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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러의 무덤

  • 작성자 탈퇴 회원
  • 작성일 2015-07-11
  • 조회수 1,045

레슬러의 무덤

 

레슬러가 죽었고 그 자리에는 꽃이 피었다.

레슬러의 남편은 레슬러에게 매일매일 물을 뿌려주었다. 레슬러는 물을 잘 받아먹었고 잘 자랐다. 그는 가끔 아내와 함께 티타임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옆에 둘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이웃집의 여자는 구름이 되어 죽었다. 한 번의 비를 뿌리고 사라졌을 뿐이었다. 여자의 남편은 물을 증발시키지 않으려 각고의 노력을 했지만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남자에 비하면 그는 자신의 상황이 썩 괜찮다고 생각했다. 젊은 여자나 아이가 되어 죽는 여자들도 있었지만 그건 그거대로 힘든 일이니까. 그는 커피를 마시며 레슬러를 바라보았다. 레슬러는 장미. 젊을 적 레슬러의 음부처럼 붉은 장미였다.

레슬러는 곧 방을 가득 채울 만큼 거대해졌다. 그만큼 레슬러의 향이며 존재감은 더더욱 뚜렷해져 그는 살았을 적 레슬러를 온전히 느끼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쯤부터 그는 가끔 레슬러를 앞에 두고 자위를 했다. 레슬러에 묻은 정액을 정성스럽게 닦아주었다. 레슬러는 잘 자랐다.

그는 낮잠을 자고 있었다. 레슬러가 있는 방의 열린 창으로 바람이 들었고 바람은 곧 레슬러의 향이 되었다. 그는 문득 자신을 부르는 레슬러의 목소리에 이끌려 눈을 떴다. 레슬러를 바라보았다. 레슬러는 미동도 없이 그 자리에 있었지만 그를 부르는 목소리를 또렷했다. 그는 레슬러에게로 갔다. 꽃잎을 파헤치며 레슬러의 중심으로 들어갔다. 이웃집의 남자가 욕조에서 익사한 채 발견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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