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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소리

[문장의소리] 시인과 함께 모서리에서 놀기 with 김사라 시인 | 811화 '당신의 첫'

안녕하세요? 소라님들, 문학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입니다. 저는 우다영입니다. 811회는 [당신의 첫]으로 진행됩니다. 오늘은 김사라 시인과 함께합니다 * 당신의 첫 :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신인 작가를 초대합니다. [작가소개] 김사라 시인은 제25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방송내용] 00:00 인트로 01:07 작가소개 & 근황토크 03:05 등단, 당선 전과 후의 변화 06:58 교육학 졸업생, 시에 빠져든 계기 09:15 좋아했던 시집 10:45 기억나는 심사평 15:43 어떻게 시의 질료를 채집하는지 17:55 연작의 구성을 가진 시 21:25 시 속에 '지하철' 25:30 모서리에서 놀기 27:40 해외로 입양을 간 쌍둥이 32:55 유독물질? 유독시? 위험한 독서를 하고 계시네요 35:20 밸런스 게임 37:00 하나의 목소리인 줄 알았는데 다가가자 수천 개로 갈라졌다 38:45 시낭독 첫낭독 44:00 방송 소감 향후 계획 Q. DJ 우다영 : 최근 신인문학상에 당선되며 활동을 시작하셨는데, 주변에서 어떤 축하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김사라 시인 : 다들 자기 일처럼 축하를 많이 해주었고, 놀라워해 주고, 저도 거기에 놀랐습니다. 너무 따뜻한 축하를 많이 해 주셔서 저도 즐겁고 따뜻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Q. 당선 이전까지 공모를 많이 내셨는지, 이번 당선을 확신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공모에 대한 경험이 많은 것이 아니어서 이번 결과를 듣고 오히려 더 기뻤던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 Q. 당선 과정에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으신지, 등단 이후의 일상에 달라진 것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여기에 있는 것도 굉장한 일상의 변화이고요. 기억에 남는 축하의 말이 있었는데, 제 시에 나온 여자들의 이름을 모두 적어 유리에 새겨 준 친구들이 있어요. 그걸 보고 한바탕 울고, 몇 달 동안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Q. 당선 전화를 받으실 때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계셨는지 궁금합니다. A. 그날은 제가 아침에 일찍 나갔다가 들어와서 밥을 차려 먹고, 저녁에 일을 가야 해서 자고 있었어요. 낮잠이나 오후 잠을 자면 온몸에 땀이 나고 헐떡거리며 일어나곤 하잖아요. 그런 상태에서 전화를 잠 안 잔 티를 내려고 노력하며 받았고요. 꿈인가? 아직 꿈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제가 뭐라고 대답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러곤 친구들에게 전화하고, 옷 갈아입고 양치하고 나와서 일하는 곳으로 가면서 소중한 알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credit] ㅇ 연출 | 유계영 시인 ㅇ 진행 | 우다영 소설가 ㅇ 구성 | 문은강 소설가 ㅇ 시그널 | 손서정 ㅇ 일러스트 | 김산호 ㅇ 원고정리 | 강유리 ㅇ 녹음 | 문화기획봄볕 ㅇ 쇼츠 | 아이디어랩 (Makesense 이용호) ㅇ 기획·총괄 | 한국문화예술위원

2025.09.10
[문장의소리] 세계를 향해 탁 돌아서는 순간 작동하는 판타지 with 배명훈 소설가 | 810화 '지금 만나요'

안녕하세요? 소라님들, 문학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문학 라디오, '문장의소리'입니다. 저는 우다영입니다. 810회는 [지금 만나요]로 진행됩니다. 오늘은 배명훈 소설가와 함께합니다 • 지금 만나요 : 새 책을 출간한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작가소개] 배명훈 소설가는 2005년 SF 공모전 당선과 함께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 『타워』, 『안녕, 인공존재!』, 『총통각하』, 『예술과 중력가속도』, 중편소설 『가마틀 스타일』, 『청혼』, 장편소설 『신의 궤도』, 『은닉』, 『맛집폭격』, 『첫숨』, 『고고심령학자』, 『빙글빙글 우주군』, 동화 『끼익끼익의 아주 중대한 임무』, 산문집 『SF 작가입니다』 등이 있다.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하였다. 최근 장편소설 『기병과 마법사』를 출간하였다. [방송내용] 00:00 인트로 01:07 작가소개 & 근황토크 03:00 『기병과 마법사』책소개 04:10 기억에 남는 독자 코멘트 08:35 기사가 아닌 기병, 유목민을 다루는 세계관 19:02 주인공 영윤해 27:25 작가님이 꼽는 가장 재미있는 인물 29:50 거문담? 술름고리? 공간의 탄생 비화 32:55 전투 장면 36:28 이 부분을 집중해서 보시면 좋습니다 39:00 20년 후 나에게 전하는 말 Q. DJ 우다영 : 최근 장편소설 『기병과 마법사』를 출간하신 후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배명훈 소설가 : 출간하고 나면 사람들이 ‘저런 작가가 있었구나’ 하며 강연 같은 것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요 몇 달 동안은 강연하고, 강연 준비하고, 또 최근에는 쓰고 싶은 단편이 있는데 글이 나올랑 말랑하고 있어서 언제 쓸 수 있을까 노리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Q. 배명훈 소설가님께서 직접 최근 출간하신 장편소설 『기병과 마법사』를 소개해주신다면? A. 제목을 통해 연상되지만, 판타지 소설이에요. 제가 단편소설은 판타지를 많이 썼었는데, 장편으로 판타지는 처음 쓴 것이고요. 전쟁, 모험, 사랑, 세상의 종말, 그걸 막아내는 운명 같은 것들이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Q. 그간 독자님을 만날 기회가 많으셨을 것 같은데, 독자님께서 해주신 말씀 중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A.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독자분들 중 그런 분들이 많으셨어요. ‘내가 판타지는 주로 읽지 않았는데, 혹은 전쟁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읽어보니 재미있다’, ‘다 읽어보니 이해가 되고 잘 그려진다’는 제게 만족스러운 평이 있었고요. 인상적이었던 평은 제가 이 소설의 주인공 외모에 대해 묘사하지 않았는데, 몇몇 독자분께서 ‘잘생긴 게 틀림없다’고 해 주셨어요. 마치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강동원 배우의 후광 연출 논쟁처럼 말이죠. 후광은 연출된 적이 없으나 보이는 것 같다는 것처럼, 외모에 대한 묘사는 없으나 잘생긴 게 틀림없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2025.09.03
[문소의 여름방학] 지금 문학하고 있습니다만? EP.04

문소의 여름방학 마지막화!를 맞이하여 작업실로 작가님들을 초대했습니다. 문학을 한다는 것은, 책상에 앉기 전 하염 없는 딴짓의 시간까지 포함하는 것... 4인의 작가님이 글을 쓰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치며, 또 어떤 능력을 발휘하시는지 대결을 진행합니다! 소설팀 VS 시팀의 방구석 올림픽 '지금, 문학하고 있습니다만' 지금 시작합니다. 00:00 인트로 02:30 게임 1. 작가들의 상상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06:55 속마음 인터뷰 1 08:35 게임 2. 글쓰기는 '집중력'이 합니다 10:25 속마음 인터뷰 2 12:08 게임 3. 손은 산성비보다 빠르다 15:53 속마음 인터뷰 3 19:19 게임 4. 글쓰기의 힘은 '엉덩이'에서 온다 21:48 번외게임 & 엔딩

2025.08.30
[문소의 여름방학] 도서관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EP.03

도서관, 책만 읽는 곳이 아니다?! 놀이의 장소로 도서관을 탐방하는 작가 4인방의 본격 브이로그 예능 ! 다채로운 문학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시작한 '문소의 여름방학' 세 번째 에피소드 [도서관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를 공개합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보지 않아도, 문학적 공간의 분위기와 재미를 즐기고 싶은 분들께 일상 속 도서관을 즐기는 방법을 안내해 드려요 문학에 대한 관심이 절로 생기는 도서관에서의 방학, 함께 즐겨 볼까요? 00:00 인트로 00:25 오늘의 목적지는 바로 '도서관'입니다. 02:27 도서관 입장! 05:14 오전 미션 시작 + 도서관 즐기기 22:30 오후 미션 시작 + 도서관 즐기기 30:06 도서관 여행 소감 공유 32:02 우리에게 도서관이 필요한 이유

2025.08.22
[문소의 여름방학] 텍스트힙의 종착지는 '서예'다 EP.02

영디 : 북촌 한옥마을에는 왜 왔죠? 유피 : 텍스트힙을 체험(?)해보러 왔습니다 다채로운 문학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시작한 '문소의 여름방학' 그 두번째 에피소드! [텍스트힙에 관한 동양적 접근] 따라 쓰고 싶은 시나 소설을 각기 선정 문장을 먹으로, 마음으로 새겨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00:00 인트로 00:14 텍스트힙(text-hip)은 실제하나 01:56 서예 배우기 1 05:00 쉬는 시간 07:02 서예 배우기 2 08:21 필사할 책과 문장 10:55 족자에 필사하기 도전! 12:45 아웃트로

2025.08.14
[문소의 여름방학] 편집자 책상 털러 파주출판단지로 떠났습니다 EP.01

영디 : 파주출판단지에는 왜왔죠? 유피 : 편집자님들은 어떻게 일하고 계신지 구경하러 왔습니다 다채로운 문학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시작한 '문소의 여름방학' 그 첫번째 에피소드! [편집자의 책상]이 찾아 왔어요 난다출판사에서 일하고 계신 권현승 편집자님을 몰래 찾아가 편집자의 책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들여다 보고 왔습니다 00:00 인트로 00:54 편집자의 책상 구경 & 꾸미기 10:30 교정교열 체험 17:55 아웃트로

202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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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물속 골리앗*

더 쓰다듬어 줄 수 있겠지손이 나에게로 온다잡고 싶게 생긴 손겨울빛 전등이 우산처럼 떨어진다우리는 그 속에서 물 얘길 하고물속에 있는 사람은 숨을 쉴 수 있는 것처럼 골목을 돌아간다물속에서 우산은 별로 필요 없겠지빛을 막으려는 게 아니라면그래도 동생은 우산을 쓰고 간다우산을 쓴 동생은 수초 아래 모인고기의 집합체 같다물속에서 우산을 쓰고 가다가 고개를 내밀면 어떡해해를 받으려는 건지 쓰다듬어 달라는 건지 알 수가 없잖아동생은 드디어 진화한 것 같고나 고기 같은 등만 보지 않음 돼검은 어항에 밥을 주며축축하게 돌아온 동생젖은 몸은 미끄덩한 생물 같아여름이 죽음처럼 잠을 자면꿈속에서 난 물 안을 걷는다걷다가 걷다가 고개를 돌리면머리는 이미 경계를 빠져나와 있고동생의 심장 속에서 나는즐거운 춤을 춘다가지 마세요우산처럼 날 붙잡는 손을조금 더 쓰다듬어 줄 수 있겠지물속에서 해를 맞으며 춤을빛을 두드리고 빛이 두드리는 굴곡에 드러눕고살아 있는 생물 같이 바짝 마르면 안 될 것 같은 미끄덩한 생물 같이그래 그런 박자가 오면 피하지 말란 말이야마음껏 우산을 쓰고 강으로 뛰어들란 말이야나에게로 온다잡히고 싶지 않은데목을 이리저리 흔들 수 있는 비트우산살을 다 부수고질퍽한 장화로도도로를 마구 밟아 버리고진흙으로 발자국을 남긴 꿈속식은땀이 난다눈을 뜰 때 축축한 전등골목을 돌아가면 다신 오지 않는 손*김애란 소설, -물속 골리앗-

2025.09.19 방백
환상

노릇하게 익어가는 가을밤 휘영청 떠오른 보름달이 잠꼬대하고포도 껍질 같이 따스한 이불 덮은 아이가동그란 구슬 굴리며 미소 짓는다 검은 하늘이 아늑하다 시원한 바람 부는 검은 새벽총총히 밤하늘 장식한 별무리 스쳐가는 별똥별이 속삭인다난간에 너무 기대지는 말라고 조용히 발끝 세워 걷는 인형들달빛 스며든 창가끝끝내 잠든 아이 바스락 바스락 밟히는 소리낙엽이 깨지는 황홀한 소리 들린다 밤의 소리가고요한 밤의 소음이풀벌레 노래하는 환상이 푹신한 바닥이 꺼진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무작정 떨어지고 솟아오르는부양의 세계 기적 같은 꿈과요술 같은 가을 낭만이 지배한 밤하늘고매한 짐승 울음 짓는 신비의 새벽녘 꿈을 꾼다 역시나 꿈 같은 몽중에서목마 타는 어린 아이빙글빙글 돈다

2025.09.18 도연
소설 매연

의사, 판사, 검사, 변호사. 스카이 학사, 석사, 박사... 이른바 '1등급 인간들'. 몸은 점점 커지는데, 이상하게 자꾸만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내게는 절대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열여덟에 대한 동경심도 김이 식어 갔다. 사실, 내 정신은 길을 잃은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열다섯,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그닥 분위기가 좋지 못했지만, 덕분에 난 공부를 꽤 잘하는 축에 속했다. 난 그런 나 자신이 좋았다. 삭막한 도시에서 싹을 틔워내는, 비유하자면 그런 뿌듯함이 내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싹이 꽃을 피우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난 꾸준한 내가 좋았지만 세상은 날 자꾸만 독촉했다. 어서 떡잎을 솟아내라고, 봉우리를 맺으라고, 꽃이 피려면 멀었냐 물었다. 아스팔트 아래 묻힌 줄기들은 열등한 것들이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어느 날, 꾸준함이 게으름으로 비춰지기 시작했을때 부터 난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람을 타고 나는 잎들에 대한 부러움이 자라났다. 그 부러움은 어느새 동경이 되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학원 수업을 마친 평일의 늦은 밤엔 길거리를 전전하며 짙은 담배 연기를 뿜어대는 아이들이 있었다. 막상 그 아이들을 비추는 빛의 근원은 아직 불이 켜져 있는 학원가의 LED 조명이었지만, 내 눈에는 그 빛이 마치 스포트라이트처럼 보였다. 그 아이들이 내 눈 바로 앞을 지나갈 때는 탁하고 쓰거운 냄새를 퍼트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잠시 뒤 코끝에서 느껴지는 희미한 향수 냄새는 상쾌하고 달큰했다. 그 요상한 괴리가 내 마음을 자꾸만 부풀렸다. 그 아이들은 규칙성이 없었다. 항상 가는 곳 따윈 없었고 순서도 제각각이었다. 매일같이 지나가는 곳은 우리 학원 건물 앞 거리가 유일했다. 매일 학교, 학원, 집, 학교 학원, 집을 반복하는 나와는 너무도 다른 인생이었다. 커지는 부러움에 한심하다 욕하고, 미래를 꿈꾸지 않는 놈들이라고 되뇌어도 봤다. 젊음에 국한한 자유로움일 뿐이라고. 하지만 너무 멋진 말이지 않은가? 그토록 짧은 청춘을, 모두가 그리워하는 인생의 파릇함을 내 뜻대로 살아간다는 게... 응, 너무 멋진 말이었다. 젊음과 자유, 그 두 단어의 조합이 자꾸 내 마음에 펌프질을 해댔다. 그리고 어느 순간, 펑.*** 난생처음 학원을 제꼈다. 학원 선생님께는 통보식 문자를 하나 보내놓았다. 그리고 향한 곳은 다름 아닌 골목, 그리고 작은 호프집, 그리고 다시 길거리.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가 휴대폰 플래시를 켰다. 바닥에 떨어진 담배꽁초 중 가장 깨끗하고 긴 것을 집어 주머니에 넣고 도망치듯 골목을 빠져나와 그 바로 앞에 자리한 호프집 앞에 섰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조심스레 문을 밀자 위에 달려있던 작은 종이 찰랑거렸다. 카운터에 올려진 작은 상자에서 라이터를 몰래 빼 온 후, 참았던 숨을 터뜨리며 거리를 달렸다. 알록달록한 간판들과 까만 전선들이 뭉텅이져 오묘한 빛깔을 냈다. 보랏빛의 밤거리를 달리던 다리는 백색 조명이 드리우자 익숙하게 한 빌라 앞에 멈춰 섰다. 평소라면 들어갔겠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발걸음을 멈추

2025.09.18 고래잠
수필 사랑에게.

널 처음 봤던 건 작년, 아파트 발코니에서였지. 한밤중에 넌 창밖을 바라봤고 난 네 옆모습을 바라봤어. 분명 여름이었는데, 하필 장마철이라 습하기도 엄청 습했는데, 널 딱 발견하고 나니까 거짓말처럼 바람이 불더라고. 허공에 휘날리던 네 곱슬머리가 얼마나 예뻤는지 넌 모르지? 그때부터 널 좋아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 그래서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준비하고 나와서 네 집 앞에서 기다렸어. 지금이라도 고백할게. 나 사실 그날 너희 집 앞에서 30분 동안 기다렸어 ㅋㅋ. 우리 비록 다른 교복을 입었지만 매일 같이 등교하고 같이 하교했잖아. 그것도 사실 다 일부러 그랬던 거였어. 그땐 어떻게 그렇게 부지런했는지, 평소보다 한 시간은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고, 매일 학교 끝나자마자 버스 정류장으로 들입다 뛰어갔어. 13번, 너랑 같은 버스 타려고. 운명은 우연으로 완성돼. 우연의 연속이 곧 운명이 되는 거잖아? 무언가의 결정체로서의 운명이라는 게 난 참 좋거든. 그래서 너라도 나와의 만남이 운명이라고 여기길 바랐어. 자꾸만 우연을 만들어냈지. 그런데 나중엔 우리가 서로의 옆집에 살았던 것도,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발코니에 서 있던 것도, 그때 마침 불던 바람도 다 운명인가보다 했어. 그러니 우리는 아마 인연이 맞을 거야. 네가 나한테 처음 인사해 줬을 때 얼마나 떨렸는지 몰라. 매일 일찍 일어나느라 5교시에 점심 먹고 꾸벅꾸벅 졸던 것도, 교과서 볼 때, 책 볼 때, 영화 볼 때, 심지어 시험 볼 때조차 네 이름만 나오면 두근대서 집중하지 못했던 것도, 오늘은 혹시 대화하게 될까 하면서 하루에 다섯 번씩 양치하던 것도, 학교가 끝나면 매일 같이 뛰느라 금방 달아버린 아끼던 신발의 밑창을 물티슈로 문지르던 것도, 그날의 네 한마디에 즐거운 기억이 되더라. 그래서 네가 더 좋아졌어. 네게 고마워할 일이 많아져서 기뻤어. 그러던 어느 날 네가 먼저 말을 걸어줬을 때, 그때도 정말 거짓말처럼 바람이 불더라. 한여름에, 그것도 버스 안에서! 그때 우리가 정말 운명이구나 했어. 그렇지만 기억나는 대화 내용은 없어. 너무 떨려서 심호흡만 수십번을 했거든. 그날 숨을 얼마나 들이쉬었는지, 해 질 녘 여름의 진하고 텁텁한 그 주홍빛 향기가 아직도 생각이 나. 내가 너한테 고백한 날, 진짜 모든 게 엉망진창이었는데. 네가 그 고백을 받아줄 줄 몰랐어. 그날은 택시를 타고 먼저 집 앞으로 갔어. 가서 얼른 꽃도 사고, 네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으니까. 근데 역시 하굣길엔 차가 꽤 막히더라. 차비가 왕창 나오는 바람에 꽃은 세송이 밖에 못 샀는데, 시간도 부족해서 뛰다가 요란하게 넘어져 버렸어. 덕분에 꽃 하나는 꺾여버리고, 무릎은 다 까지고... 그래도 네가 오는 시간까지는 겨우겨우 맞췄는데, 그때 내 꼴이 어땠는지 몰라. 긴장해서 손은 벌벌 떨리는데, 상처는 자꾸 따끔거려, 식은땀은 자꾸 흐르고. 근데 네가 그 튤립 두 송이를 받아주더라고. 샛노란 게 예쁘다면서. 그러곤 무릎을 꿇더라. 주머니에서 밴드를 몇장 꺼내더니 내 무릎에 붙여주는 거야. 그땐 마냥 기뻤

2025.09.18 고래잠
월몰

난정해진 궤도 대로정해진 거리에서어두운 나의 빛은네겐 보이지 않아서차가운 나의 온기는네겐 닿지 않아서반짝이는 미소의 그 아이를바라보는 너의 환한 웃음그런 널 바라보는난푸른 옷소매를살포시 잡고서난내일 밤을 기약하며고개를 숙인다

2025.09.18 고래잠
톰과 집

도와주세요 어린 톰이 말했다 몸이 아물지 않아요톰은 마음 속에 크고 길다란 집을 품고 살아왔다 언젠가 다 크고 나면 그 집을 한땀 한땀 직접 지을 셈이었다 원하는 색조와 원하는 질감을 입히겠다고 다짐했다크고 길다란 집을 지으려면 키가 커야 하므로 톰은 양을 셀 마음이 들기 전에 잠에 들었다때때로 들리는 고함소리에 꿈이 아닌 방에 갇히면양 대신 빨리 자라나는 것들을 세었다 강낭콩 푸성귀 하얗고 검은 버섯 이웃이 오면 톰네 엄마는 옷소매를 내리며우리 아들은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어요 장하죠 톰이 그린 크고 길다란 집에 엄마는 없었는데이 집은 얄팍하고 가벼운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어 톰은 종종 생각했다 툭하면 짖는 개는 성대결절인 것 같았고 엄마에게 짖어대는 아빠는 더 큰 병이 있었다 비가 오면 우산살은 덜렁댔고 문틀은 덜컹댔고집을 따라 표류하다 보면 내일이 없어지는 것 같았기에톰의 그림에는 늙은 개도 낡은 문틀도 없었다 톰은 그렇게 한동안 컸다강낭콩과 푸성귀와 하얗고 검은 버섯을 먹었다엄마는 같은 색깔의 약을 먹었지만 여전히 반팔 옷을 꺼렸다톰은 그렇게 또 영영 컸다어느 순간부터 이웃들은 톰의 무관심을 질타했다 어둠 속에선 귀를 열고 주변 소리를 좀 들어봐톰은 엄마의 붉고 푸른 멍에서 시선을 돌리던 게 누구냐고밤이 되면 블라인드를 내리던 것이 어느 쪽이냐고 되묻지 않았다 눈을 꽉 감고미래에 안착하려고 애쓰고 있었기에그조차 답을 확신할 수 없었다그래서 충분히 커진 톰은 이웃들을 그냥 밟아버렸다이웃집이 있던 자리에 자신만의 크고 길다란 집을 지었다선량한 이웃 톰은 이웃만이 할 수 있는 거리에서 부모를 아끼고 사랑했다톰? 옆집 어린애잖아요아주 오래 전에 도와달라고 찾아왔었죠 키가 충분히 크면다 잊힌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다 크면 꼭 자신만한 집을 가질 수 있다고 했어요그리고 창문을 쾅 닫아버렸죠 결국 모든 것은 관짝이 될 테니까*주의(는 아니고 한탄):이 시는 (내 여느 시처럼) 작위성과 극심한 비약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티너들이 조언해준 것과 완전히 상반되는 방향입니다. 또 나는 (여느 시처럼) 결국 결미를 수습하지 못했습니다. (여느 시처럼) 볼썽사나운 행갈이가 불시에 눈을 가릴 겁니다.기교가 뭐죠? 기교는 어떻게 그만 부리는 거죠? 난 여태껏 내가 기교를 부리고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근데 이거 기교지요? 이런 망할. 똥글에 한나절을 쏟다니.종합단점세트로 시간을 뺏어서 미안합니다. 조금만 쓰려고 했는데 히스테리를 부렸군요. 내가 그렇지요 뭐. 합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게 되거나 완전히 파산한다면 를 써 볼게요.

2025.09.18 강완
마른 것

작열하는 태양나무 그늘에 서 있으면풀은 흔들리는데 바람은 느껴지질 않고어쩌면 일부는 나의 선택이었을 것말라가는 풀을 생각하면 내가 고른 적 없는 것을 원망하게 됐다염증이 느껴진다고 말했고 감사할 줄 모른다는 타박피부는 부어르는데 마음은 쪼그라드는구나 서로 들러붙는구나열감을 느낄 수 없었다풀이라면 밟기 일쑤였으니 당연한 일이다상호작용하지 않는관계화면 속 교주는 유통기한이 지난 참치 캔을 건넨다신자는 몇 번이나허리 숙인다비쩍 마른 손으로 받아 든 캔은 가장자리가 찌그러져 있는데방에는 상한 우유와 거뭇한 햇반 같은 것들이 늘어져 있고흐린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참치 캔의 상표와 신자의 방 구조와당신들의 얼굴을 볼 수 없어서……사과해야 하는 일과 사과하지 않아도 되는 일과 사과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려고 했다음량을 줄였다

2025.09.18 joo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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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소식 2025년 문장웹진 문장서포터즈 모집

2025년 문장웹진 문장서포터즈 모집안내 2005년부터 운영된 국내 최고(最古) 온라인 문예지 문장웹진에서 문학 콘텐츠 발굴 및 문학애호가·예비 작가 지원을 위한 서포터즈를 아래와 같이 모집하오니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 모집 일정 ㅇ 공고 및 지원 : 2025. 5. 12(월) ~ 5. 16(금) 23:59 ㅇ 발표 : 5. 23(금) ㅇ O.T : 5. 28(수) 16:00 / 대학로 예술가의집 (*선정자 필수참석) □ 모집 대상 ㅇ 선발인원 : 6명 ㅇ 자격 : 만 18세 이상 미등단자 ※ 우대사항 : 글틴 월 장원 선정자, 문장청소년문학상 수상자 ※ 지원서 제출 시, '글틴 월 장원 선정 공지글 스크린샷', '문장청소년문학상 상장 혹은 상패, 수상 공지게시글' 등 첨부 □ 활동 기간 ㅇ 임명일로부터 12월까지 □ 활동 내용 ㅇ 직접 작성한 활동계획서를 기반으로 수도권 및 지역별 문학 행사, 문학기반시설(작은 서점·문학관 등)을 체험하거나 문예지, 문학 작품을 읽고 콘텐츠화하여 문장웹진(https://munjang.or.kr/webzine)에 소개한다. (총 3회) ※ 문장웹진 20주년 맞이 과거 문장웹진 콘텐츠 취재 1회 의무 □ 활동 혜택 ㅇ 문장서포터즈 임명장·수료증 수여 ㅇ 서포터즈 활동비 지급(콘텐츠 1건당 30만원/원천세 포함) ㅇ 활동비와 별도로 취재에 필요한 인터뷰 비용 지원(총 3회) ㅇ 문장서포터즈 굿즈 지급 □ 지원 방법 ㅇ 문학광장>알림광장>문장공모 ※ 문학광장 회원가입 후, 양식 다운로드 받아 작성하여 제출 □ 접수 및 문의 ㅇ 담당자 연락처 : 061-900-2337 / kml3108@arko.or.kr

2025.05.08
문장소식 호텔프린스 소설가의방 작품집 발간 기념 이벤트(얼리버드 댓글 이벤트)

〈호텔프린스 소설가의방 작품집 발간 기념 이벤트〉 ㅇ 이벤트기간 : 2024. 11. 27(수) ~ 12. 6(금) ㅇ 당첨인원 : 30명 ㅇ 당첨경품 : 호텔프린스 소설가의방 앤솔러지 소설 및 에세이 각 1권(총 2권) / 출판사(아침달) ㅇ 참여대상 : 문학광장 회원 ㅇ 당첨자발표 : 개별안내(별도 공지없음) ㅇ 참여꿀팁 : '호텔프린스 소설가의방'의 많은 원고에 댓글을 달수록 당첨확률이 올라갑니다. ㅇ 유의사항 - 이벤트 참여 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에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 수집한 개인정보는 이벤트 경품 발송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 문학광장 회원가입 시 등록한 연락처로 안내하오니 회원정보를 꼭 수정해주시기 바랍니다. - 당첨 사실 안내 후, 일주일 이내 회신이 없으면 당첨이 취소되오니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ㅇ 문의 : 061-900-0326

2024.11.27
문장소식 2025년 1분기 소설가의방 입주작가 모집

2024.11.07
문장소식 제2회 마로니에온라인백일장

2024.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