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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

문학광장 〈문장의소리〉는
2005년부터 시작된 문학 라디오입니다.
2024년 새롭게 개편된 〈문장의소리〉는
연출 유계영 시인, 진행 우다영 소설가, 구성작가 문은강 소설가가 참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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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집배원

김기창 소설가의 『지구에 커튼을 쳐줄게』

도경이 사는 곳은 용희가 익히 경험해 본 장소였다. 대학 시절 같은 과 동기의 자취방이 꼭 저랬다. 여름에 동기의 자취방은 주변에 햇빛을 가려 줄 만한 큰 건물이 없어 작은 냉장고에 몸을 쑤셔 넣고 싶은 집으로 탈바꿈했고, 매서운 바닷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에는 동면할 수 없는 인간 존재의 한계를 뼈 시리도록 반성케 하는 집으로 변모했다. 도경의 집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가림막 하나 없는 여름 한낮의 옥탑방은 재난 지역으로 선포해도 무방했다. 딱 한 가지 좋은 점은 상쾌한 가을밤이 내려앉았을 때 옥상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담배를 피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캔 맥주가 손에 들려 있으면 더 좋았다. 용희는 옥탑방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생각했다. 도경에게 캔 맥주 한 박스를 몰래 사다 주는 것 외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용희는 긴 한숨을 내쉬며 언덕길을 내려다보았다. 도경이 검은 봉지와 막대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고서 자신이 있는 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도경이 용희를 알아보는 데 쓰인 10초는 용희에게 머나먼 북극의 바다를 두어 번 갔다 오는 시간만큼 길게 느껴졌다. 당황한 용희는 마찬가지로 어찌할 바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도경을 향해 소리쳤다. “제가 지구에 커튼을 쳐 드릴게요!” 도경은 입을 벌린 채로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용희는 도경의 집 옥상에 놓인 평상에 앉아 바다를 내려다보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살며시 눈을 감았다. 지난 5년간 얼핏얼핏 그려 왔던 일이, 지난 이틀간 문득문득 상상했던 순간이 눈앞에 당도했다는 기쁨에 용희는 이마에서 얼굴로 주르륵 흘러내리는 땀방울도 잊은 채 자신의 심장 소리에만 주의를 기울였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것을 처음 알게 된 순간에도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그러나 그 역시 정해진 트랙을 벗어나 날뛰는 소리는 아니었다. 용희는 심장이 악보 없는 음악에 홀려 무작위의 춤을 추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처음으로 천문대를 찾았을 때 광활한 우주를 탐사하며 느꼈었던, 거대하고 두려운 무언가가 눈앞에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예측불가능한 불안함 속에서도 주체할 수 없는 흥분으로 몸을 떨던 때의 심장 소리였다. 그때, 도경이 옥탑방에서 나와 유리컵 두 개와 감자칩을 담은 그릇을 평상에 내려놓았다. 도경은 평상에 편하게 앉더니 검은 봉지에 든 맥주 세 병을 꺼냈다. “병맥주 한 병을 마셨을 때 기분이 제일 좋아요. 그제 제 주량이에요. 더 마시면 정신 줄 놔요.” 용희는 물었다. 그런데 왜 세 병을 샀느냐고. “술이 술을 부르니까.” 용희는 빙긋 웃었다. 도경은 용희의 컵에 맥주를 따른 후 자신의 컵을 스스로 채웠다. 건배 없이 도경이 먼저 맥주를 들이켰다. 용희도 마셨다. 도경이 말했다. 정말 화를 참을 수 없었다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내 탓은 아닌 것 같은데, 정말 내 잘못은 아닌 것 같은데.&r

2024.09.26 천운영
이린아 시인의 목소리로 듣는 「양동이」

양동이 이린아 그해 여름 양동이 속에 머리를 넣고 살았다 양동이는 늘 밖에서부터 우그러진다 우그러진 노래로 양동이를 펴려 했다 그때 나는 관객이 없는 가수가 되거나 음역을 갖지 못한 악기의 연주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다 잘 보세요, 얼굴에서 귀는 유일하게 찌그러진 곳입니다 보컬 레슨 선생이 말했다 가끔 내 목소리가 내 귀를 협박하곤 했다 세모 눈썹, 불타버린 미간을 펴며 귓속과 목구멍의 구조를 샅샅이 뒤지는 소리를 내려 했던 여름 노래, 그해 여름에 배운 노래는 반팔이었고 샌들을 신었고 목덜미에 축축한 바람이 감기는 그런 노래였다 양동이 속에서 노래는 챙이 넓은 모자를 뒤집어쓰곤 했다 골똘한 눈, 꺾인 손등으로 받치고 있는 청진의 귀를 향해 벌거벗은 노래를 불렀다 양동이 속에서 듣던 1인용 노래 허밍과 메아리의 가사로 된 노래를 우그러진 모자처럼 쓰고 다녔다 - 시집 『내 사랑을 시작한다』 (문학과지정사, 2023)

2024.09.12 김언
최은미 소설가의 목소리로 듣는 『마주』

나는 수미를 만나러 갔다. 오로라와 나비가 생긴 발로 내가 만나러 간 사람은 2031년의 수미는 아니고 2022년의 수미였다. 2022년이 막 시작된 겨울에 수미가 내게 어떤 협곡으로 오라고 했다. 나는 수미가 일러준 협곡 입구로 가서 표를 끊었다. 그곳은 남한 최북단 마을에 있는 곳이었다. 매표소를 지나 들어서자 까마득한 암반 절벽 위로 길이 이어져 있었다. 그 길을 천천히 걸어서 나오면 자신이 일이 끝나는 시간대와 얼추 맞을 거라고 수미가 말했다. 나는 주상절리의 무늬들을 건너다보면서 절벽에 긴 선반처럼 매달려 있는 길을 걸었다. 벼랑길 밑으로 하얗게 언 강이 이어졌고 그 위를 사람들이 일렬로 걷고 있었다. 강 위를 걷던 사람들이 가끔씩 멈춰 서서 이쪽 벼랑 위를 올려다보는 것이 보였다. 절벽 위를 한 시간 남짓 걷고 나서야 나는 넓은 공원이 보이는 곳으로 나갈 수 있었다. 공원 한쪽에 빨갛고 기다란 버스가 한 대 서 있었다. 방한 아웃도어를 입은 사람들의 줄 끝에 서 있다가 나는 버스에 올라탔다. 운전기사의 바로 뒷좌석에 앉고 싶었지만 누군가 이미 앉아 있어 대각선 쪽 좌석에 가서 앉았다. 버스가 몇 개의 정거장을 거치며 협곡 탐방객들을 내리고 태우는 동안 나는 룸미러로 버스 기사와 눈이 자주 마주쳤다. 그때마다 웃음을 참느라 마스크를 더 올려 써야 했다. 구독자가 2,01만명인 한 여행 유튜브 채널에 수미가 ‘친절한 기사님’으로 소개된 것이 떠올랐던 것이다. 과연 수미는 버스가 설 때마다 승객들과 웃으며 인사를 주고받았고 트레킹 코스가 엉켜 헤매는 사람들한테 막힘없이 대안을 얘기해주었다. 버스는 몇 정거장을 더 거쳐 내가 표를 끊었던 협곡 입구로 왔다. “끝났다, 일.” 그렇게 말하고 수미는 나를 강으로 데리고 갔다. 절벽 위는 걸었을 테니 얼음 위를 걷자고 하면서. 나는 수미를 따라 강으로 내려갔고 우리는 금세 얼음 트레킹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등산화에 아이젠을 착용한 사람들 틈에서 운동화를 신은 건 수미와 나뿐이었으므로 우리는 또 금세 대열에서 벗어났다.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새 폭이 좁아지는 협곡에 다다라 있었다. 우리는 거기서 걸음을 멈췄다. 양옆으로 현무암 절벽이 가파르게 서 있어 마치 하늘이 보이는 동굴 속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수미와 나는 눈이 희끗희끗하게 덮인 얼음 위를 걸어서 암벽 밑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나오며 좁은 협곡 안을 빙빙 돌았다. 그러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운동화를 벗었고, 곧이어 양말도 벗었다. 맨발인 채로 얼음 위로 올라서자마자였다. 수미와 나는 뜨거운 불을 딛고 선 것처럼 비명을 지르며 양 발을 번갈아 들어 올리다 신발을 벗어놓은 바위 위로 뛰어올라갔다. 참을성이 조금도 없는 서로가 웃겨서 한참을 웃다가 다시 맨발로 얼음 위를 디뎠고, 몇 걸음을 걷다가 또 비명을 지르며 언 강과 바위를 뛰어다녔다. 그러다 우리는 누가 더 오래 서 있는지 내기라도 하듯 얼음 위에 맨발을 고정하고 섰다. 일초가 지나고 이초가 지나

2024.08.22 천운영
남지은 시인의 목소리로 듣는 「혼자 가는 먼 집」

혼자 가는 먼 집 남지은 일곱 살처럼 살라고 엄마는 말하고 뭐든지 서서히 하라고 아빠는 말한다 삼 년 안에는 첫 시집을 내야지 선배가 조언하고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중요해요 치료사가 당부한다 중요한 것과 소중한 것은 어떻게 다를까 언니가 혼잣말처럼 물어오고 시를 몇 편 쓰면 시인이 되나요 시인은 시만 쓰나요 시가 아니면 안 되나요 글쓰기 수업 학생들이 열띠게 질문한다 덜 핀 작약을 안아든 귀갓길 울 데가 필요해서 찾아왔다고 뵌 적 없는 시인의 손등에 입을 맞추니 여기까지 잘 왔네, 하신다* 사랑 많은 손을 붙들고 나는 여기 무어든 받아 적는다 포장을 끄르면 사라질 신비 같은 * 2020년 10월 3일 허수경 시인의 2주기 추모제를 지내고 북한산을 내려오는 길에 김민정 시인이 건네준 말. “수경 언니는 틀림없이 지은에게 이렇게 대답했을 거다. 여기까지 잘 왔다고.” 시의 제목은 허수경 시집 ⏉혼자 가는 먼 집⏊(문학과지성사, 1992)에서 가져왔다. 『그림 없는 그림책』 (문학동네, 2024)

2024.08.08 김언
최진영 소설가의 목소리로 듣는 『단 한 사람』

이제 목화에게 그분의 마음은 중요하지 않다. 알 필요가 없다. 우주에 마음이 있는가? 그저 존재할 뿐이다. 목화는 선하면서 악한 사람을, 의롭고도 불의한 이를, 그러므로 완전한 사람을 생각한다. 그동안 목화는 줄곧 나무에게 질문했다. 대답은 없었다. 목화는 나무를 느꼈다. 나무의 목소리를 들었다. 지시를 바랐다. 그 나무는 어디에 있는가? 목화는 나무를 찾으려고 했다. 없애고 싶었다. 나무를 없애면 온전한 자기 의지로 자기만의 삶을 살 것 같았다. 그렇지만 나무는 정말 나무로서 존재하는가? 목화는 그 나무가 자기 숨통을 쥐었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구할 때도, 구토에 시달릴 때도 자기 수명이 줄어드는 것만 같았다. 스스로 사람을 구하는 순간에도 나무의 명령 때문이라고 믿었다. 그 나무는 대체 무엇인가? 나무에게 집중할수록 나무의 의미는 비대해졌다. 나무에게 호소할수록 나무의 힘은 강해졌다. 목화의 질문과 호소에 개의치 않고, 고통스러워하거나 안도하거나 상관없이, 악하든 선하든 관심 없이 나무는 영원히 거기 있다. 그 나무는 너무나도 오랜 세월 존재했다. 그동안 엄청나게 많은 생물이 나타났다가 멸종했고 진화했으나 도살되었다. 돌로 만든 무기로 동물을 사냥하고 무리 지어 이동하며 빠른 소도로 다른 생물을 몰살시키던 인류는 순식간에 핵폭탄과 우주선을 만들었다. 전쟁을 일으키고 서로를 학살하고 자연을 파괴했다. 그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면 과연 인류라는 종을 돕고 싶을까. 살리고 싶을까. 나무가 주는 생명은 은총이 아닐 수도 있다. 삶이라는 고통을 주려는 것인지도. 그러나 삶은 고통이자 환희. 인류가 폭우라면 한 사람은 빗방울, 폭설의 눈송이, 해변의 모래알. 아무도 눈이나 비라고 부르지 않는 단 하나의 그것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그것은 금세 마르거나 녹아버린다.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어쩌면 그저 알려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너를 보고 있다고. 생명체라는 전체가 아니라, 인류라는 종이 아니라 오직 너라는 한 존재를 바라보고 있다고. 죽음을 바라보는 일을 거부하고 싶었다. 사람을 구하고도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기에 피하고 싶었다. 구한 자가 악인 같을 때는 마치 한통속인 것처럼 괴로웠다. 중개 때문에 자기 삶을 온전히 살아가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럴 때 목화를 지배하는 것은 나무였다. 나무의 명령이었다. 그러나 자기가 구한 사람들처럼 단 한 명인 목화는, 세상의 모든 사람처럼 오직 단 한 번의 삶을 살아가는 신목화는 임천자의 죽음과 장례를 지켜보며 마침내 운명을 수긍했다. 기꺼이 받아들였다. 목화가 인정하고 받아들인 이상, 온전히 자기 것으로 거둔 이상 이제 그것은 목화의 것이었다. 임천자의 단 한 명은 기적. 장미수의 단 한 명은 겨우. 신목화의 단 한 명은, 단 한 사람. 한 사람을 살리는 일이었다. 내가 원하는 삶. 목화는 생각했다. 그건 바로 지금의 삶. 목화는 원하는 삶 속에 있었다. 다시, 목화는 생각했다. 내가 원하는 죽음. 임천자가

2024.07.25 천운영
숙희 시인의 목소리로 듣는 「봬요」

봬요 숙희 내일 봬요 그래요 내일 봬요를 처리하지 못해 그냥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 내일 뵈요 라고 썼다가 그건 또 영 내키지가 않아 그럼 내일 뵐게요 라고 적어보니 다소 건방진 듯해서 이내 그때 뵙겠습니다 라고 고치자 너무 거리를 두는 것 같고 내일 봐요에 느낌표를 붙였다가 떼었다가 두 개를 붙였다가 떼었다가 갈팡질팡하는데 가벼운 인사를 가벼운 사람으로 당신이 나를 오해할까 잠시 망설이다 숨을 고르고 다시 봬요로 돌아온다 그런데 봬요를 못 알아보고 세상에 이렇게 한글을 이상하게 조합하는 사람도 있네 라고 하면 어쩌지 아니면 봬요는 청유형 존대어라 어색한 걸 모르냐고 되물을까 봐 아무래도 이건 안 되겠다 싶어져 내일 봅시다 라고 따따따 찍어보니 참나 이건 정말로 더 아니다 싶어 결국 내일이 기다려져요 라고 보내버리고는 손목에 힘이 풀려 폰을 툭 떨어뜨렸다 『오로라 콜』(아침달, 2024)

2024.07.11 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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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일기

곤한 몸과차가운 빗방울과실존주의자들의 말장난조금은 생각을 덜 하고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암막커튼 틈바구니삐죽 새어나온 빛줄기포근한 이불에 녹아들어 꽃무늬를 피워내고깍지 낀 조그만 손팔베개 위 말랑한 볼과 따신 몸고요 속 가만히 울리는 두 심장 엇갈려 뛰는 소리눅눅한 가을날손끝의 푸르름을 배웅하는 나무들은가지마다 빗방울을 머금었다

2024.10.23 서하
시작과 끝의 중간

삶에 대한 태초의 인상들유년 시절의 씁쓸한 그리운 순간들부쩍 커버린 어른을 마주보는 이질감내가 싫어했다기 보다 공포의 대상이었던 모든 것두번 다시 품에 안을 수 없는 안락한 감정들이 모든 게 뒤엉켜 한데 미끄러져나의 등 뒤에서 발화한다 그러나기이한 이것은 나를 왈칵 껴안을 뿐날게 해줄 수는 없는 모양이다혼자 있을 때는 무엇도 흘리지 않는나의 육안은 누군가를 비출 때야 비로소 나약한 본모습을 드러내어 쏟아 낸다끊임없이 눈물에 뒤덮이는 일은 참으로 미묘한 체험이다새벽의 푸른 날씨는 이윽고 주황빛 태양에물들어 내심 따스한 척을 한다그래 따사로운 햇살은 언제나 어머니의 노릇을 한다아 두번다시 어린애 시늉을 하며 자지러지게 웃을 수없는 형제들이여어른들의 말이 이리저리 나뒹굴고 날카롭게 깨질 때면연민과 두려움을 동시에 이불인 양 나누어 덮던 시절 내가 어릴 적 어른들은 나를 어떻게 바라보았을까오늘날 드물게 작은 그림자 맑은 하늘같은 눈동자를마주치면 나는 어른이 된 양 그들을 B-612 행성의소년을 보듯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힘 없는 하굣길엔 나에게 위안거리란 없다 다만멈추지 않고 설피설피 보금자리로 새어 들어가는 일상이다그리고 언제 다가올지 예측할 수 없는 영원한 잠

2024.10.23 키릴
엇갈린 궤도 속에서 사랑을

그해 여름의 비는 그치지 않았다적막한 태풍과 끝나지 않을 새벽녘 아래서 나는 감정을 잃었더랬지서늘한 마룻바닥에 걸터앉아 얼마나 많은 빗방울을 머금었는지목구멍에서 타오르던 여름은 아무래도 해가 뜨지 못할 것 같지너는 이제 이곳에 없다태풍을 닮은 우리는 격정적으로 밀려와 관조적으로 부서졌을 터이니 너는 이제 나에게 없다비바람이 아득한 나의 방을 거세게 두드리던 그 새벽흐드러진 꽃잎이 몰아치는 비를 맞으면서도넌지시 하늘만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일방적인 여운을 품은 탓이었을까언제나처럼 잔잔하고도 몰아치는 나의 여름나기

2024.10.23 이에원
벽에 박힌 못과 줄 하나

무한을 향하여, 제정신을 향하여, 정상성을 향하여! 나는, 걸어도 왔고 기어서도 왔노라 제 꼬리를 잡으려는 노력 원은, 기어가는 동안에도 그 중심이 깨지는구나! 걸어서, 초점을, 하나로, 정상상태로, 돌리려는 노력은 헛되다! 헛되고 헛되도다 오오, 나는 돈다네, 두 눈에 초점을 대고, 나는 돈다! 저기, 나의 동반자, 회전형 단두대도 성실히 의무를 행하는데, 안돼! 아직이다, 내 목은, 기다려야 하리! 무한히, 저 단두대보다도 오래, 역사의 끝은 목에 집행유예를? 줄 수 없다! 역사는, 하수구를 흐르는 포대자루, 하수구에 뛰어든 차력사! 부둥켜 안고 둥둥 내 목은 그렇게 돈다, 형 집행으로, 유예로, 선고로, 길 따라 빙글빙글 돌아라, 돌아라! 했더니 돌았다, 단두대 보시기에 별로더라! 하루 쉬어갑니다 빙빙 도는 오후 헛되고 헛되도다, 단두대 쫓아 돌았더라! 무한을 향하여 제정신을 보려 정상성을 확인하려 돌아라! 돌아! 단두대, 날에 반사된 빛은, 두 초점과의 거리를 유지하며, 목을 향하여, 정상성을 확인하러, 그러나, 헛되고 헛되다! 그저 돌아라!

2024.10.23 데카당
이사

그대가 떠나기 며칠 전 그대의 얼굴을 보자마자눈물을 훔쳤노라그대가 떠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나는 그대가 그립노라 하고 생각했노라묘하게 빈자리가 크게 느껴져그대를 무척이나 찾았노라그래도 그대는 만날 수 없었노라 온종일온시간그대의 생각만 났노라나는 외로웠노라그대가 살던 집을 지나치며조용히 이슬비 같은 눈물을 훔쳤노라

2024.10.23 라임
나는 자살이 체질인가보다

목을 손으로 더듬더듬 짚어뜨끈한 열은 손으로 전도되네왜 목을 손으로 쥐어잡지?절취선이 어디있나 찾는걸지도 몰라이건 어제 목 매달아 죽은 이의 습관나는 그 습관을 빼다 박았네울대를 찾아 목을 쥐어목폴라 하나도 버거워하는 나날속에 손바닥은 왜 편안한건지잡아뜯고싶은 모가지를 움켜쥐며 날뛰던 심박은 다시 원상태로문고리에 밧줄을 걸고목에 감아그어지는 벌건 낙인부족한 숨은 모자란 지식으로 메꾸어다음에 갚을게요탁월한 선택빚은 늘어가어제 죽은 나를 대신해 살아갈 뿐인 하루들시뻘건 어제를 떨쳐내려 몸을 떨면서소매에 남은 네 진홍빛 루주 자국처럼깨물고 핥아서 지워질 수 있는걸까덧바르고 덧발라도 선명한 붉은색 입술은 완곡한 호선을이건 멈출 수 없는 폭동바스티유를 습격해더러운 시장의 목에 창을절취선을 따라 그어다시 다시도돌이표다 카포〻

2024.10.23 탈피
정형외과전문의의진단

흘러라 흘러라눈물 나르는 네 뺨에 하나 구겨짐 없으니어쩔줄 몰라하는 의사의 고운 말투는사다리타는 우는 얼굴을 증명하지 않으니두드려도 대답없는 너의 어깨는그렇게 덩달아 굳어버리고 만 것이다주름진 것은 너의 마음이지만주름진 것은 의사의 콧잔등이지만

2024.10.22 기주땅도끝장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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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jang
공지사항 제42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 결과 안내

안녕하세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제42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 수상 결과를 안내드립니다. □ 제42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시) 분야 상훈 수상자명 작품명 시 장원 김ㅇ언 지우개의 행방 우수상 김ㅇ림 볼풀장 장려상 정ㅇ영 뜨개질 장려상 이ㅇ민 지우개 인간 장려상 주ㅇ영 지우개 입선 박ㅇ희 기다림 입선 정ㅇ연 영구임대 입선 박ㅇ원 공연 입선 박ㅇ정 기다림 □ 제42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산문) 분야 상훈 수상자명 작품명 산문 장원 김ㅇ애 매실의 시간 우수상 박ㅇ연 지우개 장려상 전ㅇ희 지우개는 그곳에 두고 왔다. 장려상 장ㅇ현 기다림의 순환 장려상 김ㅇ연 나는 오늘도 내일의 나를 기다립니다. 입선 박ㅇ선 그런 기억도 소중하다고 당신에게 배웠습니다. 입선 손ㅇ선 겨울 준비 입선 조ㅇ옥 두번 심은 고추(모종) '기다림' 입선 김ㅇ연 얀의 선물 □ 제42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아동문학) 분야 상훈 수상자명 작품명 아동 문학 장원 고ㅇ성 특별한 청설모 우수상 임ㅇ정 회색 꼬마 공룡 지우개 장려상 지ㅇ순 안젤라 누나 장려상 이ㅇ민 한 줄 두 줄 엮이더니 장려상 한ㅇ비 나와 너의 기다림 약속 입선 이ㅇ지 커다란 지우개 입선 김ㅇ영 당근 김밥 입선 이ㅇ희 기다림 입선 한ㅇ숙 D-15 누나가 나타났다. □ 제42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특별상) 상훈 수상자명 작품명 특별상 오ㅇ원 나와 타인 특별상 김ㅇ희 지우개

2024.10.11
공지사항 제2회 마로니에온라인백일장 결과 안내

안녕하세요. 제2회 마로니에온라인백일장 수상 작가님을 다음과 같이 안내드립니다. 마로니에온라인백일장은 올해 2회차를 맞이하였으며, 올해 297명의 작가님께서 참여해 주셨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작가님께 감사드리며 차년도에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인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대상(1명) 상훈 성명 연락처(뒷 4자리) 대상 이*숙 0691 □ 공감상(5명) 상훈 성명 연락처(뒷 4자리) 공감상 한*희 6220 방*의 8596 장*교 3370 김*아 7073 정*선 5498 □ 소통상(15명) 상훈 성명 연락처(뒷 4자리) 소통상 김*선 9218 유*하 0913 박*영 0631 장*현 5963 김*언 8675 이*령 7811 조*숙 0875 박*롱 7714 최*숙 4557 권*현 8068 이*지 0691 정*숙 7863 최* 5552 강*은 0694 이*님 3413

2024.10.08
공지사항 제42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 참여(등단/미등단) 관련 안내

안녕하십니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입니다. 제42회 마로니에여성백일장에 관심가져 주심에 감사합니다. 마로니에여성백일장의 등단(미등단) 작가님들의 참여와 관련하여 안내드립니다. 마로니에여성백일장은 한국 문학의 저변 확대와 여성 문학인 발굴을 목표로 미등단 여성 작가님들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학계의 흐름과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여, 등단 이력이 있는 작가님도 본인이 등단하지 않은 장르(시, 산문,아동문학에 한함)에 참여하실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아래 내용을 참고하시어 참여 가능 여부를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ㅇ 마로니에여성백일장 참여 가능여부 안내 - 마로니에여성백일장은 여성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단, 등단 여성 작가님은 등단하신 장르로 참여는 불가하나, 다른 장르로는 신청이 가능합니다. - 마로니에여성백일장 신청 예시 1. 산문(소설) 분야 등단 작가님 → 산문 부문 신청 불가(아동문학, 시 부문 참여 가능) 2. 아동문학 분야 등단 작가님 → 아동문학 중 세부 장르의 등단 분야 신청 불가(시, 산문 참여 가능) (예시 : 아동문학_동화 등단일 경우 동화 신청 불가, 동시로는 가능 / 반대일 경우도 동일) 3. 시 분야 등단 작가님 → 시(시조) 부분 신청 불가(소설, 아동문학 참여 가능) 4. 등단 이력은 없지만 마로니에여성백일장 동일 장르 수상 이력이 있을 경우 참여 가능 여부 → 장원 수상 이력 외 참여 가능 위와 같이 안내드립니다. 추후 사업의 경우 현재보다 더 개선된 방향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성 작가님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4.10.02
공지사항 [초대] 김언 시인 · 천운영 소설가의 문학집배원 공개 낭독회

[초대] 김언 시인 · 천운영 소설가의 문학집배원 공개 낭독회 문학광장 문학집배원 김언 시인과 천운영 소설가가 문학주간 2024에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조성래 시인의 『천국어 사전』과 윤이안 소설가의 『온난한 날들』을 작가의 목소리로 직접 들으며 문학집배원 두 분과의 대담까지, 모두 9월 27일 금요일 오후 2시 예술가의집 라운지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신청링크 바로가기 https://booking.naver.com/booking/12/bizes/1227217/items/6152716

2024.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