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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

문학광장 〈문장의소리〉는
2005년부터 시작된 문학 라디오입니다.
2024년 새롭게 개편된 〈문장의소리〉는
연출 유계영 시인, 진행 우다영 소설가, 구성작가 문은강 소설가가 참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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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집배원

남지은 시인의 목소리로 듣는 「혼자 가는 먼 집」

혼자 가는 먼 집 남지은 일곱 살처럼 살라고 엄마는 말하고 뭐든지 서서히 하라고 아빠는 말한다 삼 년 안에는 첫 시집을 내야지 선배가 조언하고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중요해요 치료사가 당부한다 중요한 것과 소중한 것은 어떻게 다를까 언니가 혼잣말처럼 물어오고 시를 몇 편 쓰면 시인이 되나요 시인은 시만 쓰나요 시가 아니면 안 되나요 글쓰기 수업 학생들이 열띠게 질문한다 덜 핀 작약을 안아든 귀갓길 울 데가 필요해서 찾아왔다고 뵌 적 없는 시인의 손등에 입을 맞추니 여기까지 잘 왔네, 하신다* 사랑 많은 손을 붙들고 나는 여기 무어든 받아 적는다 포장을 끄르면 사라질 신비 같은 * 2020년 10월 3일 허수경 시인의 2주기 추모제를 지내고 북한산을 내려오는 길에 김민정 시인이 건네준 말. “수경 언니는 틀림없이 지은에게 이렇게 대답했을 거다. 여기까지 잘 왔다고.” 시의 제목은 허수경 시집 ⏉혼자 가는 먼 집⏊(문학과지성사, 1992)에서 가져왔다. 『그림 없는 그림책』 (문학동네, 2024)

2024.08.08 김언
최진영 소설가의 목소리로 듣는 『단 한 사람』

이제 목화에게 그분의 마음은 중요하지 않다. 알 필요가 없다. 우주에 마음이 있는가? 그저 존재할 뿐이다. 목화는 선하면서 악한 사람을, 의롭고도 불의한 이를, 그러므로 완전한 사람을 생각한다. 그동안 목화는 줄곧 나무에게 질문했다. 대답은 없었다. 목화는 나무를 느꼈다. 나무의 목소리를 들었다. 지시를 바랐다. 그 나무는 어디에 있는가? 목화는 나무를 찾으려고 했다. 없애고 싶었다. 나무를 없애면 온전한 자기 의지로 자기만의 삶을 살 것 같았다. 그렇지만 나무는 정말 나무로서 존재하는가? 목화는 그 나무가 자기 숨통을 쥐었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구할 때도, 구토에 시달릴 때도 자기 수명이 줄어드는 것만 같았다. 스스로 사람을 구하는 순간에도 나무의 명령 때문이라고 믿었다. 그 나무는 대체 무엇인가? 나무에게 집중할수록 나무의 의미는 비대해졌다. 나무에게 호소할수록 나무의 힘은 강해졌다. 목화의 질문과 호소에 개의치 않고, 고통스러워하거나 안도하거나 상관없이, 악하든 선하든 관심 없이 나무는 영원히 거기 있다. 그 나무는 너무나도 오랜 세월 존재했다. 그동안 엄청나게 많은 생물이 나타났다가 멸종했고 진화했으나 도살되었다. 돌로 만든 무기로 동물을 사냥하고 무리 지어 이동하며 빠른 소도로 다른 생물을 몰살시키던 인류는 순식간에 핵폭탄과 우주선을 만들었다. 전쟁을 일으키고 서로를 학살하고 자연을 파괴했다. 그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면 과연 인류라는 종을 돕고 싶을까. 살리고 싶을까. 나무가 주는 생명은 은총이 아닐 수도 있다. 삶이라는 고통을 주려는 것인지도. 그러나 삶은 고통이자 환희. 인류가 폭우라면 한 사람은 빗방울, 폭설의 눈송이, 해변의 모래알. 아무도 눈이나 비라고 부르지 않는 단 하나의 그것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그것은 금세 마르거나 녹아버린다.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어쩌면 그저 알려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너를 보고 있다고. 생명체라는 전체가 아니라, 인류라는 종이 아니라 오직 너라는 한 존재를 바라보고 있다고. 죽음을 바라보는 일을 거부하고 싶었다. 사람을 구하고도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기에 피하고 싶었다. 구한 자가 악인 같을 때는 마치 한통속인 것처럼 괴로웠다. 중개 때문에 자기 삶을 온전히 살아가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럴 때 목화를 지배하는 것은 나무였다. 나무의 명령이었다. 그러나 자기가 구한 사람들처럼 단 한 명인 목화는, 세상의 모든 사람처럼 오직 단 한 번의 삶을 살아가는 신목화는 임천자의 죽음과 장례를 지켜보며 마침내 운명을 수긍했다. 기꺼이 받아들였다. 목화가 인정하고 받아들인 이상, 온전히 자기 것으로 거둔 이상 이제 그것은 목화의 것이었다. 임천자의 단 한 명은 기적. 장미수의 단 한 명은 겨우. 신목화의 단 한 명은, 단 한 사람. 한 사람을 살리는 일이었다. 내가 원하는 삶. 목화는 생각했다. 그건 바로 지금의 삶. 목화는 원하는 삶 속에 있었다. 다시, 목화는 생각했다. 내가 원하는 죽음. 임천자가

2024.07.25 천운영
숙희 시인의 목소리로 듣는 「봬요」

봬요 숙희 내일 봬요 그래요 내일 봬요를 처리하지 못해 그냥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 내일 뵈요 라고 썼다가 그건 또 영 내키지가 않아 그럼 내일 뵐게요 라고 적어보니 다소 건방진 듯해서 이내 그때 뵙겠습니다 라고 고치자 너무 거리를 두는 것 같고 내일 봐요에 느낌표를 붙였다가 떼었다가 두 개를 붙였다가 떼었다가 갈팡질팡하는데 가벼운 인사를 가벼운 사람으로 당신이 나를 오해할까 잠시 망설이다 숨을 고르고 다시 봬요로 돌아온다 그런데 봬요를 못 알아보고 세상에 이렇게 한글을 이상하게 조합하는 사람도 있네 라고 하면 어쩌지 아니면 봬요는 청유형 존대어라 어색한 걸 모르냐고 되물을까 봐 아무래도 이건 안 되겠다 싶어져 내일 봅시다 라고 따따따 찍어보니 참나 이건 정말로 더 아니다 싶어 결국 내일이 기다려져요 라고 보내버리고는 손목에 힘이 풀려 폰을 툭 떨어뜨렸다 『오로라 콜』(아침달, 2024)

2024.07.11 김언
손경숙 배우의 목소리로 듣는 김숨 소설가의 「벌」

봄을 세 번 나는 동안 벌통들에서 차례로 벌들이 부활했다. 벌들로 들끓는 벌통들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죽은 아버지가 되살아난 것만 같은 흥분에 몸을 떨었다. 아카시아꽃이 지고 온갖 여름 꽃들이 피어날 때, 마씨와 나는 벌통과 함께 산에 들었다. 마씨는 벌들이 날아가지 못하게 벌통을 흰 모기장으로 감싸고 지게에 져 날랐다. 마씨의 뒤를 따르는 내 손에는 해숙이 싸준 김밥 도시락이 들려 있었다. 그날따라 너무 깊이 드는 것 같아 주저하는 내게 그가 재촉했다. “꽃밭을 찾아가는 거야. 조금 더 가면 꽃밭이 있지.” 정말로 조금 더 가자 꽃이 지천이었다. 토끼풀, 개망초꽃, 어성초꽃, 싸리나무꽃··· 홍자색 꽃이 흐드러지게 핀 싸리 나무 아래에 그는 벌통을 부렸다. 벌통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마씨와 내가 알몸으로 나뒹구는 동안 벌들은 꿀을 따 날랐다. 고슴도치 같은 그의 머리 위로 벌들이 날아다니는 것을 나는 꿈을 꾸듯 바라보았다. “당신 아내가 그러데, 나비를 기르면 좋을 거라고. 나는 나비가 벌보다 무서워. 우리 할머니가 나비 때문에 눈이 멀었거든. 도라지밭을 날아다니던 흰나비의 날개에서 떨어진 인분이 눈에 들어가서···” “해숙은 착한 여자야.” “착한 여자는 세상에 저 벌들만큼 널렸어!” “널렸지만 착한 여자와 사는 남자는 드물지.” 여름내 마씨와 내가 벌통을 들고 산속을 헤매는 동안 해숙은 아들과 집을 보았다. 우리가 돌아오면 그녀는 서둘러 저녁 밥상을 차려내왔다. 먹성이 좋은 마씨를 위해 그녀는 돼지고기와 김치를 잔뜩 넣고 찌개를 끓였다. 그녀에게 나는 산속에 꽃밭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벌과 나비가 어울려 날아다니는 꽃밭이. “우리도 데려가면 안 돼?” 그녀는 꽃밭을 보고 싶어 했다. “꽃밭까지 가는 길이 험해서 안 돼. 가는 길에 무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무덤들 중에는 내 아버지 무덤도 있지.” “근데 읍내 정육점 여자가 내게 묻더라.” “뭘?” “사내 하나에 계집 둘이 어떻게 붙어사느냐고.” “미친년!” “정말 미친년이야. 내가 살코기하고 비계하고 반반씩 섞어 달라고 했는데, 순 비계로만 줬지 뭐야.” 눈치챘던 걸까. 아니면 벌과 나비가 어울려 날아다니는 꽃밭을 보고 싶었던 걸까. 그날도 마씨와 나는 벌통과 함께 산에 들었다. 해숙이 우리를 몰래 뒤따르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나는 모르는 척했다. 해숙은 산벚나무 뒤에 숨어 마씨와 내가 토끼풀밭 위에서 알몸으로 나뒹구는 것을 지켜보았다. 날이 어두워져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들은 마당에서 혼자 울고 있었다. 부엌 도마 위에는 해숙이 정육점에서 끊어온 돼지고기가 덩그

2024.06.27 천운영
강우근 시인의 목소리로 듣는 「환한 집」

환한 집 강우근 나의 어린 조카가 나를 좋아한다고 한다. 누나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너의 그 칙칙함을, 무표정을 좋아해” 가족 모임에 불편하게 앉아 있는 나의 모습이 만화에 나오는 부기라는 옆집 아저씨를 닮았다고 많은 것을 무서워해 바깥을 안 나가는 부기 아저씨를 소피라는 꼬마가 매번 불러내어 모험이 시작된다고 나는 그런 조카를 하루 맡아주기로 하고 “나는 하얀 집에 살고 싶어” 조카는 가방에서 스케치북에 그린 집을 꺼낸다. 여름에는 태풍이 오고, 가을에는 은행이 터져 나가고, 겨울에는 폭설이 떨어질 텐데. 하얀 집은 금세 검어질 것이다. 우리의 테이블에 놓인 생크림 케이크는 작아질수록 포크 자국이 어지럽게 남아 있다. “삼촌은 어떤 집에 살고 싶어?” 나는 검은 집이라는 말을 삼키고 환한 집이라고 대답하며 애써 웃는다. 조카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고 환한 집은 어떤 집일까, 생각에 잠기는 사이 생크림 케이크에는 검은 파리 한 마리가 죽어 있다. 나는 서둘러 케이크를 치우고 조카가 돌아온 테이블에는 새롭게 놓인 생크림 케이크 “······삼촌이 배가 고파서” “삼촌에게 추천해 줄 케이크의 맛이 아주 많아.” 환한 빛이 우리를 비추는 동안 우리는 생크림 케이크를 아무런 근심 없이 나눠 먹는다. 『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 (창비, 2024)

2024.06.14 김언
김소연의 「내리는 비 숨겨주기」를 배달하며

2023.12.28 이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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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소설 떠나요, 그곳으로

컵 안에 들어간 아이가 말했다. “이곳을 떠나야 해요.” 나는 과일을 닦던 중이었다. 주방에는 아이의 간절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작게 중얼거리듯 답했다. “왜?” 그러자 아이가 컵 안에서 몸을 더 웅크렸다. 마치 겁을 먹은 동물 같았다. 나는 한숨을 뱉었다가 몸을 돌려 아이를 바라봤다. 아이는 조심스레 말했다. “다시 모험을 떠나고 싶어요.”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했던 말이었다.비에 쫄딱 젖은 아이가 말했었다. 모험을 왔습니다. 신세 좀 지겠습니다. 제 몸통보다 큰 보따리와 옆구리에 묶은 돈주머니를 품에서 내려놓았다. 힘이 센 듯싶었다. 나는 잠시 주춤거리며 움직이지 못했다. 사람과는 거리가 먼 생김새, 피부, 머리카락. 음료수 병과 비슷한 크기. 대충 훑어봐도 누구나 알았다. 나는 조금씩 뒷걸음질을 쳤다. 문을 닫고 도망칠 생각이었다. 그걸 눈치챈 듯, 아이가 당황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무릎을 꿇었다. 공손하게 절하며 내게 말했다. 민폐를 끼치면 바로 나가겠습니다. 나는 아이를 살펴봤다. 몸을 떨고 있었다. 나는 집 밖의 온도를 확인했다. 12도였다. 나는 눈을 질끈 감으며 문을 열었다. 어쩔 수 없다고, 아이가 괜찮아 질 때까지 잠시 데리고 있기로 나는 다짐했다.아이는 집에 들어온 이후, 매일 아침 빨래와 청소를 해줬다. 내가 주방에서 아침 식사 준비를 하면, 채소 손질을 도와주기도 했다. 내가 책을 읽으면 밖으로 나갔다. 아이는 내게 매일 물었다. “언제쯤 나갈까요?” 나는 2주가 지나서야, 다정하게 대답했다. 마음대로 하라고. 아이는 내심 기쁜 듯 볼을 붉혔다. 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두 달이 지났을 땐, 내가 아이 없이 살았던 때를 잠시 잊었다. 아이는 빠르게 집에 적응했다. 원래 있었던 존재처럼, 영원히 있을 것처럼 일상을 꾸렸다. 그렇게 5년이 지났을 무렵에 아이가 말했다. 자신의 새로운 모험을 위해 이제 집을 떠나야 한다고.저녁을 먹고 있었다. 나는 식빵에 버터를 바르다 말고 나이프를 떨어뜨렸다.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의자에서 내려와 아이는 내 나이프를 주워줬다. 그리고 아이가 말했다. 어디 아프세요? 나는 아이의 눈을 피했다. 아이는 의자에 앉았다. 나는 입을 우물거리며, 손을 가만두지 못했다. 아이는 먹던 식기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제가 떠나는 게 두려우신가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는 잠시 침묵했다.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아이에게 조금씩 말했다. 너 혼자 가면 위험해, 다른 사람을 만나면 어쩌려고, 내가 같이 가줄게. 처음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말할수록 목소리는 천둥처럼 커졌다. 나는 아이가 없을 적의 삶이 더 기억나지 않았다. 나는 아이의 손을 붙잡았다. 아이의 손에 내 이마를 대며 말했다. 그냥 있으면 안 되는 거야?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어느새 터트린 눈물을 그칠 때까지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아이가 말했다. 인간들은 소중한 게 있으면, 그걸 독점하고 싶어 몰래 두고 보는 습성이 있다고. 나는 일으켰던 몸을, 다시 의

2024.09.08 두팔
여름 물고기

내가 쓰는 글은 전부 바보같을 뿐이야남들이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말나는 진부한 이야기를 토해냈고글자들엔 비린내가 진동했다 너는 나를 보면서도 줄곧 같은 욕은 하지 못했지"인제 그만 해." 그러면서도 나는해바라기처럼 담담한 고함을 고백하자더위가 무성해진 날에어항을 뛰쳐 나온 지느러미와감을 수 없는 시퍼런 망막과 한참을 들여다보다 그늘 쪽으로 밀어버렸다냄새는 수채화에 쏟은 물통보다불쾌하게 빠르게 엎어지고일그러지는 표정은기이한마음을 까발렸잖아 여튼간에 물고기란 것들은나는 또 완전히 부정하지 못하고고개를 끄덕이며 아닌 체 하고햇볕 좋은 날엔 어시장을 돌아다녔네입 벌려 잘 널린 몸을 구경하면서손목에 아가미를 조금씩 말리던

2024.09.08 방백
세트장

우리 집 앞엔거대한 세트장이 있다57년째 촬영중이라는데아직까지도 젊음을 대표하는 기막힌 장소허물어질 것 같은 벽과카메라에 담길 화려한 테두리의 극명한 대비지금은 시즌3 19화잔잔하게 촬영중이다캐스팅 반, 오디션 반으로선정된 배우들은 쭈뻣쭈뻣 카메라 앞에 서고이어지는 이번 장면은 카페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두 남녀를 그린 이야기감독 최애 장면인 만큼꽤 오래 촬영할 예정으로 보인다고집스런 촬영기법은 롱테이크화려한 촬영 기법 제쳐두고천천히, 원하는 장면이 나올때까지이어지는 다음 장면은 아무도 몰라, 다만 결말은 알면서 쉬쉬할 뿐지구가 멸망할때, 홀로 우뚝서서 추억을 되짚는 세트장은 존재할 수 없지 않을까

2024.09.08 안개
수필 아름다운 문학 세계에 페미니스트 떨어뜨리기

껍데기를 벗기면 무엇이 있을까. 잘게 다진 문장을 꼭꼭 씹어 삼키다가 맥박 소리에 나쁜 짓을 들킨 마녀처럼 놀란다. 너 요즘 변했어. 사실 변하지 않았던 거야. 나도 변할 때를 놓쳤던 거야. 모든 여자들은 마녀가 되니? 마녀가 아닌 여자는 어떻게 사니? 마녀가 아닌 여자는 성녀처럼 살다가 창녀처럼 살다가 엄마처럼 사는 거지. 아니면 연인처럼. 마녀도 결국 틀이 아니니? 그럼 성녀나 창녀나 엄마는 틀이 아니야? 그들이 너를 그렇게 보는데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아. 그냥 사는 거야? 그런 건 그냥 사는 게 아니야. 됐어. 나는 그냥 마녀로 살래. 너 그런 짓은 하지 마. 왜? 왜냐하면 너는 마녀가 되는 법을 몰라. 넌 여자로 살아서...사과를 들고 있다가 천장을 향해 던진다. 매서운 목소리가 따귀를 때리고 지나간다. 너 그런 짓은 하지 마. 왜? 왜냐하면 너는 마녀가 되는 법을 몰라...ㅡ그런 건 전부 틀일 뿐인데 너는 틀에 너무 익숙해. 그래서 남자는 인간이어도 너는 여자인 거야. 범죄는 그래서 성녀나 창녀나 엄마나 연인인 거야. 거짓말하지 마. 난 그냥 존재하는 거야. 무엇도 아닌 채로. 그렇지만 너는 틀에서 벗어날 수 없어. 숨죽이는 것도 틀에 순종하는 거야. 그렇게 한다면 넌 모든 순간에 그뿐인 거야. 너는 마녀가 되어야 해. 근데 너는 아니? 너는 어디에 화를 내야 하는지 알기나 해? 모든 것에 화를 내야 해. 예민하게 느껴지는 모든 것에. 왜냐하면 남자들은 그 단어를 가진 적이 없거든. 예민함은 남자의 단어가 아니야. 왜인 줄 알아? 그들은 단 한 순간도 예민할 필요가 없었거든.아빠 말이 생각 나? 여자들이 백 번을 얘기해도 남자가 한 번 말하는 게 더 큰 힘을 가진다고. 그래 그거야. 그 찰나 스스로도 모르게 내 입을 막았다는 걸 난 알아. 그래서 말을 멈춘 거야. 그 문장 속에 '예민하지 말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걸 아빠보다 먼저 알 수 있어서.모든 순간에 소리지른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인 거야. 그래서 나는 그렇게 살 거야. 지멋대로 살거야.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피할 거야. 그리고 필요할 땐 말할 거야. 나는 모든 것에 예민할 수 있어. 일부러 가슴을 부각해 이상하게 그리는 그림에도 예민할 거야. 왜냐하면 남자의 성기는 감추잖아 일종의 성역처럼 존재하지 않는 듯이. 그래서 나는 예민할 거야. 그들만 누리는 성역은 이제 지긋지긋해. 나는 알기 때문에 질린 거고 그래서 나는 이것마저 나의 특권이라고 여겨. 내 삶은 이 길이 아니지만 반대로 이 길은 내 삶의 전부야. 내가 어딜 가든 길을 지나쳐야 하거든. 여자로서의 길을. 그래서 나는 분노할 거고 그래서 희한한 사람이 될 거야.

2024.09.08 방백
시인

달빛 한줄기가 비추는 창가에서별빛의 잉크로, 밤이라는 노트 안에 별들 이어 어둠 밝히는 길 만든다 그 길에 숨결 불어넣어 살아난 기억의 별자리들 ,나도 모르는 새 밤하늘 밝게 빛낸다 난 거기에 이렇게 새겨본다 제목 : "인간실격의 이방인은 홀로 노래하네."

2024.09.07 박시완
창문

창문창문은 안이 어두울수록 밖이 더 잘보여우리는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바쁜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도 한다.그러나 안이 밝을수록 창문은 거울이 되어우리 스스로를 비춘다.

2024.09.07 마지막빛깔
추격자(나홍진)

옛날에 사람들은 못을 정이라고 했다한자로 정내 목에 못이 박혀있다아주 오래전 할머니와 같이 먹었던그 고등어의 가시와 같이그 못은 내 목에 불현듯 생겼다분명히 꼭꼭 씹어 삼켰는데못은 삼켜지지 않았다이빨 사이로 다 빗나갔나할머니가 보고싶다할머니는 내 목의 가시를 다 빼주었다. 목구멍으로 축느러진 손가락을 넣어하얀 가시를 빼냈다할머니는 이제 없다 내 목에 못이 박혀있다나는 그 못을 여러 이름으로 불렀다못, 정, 가시, 그리고 너사실 너라는 말을 제일 좋아했다못, 정, 가시보다 ‘너’에는 많은 것이 담겼다사랑, 증오, 허탈, 미련, 슬픔이내 목을 간질인다 재채기를 하게된다 길을 걷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재채기를 한다알다시피 재채기를 하면 눈물이 핑돈다할머니가 보고싶다이제 내가 목에 손가락을 넣는다

2024.09.07 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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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jang
공지사항 제42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 사전접수 안내

안녕하세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입니다. 한국 문학의 저변 확대와 여성 문학인 발굴을 위해 1983년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수석문화재단, 동아제약, 동아ST가 후원하는 마로니에여성백일장! 어느덧 제42회를 맞이하는 마로니에여성백일장이 올해도 여성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제42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은 대회 취지상 '여성'만 참여가 가능합니다.) 2024년에는 10월 8일 화요일, 마로니에 공원 일대에서 개최할 예정입니다. 사전 접수를 통해 미리 참여 신청해주세요. [사전접수 기간] 2024.9.6.(금) 18:00 ~ 9.27.(금) 24:00 [사전접수 혜택] ① 행사 당일 신속한 본인확인 ② 행사 관련 다양한 알림 수신(*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동의 필요) ③ 선착순 접수 인원 대상 기념품 증정 [사전접수 방법] 제42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 사전 접수 바로가기 ☎ 문의사항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팀(061-900-2325)

2024.09.06
공지사항 제20회 문장청소년문학상 공모 안내

1. 공모부문 - 시, 소설, 수필, 감상&비평 2. 공모대상 - 만 13세~18세 청소년 3. 공모기간 - 상시모집 (~2024. 12. 31) 4. 참여방법 및 당선작선정 - 응모 : 글틴 '쓰면서 뒹글'에 창작 작품 게재 (문학광장 회원가입 후 가능) - 예심 : 매월 월 장원 선정 ※ 장르별 멘토의 판단에 따라 월 장원 선정작이 없거나, 추가될 수 있습니다. - 본심 1차 : 월 장원 대상으로 글틴 멘토의 심사 - 본심 2차 : 본심 1차를 통과한 작품을 대상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팀에서 위촉한 심사위원의 심사 - 당선 : 당선자 개별 연락 및 시상식 개최 5. 권리 및 유의사항 - 출품된 작품의 저작권은 응모자에게 있습니다. - 글틴 '쓰면서 뒹글'에 게재하는 모든 작품은 순수 창작물이어야 합니다. - 표절·모작·AI창작·타 백일장 및 공모전 수상작은 월 장원 선정 및 문장청소년문학상 수상이 불가합니다. - 위반 시, 수상 취소 및 상금 회수와 더불어 글틴 이용 패널티로 '쓰면서 뒹글' 게시판 이용이 1년 간 제한됩니다. - 주최자는 비영리·공익적 목적으로 입상작을 복제 및 전송할 수 있습니다. - 입상자와 별도의 협의를 통한 이용허락을 얻어 2차적저작물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ex. 비매품 수상작품집 출간 등) - 심사 진행 과정에 관한 문의는 받지 않습니다. 6. 문의처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팀 글틴 담당자 (061-900-2337, 2325 / munjang@arko.or.kr)

2024.06.05
공지사항 2024년 문장의 소리 개편 및 재게 안내

안녕하세요. 문학광장입니다. 문장의 소리가 2024년을 맞아 6월부터 새로운 모습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연출 유계영 시인, 진행 우다영 소설가, 구성작가 박참새 시인, 세 분이 모여 만드는 2024년 문장의 소리는 6월 5일 수요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 문학광장 누리집, 유튜브, 팟빵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꾹꾹 눌러담은 알찬 콘텐츠로 청취자 여러분들을 찾아뵙기 위해 다양한 기획코너와 숏폼, 하반기 공개방송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채널문장 인스타그램(@channel_munjang)에서는 다음 주 출연자를 미리 확인하실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문장의 소리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ㅇ 문학광장 누리집 : https://munjang.or.kr/board.es?bid=0032&mid=a40102000000 ㅇ 문학광장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munjang2005/videos ㅇ 문장의 소리 팟빵 :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90048 ㅇ 채널문장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channel_munjang/ ㅇ 문학광장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munjang2005/

2024.06.05
공지사항 2024년 문장웹진 문장서포터즈 선정결과

안녕하세요. 문학광장입니다. 2024년 문장웹진 문장서포터즈에 지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선정되신 분들 모두 축하드리며, 아쉽게 선정되지 못한 분들은 다음에 더 좋은 인연으로 문학광장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이름, 연락처 뒷자리 2024년 문장웹진 문장서포터즈 선정자 이름 연락처 뒷자리 이*초 8858 김*아 4662 이*빈 6946 김*은 3526 갈*정 4158 배*주 3016 선정자 분들에게는 지원신청서에 작성한 연락처 및 메일 주소로 개별 안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