하고요. 왜 내가 2년간 책을 내지 않았는가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기도 해서 힘들었습니다. 제가 직업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고, 밖에 자주 나가는 것도 아니어서 2년간 어떻게 지냈는가에 대해 해명하는 것이 곤혹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Q. 출간하신 장편소설 『불새』에 대해 신종원 소설가님의 언어로 직접 설명해 주신다면? A. 제가 이 책이 어떤 책이라고 설명한 적이 없어서 어려운데요. 짧게 말하자면 젊은 사제 바오로가 진짜 성배의 행방을 찾으며 벌어지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조금 더 크게 말하자면 생명과 죽음의 대결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제가 한쪽 편을 선택해야 했고, 그렇게 선택한 이상 온 힘을 다해 필사적으로 그쪽을 옹호하고, 동의하고, 지지해야만 했던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Q. 전작인 『습지 장례법』과 최근 출간하신 『불새』를 쓰시면서 어떤 차이가 있으셨는지 설명해 주신다면? A. 가장 큰 차이는 아무래도 전작이 장례로 끝나고, 이번 소설이 장례미사로 끝났다는 것이 의도적이라는 것이겠죠. 차이가 있다면 아무래도 『습지 장례법』의 장례는 ‘잘 묻어 있기를, 잘 헤어지기를 바라는 장례식’이었다면, 『불새』에서의 장례미사는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부활’이라는 점에서 형식은 비슷할지언정 작품이 지향하는
안녕하세요. 소라님들, 문학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 입니다. 저는 우다영입니다. 806회는 '지금 만나요'로 진행됩니다. 오늘은 시집 '하이퍼큐비클'을 출간하신 백가경 시인과 함께합니다. * 지금 만나요 : 새 책을 낸 작가를 만나 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 [초대손님] 백가경 시인님은 202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시집으로 '하이퍼큐비클'이 있습니다 [방송정보] 00:00 인트로 01:07 자기소개 03:50 시집 '하이퍼큐비클' 07:20 기억에 남는 독자 코멘트 & 시집을 엮으며 힘들었던 점 09:22 하이퍼큐비클, 공간일까 감정일까 12:09 '하이퍼큐브에 관한 기록' 어떻게 쓰게 되셨는지 15:28 출구 없음의 순간 17:35 괴로웠던 노동의 경험 23:15 내가 시적 언어를 쓰는 방법 29:37 표를 예쁘게 만드는 꿀팁 31:00 다양한 해설들 36:30 진도 씻김굿 38:11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려고 39:39 시 낭독 43:20 맺음말 ㅇ 연출 | 유계영 시인 ㅇ 진행 | 우다영 소설가 ㅇ 구성 | 문은강 소설가 ㅇ 시그널 | 손서정 ㅇ 일러스트 | 김산호 ㅇ 원고정리 | 강유리 ㅇ 녹음 | 문화기획봄볕 ㅇ 쇼츠 | 아이디어랩(MakeSense 이용호) ㅇ 디자인 | OTB Company ㅇ 기획·총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팀 문장의소리는 문학광장 유튜브와 팟빵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안녕하세요. 소라님들, 문학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입니다. 저는 우다영입니다. 문장의소리 805화 2부 '생활세계의 작가들' 코너에서는 최근 산문집『아무튼, 미드』를 출간하신 손보미 소설가님을 모셨습니다. [초대손님] 손보미 소설가는 2009년 《21세기문학》 신인상을 수상하였고,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담요」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 『그들에게 린디합을』,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맨해튼의 반딧불이』, 『사랑의 꿈』, 중편소설 『우연의 신』, 장편소설 『디어 랄프 로렌』, 『사라진 숲의 아이들』 등이 있다. 젊은작가상, 한국일보문학상, 김준성문학상, 대상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최근 첫 산문집 『아무튼, 미드』를 출간하였다. [방송정보] 00:00 손보미 소설가의 산문집 『아무튼, 미드』 중에서 01:00 '생활세계의 작가들' / 손보미 소설가 * 생활세계의 작가들 : 직업세계, 취미세계, 덕질세계 등. 작품세계가 아닌 작가들의 생활세계 면면을 조명합니다. [주요 방송 내용] Q. DJ 우다영 :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근황이 궁금합니다. A. 손보미 소설가 : 삶이 거의 비슷한데요. 지금 시즌에는 개강했으니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학교에 가고, 나머지 날들은 거의 원고 작업을 하며 지내고 있는 것 같아요. 올여름에 책 두 권이 나오기에 책 준비를 하고 있고, 마감과 연재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Q. 손보미 작가님의 근간인 『아무튼, 미드』에서 미국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 주시고 계십니다. 어렸을 적부터 미국에서 만든 드라마를 보셨다는 내용이 있기도 한데, 해당 내용을 자세히 청해 듣고 싶습니다. A. 아마 다영 작가님과 제 사이에 세대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제 세대라면 잘 아실 것 같은데, 일요일 낮에는 《레밍턴 스틸(Remington Steele)》, 굉장히 잘생긴 바람둥이 탐정이 등장해 사건을 해결하는 드라마인데요. 당시 일요일 오후 1시인가, KBS에서 했던 《전국 노래자랑》과 방영 시간이 겹쳤어요. 저희 아버지는 《전국 노래자랑》을 보시던 분이라 TV가 한 대였을 때 항상 둘 중 무엇을 볼 것인가에 대해 다툼, 갈등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반 정도는 이기고 반 정도는 졌어요. 제가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미드 중 하나가 《명탐정 몽크(MONK)》인데요. 토요일에 학교 끝나고 집에 가서 밥을 먹으며 봤었고, 몽크라는 사람이 마음속에 상처와 결벽이 있어 일상생활을 잘하지 못했어요. 도와주는 여성 캐릭터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주된 스토리였고요. 지금까지도 기억 나는 장면이 있는데, 몽크가 부잣집에 사건을 의뢰받아 갔는데, 기다리다 보니 지루해 옆에 있던 초콜릿 박스를 뜯어 초콜릿을 먹는 장면이었어요. 초콜릿을 뜯다 보면 은박지에 묻은 초콜릿이 손에 묻기도 하는데, 이 사람은 결벽이 있어 손에 안 묻게 먹으려다 손에 많이 묻히게 되고, 집 주인과 마주치며 어색해하는 장면이 있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쓸쓸했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젠 필요 없게 된 꽃다발을 껴안은 채 순임이는 발끝을 내려다보며 걸었고, 병기는 연신 담배 연기만 한숨처럼 뿜어내고 있었다. 나는 자꾸만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때마다 하얀 병원 건물의 벽에 무수히 뚫려 있는 유리창들이 마치 숱한 들짐승들의 눈알마냥 이쪽을 쏘아보고 있었다. 어디에 있느냐. 네 아우 아벨이 어디에 있느냐. 어느 흙더미 속에 산 채로 묻어 놓고 너 홀로 돌아오는 것이냐. 누군가가 등 뒤에서 그렇게 자꾸만 나를 불러대고 있었다. 상처 입은 한 마리 들짐승처럼 울부짖는 그 소리는 우리가 버리고 온 또 하나의 우리들의 부끄러운 아벨의 음성이었다. 우리는 다리에 다다랐다. 거기서부터 병원은 산자락에 가려져 더는 보이지 않았다. 다리 아래 개울에서 꼬마 아이들이 여럿 보여 웅성대고 있었다. 가방이며 신발을 모래밭에 벗어놓고 아이들은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속에서 무엇인가를 건져내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는 걸음을 멈추었다. 수면 위로 희고 반짝이는 작은 점들이 무수히 떠내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죽은 물고기들이었다. 겨우 엄지손가락 크기의 어린 물고기들을 손으로 건져내며 아이들은 키들키들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저 위쪽에서 어른들이 약을 풀었대요.” “뱀장어를 잡아요. 이만큼 큰 걸루만 많이 잡았대요.” 아이들이 우리를 올려다보며 소리를 질렀다. 개울 상류 쪽에서 사내 둘이 팬티바람으로 움직이고 있는 게 보였다. 아까 오던 길에 보았던 바로 그자들이었다. 우리는 난간에 기대어 서서 다리 아래 수면에 비치는 그림자를 내려다보았다. 거기, 자갈 박힌 푸른 하늘이 투명한 물밑에 깔려 있었고, 우리들의 얼굴 위로는 죽은 고기들이 허옇게 배를 드러낸 채 쉴 새 없이 둥둥 떠내려가고 있었다. “언제쯤······ 예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수면 위에서 병기의 얼굴이 말했다. “누구?” “상주 말이야.” “······” 그때 나는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작은 붕어 하나가 꿈틀거리며 떠내려가고 있는 모습을 줄곧 지켜보고 있는 참이었다. 한동안 침묵이 끼어들었다. “근데 말야. 난 아직도 한 가지만은 모르겠거든. 정말 그날 새벽 죽임을 당하기 전에 명부가 녀석의 집을 찾아갔었을까······” 병기는 여전히 시선을 물 위에 던져둔 채 말했다. “어쩌면······ 어쩌면 말예요. 그건 혹시 사실인지도 모르겠어요.” “뭐라구.&rd
문장의소리 제805회 : 1부 이소호 시인, 조시현 시인 문학광장 〈문장의소리〉는 2005년 시작된 문학 라디오입니다. 2024년부터 연출 유계영 시인, 진행 우다영 소설가, 구성작가 문은강 소설가가 함께합니다. - 지금 만나요 : 새 책을 출간한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소호 시인은 2014년 《현대시》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캣콜링』,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 『홈 스위트 홈』, 산문집 『시키는 대로 제멋대로』,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서른 다섯, 늙는 기분』 등이 있다. 최근 첫 소설집 『세 평짜리 숲』을 출간하였다. 조시현 시인은 2018년 《실천문학》에 단편소설 「동양식 정원」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2019년 상반기 《현대시》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아이들 타임』, 작품집 『AnA Vol.01』, 소설집 『이 사랑은 처음이라서』 등이 있다. 최근 소설집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을 출간하였다. ● 오프닝 : 소설집 『숨 쉬는 소설』에 수록된 조시현 소설가의 단편 「어스」 중에서 ● 〈로고송〉 ● 1부 〈지금 만나요〉 / 이소호 시인, 조시현 시인 Q. DJ 우다영 : 시와 소설을 병행하여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신 두 분을 모셨습니다.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조시현 시인 : 이제 막 출간하여 소개하는 자리를 가지고, 독자님들 뵙는 자리를 가지며 바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이소호 시인 : 저도 독자님들 뵙는 자리를 가지고 있고, 이 책이 공교롭게도 제 열 번째 단행본이에요. 행사가 그런 걸로 좀 있고, 열 번째 단행본을 통해 좀 쉬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두 작가님께서 최근 출간된 소설집을 소개해 주신다면? A. 조시현 시인 : 제 소설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은 총 여덟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현실과 비현실, 우주와 지구,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소설들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이소호 시인 : 제 『세 평짜리 숲』은 열 번째 단행본으로써 소설집으로는 첫 작품입니다. 연작 소설이고, 지구에 있는 ‘에어 포켓’에서 어디로 향해 생존해야 할지 두 명의 여자 주인공이 고민하는 밸런스 게임이 보이는 책입니다. Q. 시와 소설을 병행하는 두 분께서 느끼시기에 창작할 때 어떤 차이점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이소호 시인 : 시는 굉장히 현실적으로 쓰는데, 소설은 상상력에 기대어 쓰는 것 같아요. 제 중편 소설도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세 평짜리 숲』도 미래의 지구에 대해 썼습니다. 저도 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소설이라고 한다면 시와는 다른 길을 가 보고 싶었어요. 상상력에 많이 치우친 것 같습니다. 조시현 시인 : 들이는 시간이 다른 것 같습니다. 소설은 엉덩이 힘으로 쓰인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시는 조금 더 감각이 바깥으로 열린다면, 소설은 한 세계에 골몰하며 쓴다고 느껴져서 쓰는 몸의 감각이 제게는 다르게 느껴진 것 같아요. 각기 다른 부위를
글틴
어디선가 굴러들어 온 너의 행운 하나가 나를 점차 밝히더니, 오늘을 살아갈 용기를 쥐어주는지 너무나 꽉 쥐어 더 이상 들어갈 틈도 없던 나의 주먹을 어떻게 파고들어 나의 곁에서 나가지 않는지너는 금방 그렇게 시들어가면서 너를 버릴 용기는 왜 끝끝내 나에게 알려주지 않는지널 꺾어버린 나로서 망가져가면서도 나의 행복을 너의 숨과 바꾸어가는지
하늘에서 방울이 떨어진다수직으로 뻗은 물을 잡지 못하고 물방울이 연결된다- 몸으로1. 순대 제조돼지가 돼지를 낳는 날돼지가 나왔다단단한 몸, 면적은 넓어 우량아네의사들이 돼지를 보고 말하는데피가 묻은 나를 보고초록색 접시 분식집도 아니고 입 받고 먹는 의사들숨을 뱉지 않으며내 뼈는 아직 연하다고 한다내장을 많이 붙이는 품는 돼지하나의 몸을 몸으로 감싸고 장기는 적지 않아 수분감이 없고무른 뼈로 손가락이 배 아래로쏙 파들어 간다누구보다 단단하게분식집에서 의사들 사이를 내가 걸었다하나의 몸에서 빠져나온 날접시 위에 올려진 입속 그들의 껍데기피 속에 섞인 땀접시는 푸르다2. 떡볶이오늘도, 집을 나온 한 사람 집에는 손가락만 있고 얼굴은 없다떡볶이 소스를 밟은 한 사람돼지가 요리하는 돼지고기 들어간 떡볶이고기에 스며드는 떡볶이 냄새손 주름은 핏빛이 돌고 펼치지 못하는 주먹 손금 자국이 주걱으로 옮겨지고떡볶이에 보글보 글 익어간다내 몸이 부풀어 올랐다학교에서 나왔을 때3. 오징어튀김한 사람이튀김을 튀기는 중튀김 위 꽃이 앉았다튀김 꽃 아닌 우정 반지 장식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터져가는 오징어의 몸돼지는 오징어도 좋아해. 나도 그렇고 자신을 덮는 누런 기름옷바지를 입으면, 바짓 자국이 배에 남는다우정 위로 살이 파 묻는다연해지는 줄 모르고4. 스스로 백신살에 파묻은 나를 치우려고 한다수직으로 세워진 작은 매듭하늘로 올라가는 손금 위 반지묶을 때는 단단하게머리카락을몸이 나무 밑에서 달아난다돼지를 잡을 때도 오징어를 잡을 때도 나를 건질 때도몸 위에 올라온 손짓을매듭을 푸른다하교 시간 집에서
햇살아침 햇살이창문에 톡톡,나를 깨운다.졸린눈 비비며하루가 시작된다.
(한칸) 괜히 계단을 세며 올랐다. 한 손에 걸쳐 든 스케치북이 무거웠지만 비틀비틀 걷지 않았다. 온통 회색빛인 문을 열면 하늘색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는다. 나는 문을 열 것이다. 푸른빛 없는 하늘을 볼 수도 있다. 오히려 지금 눈이 내리는 것에 감사한다. 닿을 수 없는 너가 거기 서있었으면 좋겠다. 너의 입이 움직이는걸 들으려고 달렸다가 넘어졌다가 스케치북은 던져두고 안았다가 아팠다가 함께 하늘을 타고 춤춘다. 우리가 누워있는 눈은 차가울 것이다. 그게 너무 포근할 것이다. 눈이 녹아 내 상처에 스며드는지, 내 상처에서 나오는 눈물이 눈이 되어가는지 알 수 없을 때야 나는. 나는. 그제야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영원히 행복해질 수 없다. (두칸) 한동안은 옥상을 올려다 볼 수 없었다. 너가 거기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말 온몸을 내던질 준비가 되어있어서. 그게 두렵다. 충동적으로 죽고 싶지 않다. (세칸) 너의 이름을 나는 모른다. 너는 항상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으니 그 틈에 차마 물을 수가 없었다. "다 죽어가는 내 영혼이 보이지 않아? 나는 내 영혼에게 장례식을 치뤄줘야해. 내가 죽으면 나를 추모해 줄 사람이 없거든. 그래서 벌레처럼 죽지 않는 이 몸으로 사는 거야. 밥을 먹고 잠을자고..." 거짓말. 그냥 너도 죽는게 두려웠던 거잖아. 아무도 널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는게 무서웠잖아.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너에게 속았던것 같다. 너의 말 몇마디에 영영 너를 잊고 싶어도 잊지 못한다. 너가 밉다. (네칸) 너를 만난 곳은 내가 항상 가던 학원 옥상이었다. 물론 내가 다니던 학원은 아니었다. 엄마에게 미술 학원을 가고 싶다고 말해 본 적이 있다. 그때 나는 가만히 내 그림들이 찢기는 걸 봐야만 했다. 그래서 미술 학원 옥상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건 비밀이다. 여기가 하늘 풍경이 유독 예쁘다. 너가 그때 이런 말을 한 것도 같다. "나는 피아노를 못쳐. 내 영혼과 함께 부숴져버린 그 피아노에게 미안해서 칠 수가 없어. 기억나는 유일한 곡은 엘리제를 위하여. 그 뿐이야. 나는 그때 머물러 있어." 도움을 요청할 순 없었나. 나에게라도. "내 영혼은 2년전에 머물러 있는데, 학교 상담사가 너무 오래되서 나는 상담 대상이 아니래. 웃기지?" (다섯칸) 너가 죽었다. 소문으로 건너건너 들었다. 자살은 아니다. 무엇으로 죽었는지 모른다. 왜 죽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죽지 않았을수도 있다. 그냥 홀연히 사라져 버린거야. 아무 말 없이. 우린 그정도 사이가 아니었던거지. 그 뒤로 너를 그렸다. 내 그림이 언젠가 너를 찾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네 모습이 기억속에 희미해져 간다. 너를 구체적으로 떠올릴수록 흐릿해져 간다. 그래서 계속 찢고 찢었다. 오늘은 죽으러 온게 아니다. 너를 내 기억 속에서 살리러 온 거다. (벌컥) 문을 열었다. 너는 없다. 너의 흔적도 없다. 이제 너에 대해 남아있는 건 너를 모방한 죄로 찢긴 그림 뿐이다. 찢지 말걸 그랬어. 다시 그려야 겠다.
나는 친구와 첫 여행을 가기로 했다. 친구와 짐을 다싸고 만나기로 했다. 나는 짐을 일찍 싸고 먼저 약속 장소인 공원으로 나왔다. 약속 시간보다 15분 정도 일찍 와서 기차 시간을 확인하고 있었다. 기차 시간을 확인하니 내가 예매한 표가 원래 보다30분 일찍 오는 기차표를 예매 한것이었다. 다행이도 약속시간은 기차표 시간보다 10분 일찍 만나기로 했다. 아침을 역에서 먹기로 하자고한 친구가 너무 고마웠다. 나는 얼른 친구한테 기차표를 잘못 예매했고 시간은 10분 남았다고 했다. 친구도 5분 만에 왔다. 우리는 얼른 기차를 타러 갔다. 역으로 가니 기차가 2대와 있었다. 우리는 얼른 우리가 예매한것을 찾아 보았다. 찾아보는 사이 오른쪽 기차가 떠나 벌렸다.어쩔수 없이 왼쪽에 있는 기차를 탔다. 확인해보니 우리가 타야하는것은 오른쪽이었다. 나와 친구는 멘붕이 와서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나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평일 기차는 인기가 별로 없으니까 얼른 기차 표를 다시 예매하는 생각이었다. 우리는 기차에서 내리자 마자 얼른 기차 표를 예매하려 갔다. 다행히도 기차 자리는 남아있었고 우리는 무사히 여행지로 갈수있었다. 3년 정도가 지났는데도 기억이 생생한 사건이었다.
회장님은 매주 일요일 교회에 가셨다. 회사 앞에 10미터 높은 십자가를 세웠고, 꼭대기 층을 교회로 사용하셨다. 회의실마다 입구에 작은 황금 십자가를 박으려까지 하셨다. 결국 투자자의 반발로 취소되었지만, 지기를 싫어하시는 회장님은 주말에 몰래 컨트랙터 20명을 들여보내 실버 십자가를 문마다 설치하셨다. 적어도 그랬다는 소문이 있다. 회사가 문을 닫은 지도 이제 10년이다. ㅇㅇ건설은 한때 대한민국 10대 대기업이었다. IMF 도중 사놓은 땅에, 무이자로 빌린 돈을 사용해 동네마다 건물을 지어놨다. 철을 제공해 주던 기업을 먹은 이후로 경쟁자를 하나하나 사갔다. 2010년에 독점예방위원회 위원장에게 비행기 한 대 선물한 것이 걸린 후부터, 사실상 건설보다 철 제조 회사가 되었다. 회장님은 마지막까지 대주주였다. 망할 때까지 51%를 쥐겠다고 선언을 하신 적도 있다. 그 덕에 오늘날까지 한반도는 ㅇㅇ교회로 가득 차있다. 교회 짓는 다 고하면 회사에서 공사비 50%를 지원하도록 했다. 거의 프랜차이즈처럼 운영하셨다. 담임 목사만 하면 건물에 한 층을 집으로 줬고, 성도의 수에 따라 보너스를 줬다. 회장님이 70이 되셨을 때 기괴한 프로젝트를 시작하셨다. 바늘이었다. 귀에 낙타가 통과할 수 있는 바늘. 여러 성경학자들이 그를 막았다. “은유입니다, 회장님.” “오역입니다. 낙타가 아니라 밧줄입니다.” 여러 과학자들은 더 합리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낙타를 액체화시키면 2 제곱 cm 플라스틱 튜브를 통해 통과시킬 수 있습니다.” 철학자들은 정의를 바꿔서 회장님을 설득하려 했다. “4차원에서 보았을 때 사실상 낙타는 벌써 바늘귀를 통과했습니다. 그저 시점의 차이입니다.” 하지만 회장님은 결국 엔지니어를 따르기로 했다. “일반적 바늘의 구멍 넓이가 길이의 50분의 1이라 하고, 평균 낙타의 높이를 140cm라고 가정하면, 60m짜리 바늘을 만들면 됩니다.” 개인적 자산 1조 원을 천천히 액화시키기 시작했다. 나라에서 허락하는 대로 주식, 부동산, 옵션 등 시장에 풀었다. 2000억으로 땅을 샀고, 5000억으로 인건비, 기구, 재료를 샀다. 2000억으로는 뇌물을 냈고, 1000억으로 남은 삶을 살았다. 시작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아 타원형이 끝났다. 위로 150cm, 옆으로 450cm. 공사장 옆에 별장을 지은 회장님은 철을 만지며 기도하시곤 했다. 둘째 해에는 뇌물 2000억을 소비해야 했다. 드론에 촬영된 공사장이 인터넷에서 뜬 이후로 여러 뉴스사와 개인에 바친 거다. 이제 20미터에 다다른 바늘은 위로 지나다니는 비행기에서 반짝거리며 보이기 시작했다. 또 언론에 뜰 걱정에 위에 막을 세웠다. 셋째 해에는 회장님이 폐암에 걸리셨다. 국회에 친구들이 근처에 병원을 지어줬고, 별일 없는 날에는 거기에 누워 있었다. 이제 40m에 도달한 바늘은 점점 바늘의 모양을 띠게 되었다. 넷째 해에는 회장님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못해 계단을 내려가다가 넘어지셨다. 끝에서 세 번째 모서리에 두개골을 박았다. 충돌하자마자 목이 부러
약한 바람은 해줄 말 없고 아스팔트 광야는 숭고하기만 하네. 한 발짝 디딜 듯 말 듯, 춤만 추는 내 발 한 숨 깊게 들이마시고, 이제 기다릴 것도 없다. 옥상 백석과 이별하고 포근한 지구를 만나러 간다. 질끈 감은 실눈 너머 보인다— 7층 경치, 지나가는 바람, 여름 노을, 용의 비늘처럼 반짝이는 자동차 형광등. 몰아치는 엔돌핀은 차등 없는 평온함을 가져다준다. 날고 있다. 엘리베이터 탔을 때만 해도 이런 세상 없었는데. 괜찮을 거야, 괜찮았을 거야. 벌써 4층이 아니었다면, 중력을 싸우려 몸부림친다. 이제 와서 뭐가 나를 살리겠는가. 옥상 백석 디디게만 해준다면, 뭐 하나 못 주겠는가. 하지만 이제 어쩌겠나— 고막을 찢는 고요함만 들린다. 뛰기 전 딱 한 번만 3층 경치 볼 수만 있었다면. 정말 딱 한 번만이라도 2층 경치 볼 수만 있었다면. 제발, 딱 한 번만 보여줬으면 --
문장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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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문학광장입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06년부터 운영해온 문학집배원 서비스가 2025년 5월을 마지막으로 종료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문학집배원은 문학집배원으로 선정된 시인, 소설가가 큐레이션한 문학 작품을 낭독 영상으로 제작하여 뉴스레터와 함께 독자 분들을 찾아가는 '문학 배달 서비스'로 그동안 많은 분들께 문학의 따뜻한 위로와 일상의 감동을 전해드려왔습니다. 그동안 문학집배원을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문학광장은 앞으로도 문학을 더 가까이, 다채로운 방식으로 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콘텐츠와 기획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문학광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