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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소리

[문장의소리] 어항부터 베를린까지- 식물이 보여준 사람과 공간들 with 박세미 시인 | 808화 '생활세계의 작가들'

안녕하세요?소라님들, 문학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입니다. 저는 우다영입니다. 808회는 [생활세계의 작가들]로 진행됩니다. 오늘은 박세미 시인과 함께합니다 • 생활세계의 작가들 : 직업세계, 취미세계, 덕질세계 등. 작품세계가 아닌 작가들의 생활세계 면면을 조명합니다. 작가소개 박세미 시인은 201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내가 나일 확률』, 『오늘 사회 발코니』, 산문집 『식물스케일』 등이 있다. Q. DJ 우다영 :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근황이 궁금합니다. A. 박세미 시인 : 항상 똑같이 일하며 지내고 있어요. Q. 시인님께서 최근 출간하신 산문집 『식물스케일』에 대해 직접 소개해주신다면? A. 제가 서문에도 쓰기는 했는데요. 제목에 ‘식물’이 있기는 하지만, 식물이 주인공은 아니고요. 제가 식물을 경유하여 만난 사람이나 공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희가 당연히 인간이다 보니 무언가를 인식할 때 인간 중심적으로 사고하게 되는데, 식물의 어떤 당위를 가지고 이야기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쓴 것 같아요. Q. 『식물스케일』은 인연과 사람에 대한 산문인 것 같기도 한데,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어려워하지 않으시는지 궁금합니다. A. 굉장히 어려워하는 성격입니다. 아주 오랜 기간 기자 생활을 했는데, 기자 생활하며 항상 그 부분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오히려 그렇기에 관계 맺는 사람들에 대해 조금 더 집중하여 이야기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하기도 합니다. Q. 아직 『식물스케일』을 읽지 않은 소라님들께 식물과 연결된, 기억에 남는 관계, 이야기를 들려주신다면? A. 사람을 새롭게 만나는 것들이 쉽지는 않은데요. 어떤 부분에 꽂히면 그걸 잘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제가 『식물스케일』에 썼던 말 중에, 정말 멋있는 화분을 발견하고 그것을 주문하면서 그 화분을 만든 작가와 대면하는 일이 있었거든요. 알고 보니 그 친구가 건축과였던 거예요. 화분도 너무 마음에 들었지만, 그 작가분도 너무 좋아서 친구가 되어 지금까지도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된 것이 특별한 인연인 것 같아요. [credit] ㅇ 연출 | 유계영 시인 ㅇ 진행 | 우다영 소설가 ㅇ 구성 | 문은강 소설가 ㅇ 시그널 | 손서정 ㅇ 일러스트 | 김산호 ㅇ 원고정리 | 강유리 ㅇ 녹음 | 문화기획봄볕 ㅇ 쇼츠 | 아이디어랩 (Makesense 이용호) ㅇ 기획·총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팀 * 문장의소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팀이 기획하고 작가들이 직접 만드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는 문학광장 유튜브와 누리집, 팟빵을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2025.06.20
[문장의소리] 혀라는 열쇠를 들어 소설가가 칼춤 추는 시간 with 신종원 소설가 | 807화 '지금 만나요'

안녕하세요. 소라님들, 문학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 입니다. 저는 우다영입니다. 807회는 '지금 만나요'로 진행됩니다. 오늘은 장편소설 '불새'를 출간하신 시간 내용 신종원 소설가와 함께합니다. * 지금 만나요 : 새 책을 낸 작가를 만나 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 [초대손님] 신종원 소설가는 202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 『전자 시대의 아리아』, 『고스트 프리퀀시』, 장편소설 『습지 장례법』 등이 있다. 최근 장편소설 『불새』를 출간하였다. [방송정보] Q. DJ 우다영 : 최근 출간하신 장편소설 『불새』는 4원소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인데요. 계획 단계부터 4원소를 염두에 두고 계셨는지 궁금합니다. A. 신종원 소설가 :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습니다.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이야기를 했는데, 우연히 시간을 가로지르는 이야기가 되었어요. 쓰고 나니 오히려 이참에 원소에 빠져 볼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전에 낸 장편인 『습지 장례법』이 워낙 축축했다 보니 이번엔 다 태워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불을 생각했고, 자연스레 4원소가 연계됐던 것 같아요. Q. 불에 관한 책이니만큼 최근 작가님께서 가장 불타올랐던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A. 잘 아시겠지만, 책이 나오면 주변에 보내드려야 하잖아요. 그걸 제가 등단하고 세 번째 책 낼 때까지는 소화하기 쉬운, 거의 매년 한 권씩 나왔으니 쉬운 후 작업 같았는데요. 이번에 오랜만에 책을 내고 부치려 하니 정말 어렵더라고요. 선생님, 친구들의 주소지가 바뀌지는 않았는지 확인해야 하고요. 왜 내가 2년간 책을 내지 않았는가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기도 해서 힘들었습니다. 제가 직업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고, 밖에 자주 나가는 것도 아니어서 2년간 어떻게 지냈는가에 대해 해명하는 것이 곤혹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Q. 출간하신 장편소설 『불새』에 대해 신종원 소설가님의 언어로 직접 설명해 주신다면? A. 제가 이 책이 어떤 책이라고 설명한 적이 없어서 어려운데요. 짧게 말하자면 젊은 사제 바오로가 진짜 성배의 행방을 찾으며 벌어지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조금 더 크게 말하자면 생명과 죽음의 대결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제가 한쪽 편을 선택해야 했고, 그렇게 선택한 이상 온 힘을 다해 필사적으로 그쪽을 옹호하고, 동의하고, 지지해야만 했던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Q. 전작인 『습지 장례법』과 최근 출간하신 『불새』를 쓰시면서 어떤 차이가 있으셨는지 설명해 주신다면? A. 가장 큰 차이는 아무래도 전작이 장례로 끝나고, 이번 소설이 장례미사로 끝났다는 것이 의도적이라는 것이겠죠. 차이가 있다면 아무래도 『습지 장례법』의 장례는 ‘잘 묻어 있기를, 잘 헤어지기를 바라는 장례식’이었다면, 『불새』에서의 장례미사는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부활’이라는 점에서 형식은 비슷할지언정 작품이 지향하는

2025.06.11
[문장의소리] 노동은 눈물겹다 완강기가 필요해! with 백가경 시인 | 806화 '지금 만나요'

안녕하세요. 소라님들, 문학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 입니다. 저는 우다영입니다. 806회는 '지금 만나요'로 진행됩니다. 오늘은 시집 '하이퍼큐비클'을 출간하신 백가경 시인과 함께합니다. * 지금 만나요 : 새 책을 낸 작가를 만나 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 [초대손님] 백가경 시인님은 202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시집으로 '하이퍼큐비클'이 있습니다 [방송정보] 00:00 인트로 01:07 자기소개 03:50 시집 '하이퍼큐비클' 07:20 기억에 남는 독자 코멘트 & 시집을 엮으며 힘들었던 점 09:22 하이퍼큐비클, 공간일까 감정일까 12:09 '하이퍼큐브에 관한 기록' 어떻게 쓰게 되셨는지 15:28 출구 없음의 순간 17:35 괴로웠던 노동의 경험 23:15 내가 시적 언어를 쓰는 방법 29:37 표를 예쁘게 만드는 꿀팁 31:00 다양한 해설들 36:30 진도 씻김굿 38:11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려고 39:39 시 낭독 43:20 맺음말 ㅇ 연출 | 유계영 시인 ㅇ 진행 | 우다영 소설가 ㅇ 구성 | 문은강 소설가 ㅇ 시그널 | 손서정 ㅇ 일러스트 | 김산호 ㅇ 원고정리 | 강유리 ㅇ 녹음 | 문화기획봄볕 ㅇ 쇼츠 | 아이디어랩(MakeSense 이용호) ㅇ 디자인 | OTB Company ㅇ 기획·총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팀 문장의소리는 문학광장 유튜브와 팟빵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2025.06.04
[문장의소리] 스포 없음! 로스트 6시즌에 대한 소설가들의 입장 with 손보미 소설가 | 805화 2부

안녕하세요. 소라님들, 문학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입니다. 저는 우다영입니다. 문장의소리 805화 2부 '생활세계의 작가들' 코너에서는 최근 산문집『아무튼, 미드』를 출간하신 손보미 소설가님을 모셨습니다. [초대손님] 손보미 소설가는 2009년 《21세기문학》 신인상을 수상하였고,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담요」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 『그들에게 린디합을』,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맨해튼의 반딧불이』, 『사랑의 꿈』, 중편소설 『우연의 신』, 장편소설 『디어 랄프 로렌』, 『사라진 숲의 아이들』 등이 있다. 젊은작가상, 한국일보문학상, 김준성문학상, 대상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최근 첫 산문집 『아무튼, 미드』를 출간하였다. [방송정보] 00:00 손보미 소설가의 산문집 『아무튼, 미드』 중에서 01:00 '생활세계의 작가들' / 손보미 소설가 * 생활세계의 작가들 : 직업세계, 취미세계, 덕질세계 등. 작품세계가 아닌 작가들의 생활세계 면면을 조명합니다. [주요 방송 내용] Q. DJ 우다영 :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근황이 궁금합니다. A. 손보미 소설가 : 삶이 거의 비슷한데요. 지금 시즌에는 개강했으니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학교에 가고, 나머지 날들은 거의 원고 작업을 하며 지내고 있는 것 같아요. 올여름에 책 두 권이 나오기에 책 준비를 하고 있고, 마감과 연재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Q. 손보미 작가님의 근간인 『아무튼, 미드』에서 미국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 주시고 계십니다. 어렸을 적부터 미국에서 만든 드라마를 보셨다는 내용이 있기도 한데, 해당 내용을 자세히 청해 듣고 싶습니다. A. 아마 다영 작가님과 제 사이에 세대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제 세대라면 잘 아실 것 같은데, 일요일 낮에는 《레밍턴 스틸(Remington Steele)》, 굉장히 잘생긴 바람둥이 탐정이 등장해 사건을 해결하는 드라마인데요. 당시 일요일 오후 1시인가, KBS에서 했던 《전국 노래자랑》과 방영 시간이 겹쳤어요. 저희 아버지는 《전국 노래자랑》을 보시던 분이라 TV가 한 대였을 때 항상 둘 중 무엇을 볼 것인가에 대해 다툼, 갈등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반 정도는 이기고 반 정도는 졌어요. 제가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미드 중 하나가 《명탐정 몽크(MONK)》인데요. 토요일에 학교 끝나고 집에 가서 밥을 먹으며 봤었고, 몽크라는 사람이 마음속에 상처와 결벽이 있어 일상생활을 잘하지 못했어요. 도와주는 여성 캐릭터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주된 스토리였고요. 지금까지도 기억 나는 장면이 있는데, 몽크가 부잣집에 사건을 의뢰받아 갔는데, 기다리다 보니 지루해 옆에 있던 초콜릿 박스를 뜯어 초콜릿을 먹는 장면이었어요. 초콜릿을 뜯다 보면 은박지에 묻은 초콜릿이 손에 묻기도 하는데, 이 사람은 결벽이 있어 손에 안 묻게 먹으려다 손에 많이 묻히게 되고, 집 주인과 마주치며 어색해하는 장면이 있

2025.05.26
임철우 소설가의 목소리로 듣는 『그리운 남쪽』 중 「봄날」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쓸쓸했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젠 필요 없게 된 꽃다발을 껴안은 채 순임이는 발끝을 내려다보며 걸었고, 병기는 연신 담배 연기만 한숨처럼 뿜어내고 있었다. 나는 자꾸만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때마다 하얀 병원 건물의 벽에 무수히 뚫려 있는 유리창들이 마치 숱한 들짐승들의 눈알마냥 이쪽을 쏘아보고 있었다. 어디에 있느냐. 네 아우 아벨이 어디에 있느냐. 어느 흙더미 속에 산 채로 묻어 놓고 너 홀로 돌아오는 것이냐. 누군가가 등 뒤에서 그렇게 자꾸만 나를 불러대고 있었다. 상처 입은 한 마리 들짐승처럼 울부짖는 그 소리는 우리가 버리고 온 또 하나의 우리들의 부끄러운 아벨의 음성이었다. 우리는 다리에 다다랐다. 거기서부터 병원은 산자락에 가려져 더는 보이지 않았다. 다리 아래 개울에서 꼬마 아이들이 여럿 보여 웅성대고 있었다. 가방이며 신발을 모래밭에 벗어놓고 아이들은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속에서 무엇인가를 건져내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는 걸음을 멈추었다. 수면 위로 희고 반짝이는 작은 점들이 무수히 떠내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죽은 물고기들이었다. 겨우 엄지손가락 크기의 어린 물고기들을 손으로 건져내며 아이들은 키들키들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저 위쪽에서 어른들이 약을 풀었대요.” “뱀장어를 잡아요. 이만큼 큰 걸루만 많이 잡았대요.” 아이들이 우리를 올려다보며 소리를 질렀다. 개울 상류 쪽에서 사내 둘이 팬티바람으로 움직이고 있는 게 보였다. 아까 오던 길에 보았던 바로 그자들이었다. 우리는 난간에 기대어 서서 다리 아래 수면에 비치는 그림자를 내려다보았다. 거기, 자갈 박힌 푸른 하늘이 투명한 물밑에 깔려 있었고, 우리들의 얼굴 위로는 죽은 고기들이 허옇게 배를 드러낸 채 쉴 새 없이 둥둥 떠내려가고 있었다. “언제쯤······ 예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수면 위에서 병기의 얼굴이 말했다. “누구?” “상주 말이야.” “······” 그때 나는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작은 붕어 하나가 꿈틀거리며 떠내려가고 있는 모습을 줄곧 지켜보고 있는 참이었다. 한동안 침묵이 끼어들었다. “근데 말야. 난 아직도 한 가지만은 모르겠거든. 정말 그날 새벽 죽임을 당하기 전에 명부가 녀석의 집을 찾아갔었을까······” 병기는 여전히 시선을 물 위에 던져둔 채 말했다. “어쩌면······ 어쩌면 말예요. 그건 혹시 사실인지도 모르겠어요.” “뭐라구.&rd

2025.05.22 천운영
[문장의소리]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들의 우주적 무대! with 조시현, 이소호 작가 | 805화 1부

문장의소리 제805회 : 1부 이소호 시인, 조시현 시인 문학광장 〈문장의소리〉는 2005년 시작된 문학 라디오입니다. 2024년부터 연출 유계영 시인, 진행 우다영 소설가, 구성작가 문은강 소설가가 함께합니다. - 지금 만나요 : 새 책을 출간한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소호 시인은 2014년 《현대시》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캣콜링』,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 『홈 스위트 홈』, 산문집 『시키는 대로 제멋대로』,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서른 다섯, 늙는 기분』 등이 있다. 최근 첫 소설집 『세 평짜리 숲』을 출간하였다. 조시현 시인은 2018년 《실천문학》에 단편소설 「동양식 정원」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2019년 상반기 《현대시》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아이들 타임』, 작품집 『AnA Vol.01』, 소설집 『이 사랑은 처음이라서』 등이 있다. 최근 소설집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을 출간하였다. ● 오프닝 : 소설집 『숨 쉬는 소설』에 수록된 조시현 소설가의 단편 「어스」 중에서 ● 〈로고송〉 ● 1부 〈지금 만나요〉 / 이소호 시인, 조시현 시인 Q. DJ 우다영 : 시와 소설을 병행하여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신 두 분을 모셨습니다.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조시현 시인 : 이제 막 출간하여 소개하는 자리를 가지고, 독자님들 뵙는 자리를 가지며 바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이소호 시인 : 저도 독자님들 뵙는 자리를 가지고 있고, 이 책이 공교롭게도 제 열 번째 단행본이에요. 행사가 그런 걸로 좀 있고, 열 번째 단행본을 통해 좀 쉬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두 작가님께서 최근 출간된 소설집을 소개해 주신다면? A. 조시현 시인 : 제 소설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은 총 여덟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현실과 비현실, 우주와 지구,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소설들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이소호 시인 : 제 『세 평짜리 숲』은 열 번째 단행본으로써 소설집으로는 첫 작품입니다. 연작 소설이고, 지구에 있는 ‘에어 포켓’에서 어디로 향해 생존해야 할지 두 명의 여자 주인공이 고민하는 밸런스 게임이 보이는 책입니다. Q. 시와 소설을 병행하는 두 분께서 느끼시기에 창작할 때 어떤 차이점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이소호 시인 : 시는 굉장히 현실적으로 쓰는데, 소설은 상상력에 기대어 쓰는 것 같아요. 제 중편 소설도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세 평짜리 숲』도 미래의 지구에 대해 썼습니다. 저도 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소설이라고 한다면 시와는 다른 길을 가 보고 싶었어요. 상상력에 많이 치우친 것 같습니다. 조시현 시인 : 들이는 시간이 다른 것 같습니다. 소설은 엉덩이 힘으로 쓰인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시는 조금 더 감각이 바깥으로 열린다면, 소설은 한 세계에 골몰하며 쓴다고 느껴져서 쓰는 몸의 감각이 제게는 다르게 느껴진 것 같아요. 각기 다른 부위를

2025.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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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소설 核能全放矮鐵化進程中談錄 핵능전방왜철화진정중담록

“깼어?” “누구야?” “어차피 안보여” “누군데?” “어차피 안보인다니까. 목소리밖에 못듣는데 알아서 뭐하려고.” “어딨어? 어디야?” “일어나지 마. 힘들어. 날 찾아서 뭐하려구. 얼굴이라도 만지게? 그리고 나도 네가 어딨는지 몰라.” “그러게… 근데 그냥 가만히 앉아 있을 순 없잖아.” “가만히 앉아 있어도 되지 왜.” “네가 말을 멈추면 어쩌려구.” “내가 멈추고 싶을 때 멈추면 되지, 뭐가 문제야?” “네가 다시 깨어날 때까지 기다릴 만큼 살 수가 없단 말이야. 도로 자버리면 네가 다시 꺴을 때 못 깰 수도 있고.” “난 다시 안 잘거야. 걱정마.” “무슨 소리야. 안 자다니.” “이번에 마지막으로 깨고 이젠 죽으려고.” “안돼! 다른 남은 사람들이 있어? 왜 죽으려고 해?” “기다리다보면 있을 수도 있지.” “기다리면 누가 올까?” “아마도 없을 껄. 있다해도 나랑 비슷한 사람이거나 너랑 비슷한 사람이겠지.” “그래도 왜 죽으려고 하는 거야?” “무례한 질문이구나. 그러는 너는 왜 살려고 하는 거야?” “...이렇게라도 대화할 수 있으니까…” “나한테 이런 대화는 더는 의미가 있지 않아.” “아니야! 충분히 의미가 있어! 목소리 뿐이긴 하지만, 서로를 알아볼 순 있잖아! 적어도 내겐 의미가 있단 말이야.” “다른 사람이 깨어나지 않으면 나는 네게 부담 밖에는 못될 텐데.” “무슨 소리야. 넌 내게 이미 소중해.” “내가 죽기만 하면 너는 다른 사람이 깨어날 때까지 혼잣말이나 지껄이고 있어야할 거 아니야. 넌 나의 노예가 되어야만 할 껄.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아니야! 노예가 되지 않고도 친구가 될 수 있어! 네가 내게 기쁨을 주는 만큼 나도 너를 즐겁게 해줄 테니까.” “오, 더이상 월급쟁이로 살아가긴 싫어, 그런 끔찍한 계약이라니, 나는 거부하겠어.” “... 알겠어. 나를 즐겁게 하지 않아도 좋아. 그냥 거기 가만히 있어줘.” “아니, 나는 내가 원할 때 자살할 거야. 네가 나를 즐겁게 해주든 말든.” “알겠어! 네 노예가 될게! 자살하겠다는 말은 제발 좀 그만해!” “그래, 너는 결국 나를 사랑할 수밖에, 내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니까?” “그래… 내가 너를 사랑하는 걸 수도 있지. 여긴 너밖에 없으니까.” “맞아 내 귀여운 구애자. 넌 별을 기억하니?” “들어야 봤지… 넌 별을 본적이 있어?” “나는 마지막 별이 사라지는 걸 봤거든. 그때도 지금이랑 비슷했고, 많이들 죽었었지. 나는 그때 너 같이 희망적인 인간이라 이렇게 남아 있었지만 말이야. 사실 그때도 지평선, 그러니까, 우주론적 지평선이지, 그 우주론적 지평선을 기억하는 사람이 드물었는데, 아니, 아예 없었지 뭔갈 볼 수가 없었으니까. 그저 언제쯤 별이 사라질거라는 것만 알았는데, 언젠가 별이 사라져 버리고, 사람들도 그 때 많이 죽었어. 나도 그때까지는 엄마가 해주는 얘기를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진짜로 언제가는 새별이 다시 생겨날거라고 했단 말이야. 근데 뭐, 그런걸 기대하면서는 더 살고 싶지 않아. 나도 마지막 별이 어떤 색이었는지 까먹었거든. 지

2025.07.22 기능사
자장가

물에 젖은 나무물에 젖은 공기그저 바라보던 우리빗방울에도 웃던 우리하찮다고 여기던 물이어느새 내 자장가가 되었다

2025.07.21 fancy
리본

푸른 리본이당신의 눈을 가리고 붉은 리본은내 손가락에 묶여서 내가 당신에게로 가도 알아보지 못하고 내가 당신을 불러도 당신은 듣지 못하겠죠 만약 제게작은 가위가 있었더라면손목에 묶인이 검은 리본을 푼다면 당신의 눈을 가린그 푸른 리본을 자르고 당신을 안아줬을 텐데, 아쉽게도 저에게는그 작디작은 가위조차없나봅니다

2025.07.21 구운복어회
소설 세상은 울었다

1980년 5월 19일, 광주.새벽 공기가 묘하게 무거웠다. 평소와 같은 시간, 열일곱 살 수현은 소리 없이 문을 열고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어머니는 그가 매일 아침 학교에 간다고 믿고 있었지만, 학교는 며칠 전부터 문을 닫았다.도심 광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누군가는 피켓을 들었고, 누군가는 어깨를 맞댄 채 조용히 노래를 불렀다. 거센 구호 속에서 수현은 자신의 심장이 크게 고동치는 것을 느꼈다.그날도 형, 진우는 그를 먼저 찾아와 등을 두드렸다.“겁먹지 마. 우린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거야.”진우는 대학생이었다. 운동권이라 불리던 그의 말엔 힘이 있었다. 수현은 그 말이 좋아서 매일 그를 따라 거리로 나섰다. 어느새 자신도 구호를 외치고, 진실을 이야기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고 믿었다.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5월 20일, 도심 한복판에서 첫 총성이 울렸다. 순간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고, 수현은 진우의 손을 꽉 잡은 채 뒷골목으로 도망쳤다.“형, 우리… 왜 이런 걸까.”수현의 눈엔 눈물이 고였다.“진실을 말하니까. 권력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총도 아니고, 군인도 아니야. 바로 깨어난 시민이야.”진우는 그렇게 말하며 눈앞의 무서운 현실을 이겨내려 했다.그러나 5월 21일, 금남로에서 다시 마주한 진실은 너무도 참혹했다.군인은 시민에게 총을 들었다.아무것도 들지 않은 사람에게 총알이 날아들었다.어린아이, 어르신, 학생, 누구든 예외가 아니었다.진우는 그날, 수현을 밀치며 외쳤다.“도망쳐!”그리고 수현이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진우는 쓰러져 있었다. 눈을 감고 있었고, 피가 흘렀다. 멈출 수 없던 수현의 발걸음은, 어느새 오열이 되어 거리를 울렸다.며칠 후, 시민들은 도청에 모여 서로를 지켰다. 남은 이들은 한 손엔 국기, 한 손엔 희망을 들었다. 총알과 두려움 속에서도 누군가는 부상자를 간호하고, 누군가는 주먹밥을 나누었다.수현은 도청 지하에서 붕대를 감으며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형, 나 여기 있어. 난… 아직 무서워. 하지만… 나 이제 도망치지 않을게.”그날 밤, 군인들이 도청으로 진입했다.총성과 함께 거리는 다시 침묵에 잠겼고, 수현은 그 광경을 피하지 않았다.10년 후, 1990년 5월 18일.광주의 한 작은 공원, 조용한 추모비 앞에서 청년 수현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푸른 하늘이었다. 10년 전, 형이 사라진 그날도 분명 하늘은 맑았다.수현은 조심스레 무언가를 묘비 앞에 올려놓았다.그건, 낡은 피켓 조각이었다.희미하게 남아 있던 글씨가 빛에 반사되며 또렷이 보였다.“우리가 옳다.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그는 속으로 되뇌었다.형, 보고 있어요? 당신이 지키려던 그 진실, 그 목소리, 아직 남아 있어요.그리고, 이어져요.

2025.07.21 유리아
소설 유리정원

낙엽이 세로로 세워져 있었다. 이건 매우 희귀한 것이다. 작업할 때 떨어지는 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바람에도 넘어지지 않는다니, 매우 대단하다! 아니 무엇보다 신기한 것이다.나만 볼 수 없다고 생각해서 가족들에게도 보여주려고 생각했지만, 이것을 어찌 보여준단 말인가. 이 모습 그대로를 보여줘야 한다. 집어 들면, 이게 세워졌다는 것을 어떻게 보여준단 말인가! 온몸이 근질거린다. 아아, 보여주고 싶다. 이것은 욕심이 분명하다. 그대로 온실을 나왔다. 낙엽은 여전히 세로로 세워져 있다. 저 낙엽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든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 같은 것이 솟아오른다. 온실 안에는 토마토나 상추 등 여러 가지가 보인다. 그런데 저기, 저 환풍구 틈으로 들어온 건지, 좀은 틈을 찾은 건지 모르는 낙엽 하나가 들어온 것도 모자라, 세로로 세워져 있으니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안돼, 작업이 아직 남았는데.’라고 생각하고는 온실 안으로 들어가는 문 앞으로 갔다. 문을 열면 세워진 낙엽이 바로 보인다. 욕망이 끓어 오르는 것이다. 나는 문을 여는 것을 주저했다. 뭔가 웃을 수는 없었다. 웃기지도 않는다. 그냥 근질거릴 뿐이다. 오늘은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어서 밖에 나가기 싫었다. 그래서 온실에서 취미를 즐기는 것뿐인데, 차라리 밖에 나갈 걸 그랬다. 답답함과 후회가 몰려왔다. 발밑의 흙마저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 속에서도 저 낙엽을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같은 생각도 겹쳐지면서 혼동이 찾아오는 것이다. 머리가 어지럽다.“아앗.” 문을 열었을 때 이미 낙엽은 떨어지고 난 뒤였다. 이걸 다행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해방감이 크게 들었다. 그래도 아직 씁쓸함이 남아있다.처음엔 저 낙엽의 모습을 보여주는 방법에 답답함을 느꼈지만, 차라리 사진이라도 찍을 걸 그랬다는 후회로 바뀌었다. 그리고 가족에게 저 낙엽의 소식을 알리지 못한 후회는 지금 답답함으로 변질되었다.한숨만 나온다. 내가 당장에 저 낙엽만 없었어도 이런 느낌은 받지 않았을 것이다. 너무 한심해서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이다. 낙엽도 사라지고 말이다. 저것 때문에, 남은 감정들이 더욱 이곳에 스며든다. 어쩌면 이 온실을 기억하는 것이, 낙엽이 세로로 세워진 사건보다, 잊히지 않을 감촉처럼 그 느낌이 온실 안에 남아 맴돌았다. 그러면 이곳에 올 때마다 그런 느낌을 계속 받을 것이다. 유리 속에 갇힌 느낌이다. 온실 안에서, 나는 계속 낙엽을 찾아다녔다. 찾지 않으면, 안된다. 썩은 감정만이 남는 곳으로 만들기는 싫었다. 그렇게 온실 안을 열심히 뒤졌다. 저기, 저쪽에 노란 잎이 하나 보였다. 초록 잎 사이에 있어, 금방 발견했다. 저것이다. 문제는 장미들 사이에 있던 것이다. 가시 줄기를 피해 빼내야 한다. 기다란 도구는 없다. 그런 긴 도구를 사용할 만큼 온실은 크지 않았다. 그렇다고 가위로 자르자니 식물을 해칠 수는 없다. 이번엔 선택해야 했다. 도망칠 수 없다. 도망가면 나는 저 낙엽 때문에 고생한 내가 싫어질 것

2025.07.21 현진
수필 들어오지 마, 나의 파도야

밀려들었다.환하게 웃는 네가. 왜...왜 자꾸 밀려오는 건데. 네가 있을 곳은여기가 아니야.제발...들어오지 마. 잔잔한 일상,아픈 과거는나를 시시하게 만들었다.오늘도 “다들 그렇게 살아”스스로를 그렇게 설득했다. 평범하고,평범하고,또 평범한 톱니바퀴 속 쥐.그게 나였다. 그날도무너질 듯한 작은 집에서낡은 소파에 몸은 꾸겨 눕는다. 앉을 때마다“끼익”삐걱대는 소리그게 싫었다.바꿔야 하나,귀찮다. 오래된 심야 예능고장 난 리모컨을몇 번 눌러본다.건전지…사야 하는데. 어두운 골목길은나에게 무서운 공간이 아니다.누가 날 데려가도,죽인다 해도,딱히 상관없을 것 같았다. 나는죽고 싶은 걸까.아니면그냥…텅 빈 건가.우울한 생각만가득하다.하... 마트에서 돌아오는 길,쓰레기장 구석에서작고 검은 무언가가 보였다.잘 보이지 않는다.지나쳐야지. 그게늘 내가 해왔던 방식이니까. 그런데오늘은조금 달라지고 싶었다.어쩌면나도 달라질 수 있을까. 검은 털뭉치.덜덜 떨고 있다. 조심스레다가갔다. 작다... “울지 마...”내가 한 말.위로가 되지 않는 말투에 헛웃음만 나온다. 나는그 생명체를 안아 들었다. 자세히 보지도 않았다.그게 뭔지중요하지 않았다. 오늘의 나는낯설었다. “…나랑 갈래?”..........작게끄덕인다. “집 있어?”…없구나. 너를 안은 채발걸음을 옮기자집이 유난히부끄럽게 느껴진다.아…소파 바꿀걸. 집에 돌아와삐걱이는 소파 위 찬장에서 꺼낸가장 깨끗한 새 수건을 깔고너를 앉힌다. 그냥우유를 데워 줬다.이런 생명체는보통 뭘 먹지? 그 까만 눈.마치 마치미지의 생명체를 바라보는 기분이다. 빨려 들어갈 것 같아... 낯설고두렵고조심스럽다. 우유를먹을 수 있네… 작은 네가나에게 안긴다. 아...소중한 게생길 것 같은 느낌. 들어오지 마.제발... 작고 허름한 집 안으로파도가 밀려온다. 시원한 물소리처럼천천히,하지만 확실히.너는분명히 나를 바꿔놓을 거야. 너는 분명나의 사랑이 될 거야. 그러니까,들어오지 마. 나는허름해...허름하단 말이야. 제발... 그런 거받아본 적 없어. 그래서해줄 수 있을 리가없잖아... 모르겠다. 나는왜 미소가 지어지는 거지분명 두려운 마음일 텐데... 파도는 차가워야 하는데,오늘은조금따뜻하다. 어쩐지 가슴 한쪽이 미세하게 울컥인다.…여름이라서일까.

2025.07.21 스테인리스
수필 젖는 마음

비 오는 새벽녘,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테라스에 나가 빗소리에 젖어들고 싶어요. 낮게 풀벌레가 울고 아이들의 말소리가 들리면 내가 낼 수 있는 소리에 대해 생각해 봐요. 옅게 깔린 숨결 사이로 차를 마실 때의 목 넘김 같은 것. 온몸을 따스하게 채우는 소리. 나는 그렇게 살고 싶었어요. 고요히 흔들리는 티백 사이로 연하게 찻잎이 우러나오고 누군가의 마음까지 도달할 수 있다면. 온화한 사람이 되어 맑게 사랑받고 싶었어요. 그러나 세상이 마냥 투명하지만은 않고 조금씩 눈앞이 흐려집니다. 나는 항상 아름다운 이야기만을 품고 살길 바랐어요. 그러나 나의 펜 끝에서 흘러나오는 단어들은 어둡게 종이를 적시고 차갑게 굳어가는 것. 누군가의 심장에 박혀서 숨이 막힐 정도로 아픈 이야기가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내가 그만큼 나쁜 사람인 걸까요. 암울한 세상 속에서 빛을 찾아내지 못하는 것일까요. 현실이 그렇다고요? 그러나 나의 이야기는 반쯤 허구인걸요. 모두가 어두운 면을 고발할 때 밝은 면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 분명 마지막에는 웃어 보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거울을 보니 어째서 처음부터 끝까지 울상인 거죠. 어쩌면 항상 무표정인 얼굴 속에서 슬픔을 발견하고 싶었던 건지도 몰라요. 우산을 쓰고 산책에 나섭니다. 더 세찬 비가 내리면 좋겠어요. 애매한 빗줄기에 고인 물을 피하기로 마음먹으면 바닥만 보고 다녀야 할 거예요. 이참에 비가 쏟아져서 모든 것을 적시고 떠나가면 좋겠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피할 수 없다면, 언젠가 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날이 오겠죠.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내가 해내야 하는 것이 다른 세상에서 나아가는 방법은 마음을 바꾸는 것뿐.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버겁지 않겠어요. 버틸 수 있겠어요. 목말라너는 그렇게 말하며목을 들었다저기 물이 있어에어컨 아래아냐그걸 먹으면 안 돼말라비틀어질 것 같아너는 그렇게 말하며냉매로 목을 축였다지렁이 두 마리가 보여요. 하나는 비 소식을 듣고 나왔고, 다른 하나는 너무 일찍 나왔다가 죽어버린 듯해요. 어떻게 보면 아름다운 이야기, 그렇기에 슬픈 이야기. 무엇을 중점에 둘 건지는 내 마음에 달려있는데. 마냥 해맑은 녀석보다 무표정인 지렁이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생명은 소중한 존재라서. 살아있는 지렁이와 함께 비를 맞고 있자니 살아있던 지렁이가 안쓰러워서. 생명은 그만큼 가치 있는 존재인데. 죽어있는 지렁이와 눈을 맞추자니 살아있는 지렁이에게 미안해서. 우산을 벗어던지고 울면서 비를 맞으니 축축하게 젖어 드는 마음. 무거웠던 펜촉이 떨어져 나가며 새어나가는 잉크. 손가락에서 미끄러진 찻잔이 비를 맞으며 세상을 물들이고. 통통한 지렁이가 납작한 지렁이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그렇게 나는 세상을 물들이면서 오래 슬퍼하고 때로 기뻐하겠어요. P.S. 쓰다 만 시와 쓰다 만 소설. 그 무엇도 이어가지 못하여 이렇게 맺어봅니다. 2025. 7. 21

2025.07.21 아기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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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글틴 EVENT] 설문조사 하고 책 선물 받아가자! <글틴이 뽑은 2025 오늘의 문학>

문학을 향유하며 10대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청소년 여러분! 오늘의 나를 만든, 오늘의 나에게 필요한 책은 무엇인가요? 또 스무 살의 나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글틴이 뽑은 작품을 친구들과 함께 읽고 실제 작가님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책 속에 담긴 글티너 여러분의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설문조사에 참여해 주세요 :) 설문조사에 참여한 글티너 중 10인을 추첨하여 원하는 책을 선물로 보내 드려요 ♥ [설문조사 참여하러 가기 (클릭!)] ▶ STEP 1. [7.15(화)~7.22(화)] 설문조사 진행 ‘글틴이 뽑은 오늘의 문학‘ 설문 참여하기! (경품 팡팡) ▶ STEP 2. [8월 중] 별도 모집 예정 나와 너, 글티너가 우리로 만나는 리딩클럽 참여하기! ▶ STEP 3. [9월] 문학주간 연계 행사로 리딩클럽 멤버와 함께 진행 예정 작가님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북토크 참여하기! 더불어 나의 글이 담긴 한정판 작품집까지 받아보는 이 기회 ★ 놓치지 마세요! ※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현장 보러가기

2025.07.15
공지사항 (수강료 무료, 4회 이상 참여시 수료증 발급) 남북 작가 및 대중이 함께하는 2025 문학창작워크숍-나도 작가다!

남북한 출신의 작가들과 대중이 모여 통일과 평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문학의 역할을 탐색하는 문학창작워크숍 프로그램입니다. 이 워크숍에는 남북작가 공동창작집 또는 탈북작가 공동창작집에 참여했던 작가들이 담임 작가, 특별 강연자, 북토크 작가로 참여하여 수강생과 함께 자유, 인권, 평화, 통일 등의 주제에 관한 문학 창작 경험과 창작 방법론, 가치관 등을 공유할 예정입니다. *모든 강연은 무료로 제공되며, 문학 또는 문학 창작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총 6회의 워크숍 중 4회 이상 참여하시면 워크숍 수료증과 수강생 공동 창작집(비매품), 다과를 선물로 드립니다. ○모집 대상: 문학 또는 문학 창작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 가능 (기초반과 심화반 각각 15명씩 선착순 모집) ○일시: 2025년 7월 26일 ~ 8월 30일 (매주 토요일 오후 3-6시) ○장소: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1동 101, 102호 ○신청 기간: 2025년 6월 19일(목) ~ 7월 11일(금) ○신청 방법 참가 신청 링크: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d2lzwsmwoO3opKFX04zahWg0ZetOQs4-X01lLIPCoYn1jsbw/viewform?usp=header -ipussnu25@gmail.com 로 신청 (성함과 연락처를 기입하여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포스터의 QR코드 이미지를 휴대폰으로 스캔하시거나 아래의 링크를 통해 워크숍 개최 취지와 참여 작가 약력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워크숍 개최 취지 및 참여 작가 약력 링크: https://m.site.naver.com/1KKwu -강연 관련 문의는 ipussnu25@gmail.com 로 연락 주시면 자세히 답변드리겠습니다. 창작에 관심 있으신 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2025.07.01
공지사항 [안내] 문학집배원 서비스 종료 안내

안녕하세요. 문학광장입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06년부터 운영해온 문학집배원 서비스가 2025년 5월을 마지막으로 종료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문학집배원은 문학집배원으로 선정된 시인, 소설가가 큐레이션한 문학 작품을 낭독 영상으로 제작하여 뉴스레터와 함께 독자 분들을 찾아가는 '문학 배달 서비스'로 그동안 많은 분들께 문학의 따뜻한 위로와 일상의 감동을 전해드려왔습니다. 그동안 문학집배원을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문학광장은 앞으로도 문학을 더 가까이, 다채로운 방식으로 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콘텐츠와 기획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문학광장 드림

2025.06.13
공지사항 2025년 문학레지던시(협성마리나G7) 공고문

2025.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