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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큐레이션

한국 문학 자료를 담은 문학DB에서 문예지, 근대문학총서의 작품들을,
현대적인 문장웹진 등에서 매주 추천하여 보여드립니다.
1970년대의 감성부터 현대까지, 지금 봐도 세련된 문장으로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만나 보세요!

munjang

글틴

벡터씨 이야기

벡터씨는 걸으면서 뒤를 돌아보는 법이 없다. 오직 직진만이 그의 유일한 방향인 것이다. 간혹 좌우의 풍경이 궁금해지면 눈동자만 힐끔힐끔 굴려대는게 그가 세상을 탐험하는 방식이었다. 그는 걸으면서 항상 까만 우산을 들고다녔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비가와도 펼치는 일은 없었다.벡터씨는 한없이 걸었다. 눈이 와도 걸었다. 자면서도 걸었다. 곰이 쫓아와도 걸었다. 거대한 뱀이 그를 삼켰을 때도 그는 뱀의 창자를 걸어나왔다. 더이상 방해물이 없어지자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바다 한 가운데를 걷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이내 하늘은 이곳저곳 솜털을 모으더니 서로 부딪혀 먹구름을 울려버렸다. "나는 시련을 수없이 횡단한 사람이지. 이런건 이제 아무것도 아니야." 그는 먹구름의 눈을 향해 걷고 있었다. 마침내 중심에 다다르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눈앞에 순백의 깃털이 휘날렸다.벡터씨가 정신을 차린 것은 외딴섬 모래밭이었다. 오른손에는 제멋대로 휘어진 우산창이 남아있었다. 벡터씨는 화가났다. "10년 동안 걸음을 멈춘 적은 없었는데!" 그는 앙상한 창살을 뜯더니 마구잡이로 던졌다. 창살은 제각기 하나의 점이 되어 모래밭에 꽂혔다.그는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다. 그러나 이리 기울고 저리 기울다 금방 쓰러져버리곤 했다. 30분이 지나자 그는 일어서기를 포기하고 모래밭에 누웠다. 하늘이 파랬다.눈동자에 주황빛이 비쳐오자 그는 주름 가득 웃으며 일어섰다. 이제는 제대로 걸을 수 있었고 자유를 느끼며 곡선의 자취를 남겼다................그는 세상이 둥글다는 것을 깨달았다.

2024.04.28 식빵연필
3월 7일 토요일

 너는 웃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지점에서 웃었다. 그리 웃는 너는, 나에게 어떻게 보였을까. 어떻게 보였길래 나는, 이미 붉은 얼굴을 다시금 붉혔던 것일까. 괜스레 웃음이 새어 나오는 나와 너, 우리의 딛은 곳을 눈부신 전등은 자랑스럽다는 듯 비춘다. 하늘은 맑았다. 어느 땐 붉고 어느 땐 푸른 하늘이 나의 머리 위에 서 있었다. 당당히. 그러나 은밀하게. 누구에게도 자신의 모든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그 붉으락푸르락하는 하늘은, 또 높았다. 높고 구름 없이 탁 트여 있었다. 그 탁 트인 하늘 아래서, 한참 올라가야 하는 오래된 계단 위에서, 너는 또 미소 짓는다. 미소의 소리가 청명하게 내 귀를 때렸다. 계단의 꼭대기에는 정자가 있었고 비석이 있었으며 비석에는 '淸山峯'이라는 글씨가 씌어 있었다. 흔해 빠졌기에 오히려 흔치 않은 그 이름 청산봉. 나는 그 위로 높이 솟은, 좋이 이십 리는 떨어져 있을 고층 빌딩을 보았다. 그리고 다시 청명한 소리가 나는 너의 미소를 보았다. 미소 짓는 너의 입, 그 위의 코, 그 위의 눈. 너의 눈동자는 맑은 검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파르란 검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검은빛 바다는 너로 인해 파르라했다. ― 역시 너의 그 파르란 미소 위에서 넘실거리던 너울은 더없이 맑았다. 넘실거림에 튀는 물방울이 마치 상쾌한 작은 보석 같았다. 기분 좋은 너울. 기분 좋은 바람, 기분 좋은 파도. 시원해진 나는 그곳에서 흠뻑 젖어 미소 짓는다. 웃음 짓는다. 너는 웃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지점에서 웃었다. 그리 웃는 너는, 언제나 웃는 너는, 정말이지, 나에게 어떻게 보였을까. 어떻게 보였길래 나는, 이미 맑은 눈빛을 다시금 맑혔던 것일까. 눈부신 하늘은, 괜스레 웃음이 새어 나오는 소리와 나와 너, 우리들의 딛은 곳을 눈부신 하늘은 진파랑으로 비춘다.

2024.04.28 이거되나
소설 소리

달 따윈 아파트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 밤. 본래라면 어두컴컴해야 했을 길목을 가로등이 환하게 비추고 있다. 두 사람은 그런 길목을 거닐고 있는데, 그중 한 명이 다른 한 명에게 뜬금없이 말을 건다.“야야.”“왜?”“이야기 좀 해도 됨?”“뭔 이야기?”“뭐든. 근데 호응 좀 해 주셈.”“오키”“그럼 시작하겠음”“이응”……봄달이 어여쁘게도 뜬 밤이라. 불빛이 비추고 있는 거리를 어느 두 사람이 걷고 있는데, 길 양옆에 늘어선 벚나무들에 벚꽃이 정말 잘도 피어 있더라. 하나 그렇게 잘도 핀 벚꽃들 건너에 유난히 화려하게 핀 벚꽃나무 있으니, 저 그 벚꽃나무 가리키며 왈“자네 저 나무 좀 보소 건너편 집 옆에 있는 저 나무 좀 보소, 벚꽃이 흐드러지게 펴 이쁘기도 하야 이야 봄이누나 하고 절로 외치게 하구나 저 나무는. 그런데 여보쇼 밤이라 그런지 색깔이 잘 뵈지 않는데…… 저게 분홍색인가 하얀색인가 꽃빛이 헷갈리는고랴 빛색이 헷갈려. 가지가 엉기고설키고 벚꽃은 저에 줄지어 피여 있고 줄기는 이야 탄탄도 하고, 아래는 꺼무죽죽하면서 화사하고 이에 응하듯이 위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펴 이쁘기도 하샤 아으 봄이누나 하고 절로 외치게 하는데 밤이라 정말, 꽃빛만이 헷갈리는구려 빛색만이 헷갈리는구려.”그러자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던 자 왈“늬 눈이 있냐 없냐 지 앞에 있는 것도 못 보게 된 거냐 정말 눈에 뵈는 대로 하얀색인데 무슨 공연한 것을.”하니 투가 아무래도 비꼬는 투라 저 왈“에잇 헷갈릴 수 좀 있지 이 사람이……. 그리고 분홍색이든 하얀색이든 무슨 상관인가 벚꽃이긴 한가진데. 그건 그렇고 너 저 나무를 알어?”“나무가 알 게 뭐 있나.”“모르는 소릴 하네. 알 게 왜 없어? 우리보다 오래 산 몸일 텐데.”“아무리 그래도 우리보다 많이 산 나무 있겠나.”“없긴 왜 없어 천세 장수한 나무도 있는 판국에. 무식한 사람이구나 무식한 사람. 그런데 내가 말하려 한 건 그런 게 아니고, 저 분홍색인지 하얀색인지 하는 나무가”“위에서 봐도 아래서 봐도 하얀색이잖나 이 사람아.”“거 좀 다물어 보게 이 사람아. 어쨌든 저 분홍색인지 하얀색인지 모를 나무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었다는 전설 아나?”“모르지 그딴 전설 없으니까.”“아잇 내 말 좀 들어 보소 거참 사람 말을 못 믿어서…….”“그건 니가 미덥지 못해서 아닌가?”“그딴 말 치우고 내 말을 들어 보라니까 이 사람이. 그래서, 한 아기가 태어났다는 게 무어더냐? 언제적 일이더냐? 하고 이 근처를 지나가던 한 선비가 물었더니 지나가던 농분가 뭔가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말한 게 아니오. 이 나무가 겉보기에는 마냥 이뻐 보이기만 하는데, 안을 보면 속이 터응 비어 있다고. 한데도 봄이 되면 꽃을 피우고 눈엽(嫩葉)을 틔우고, 여름즈음이 되면 핀 꽃은 낙화(落花)가 되고 눈옆은 또 만엽(萬葉)하고, 가을이 되면 만엽했던 것은 낙엽(落葉)이 되고 꽃은 썩어 그 자취가 온데간데없고, 겨울이 되면 끝끝내 모든 것이 자취를 감추고 또 그나마 남겨 있던 잎도 말라비틀어지는 것이 속 꽉 찬 다른 나무들과 다를 바 없는데 거

2024.04.28 이거되나
지붕을 올라

여는빠알간 지붕을 오르다.기대어성근 하늘에, 꽃 피는 아래나즈막—고개를 들어묵빛 하늘을 새기었으니.여(女)는만개(萬開)한 지상(地上)에 소녀야.반짝이는 것들 아래성그러운, 또 성스로운 하나별빛을 꿈꾸었나다.여는이 늦은 밤—지붕을 오르고...나는때를 모르는 자야.별빛을 보아, 바라옵나다—오늘, 時를 모르는 여—와 함께빠알간 지붕 우—나란히 앉고 싶어라.

2024.04.27 바실리우스
도망치자

살기 위해서 살아가다의미없이 날아오른의미없이 추락하는내가 밉지 않아?무력감에 허우적대다결국 살아버린결국 죽어버린내가 밉지 않아?그러니 우리도망치자나야, 또다른 나야우리 도망치자저 멀리로아무도 닿을 수 없는저 별 너머로저 하늘 너머로이 세상을 넘어,이 생사를 넘어,우리, 도망치자

2024.04.27 김윤지
고장난 날개

도대체이 땅에 무슨 미련이 남았다고날아오르질 못하는 거야?날 구속하고 있는 그 중력을그렇게나 증오하면서도왜 날아오르질 못하는 거야?하늘이 답인 걸 알면서도왜 오답인 땅을 살아가고자 하는 거야?대체 왜 그러는 거야?한발자국만 떼면 되는데바로 옆에 창문이 있는데왜 날아오르지 않는 거야?그 질문에거울 속에 비친 너는그저 멍하니 날 바라볼 뿐이었지아,네가 유일하게 원했던 비상그것이 네가 유일하게 이루지 못한환락의 꿈이 될 줄이야

2024.04.27 김윤지
소설 #6. 흙과 비

비가 조금 내리고 국화 핀 향기가 나고, 무덤 앞에서 무너져버린 너를 봤어. 네가 나의 품에 안기던 날, 우리가 피워낸 한 송이의 꽃을 기억하니. 너는 무서운 속도로 추락했고 나는 그런 너를 먹었어. 우리의 아름다운 꽃은 그렇게 잔인한 세상에서 태어난 거야. 초록이 자라나는 봄이 되었고, 구름 위에서 숲을 내려다본 너는 내가 보이지 않았을 거야. 네가 얼마나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렸는지 알아. 나무들 사이에서 피어난 우리의 꽃은 네게 너무나도 멀었어. 이따금 나는 너에게 꽃을 잘 보살피겠노라 말했어. 그러면 넌 언제나 투명한 웃음을 보내주었지. 그래, 고운 정 미운 정 다 들었다는 거 알아. 네가 오랫동안 자리를 비울 때, 너만을 기다리는 꽃의 물음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시간이 지날수록 몸 한구석에 깊게 파인 상처에서 피가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어. 괜히 서러운 울음을 참았어. 너는 언젠가 내가 너를 가두고 있었다고 털어놓았지. 내가 너를, 먹었다고. 그 후 내게 상처였던 시간은 너에게 감옥이었겠지. 나는 너를 품고 놓아줄 자신이 없었던 것 같아. 내가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되던 날, 너도 함께 울었어. 비가 조금 내리고 국화 진 향기가 나고, 무덤 앞에서 무너져버린 너를 봤어. 나는 몰랐고 너는 알았어. 우리의 꽃이 죽어버린 날을. 너의 부재는 나의 부정이었고, 나의 무지는 너의 무게였어. 그럼에도 나는 국화가 살아있을 것이라고 믿었어. 네가 고개를 저으며 마른 눈물을 삼킬 때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어. 죽음의 생명이 죽었다고. 우리는 영원히 살아갈 수 있었기에 죽음의 존재를 너무 쉽게 부정했는지도 몰라. 다만 신은, 우리에게 영원을 그냥 주지 않았어. 그만큼 생명은 소중했고, 죽음 또한 이치였어. 그럼에도 첫 꽃을 떠나보내야 했던 우리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에 벅찼었나 봐. 네가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되던 날, 나는 마른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어. 나는 네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어. 우리의 예술가가 떠났어. 항상 흰 모자를 쓰고 다니던 그에게 조금 더 많은 모자를 씌워주고 싶었어. 우리는 한 해 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다며 뿌듯해했어. 나는 그 역시 행복한 줄로만 알았지. 그가 유언을 남길 수 있게 되던 날, 우리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의 목소리를 들었어. 모자가 너무 많아. 그것은 사실이었어. 그에게 씌워준 모자의 개수만큼 우리는 생명을 책임져야 할 거야. 언젠가 내가 바람에 날리고 네가 사선으로 내릴 때, 우리가 헤어지더라도 너무 슬퍼하지 말자. 우리는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으니까. 그럼에도 눈동자를 감아보자. 우리의 눈물이 곧 생명의 탄생을 의미할 테니까. 무덤 속에는 어린 예술가의 모자 하나가 남았어. 나는 그것을 보지 못했지만, 알고 있었어. 모자에는 작은 씨앗이 하나 들어 있었어. 모자를 껴안고 겨울을 보냈어. 비가 조금 내리고 국화 핀 향기가 나더니—.

2024.04.27 아기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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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2024년 문장웹진 문장서포터즈 모집

2005년부터 운영된 국내 최고(最古) 온라인 문예지 문장웹진에서 문학 콘텐츠 발굴 및 문학애호가·예비 작가 지원을 위한 서포터즈를 아래와 같이 모집하오니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 모집 일정 ㅇ 공고 및 지원 : 2024. 4. 29(월) ~ 5. 3(금) 23:59 ㅇ 발표 : 5. 17.(금) ㅇ O.T : 5. 28.(화) 14:00 / 서울 혜화역 인근 (*일정에 따라 변동 가능) □ 모집 대상 ㅇ 선발인원 : 6명 ㅇ 자격 : 만 18세 이상 미등단자 ※ 우대사항(별도 증빙 필요) - 글틴 월 장원 선정자 - 문장청소년문학상 수상자 - 문학 전공 대학(원)생으로 교수의 추천을 받은 자 □ 활동 기간 ㅇ 임명일로부터 12월까지 □ 활동 내용 ㅇ 직접 작성한 활동계획서를 기반으로 수도권 및 지역별 문학 행사, 문학기반시설(작은 서점·문학관 등)을 체험하거나 문예지, 문학 작품을 읽고 콘텐츠화하여 문장웹진(https://munjang.or.kr/webzine)에 소개한다. (총 3회) □ 활동 혜택 ㅇ 문장서포터즈 임명장 수여 ㅇ 서포터즈 활동에 필요한 교통비 및 도서구입비 지급 ㅇ 3건의 활동 완료 시 총 60만원의 활동비 지급 □ 지원 방법 ㅇ 문학광장>참여광장>공모전 ▶바로가기 : 목록 | 공모전 | 참여광장 : 문학광장 (munjang.or.kr) ※ 문학광장 회원가입 후, 지원신청서 양식 다운로드 받아 작성하여 제출 ※ 글틴 월 장원 선정자 : 월 장원 선정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월 장원 선정 공지, 명예의 전당 캡처 등) 첨부 ※ 문장청소년문학상 수상자 : 수상 사실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상장, 상패 사진, 기타 자료 등) 첨부 ※ 문학 전공 대학(원)생으로 교수의 추천을 받은 자 : 교수추천서(이름, 생년월일, 추천이유, 교수 서명 필수 포함) 첨부 □ 접수 및 문의 ㅇ 담당자 연락처 : 061-900-2337

2024.04.26
공지사항 [이벤트] 2024 문장웹진 보물찾기

2024 문장웹진 보물찾기 이벤트 나만 알고 싶은, 다시 보고 싶은 문장웹진의 작품을 모두에게 소개해주세요! ㅇ이벤트기간 : 2024. 1. 2 ~ 1. 31. ㅇ당첨자발표 : 2월 중순경(당첨자 개별연락) ㅇ이벤트경품 :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9명) ㅇ참여방법 1) 설문조사 링크 접속(▶https://naver.me/5XTVOjIu) 2) 최근 5개년 문장웹진의 작품 중 2024년에 다시 소개하고 싶은 작품과 그 이유 입력 3) 나머지 항목 입력 후 설문 폼 제출 ㅇ문의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부 문학광장 담당자 061-900-2337, 2323 ※ 당첨자가 고른 작품과 그 이유는 추후 문장웹진 커버스토리에 소개될 수 있습니다. ※ 문장웹진 과월호 보는 방법 : 문학광장>문장웹진>이전호보러가기(첨부 이미지 참고)

2024.01.02
공지사항 제41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 글제 이벤트 선정자 안내

2023.10.16
공지사항 제41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 수상자 발표

2023.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