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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집배원

지나간 것들의 따뜻한 속삭임 | 조용우「세컨드핸드」

세컨드핸드 조용우 시장에서 오래된 코트를 사 입었다 안주머니에 손을 넣자 다른 나라 말이 적힌 쪽지가 나왔다 누런 종이에 검고 반듯한 글씨가 여전히 선명했고 양파 다섯, 감자 작은 것으로, 밀가루, 오일(가장 싼 것), 달걀 한 판, 사과주스, 요 거트, 구름, 구름들 이라고 친구는 읽어 줬다 코트가 죽은 이의 것일지도 모른다며 모르는 사람의 옷은 꺼림칙하다고도 했다 먹고사는 일은 어디든 비슷하구나 하고 웃으며 구름은 무슨 뜻인지 물었다 구름은 그냥 구름이라고 친구는 답했다 돌아가는 길에 모르는 사람이 오래전에 사려고 했던 것들을 입으로 외워 가면서 어디로 간 것일까 그는 여전히 조용하고 따뜻한 코트를 버려두고 이 모든 것을 살뜰히 접어 여기 안쪽에 넣어 두고 왜 나는 모르는 사람이 아닌 것일까 같은 말들이 반복해서 시장을 통과할 때 상점으로 들어가 그것들을 하나씩 바구니에 담아 넣을 수 있다 부엌 식탁에 앉아 시큼하기만 한 요거트를 맛있게 떠먹을 수도 있다 오늘 저녁식사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떠올리면서 놀라운 것이 일어나고 있다고 느끼면서 구름들 바깥에서 이곳을 무르게 둘러싸고서 매일 단지 다른 구름으로 떠오는 그러한 것들을 이미 일어난 일처럼 지나쳐 걷는다 주머니 속에 남아 있는 이름들을 하나씩 만지작거리면서 나는 오고 있다 - 시집 『세컨드핸드』(민음사, 2023)

2025.03.06 김언
문진영 소설가의 목소리로 듣는 『햇빛 마중』 중 「북극의 여인들」

나는 여느 때처럼 카페 바 자리에 앉아서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내가 아는 얼굴 하나가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누구였더라, 기억을 더듬는 사이 그 사람은 내가 있는 바로 그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딸랑, 문에 달린 종이 울리는 순간, 기억났다. 그녀는 나의 고등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시를 썼다. 문구점에서 스프링이 달린 천원짜리 연습장을 사서, 거기에 생각나는 것들을 아무렇게나 적었다. 낙서 같기도, 시 같기도 한 문장들을 가지고 노는 것이 재미있었다. 수학 시간마다 숨기지도 않고 시집을 읽다가 선생님에게 등짝을 맞기도 했다. 수학 선생님은 한번도 누구를 때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없는, 아이들이 우습게 볼 정도로 순한 분이었다. 그런 선생님을 그렇게까지 화나게 했다니. 하지만 수업 시간에까지 시집을 읽었던 건 시를 향한 나의 열정 때문이라기보다는, 당시 내게 그것 외에는 흥미로운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한번은 국어 과목 숙제로 시를 써 가야 했다. 1학년 7반 담임이자 국어를 가르치던, 바짝 마른 몸에 단 한 번도 치마란 것을 입지 않았던 서른일곱 살 고영숙 선생님은 그날 내가 숙제로 제출한 시를 나도 모르게 도 대회에 출품했다. 그 시는 최우수상을 받았고, 나는 상금으로 MP3 플레이어를 샀다. 그리고 선생님께 드릴 선물로는 동네 빵집에서 파는 7천 원짜리 롤케이크를 샀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대체 어떤 인간인 걸까? 아무튼 그때 내가 쓴 시는 새벽 4시의 밤거리에 관한 시였다. 아무도 없는, 모든 게 정지된 듯한 밤거리에 관한 시였다. 아무도 없는, 모든 게 정지된 듯한 밤거리에서 분명히 존재하고 흔들리고 있는 것들에 관해 적었다. 그녀는 그때 나를 교무실로 불러 ‘너는 앞으로도 계속 시를 쓰는 게 어떠니?’하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저는 그럴 생각이 없는데요, 그냥 심심해서 써본 건데요’하고 대답했다. 순간 그녀의 얼굴에 회한의 기미가 스쳤다. 나도 한때는 시인이 되고 싶었지. 그런 식의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후로 백일장에 나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시인 같은 것은 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연습장에 낙서를 하고 있다. 마흔일곱 살 고영숙 선생님은 쟁반을 들고 잠시 카페 안을 둘러보더니, 내가 한쪽 끝에 앉아 았는 바 자리의 다른 한쪽으로 갔다. 자리에 앉아 머그 컵에 담긴 음료를 한 모금 마신 그녀가 문득 내 쪽을 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러고는 환하게 웃었다. 나도 웃었다. 그녀가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찻잔을 들고 다가와 내 옆에 앉았다. 어떻게 이렇게. 이렇게 정말 오랜만에.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가 말했다. 가끔 내 생각을 했다고. 가끔 내 이름을 검색해보고, 신간이 나오면 사서 읽었다고. 나는 두 달째 이곳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선생님은요? 그녀는

2025.02.20 천운영
나는 단골이고 싶지 않아서 | 조해주 「단골」

단골 조해주 내가 다니는 회사는 종로에 있고 근처에 자주 가는 카페가 있다 나는 단골이 되고 싶지 않아서 어떤 날은 안경을 쓰고 어떤 날은 이마를 훤히 드러내고 어떤 날은 혼자 어떤 날은 둘이 어떤 날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다가 나오는데 어떻게 차갑게, 맞지요? 주인은 어느 날 내게 말을 건다 커피를 받아들고 나는 어떤 표정도 짓지 않았다고 생각했으나 저어서 드세요, 빨대의 끝이 좌우로 움직이고 덜컥 문이 잠기듯 컵 안에 든 얼음의 위치가 조금 어긋난다 주인은 내가 다니는 회사 맨 꼭대기 층에 지인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혹시 김지현이라고 아나요? 나는 그런 이름이 너무 많다고 대답한다 그렇구나, 주인은 얼음을 깨물어 먹고 설탕처럼 쏟아지는 창밖의 불빛들 참, 내일은 어떻게 하면 처음 온 사람처럼 보일까 생각하면서 - 시집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아침달, 2019)

2025.02.06 김언
전성태 소설가의 목소리로 듣는 『여기는 괜찮아요』 중 「숲으로」

수아는 그 나무를 알아보았다. 마을에서 보자면 대숲 가운데에 꺼멓게 머리를 내놓은 나무가 한그루 있었다. 수아는 그들이 대숲 어디쯤에 와 있는지 가늠이 되었다. 바람 많이 타던 오른편 능선 중턱이었다. 할머니가 손전등을 왼편으로 돌렸을 때 재우리만한 빈터가 나타났다. 수아는 봉긋한 흙더미를 보았고 이내 그것이 묘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지 않아도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잔뜩 긴장해 있던 수아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풀 한오라기 없는 묘지는 무덤이라기보다 정말 흙무더기 같았다. 할머니는 묘지 앞에다가 짚을 깔고 음식을 차렸다. 숙모에게 종지를 건네 술을 따르게 해서는 무덤 이쪽저쪽에 나누어 뿌렸다. 절도 없는 성묘는 금세 끝나고 이내 셋은 돌아섰다. 수아는 숙모에게 누구 무덤이냐고 숨죽여 물었다. 숙모는 강씨 할아버지 묘라고 말해주었는데 수아는 그 할아버지가 누구인지 기억에 없었다. 수아는 그 무덤의 내력을 집안 여자 어른들에게서 들었다. 여러 밤 제삿날의 부엌 담화를, 조각난 파편들을 꿰어 짐작하게 된 사연이었다. 증조할머니가 과부로 살다가 떠돌이 계절노동자를 만나 새살림을 차렸는데 그 할아버지는 성실하고 의붓자식들도 잘 돌보았다. 그가 혈육도 남기지 않고 늙어 죽자 의붓자식들이 장례를 치러줬다. 선산에는 못 가고 앞산에다가 묻었다. 세월이 흐르며 그 묘지는 남부끄러운 묘지가 되었다. 그래서 문중에서 묘지 주변에 대나무를 심었다. 온 산이 대숲이 되는 데는 십년도 걸리지 않았다. 수아는 그 이야기가 기묘하고 아름다웠다. 대숲이 조성된 사연이 기묘하고, 할머니들의 야행은 아름다웠다. 묘지 가에 대나무를 심은 집안 남자들의 용렬한 행태보다도 여자들이 밤길로 다닌 성묘가 인간적으로 보였고, 성인이 되어서는 관습에 대한 저항으로도 여겨져 마음으로 아끼게 되었다. 그 성묘가 얼마나 더 지속되었는지는 모른다. 수아는 어른들이 음식을 해서 대숲에 드는 걸 그 뒤로 목격하지 못했다. 금이가 재혼하고 몇 해 있다가 큰집 부엌에 발을 들이게 되고, 수아는 마치 교대하듯이 부엌에서 물러났다. 어린 딸들까지 부엌에 넣는다고 금이가 싫어했다. 아마 성묘는 집안 할머니들이 살아 있을 때까지 지속되지 않았을까? 큰어머니나 숙모들도 얼마간 성묘를 다녔을지 모른다. 이제 부엌의 여자 어른들이 대부분 세상을 등졌고 도회지로 나간 어른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일전에 대밭 매매 이야기가 나왔을 때 강씨 할아버지의 묘가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궁금해서 금이에게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처음 듣는 소리처럼 반응했다. 그러면서 금이는 도둑 제사가 동티를 피하려는 이 집 여자들의 욕심이 한 짓거리라고 혀를 찼다. 남자들보다 더 악랄하다고, 금이는 차갑게 말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수아는 놀랐다. 모든 제사라는 게 산 자들의 발원에서 비롯한 행위이기도 하므로 그 일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 금이가 보인 적의가 전에 없던 거라 당혹스러웠다. 뒤미처 수아는 재취로 들어온 금이의 피해의식이라든가 섭섭한 마음 같은 걸 새삼 헤아려보게 되었다. 수아로서는

2025.01.23 천운영
이자켓 시인의 목소리로 듣는 「복어 가요」

복어 가요 이자켓 합정까지 걸을까? 추운데 목도리 빌려줄게 너는? 난 추위 잘 안 타 추워서 머리가 멈췄나 봐 겨울이라 그런가 차디찬 골짜기인 거야 그곳에 도달한 생각들은 모두 얼어붙는 거지 그 골짜기 다 녹여주고 싶다 그럼 범람할 거야 아무 말이나 쏟아져 나올 거야 그건 안 돼 왜? 저거 들려? 뭐? 구세군 종소리 연말이긴 하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뭐 해? 요즘 살쪘나 봐 패딩 탓인가 나 부해 보여? 조금 떨어진 채 빗물 언 거리를 걷고 또 걸었다 한적한 합정에는 이 거리 끝에도 저 거리 끝에도 담배 태울 곳이 없어서 ‘그런지’라는 카페를 지나고 솔방울식당 지나고 푸르게 칠한 건물과 목련이 자라는 주택 지나 어둑한 골목에 들어섰다 불을 붙이고, 신발 뒤축으로 얼어버린 물웅덩이를 부수었다 얼음 조각이 이리저리 튀었다 가로등 불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다 맥없이 나뒹굴었다 종소리가 한 번, 두 번 이편저편 맴돌았다 10번 출구가 보였다 목도리를 돌려받았다 조심히 가 너도······ 넌 뒤돌아보지 않고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매끄럽게 사라졌다 점점 작아지는 뒤통수를 보다 돌아섰다 코트 주머니에는 킹 크룰의 앨범이 들어 있었고 움켜쥔 목도리는 방어 태세의 복어만큼 부풀어 올랐다 - 시집 『거침없이 내성적인』(문학과지성사, 2023)

2025.01.09 김언
안보윤 소설가의 목소리로 듣는 『알마의 숲』

올빼미가 말하길. - 정어리를 먹어. 올빼미가 말했다. - 난 정어리에 대한 글을 쓸 작정이었다. 한 달 내내 정어리만 생각했지. 정어리, 정어리, 정어리, 매일 백 번씩 말했다. 아니, 이백 번은 말했겠군. 정어리통조림이나 정어리를 넣은 샌드위치를 생각하고, 정어리를 가공하는 공장과 정어리를 잡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정어리처럼 생긴 비쩍 마른 남자아이에 대해서도 생각했지. - 정어리를요. - 그래, 정어리다. 오로지 정어리였지. - 그래서 그건 어떤 이야기가 되었나요? 유쾌하고 흥이진진한 이야기? 건조하고 냉정한 이야기? - 못 썼다. - 왜요? - 난 정어리를 본 적이 없거든. 먹어본 적도 없다. 어느 책에선가 읽었던 정어리, 라는 단어에 빠져 있었던 거겠지. 아이들이 한 번도 보지 못한 공주나 왕자에 빠져드는 것처럼, 한 번도 보지 못한 마녀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나는 하필 정어리에 빠졌던 거다. 정어리에 대해 매일 생각했지만 그건 진짜 정어리가 아니었지. 내가 상상해낸, 정어리와는 전혀 다른 무엇이다. 그러니 내가 뭘 쓰더라도 그건 정어리에 대한 글이 아니게 되는 거다. -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요. 알마가 가끔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건 아저씨 때문인가요? - 남 탓을 하다니, 정말이지 촌스럽기 짝이 없군. - 역시 아저씨 때문이었군요. - 됐다. 다시 정어리얘기로 돌아가자. 아니 더럽게 재미없고 지루한 네 얘기로 돌아가지. 너는, 그런 거다. 넌 네가 죽어야 할 만큼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말하지만 정작 네가 경험한 건 아주 짧은 단어 한 개, 순식간에 스쳐지나간 장면 하나에 불과한 거다. 내가 정어리, 라는 단어를 읽고 그것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처럼 너도 어디선가 고통이나 죽음 같은 단어를 보고 거기 동화되기 시작했겠지. 나는 정어리라는 단어밖에 모른다. 정어리에 대한 책을 백 권쯤 쓴다 해도 거기 진짜 정어리는 없지. 너도 마찬가지다. 넌 아직 삶도 죽음도 논할 자격이 없지. 어떤 것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했으니까. 정어리를 제대로 먹어보지 못한 내가 정어리가 비리다거나 기름지다거나 담백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너도 네 삶에 대해 한마디도 할 수 없을 거다. 넌 유 서를 쓰지 않은 이유가 네 엄마가 이유를 알지 못해 고통스럽길 바라서였다고 했지? 그건 거짓말이다. 너는 한 줄도 쓸 수 없었을 거다. 네가 왜 죽으려고 하는지, 뭐가 널 그리 힘들에 만드는지 너도 몰랐을 테니까. 그냥 죽어버릴까, 하고 쉽게 결심한 거지. 어린애답게 말이다. - 아저씨도 내가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거예요? - 너는 그냥, 서툰 거겠지. 어린애들의 특권이다. 멍청하고 성급한 건. 어린애니까 가끔은 그런 식의 엉뚱하고 어리석은 결론을 내기도 하는 거다. 괜찮겠지, 그 정도는. 난 어설프고 서툰 것들이 싫지 않다. 그런 건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채워지거든. - 숲에 떨어지는 동물들처럼요? - 그래, 멍청한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처럼. - 난 멍청하지 않아요.

2024.12.27 천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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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바람직한 날에 대하여

유독 바람직한 날이 있다바랄만한 것들을드디어 내 소원으로 채워두고바람부는 계절둘울이제야 내 추억으로 챙기고선꼭 바라볼 만한 것들을 상상하는 날그런 날에는마냥 사랑에 빠지고사르르 웃음에 녹아내리기를 몇 번이런 날에는우리 대화를 곱씹고어쩔 줄 몰라 발 구르기를 몇 번그렇게사랑에 빠지고다시 녹아내리기를 수백번 턱 끝까지 차오르는 고백이너무 달아서 걱정이다내 단어들이 네게는 너무 열렬할까오늘은 걱정이다.

2025.04.27 청개구리 공주
글의 힘

남자애가 꾹꾹 급하게 쓴 듯한내 마니또의 쪽지모난 글씨와 투박한 내용이뭐가 그리 좋다고몇달 그것을 바지 주머니에 품고다녔다.그리고 가끔씩 그것을 꺼네응원 할게 라는 마지막 문장을읽고 또 읽었다.글씨는 모나고 노트를 잘라다 쓴 듯한그 투박한 쪽지 속에응원 할게 라는 문구 하나만큼은따뜻하고 왜인지 힘이났다.지금까지 수없이 듣고 보았을 응원 할게라는 말은글이라는 바람을 타고 내 마음에 닿았다.흔하디 흔한 말조차손으로 꾹꾹 눌러쓰여지면그것은 세상에 둘도없는 정성의 문장이 된다.그것이 글의 힘이다.

2025.04.27 민지
수필 '한국판 NASA' 우주항공청의 1년을 조명하며

"한국판 NASA를 만들겠다!" 담대한 포부를 가지고 설립된 우주항공청도 내달 27일이면 첫 생일을 맞이한다. 이번 글에서는 어느덧 뉴스의 외우주 바깥으로 밀려나 관심에서 잊혀진 우주항공청을 다시 조명한다. 우주항공청은 설립 이전부터 많은 논란 속에 잠겨 있었다. 이미 우주 개발을 총괄하고 있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KARI)와의 관계 설정, 대전광역시와 사천시의 청사 입지 논쟁, 우주항공청 설립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까지, 그럼에도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은 2024년 1월 9일 국회를 통과했고, 같은 해 5월 27일 우주항공청은 경상남도 사천시에 위치한 아론비행선박산업(주) 사옥에 임시 둥지를 트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우주항공청은 외로운 외우주 속에서 어떤 1년을 보냈을까? 우주항공청의 2025년 예산은 9649억 원으로 확정되었다. 2년 전 항우연의 예산 총액이 6585억 원이었으니 우주항공청 설립을 통한 우주 개발에 대한 관심 확대가 예산 증액으로 이어진 점은 긍정적이다. 우주항공청이 편성한 예산안 전액이 변경 없이 확정되었다는 점도 특기할만한 부분임에는 틀림 없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와 아르테미스 계획에 대한 연구 협약 체결 역시 개인적으로 높게 산다. 아르테미스 협정의 경우 2021년 5월 24일 항우연이 세계 10번째로 맺은 바가 있으나 실질적 협력은 요원했다는 부분에서 연구 협약 체결은 실질적 협력의 출발점이자 명백한 우주 개발 후발주자로서 충분한 경험을 쌓을 기회라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우주항공청 본청사가 사천시에 2030년 입주하는 것으로 확정되어 앞으로 5년 가량은 임시 둥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본청사 입지가 확정되었음에도 아직 끝나지 않은 대전광역시와 사천시 간의 갈등으로 본청사 입주가 더 미뤄질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을 과천에서 개최한다는 소식은 우주항공청 입지 갈등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다. 또, 에산 증액은 긍정적이나 그 예산이 충분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미국 항공우주국의 예산 36조 6000억 원(254억 달러)와 유럽 우주국의 12조 6000억 원(77억 유로), 러시아 로스코스모스의 4조 9000억 원(2791억 루블)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인도 우주연구기구의 2조 4000억 원,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의 2조 2000억 원과 비교해도 1조 원이 되지 않는 우주항공청의 예산은 5대 우주 강국 진입이 목표라는 공허한 희망과 함께 초라함만 더한다. 지난 11월, 정부는 우주항공청 설립일인 5월 27일을 우주항공의 날로 지정했다. 부(部)도 아닌 일개 청(廳) 기관의 설립일을 국가 기념일로 지정해 공식적으로 기념하겠다고 밝힌 것은 분명 고무적이라고 보지만, 이제는 형식적 외면 확장에 집중하는 것을 넘어 우주 개발에 대한 국가적 공감대 형성·통합을 통한 내면 다지기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우리 우주 개발의 영원한 롤모델 'NASA'가 '미국판 KASA'

2025.04.27 이해
2인 줄넘기

돌아가는 줄을 같이 넘는다두 발을 땅에서 떨어트리고모래에 발을 올리고키를 크게 한다두 손을 각자 뭉친다돌기 자란 손잡이를 잡고모래를 신발에서 지운다숨 사이 피가 섞여 나오고인후가 아파지고하늘과 가까워진다줄을 넘는다내 머리는 해와 가까워졌다고소공포증인가? 줄 위에서 보는 아래는 검다줄 위에서 보는 위는 뿌옇다눈이 감기고돌아가는 줄넘기는 땅을 때리고손잡이에서 진동이 온다모래가 터지는 소리가 난다나는 넘지 못해 또 넘어지고인후통이 목을 꽂는다한숨 대신 기침으로 숨을 쉰다옆에서 같이 뛰던 친구는 땅 아래로 자랐다아래를 보지 않고 아래를 뛰어 본다친구는 줄넘기 줄에 항상 걸리고계속 맞는다그림자로모래와 함께 태워지고내 신발에 눌려 지워진다숨이 차다숨이 차가운 게 아니고 침에 피 맛이 나고아래로 떨어지면서몸에 멍이 난다위가 아닌 땅에서 깊어진다넘지 못한 모래와 함께 터진다같은 곳으로 돌아가자나는 각자의 손잡이를 뭉친다멍을 모은다밟고 떨어지길 반복하며뿌연 하늘로 뛰고뽀얀 땅에서 검게 웃는다웃음에서 모래가 떨어져 나온다흙먼지 기침으로

2025.04.27 송희찬
콩쥐야 우린 망했어

둑이 깨졌는데 두꺼비가 막기에는 너무 크네. 물은 질질새는데 이러다 큰일날라. 희극적인 인생의 모험이자 대서사시는 이렇게 무너지고 마는걸까? 나도 한번쯤은 둑을 지혜롭게 막아보려고 애썼네. 돌로 막아보고 바가지로 막아보지만 질질 새는 물의 구멍은 너무나 커다랗고 크게 뚫렸어.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어 깨졌어요. 깨졌다고.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어 분명히 그들이 돌아오면 큰일날거야.

2025.04.27 초하루
폭풍우 치는 새벽에 - 등굣길2

짙은 안개, 물웅덩이 자욱이 깔린 등굣길 대각선으로 내리는 비 때문에 교복 바지가 다 젖었다 첫 차를 타면 새벽에 내렸을 축축한 흙냄새가 버스 안에 가득했다 버스 운전석 뒷자리에 앉은 양 한 마리 바들바들 떨리는 두 손으로 젖은 바지를 짜냈다 정왕역 4호선으로 가는 버스 제대로 내리려면 정신 똑바로 붙들고 있어야겠다 그렇게 다짐하며 졸 때쯤 버스 안을 가득 채우는 하얀빛 소리는 한 박자 늦게 들어오고 젖은 눈망울로 양은 꼿꼿이 허리를 피고 있었다 너는 잠깐의 그 흰 세상에서 어떤 냄새를 맡았을까 무슨 향이 너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을까 바를 정, 갈 왕 정왕역처럼 바르게 망가진 허리로 남의 집 배관을 고치는 할아버지와 오 년 전 암수술을 받은 할머니의 기대 삼시세끼 그걸 먹고 그걸로 씻은 양은 두 손에 얼굴을 묻는다 멈추지 않는 손 살짝 힘을 주어 잡으며 말한다 괜찮아 그냥 번개일 뿐이야 버스는 곧 정왕역에 도착하고양은 하차 태그를 찍는다할아버지 댁으로 옮기고 생긴 새로운 버릇이었다

2025.04.26 카페라떼
휘날리는 벛꽃잎

[휘날리는 벛꽃잎]봄날의 분홍색 소박한 함박눈,우리 모두에게 따사함을 선사하죠.모두가 웃을 수 있는,모두가 좋아하는 분홍 눈.하늘이 내린 따사함이봄동안 예쁜 자태 비추죠.봄의 마지막 날이 오면,그 눈들은 분홍색 길을 펼쳐주겠죠.분홍색 길 위로 봄의 산뜻한 인사를 받지만,봄동안 내린 눈,쓸쓸하게 말라가죠.우리모두 웃으며,봄의 잔해를 밟아가고,봄의 절망을 듣지 못한 채,마지막 선물이라고만 생각하고 말죠.모든것을 비참하게 잃은 벛꽃잎은,더이상 할 것 없이 바닥에 쌓여있다가,아무도 모르게 바람에 쓸려가죠.아무도 모르는 곳으로,어떻게 될지 알수 없는 최후로.봄의 멸종 소식은 모두의 무관심과웃음 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끝을 내죠.바람에 휘날리는 매마른 벚꽃잎,그들을 붙잡아,어디로 가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2025.04.26 그냥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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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2025년 문학레지던시(협성마리나G7) 공고문

2025.03.12
공지사항 2025년 문학레지던시(호텔프린스) 공고문

2025.03.12
공지사항 2025년 문학레지던시(남이섬) 공고문

2025.03.12
공지사항 [해외레지던시참가지원] 2025년 일본 교토작가레지던시 참가지원

※ 2025년 해외레지던시참가지원 추가공모 사업에 대한 공통 안내문입니다. 사전에 확인 후 세부 공고문 확인바랍니다. [해외레지던시참가지원] (문학) 일본 교토작가레지던시 참가지원 1. 사업개요 ○ 사업명 : 일본 교토작가레지던시(Kyoto Writers Residency) ○ 사업기간 : 2025. 10월 중순 ~ 11월 중순 (1개월) ○ 사업장소 : 일본(Japan) - 교토(Kyoto) ○ 주요내용 : 오프닝 포럼, 클로징 이벤트 등 교토작가레지던시 개최 프로그램 참여 및 작가 개인 창작활동 수행 ※ 사업 세부소개 • 해외협력기관 : 일본 교토작가레지던시(Kyoto Writers Residency) • 홈페이지 : https://kyotowriters.org/ • 기관/사업소개 - 교토에 있는 대학의 문학 학자들과의 연계를 통해 2022년에 설립된 국제 문학 레지던시 - 전 세계의 작가 및 번역가들이 교토에 머물며 창작활동과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 • 세부 프로그램 - 레지던시 공식행사인 오프닝 포럼 및 클로징 이벤트 2회 ※ 모든 프로그램은 통역 없이 영어로 진행되며, 공개 행사에 한하여 영어-일본어 통역 진행 예정 2. 지원신청자격 ○ 문인(시, 소설, 아동·청소년 문학) - 시, 소설, 아동·청소년 문학 : 최소 1권 이상의 발간 실적이 있는 문인 ※ 그림책, 희곡, 비문학(에세이 등) 제외 - 영어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자 ○ 선정자는 레지던시 공식 행사 필석 3. 지원규모 및 항목 ○ 참가 예술가 직접 지원(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선정자 보조금 지급/지원신청서 내 예산 편성) 구분 선정 인원 지원규모 자부담 일본 교토작가레지던시 1인 (후보군 3~5인 내외) 100만원 내외 총 사업비(보조금+자부담)의 10% 이상 - 프로그램 참가를 위한 왕복 항공료(이코노미석 기준 실비 지원) ※ 비자 발급비, 현지 체재비 등은 참가자 개인 부담 - 회계법인 회계검증수수료 ※ 회계검증수수료는 문예진흥기금 지원신청 공통안내사항 내 가이드라인 참조 ○ 기타 지원항목(한국문화예술위원회 → 번역가/제작업체 지급) - 문학 분야 작가키트 제작비 및 작품 번역비(시 15편, 소설 30페이지 내외) : 400만 원 ※ 작가키트 제작비 및 작품 번역비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해당업체, 번역가에게 직접 지급 ○ 프로그램 참가비(한국문화예술위원회 → 해외협력기관 지급) - 프로그램 참가비 : ¥430,000 ※ 숙박비, 일부 식사, 공식 행사 관련 통역료(영어-일본어), 프로그램 운영 등 각종 비용 포함 ※ 현지 체류 중 지급되는 현지 체재비 외 추가분은 참가자 개인 부담 ※ 해당 지원 내역은 해외협력기관과의 협의에 따라 조정될 수 있음 4. 제출서류 및 자료 (필수자료 총 3개) ※ 우편 및 방문 접수 불가 제

2025.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