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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소리

[문장의소리] 어항부터 베를린까지- 식물이 보여준 사람과 공간들 with 박세미 시인 | 808화 '생활세계의 작가들'

안녕하세요?소라님들, 문학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입니다. 저는 우다영입니다. 808회는 [생활세계의 작가들]로 진행됩니다. 오늘은 박세미 시인과 함께합니다 • 생활세계의 작가들 : 직업세계, 취미세계, 덕질세계 등. 작품세계가 아닌 작가들의 생활세계 면면을 조명합니다. 작가소개 박세미 시인은 201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내가 나일 확률』, 『오늘 사회 발코니』, 산문집 『식물스케일』 등이 있다. Q. DJ 우다영 :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근황이 궁금합니다. A. 박세미 시인 : 항상 똑같이 일하며 지내고 있어요. Q. 시인님께서 최근 출간하신 산문집 『식물스케일』에 대해 직접 소개해주신다면? A. 제가 서문에도 쓰기는 했는데요. 제목에 ‘식물’이 있기는 하지만, 식물이 주인공은 아니고요. 제가 식물을 경유하여 만난 사람이나 공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희가 당연히 인간이다 보니 무언가를 인식할 때 인간 중심적으로 사고하게 되는데, 식물의 어떤 당위를 가지고 이야기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쓴 것 같아요. Q. 『식물스케일』은 인연과 사람에 대한 산문인 것 같기도 한데,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어려워하지 않으시는지 궁금합니다. A. 굉장히 어려워하는 성격입니다. 아주 오랜 기간 기자 생활을 했는데, 기자 생활하며 항상 그 부분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오히려 그렇기에 관계 맺는 사람들에 대해 조금 더 집중하여 이야기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하기도 합니다. Q. 아직 『식물스케일』을 읽지 않은 소라님들께 식물과 연결된, 기억에 남는 관계, 이야기를 들려주신다면? A. 사람을 새롭게 만나는 것들이 쉽지는 않은데요. 어떤 부분에 꽂히면 그걸 잘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제가 『식물스케일』에 썼던 말 중에, 정말 멋있는 화분을 발견하고 그것을 주문하면서 그 화분을 만든 작가와 대면하는 일이 있었거든요. 알고 보니 그 친구가 건축과였던 거예요. 화분도 너무 마음에 들었지만, 그 작가분도 너무 좋아서 친구가 되어 지금까지도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된 것이 특별한 인연인 것 같아요. [credit] ㅇ 연출 | 유계영 시인 ㅇ 진행 | 우다영 소설가 ㅇ 구성 | 문은강 소설가 ㅇ 시그널 | 손서정 ㅇ 일러스트 | 김산호 ㅇ 원고정리 | 강유리 ㅇ 녹음 | 문화기획봄볕 ㅇ 쇼츠 | 아이디어랩 (Makesense 이용호) ㅇ 기획·총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팀 * 문장의소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팀이 기획하고 작가들이 직접 만드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는 문학광장 유튜브와 누리집, 팟빵을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2025.06.20
[문장의소리] 혀라는 열쇠를 들어 소설가가 칼춤 추는 시간 with 신종원 소설가 | 807화 '지금 만나요'

안녕하세요. 소라님들, 문학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 입니다. 저는 우다영입니다. 807회는 '지금 만나요'로 진행됩니다. 오늘은 장편소설 '불새'를 출간하신 시간 내용 신종원 소설가와 함께합니다. * 지금 만나요 : 새 책을 낸 작가를 만나 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 [초대손님] 신종원 소설가는 202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 『전자 시대의 아리아』, 『고스트 프리퀀시』, 장편소설 『습지 장례법』 등이 있다. 최근 장편소설 『불새』를 출간하였다. [방송정보] Q. DJ 우다영 : 최근 출간하신 장편소설 『불새』는 4원소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인데요. 계획 단계부터 4원소를 염두에 두고 계셨는지 궁금합니다. A. 신종원 소설가 :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습니다.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이야기를 했는데, 우연히 시간을 가로지르는 이야기가 되었어요. 쓰고 나니 오히려 이참에 원소에 빠져 볼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전에 낸 장편인 『습지 장례법』이 워낙 축축했다 보니 이번엔 다 태워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불을 생각했고, 자연스레 4원소가 연계됐던 것 같아요. Q. 불에 관한 책이니만큼 최근 작가님께서 가장 불타올랐던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A. 잘 아시겠지만, 책이 나오면 주변에 보내드려야 하잖아요. 그걸 제가 등단하고 세 번째 책 낼 때까지는 소화하기 쉬운, 거의 매년 한 권씩 나왔으니 쉬운 후 작업 같았는데요. 이번에 오랜만에 책을 내고 부치려 하니 정말 어렵더라고요. 선생님, 친구들의 주소지가 바뀌지는 않았는지 확인해야 하고요. 왜 내가 2년간 책을 내지 않았는가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기도 해서 힘들었습니다. 제가 직업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고, 밖에 자주 나가는 것도 아니어서 2년간 어떻게 지냈는가에 대해 해명하는 것이 곤혹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Q. 출간하신 장편소설 『불새』에 대해 신종원 소설가님의 언어로 직접 설명해 주신다면? A. 제가 이 책이 어떤 책이라고 설명한 적이 없어서 어려운데요. 짧게 말하자면 젊은 사제 바오로가 진짜 성배의 행방을 찾으며 벌어지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조금 더 크게 말하자면 생명과 죽음의 대결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제가 한쪽 편을 선택해야 했고, 그렇게 선택한 이상 온 힘을 다해 필사적으로 그쪽을 옹호하고, 동의하고, 지지해야만 했던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Q. 전작인 『습지 장례법』과 최근 출간하신 『불새』를 쓰시면서 어떤 차이가 있으셨는지 설명해 주신다면? A. 가장 큰 차이는 아무래도 전작이 장례로 끝나고, 이번 소설이 장례미사로 끝났다는 것이 의도적이라는 것이겠죠. 차이가 있다면 아무래도 『습지 장례법』의 장례는 ‘잘 묻어 있기를, 잘 헤어지기를 바라는 장례식’이었다면, 『불새』에서의 장례미사는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부활’이라는 점에서 형식은 비슷할지언정 작품이 지향하는

2025.06.11
[문장의소리] 노동은 눈물겹다 완강기가 필요해! with 백가경 시인 | 806화 '지금 만나요'

안녕하세요. 소라님들, 문학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 입니다. 저는 우다영입니다. 806회는 '지금 만나요'로 진행됩니다. 오늘은 시집 '하이퍼큐비클'을 출간하신 백가경 시인과 함께합니다. * 지금 만나요 : 새 책을 낸 작가를 만나 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 [초대손님] 백가경 시인님은 202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시집으로 '하이퍼큐비클'이 있습니다 [방송정보] 00:00 인트로 01:07 자기소개 03:50 시집 '하이퍼큐비클' 07:20 기억에 남는 독자 코멘트 & 시집을 엮으며 힘들었던 점 09:22 하이퍼큐비클, 공간일까 감정일까 12:09 '하이퍼큐브에 관한 기록' 어떻게 쓰게 되셨는지 15:28 출구 없음의 순간 17:35 괴로웠던 노동의 경험 23:15 내가 시적 언어를 쓰는 방법 29:37 표를 예쁘게 만드는 꿀팁 31:00 다양한 해설들 36:30 진도 씻김굿 38:11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려고 39:39 시 낭독 43:20 맺음말 ㅇ 연출 | 유계영 시인 ㅇ 진행 | 우다영 소설가 ㅇ 구성 | 문은강 소설가 ㅇ 시그널 | 손서정 ㅇ 일러스트 | 김산호 ㅇ 원고정리 | 강유리 ㅇ 녹음 | 문화기획봄볕 ㅇ 쇼츠 | 아이디어랩(MakeSense 이용호) ㅇ 디자인 | OTB Company ㅇ 기획·총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팀 문장의소리는 문학광장 유튜브와 팟빵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2025.06.04
[문장의소리] 스포 없음! 로스트 6시즌에 대한 소설가들의 입장 with 손보미 소설가 | 805화 2부

안녕하세요. 소라님들, 문학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입니다. 저는 우다영입니다. 문장의소리 805화 2부 '생활세계의 작가들' 코너에서는 최근 산문집『아무튼, 미드』를 출간하신 손보미 소설가님을 모셨습니다. [초대손님] 손보미 소설가는 2009년 《21세기문학》 신인상을 수상하였고,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담요」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 『그들에게 린디합을』,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맨해튼의 반딧불이』, 『사랑의 꿈』, 중편소설 『우연의 신』, 장편소설 『디어 랄프 로렌』, 『사라진 숲의 아이들』 등이 있다. 젊은작가상, 한국일보문학상, 김준성문학상, 대상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최근 첫 산문집 『아무튼, 미드』를 출간하였다. [방송정보] 00:00 손보미 소설가의 산문집 『아무튼, 미드』 중에서 01:00 '생활세계의 작가들' / 손보미 소설가 * 생활세계의 작가들 : 직업세계, 취미세계, 덕질세계 등. 작품세계가 아닌 작가들의 생활세계 면면을 조명합니다. [주요 방송 내용] Q. DJ 우다영 :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근황이 궁금합니다. A. 손보미 소설가 : 삶이 거의 비슷한데요. 지금 시즌에는 개강했으니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학교에 가고, 나머지 날들은 거의 원고 작업을 하며 지내고 있는 것 같아요. 올여름에 책 두 권이 나오기에 책 준비를 하고 있고, 마감과 연재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Q. 손보미 작가님의 근간인 『아무튼, 미드』에서 미국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 주시고 계십니다. 어렸을 적부터 미국에서 만든 드라마를 보셨다는 내용이 있기도 한데, 해당 내용을 자세히 청해 듣고 싶습니다. A. 아마 다영 작가님과 제 사이에 세대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제 세대라면 잘 아실 것 같은데, 일요일 낮에는 《레밍턴 스틸(Remington Steele)》, 굉장히 잘생긴 바람둥이 탐정이 등장해 사건을 해결하는 드라마인데요. 당시 일요일 오후 1시인가, KBS에서 했던 《전국 노래자랑》과 방영 시간이 겹쳤어요. 저희 아버지는 《전국 노래자랑》을 보시던 분이라 TV가 한 대였을 때 항상 둘 중 무엇을 볼 것인가에 대해 다툼, 갈등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반 정도는 이기고 반 정도는 졌어요. 제가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미드 중 하나가 《명탐정 몽크(MONK)》인데요. 토요일에 학교 끝나고 집에 가서 밥을 먹으며 봤었고, 몽크라는 사람이 마음속에 상처와 결벽이 있어 일상생활을 잘하지 못했어요. 도와주는 여성 캐릭터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주된 스토리였고요. 지금까지도 기억 나는 장면이 있는데, 몽크가 부잣집에 사건을 의뢰받아 갔는데, 기다리다 보니 지루해 옆에 있던 초콜릿 박스를 뜯어 초콜릿을 먹는 장면이었어요. 초콜릿을 뜯다 보면 은박지에 묻은 초콜릿이 손에 묻기도 하는데, 이 사람은 결벽이 있어 손에 안 묻게 먹으려다 손에 많이 묻히게 되고, 집 주인과 마주치며 어색해하는 장면이 있

2025.05.26
임철우 소설가의 목소리로 듣는 『그리운 남쪽』 중 「봄날」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쓸쓸했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젠 필요 없게 된 꽃다발을 껴안은 채 순임이는 발끝을 내려다보며 걸었고, 병기는 연신 담배 연기만 한숨처럼 뿜어내고 있었다. 나는 자꾸만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때마다 하얀 병원 건물의 벽에 무수히 뚫려 있는 유리창들이 마치 숱한 들짐승들의 눈알마냥 이쪽을 쏘아보고 있었다. 어디에 있느냐. 네 아우 아벨이 어디에 있느냐. 어느 흙더미 속에 산 채로 묻어 놓고 너 홀로 돌아오는 것이냐. 누군가가 등 뒤에서 그렇게 자꾸만 나를 불러대고 있었다. 상처 입은 한 마리 들짐승처럼 울부짖는 그 소리는 우리가 버리고 온 또 하나의 우리들의 부끄러운 아벨의 음성이었다. 우리는 다리에 다다랐다. 거기서부터 병원은 산자락에 가려져 더는 보이지 않았다. 다리 아래 개울에서 꼬마 아이들이 여럿 보여 웅성대고 있었다. 가방이며 신발을 모래밭에 벗어놓고 아이들은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속에서 무엇인가를 건져내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는 걸음을 멈추었다. 수면 위로 희고 반짝이는 작은 점들이 무수히 떠내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죽은 물고기들이었다. 겨우 엄지손가락 크기의 어린 물고기들을 손으로 건져내며 아이들은 키들키들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저 위쪽에서 어른들이 약을 풀었대요.” “뱀장어를 잡아요. 이만큼 큰 걸루만 많이 잡았대요.” 아이들이 우리를 올려다보며 소리를 질렀다. 개울 상류 쪽에서 사내 둘이 팬티바람으로 움직이고 있는 게 보였다. 아까 오던 길에 보았던 바로 그자들이었다. 우리는 난간에 기대어 서서 다리 아래 수면에 비치는 그림자를 내려다보았다. 거기, 자갈 박힌 푸른 하늘이 투명한 물밑에 깔려 있었고, 우리들의 얼굴 위로는 죽은 고기들이 허옇게 배를 드러낸 채 쉴 새 없이 둥둥 떠내려가고 있었다. “언제쯤······ 예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수면 위에서 병기의 얼굴이 말했다. “누구?” “상주 말이야.” “······” 그때 나는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작은 붕어 하나가 꿈틀거리며 떠내려가고 있는 모습을 줄곧 지켜보고 있는 참이었다. 한동안 침묵이 끼어들었다. “근데 말야. 난 아직도 한 가지만은 모르겠거든. 정말 그날 새벽 죽임을 당하기 전에 명부가 녀석의 집을 찾아갔었을까······” 병기는 여전히 시선을 물 위에 던져둔 채 말했다. “어쩌면······ 어쩌면 말예요. 그건 혹시 사실인지도 모르겠어요.” “뭐라구.&rd

2025.05.22 천운영
[문장의소리]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들의 우주적 무대! with 조시현, 이소호 작가 | 805화 1부

문장의소리 제805회 : 1부 이소호 시인, 조시현 시인 문학광장 〈문장의소리〉는 2005년 시작된 문학 라디오입니다. 2024년부터 연출 유계영 시인, 진행 우다영 소설가, 구성작가 문은강 소설가가 함께합니다. - 지금 만나요 : 새 책을 출간한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소호 시인은 2014년 《현대시》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캣콜링』,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 『홈 스위트 홈』, 산문집 『시키는 대로 제멋대로』,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서른 다섯, 늙는 기분』 등이 있다. 최근 첫 소설집 『세 평짜리 숲』을 출간하였다. 조시현 시인은 2018년 《실천문학》에 단편소설 「동양식 정원」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2019년 상반기 《현대시》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아이들 타임』, 작품집 『AnA Vol.01』, 소설집 『이 사랑은 처음이라서』 등이 있다. 최근 소설집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을 출간하였다. ● 오프닝 : 소설집 『숨 쉬는 소설』에 수록된 조시현 소설가의 단편 「어스」 중에서 ● 〈로고송〉 ● 1부 〈지금 만나요〉 / 이소호 시인, 조시현 시인 Q. DJ 우다영 : 시와 소설을 병행하여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신 두 분을 모셨습니다.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조시현 시인 : 이제 막 출간하여 소개하는 자리를 가지고, 독자님들 뵙는 자리를 가지며 바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이소호 시인 : 저도 독자님들 뵙는 자리를 가지고 있고, 이 책이 공교롭게도 제 열 번째 단행본이에요. 행사가 그런 걸로 좀 있고, 열 번째 단행본을 통해 좀 쉬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두 작가님께서 최근 출간된 소설집을 소개해 주신다면? A. 조시현 시인 : 제 소설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은 총 여덟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현실과 비현실, 우주와 지구,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소설들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이소호 시인 : 제 『세 평짜리 숲』은 열 번째 단행본으로써 소설집으로는 첫 작품입니다. 연작 소설이고, 지구에 있는 ‘에어 포켓’에서 어디로 향해 생존해야 할지 두 명의 여자 주인공이 고민하는 밸런스 게임이 보이는 책입니다. Q. 시와 소설을 병행하는 두 분께서 느끼시기에 창작할 때 어떤 차이점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이소호 시인 : 시는 굉장히 현실적으로 쓰는데, 소설은 상상력에 기대어 쓰는 것 같아요. 제 중편 소설도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세 평짜리 숲』도 미래의 지구에 대해 썼습니다. 저도 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소설이라고 한다면 시와는 다른 길을 가 보고 싶었어요. 상상력에 많이 치우친 것 같습니다. 조시현 시인 : 들이는 시간이 다른 것 같습니다. 소설은 엉덩이 힘으로 쓰인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시는 조금 더 감각이 바깥으로 열린다면, 소설은 한 세계에 골몰하며 쓴다고 느껴져서 쓰는 몸의 감각이 제게는 다르게 느껴진 것 같아요. 각기 다른 부위를

2025.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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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소설 금메뚝설화

버스가 맥아리 없는 압축공기를 내뿜으며 정차했다. 털털거리는 시동의 진동 사이로 달칵거리며 운전석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오랜 출장에 피로했던 나는 버스 기사의 두드림에 겨우 깼다. 종점이었다. 차고지에서 빠져나와 한적한 길가에서 택시를 잡았다. 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하니 짧게 대답하고선 말 없는 주행을 시작했다. 백미러에 달린 동자승이 인자한 미소를 띤 채 규칙적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우리 마을은 주로 농사로 먹고사는 마을이었다. 있는 거라곤 논과 밭, 작은 구멍가게, 그리고 작은 공업단지와 소박한 마을회관. 아주 정답진 못하더라도 사람들끼리 알음알음 지내는, 그런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마을이다. 나는 마을이 싫진 않았지만, 농사나 공업보다는 더 편한 직업을 가지고 싶었고, 그러려면 시외버스를 한참 타고선 도시로 나와야 했다.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했기에 도시에 작은 방이라도 얻어야 하건만 그럴만한 돈도 없었다. 이런 나에게 잦은 출장 대신 숙식을 제공하고, 한 번의 출장 이후 긴 휴식을 보내주는 이 직장이 적합했기에 외지인의 삶을 사는 것이고, 또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을 들여다보니 목적지에 도착해있었다.길게 뻗은 아스팔트 갓길과 그 옆에 우두커니 선 마을 비석. 매번 돌아올 때면 이 풍경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이질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이를 먼지 털 듯 떨쳐버리곤 길을 따라 마을로 들어갔다. 길목에 서 있는 감나무 아래 어수선한 기운에 고개를 돌렸다. 마을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사람이 모여있는 광경은 적어도 이 마을에선 흔치 않으므로 나는 호기심이 일었다. 아주 모르는 사람들도 아니였기에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그 원인을 파악하고자 했다. 잠자리 통 안에서 메뚝이가 황홀한 금빛을 발광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를 둘러싸고선 마치 영웅담이라도 이야기하듯 자신의 공로를 나열하고 있었다.그들의 이야기인즉 다음과 같았다. 박 씨 할아버지가 모 판을 정렬하던 중 금빛 무언가가 날뛰는 것을 보았고, 이를 양 씨에게 알렸다. 양 씨가 메뚝이를 잡으려는 양을 보고선 사람들이 합세했고, 메뚝이를 몰다가, 몰다가, 마지막에 장 씨가 잠자리채로 포획. 이 이야기를 몇 분 내내 지속하고 있었다.“잡는데 애 좀 썼어요.”양 씨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내 어깨를 잡고 말을 이어나갔다.“수집가한테 가져다 팔면 돈 좀 깨나 되겠는걸?”양 씨는 예전부터 돈이라면 달려들기 일쑤였다. 일전에 그와 술잔을 기울인 적이 있었다.“이봐요 김 씨. 난 말입니다. 황금빛 번쩍이는게 그렇게 좋더랍니다- 이 세상 안에서 번쩍이는 것 하나만 있으면요- 모든 것이 행정절차처럼 따악- 따악- 맞춰 돌아간다는거 아닙니까? 생각해 보십 시오- 금전이면 안되는게- 있더랍니까아?”그의 음정은 술에 취함을 연주하듯 음정이 늘어나고, 끊기고, 가끔씩 뒤틀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의 말에는 가슴 깊은 곳에 나뒹굴던 케케묵은 먼지가 실려있었다. 나의 말은 모두 끊고, 양 씨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조금 지치기도 하여 나는 그의 말

2025.07.02 박민결
나방

어릴때부터 너무나도 입고싶던 한복예닐곱 때 처음 입어보았지요키에 맞는 옷이 없어아빠가 틀어주던 티비에 나오는일생이 아름답던 공주처럼질질 끌고 다녔어요새벽녘 처음으로 문을 열고 나간 아빠는이제는 잊혀진지 오래야속하게도 ㅡ 수염 더부룩하던 그는실핏줄 터진 눈을 한 엄마를캐리어에 싣고 갔어요둘의 여행이었지요둘의 부재였지요실없이 해맑은 하얀 얼굴에빨간 기름 둥둥 떠다니는 육개장을 묻히며그들이 나를 노려보며 나간 문으로케이크를 사들고 다시 와주기를 하염없이 기다렸어요물때 낀 민트색 현관문에는 어느새키가 닿지 않아 치우지 못한 전단지만 서른 하나아아, 엄마아빠가 올때면손에 소스 잔뜩 묻히며 먹던 치즈피자를사와주었으면 좋겠어요무정하게도, 그들의 자취를 따라 들어온 것은악취나는 아저씨들내가 가장 사랑하는 ㅡ 사랑했던 엄마아빠의 사진을다 찢어버리고더러운 손으로 허겁지겁 퍼먹던 육개장 그릇을 던진것도이들이었어요그들 사이로 나방 하나가 기어들어왔어요수많은 악취 사이로 은은한 방향이 스며 들어왔어요아주 작은, 끈적한 나방그것은 밝은 형광등으로 비행하며수없이 부딪히고 ㅡ 부딪히며그것이 물러 터질때까지몸을 맞댔어요자신의 의지였는지는 모르겠네요그 나방이 엄마와 너무 닮아서여행을 갔던 이가 돌아온 것일까봐나는 작은 책상 위 발을 올리고손끝으로 불을 가렸어요돌아온 이가 다시 떠나지 않길 바라며그 밤불빛 아래 미동 없이 머물던 나방은끝내 날지 않았고나는그 조용한 생의 잔해를아직도, 내 방 천장애 붙여두고 있어요엄마의 냄새가 나거든요

2025.07.02 이람
열여덟 조각의 여름

잠꼬대가 심해졌구나오늘도턱에 매달린 한 방울 여름을 훔쳤어혼자서나부끼는 그림자 아래서울리던 매미 울음이 타올라구름이 무거워 도망치던 철새처럼설움이 하늘에 드리우면쪽빛의 향기와 엷은 웅덩이에 떠오른시드는 노을은 잿빛으로잔뜩 번진 땅거미는너의 역광을 진 눈망울이 터진듯해서여름 하늘 매미의 노래쪼개진 풍경의 빗줄기에슬며시 젖어 들어가 낡은 우산을 쓴 채네가무심코 흥얼거리던 여름의 무늬가일렁이고 있어수면에 비친 반딧불이처럼아침이 늦어지는구나어제도정류장에 드러누운 여름의 곁에서 식어가아직도웅크린 그림자를 밟으며쪼그린 채 어른이 되어버려도우리는 언제까지나 아지랑이일 것 같아서물방울의 맞장구에여름은 하늘에 가라앉아헤엄치는 물거품이 사그라들어도한 떨기 불꽃으로 꽃점을 치던 우산 아래너의 흥얼거림이 물크러진다며여름 하루 장마가 움트는마지막 꽃잎은 아직 휘청이며지금, 하늘에 튀어 올랐던 윤슬처럼네가땅에 떨어진 열여덟 조각의 아이스크림이 되어가집에 돌아가자던 녹은 심술마저도매미가 울면 꿈결에 떠올라

2025.07.02 별무리
소설 쪽지

"나 안락사할려고…" "?" "안락사말이야 안락사. 조력자살." "…" "그래서… 돈이 좀 필요한데…" "알았어." "어…" 20000 프랑. 좋은 죽음에 비하면 적당한 가격이다 내가 지금까지 번 돈이 그 정도 될 테니까. 아, 그 정도는 아니려나. 몇 달 후 최소 이년은 생각했는데 벌써 아빠는 그 큰돈을 구해왔다. 아빠는 담배를 물고 방문을 살짝 연 채 밖에서 나지막이 말했다. "식탁에 올려놨어. 내일 가져가." 나는 계속 자는 척했다. 아빠는 어차피 못 찾을 리 없으니 방문을 닫았다. 그는 한마디만 더 말해야겠다고 생각한 건지 우뚝 서서 한마디만 덧붙였다. "늦어서 미안하다." 다음날 일어나서 돈을 확인했다. '비행깃값 200만 원' 새것 같은 5만 원짜리들에다 코팅된 느낌이 더 강하게 나는 뻣뻣한 1000프랑짜리 지폐뭉치 그리고, 아빠가 써둔 종잇쪼가리에 써있는 바에 따르면 '돌아올 수도 있으니 1500프랑' 나는 터벅터벅 도서관 컴퓨터로 가 티켓을 검색했다. 아무래도 에어차이나가 싸려나… 지금까지 공부한 독일어가 유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대충 티켓을 저장해 놓고 도서관을 나왔다. 집에 가니 어디서 본 인간이 취해서 쓰러져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완전히 취한 것 같지는 않았다. "아저씨 안 들어가고 뭐해요" "문 열어줄 사람이 없으니까.""아빠 없어요?" "매정한 새끼구만 쯧" "취했어요? "아니. 흐.. 흐흣 뭐 취했더라도 상관없지. 넌 내가 누군지 아니까." "아 할 말 빨리하고 가요 아빠도 없는데 외간남자 들일 순 없으니까. "야 이 씨발년아. 네 아빠 죽었어. 죽었다고. 8단지로 가봐. 옥상에서 떨어졌다니깐." "?" "그 새끼가 나한테 300을 빌려갔는데, 네 몸값은 하지 않을까?" "꺼져요. 아 빨리." 그는 키득키득 웃으며 사라졌다. 심성은 착한 사람이다. 뭔 상관인가. 나는 내 짐을 쌌다. 그간 익혀두었던 독일어를 잠시 복습하고 만들어둔 여권을 챙겨 잠자리에 들었다. 집안을 마구 어지를까도 생각했지만 너무 피곤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리도 피곤하여 누웠음에도 불구하고 잠은 오지 않았던 것이다. 삶의 희망이라거나 하는 기분 좋은 것이 생겼을 리가 없었다. 지금까지 준비해 온 게 있지 않은가. 챙겨야 할 것들을 다 챙겼는지 모르겠다. 옷들을 마구 던져 넣어서 도저히 뭔가 빠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운 자리 바로 옆에 놓인 가방에 손을 뻗어 안을 잠시 안을 뒤졌다. 먼저 여권을 확인하려 했다. 그러나 종이쪼가리 하나가 여권에 끌려 나왔는데, 아빠가 남긴 그 쪽지였다. 버리지도 않고 같이 넣었었나 보다. 나의 아빠는 언제 죽었나. 여러 가설이 있다. 나는 다만 그 병신에게까지 돈을 빌려 마련한 그— 그 마지막 1500프랑이 그렇게도 고마운 것이다.

2025.07.02 기능사
소설 내가 죽은 날

병실은 죽은 듯 고요했다. 창밖에서는 봄 햇살이 먼지처럼 가볍게 얹혀 있었고 반쯤 열린 창문 틈으로 불어 드는 바람이 커튼을 천천히 밀어내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듯 눈을 떴다. 눈을 감고 있다 뜬 느낌보다는 어쩌다 다시 삶을 되찾게 된 느낌이었다. 천장은 하얗다 못해 무서울 정도로 밝았다. 공기 속에는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소독약 냄새가 스며들어 있었고, 귀 끝엔 낮고 일정한 기계음이 맴돌았다. 몸 곳곳에 붙어 있는 기계 장치들은 내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기계적으로 증명하고 있었다.나는 실패했다. 모든 것이 다 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결국 다시 돌아왔다. 내게 느껴진 건 살았다는 안도도, 아프다는 고통도 아니었다. 처음 느껴진 감정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이었다. 마른 목구멍, 혀끝에 닿는 무기력한 침묵. 몸은 마치 비워진 껍데기처럼 움직이지 않았고, 그저 천천히 수액이 흘러들어오는 감각만이 희미하게 손끝을 간질였다.“다온아... 다온아... 들려? 너 괜찮아?”익숙한 목소리였다. 마지막 순간까지 내 머릿속에 맴돌던, 내 결정에 가장 많은 질문을 던지게 했던 그 사람. 바로 엄마였다. 엄마의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자 갑자기 눈물이라도 흐르려는 듯 눈이 아려왔다. 하지만 눈은 아려오기만 할 뿐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나는 엄마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대신 다시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러자 엄마는 다시 한번 더 내 이름을 크게 불렀다. 그 목소리는 누군가를 부른다기보다,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절박한 동작처럼 들렸다. 내가 다시 어딘가로 떨어지지 않도록, 이곳에 붙들어 두려는 몸짓 같았다.‘괜찮아. 난 이미 죽었으니까.’나는 속으로 그 말을 되뇌었다. 그리고 마치 내 안의 문을 걸어 잠그기라도 하듯, 엄마의 목소리를 천천히 밀어냈다.나의 마지막 기억이 흐릿하게 떠올랐다. 옥상, 차가운 바람, 흩날리던 머리카락.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보았을 때의 적막한 정적. 그 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조용했던 순간이었다. 세상의 소음이 모두 꺼진 듯했다.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빨리 가라며 재촉하는 자동차 경적도, 사람들의 웅성거림도 사라졌다. 시간조차 정지된 듯한 그 고요 속에서, 나는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를 맞이한 건 흰 천장과 기계음뿐이었다.“내가 살아있는 척을 너무 오래 해서 내가 진짜 살아있는 줄 알았어.”내가 남긴 마지막 문장이었다. 마지막인데도 SNS에 올리지도 못하고, 핸드폰 메모장에 쓸쓸히 적어두었던 말이었다. 내가 다시 눈을 떴다는 건 기적이 아니었다. 운명도, 우연도 아니었다. 그저 다시 한번 내 목을 조이는 형벌일 뿐이었다.웅성거리는 듯한 시끄러운 소리에 다시 눈을 떴을 때 보인 건 걱정스러운 엄마의 표정이 아닌 흰 가운을 입은 무표정한 남자의 얼굴이었다. 의사였다. 그는 내 몸을 쭉 훑어보더니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세요? 여기가 어디인지 아시겠어요?”나는 그의 얼굴만 응시했을 뿐,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호흡기 탓에 대답 못 한다고

2025.07.02 밍맹
구슬

구슬 유리에는 층위가 있군 빛을 머금고 삼켜 버릴까 위협하는 목울대 그것은 장판 위에 놓여 있다 하얀 강아지 이불을 팽개치고 시리게 유리는 주로 하얀색이다 그렇게 말하면 곧 말이 안 된다는 걸 알게 된다 구슬을 집어 들자 빛이 나갔다 새로 들어온 빛이 새로운 양식으로 존재하는군 손아귀에서 찰랑거리는 빛의 범람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온다던 사람은 오지 않고 집전화를 들어보지만 생각한다 참아내는 윤리에 대하여 그 사람이 보낸 마지막 편지를 또 읽고 그렇게 기다리는데 이 시간에도 빛은 시시각각 변한다 유리는 유리될 수 없고 누런 장판은 허옇게 빛난다 유튜브에서 헝거 게임이 재생되기를 멈추지 않고

2025.07.02 사인
창문을 열어두는 법

방 안에서 한낮의 아지랑이를 관찰하고 있다 사람들이 어디로 가는 것인지 아지랑이 탓에 흐릿해진 채로 뜨거움에 눈을 감아보아도 빛 때문에 자꾸만 깨어있는 기분을 느끼고 창문을 열어 두었다 아지랑이 사이로 걸어가는 사람들 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고 빛은 방 안까지 들어와
 눈을 감고 있어도 느껴지는 공기가 뜨거웠다 겨울에 꺼내놓은 이불을 집어넣고서 여름용 이불과 배게를 꺼내놓고 창문 사이로 에어컨 바람이 나가게 만들었다 덥다는 말을 참는 사람은 짜증을 참으며 몸에 붙은 벌레를 털어내는 사람 젖은 손수건으로 이마를 닦고 닦아 주는 사람 방 안에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알아가고 있는 기분 관찰하고 끊임없이 궁금해하는 계절에서 서늘해지고 싶다 처음 본 사람들은 다른 곳에 머무는 사람들이었고
 두세 번 본 사람들은
여전히 모르는 사람들이었다그래도 외롭지 않았다
 매일 나를 잃는 느낌이 아니라
 조금씩 쌓아가는 기분으로 자꾸만 좋아한다고 쓰면 누구나 좋아하는 것이 되어버릴까 봐 대신 그 시절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묻히지 않은 생일,
들리지 않는 매미,
식지 않는 오후무서운 영화를 틀어 두고서 눌러붙은 마음들이 조금이라도 긴장하도록 만들고 좀비 같은 괴물이 우리에게 나타나면 어떡하지 겨울용 코끼리 인형을 넣어 두며 살아남으라고 속삭여 보았다 두려운 것은 좋아하는 걸 더 자세히 알게 해 주었다

2025.07.02 수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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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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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수강료 무료, 4회 이상 참여시 수료증 발급) 남북 작가 및 대중이 함께하는 2025 문학창작워크숍-나도 작가다!

남북한 출신의 작가들과 대중이 모여 통일과 평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문학의 역할을 탐색하는 문학창작워크숍 프로그램입니다. 이 워크숍에는 남북작가 공동창작집 또는 탈북작가 공동창작집에 참여했던 작가들이 담임 작가, 특별 강연자, 북토크 작가로 참여하여 수강생과 함께 자유, 인권, 평화, 통일 등의 주제에 관한 문학 창작 경험과 창작 방법론, 가치관 등을 공유할 예정입니다. *모든 강연은 무료로 제공되며, 문학 또는 문학 창작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총 6회의 워크숍 중 4회 이상 참여하시면 워크숍 수료증과 수강생 공동 창작집(비매품), 다과를 선물로 드립니다. ○모집 대상: 문학 또는 문학 창작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 가능 (기초반과 심화반 각각 15명씩 선착순 모집) ○일시: 2025년 7월 26일 ~ 8월 30일 (매주 토요일 오후 3-6시) ○장소: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1동 101, 102호 ○신청 기간: 2025년 6월 19일(목) ~ 7월 11일(금) ○신청 방법 참가 신청 링크: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d2lzwsmwoO3opKFX04zahWg0ZetOQs4-X01lLIPCoYn1jsbw/viewform?usp=header -ipussnu25@gmail.com 로 신청 (성함과 연락처를 기입하여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포스터의 QR코드 이미지를 휴대폰으로 스캔하시거나 아래의 링크를 통해 워크숍 개최 취지와 참여 작가 약력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워크숍 개최 취지 및 참여 작가 약력 링크: https://m.site.naver.com/1KKwu -강연 관련 문의는 ipussnu25@gmail.com 로 연락 주시면 자세히 답변드리겠습니다. 창작에 관심 있으신 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2025.07.01
공지사항 [안내] 문학집배원 서비스 종료 안내

안녕하세요. 문학광장입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06년부터 운영해온 문학집배원 서비스가 2025년 5월을 마지막으로 종료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문학집배원은 문학집배원으로 선정된 시인, 소설가가 큐레이션한 문학 작품을 낭독 영상으로 제작하여 뉴스레터와 함께 독자 분들을 찾아가는 '문학 배달 서비스'로 그동안 많은 분들께 문학의 따뜻한 위로와 일상의 감동을 전해드려왔습니다. 그동안 문학집배원을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문학광장은 앞으로도 문학을 더 가까이, 다채로운 방식으로 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콘텐츠와 기획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문학광장 드림

2025.06.13
공지사항 2025년 문학레지던시(협성마리나G7) 공고문

2025.03.12
공지사항 2025년 문학레지던시(호텔프린스) 공고문

2025.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