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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가경 문학평론
월간 현대시 2025년 6월호(제426호)
비스듬히 남은 밤의 노래
"누구도 깊은 지옥에 빠져 있는 사람들보다 순수하게 노래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천사들의 노래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그들의 노래입니다."1) - 1920년 8월 26일, 카프카가 밀레나에게 보낸 편지 일부 카프카의 이 문장은 고통 한가운데 있는 존재가 그 고통의 진실을 가장 정확히 노래할 수 있다는 역설을 제시한다. 특히 그가 '지옥에 있는 이들의 노...
민가경 문학평론
계간 포지션 2025년 여름호(제50호)
밀폐된 투명, 시간의 연금술 ― 최하연 시집
유리의 원재료는 모래이다. 유리는 모래로 만들어지고, 유리는 깨어질 때 다시 모래로 돌아간다. 어쩌면 시간도 마찬가지인지 모른다. 시간은 모래알 같은 기억들에 의해 흐릿하게 재구성되고, 시간이 지나갈 때 모든 기억은 미세 입자 형태로 산산이 흩어져버린다. 그러나 시간이 유리와 조금 다른 것은 그것이 늘 깨지고 있는 무엇이라는 점이다. 시간은 지금도 지나...
민가경 문학평론
계간 포지션 2025년 여름호(제50호)
실패하는 ‘도착’에게 ― 김근 시집
실패하는 도착 ‘에게’ - 김근, 『에게서 에게로』(문학동네, 2024) “너에게서 또다른 너에게로”(「에게서 에게로」)라 할 때, ‘너’와 ‘또 다른 너’ 사이엔 아마 딱 ‘‒에게서’와 ‘‒에게로’ 만큼의 거리가 놓일 것이다. 너무 당연해서 얼핏 장난처럼 느껴질 만큼 공허한 말 같지만, 이는 곧 ‘에게서와 ‒에게로만큼의 간극이 무엇인가?’ 하는 물음...
민가경 문학평론
월간 현대시 2025년 2월호(제422호)
감응感應과 감수感受의 디졸브
이번 오은경의 신작시 속 덤덤한 시적 자아들은 온 세계를 과거 '너'라는 상관물을 회상하기 위한 공간으로 재구성 중이며, 그 공간을 조밀한 언어로 구축하는 작업에 천착해 있다. 그 공간은 밀폐된, 그러나 거의 텅 빈 하나의 집 또는 방의 형태를 띠는 데, 인물들이 그 공허 안에 충만한 기억들을 부단히 감각하며 순정하게 읊조리는 독백은 지울 수 없는 예민함의...
민가경 문학평론
월간 현대문학 2025년 3월호(제843호)
아이( )마음 ― 김복희, 『장타령』 외 9편
김복희가 내놓은 열 편의 신작 시와 에세이에는 이런 표현이 되풀이된다. "아 이 마음." 대관절 그 마음의 정체가 무엇이관데 그렇게 '마음' 앞에 가로놓인 괄호 안을 자꾸만 헤집고 기웃거려보다가 문득 멈춰 서게 되는 것일까. 마음 앞에서 여전히 체계적일 수 있다고 단단히 오해 중인 나. 그렇게 점점 더 체계적으로 오인되는 마음의 세계. 그 괄호를 특정한 하...
민가경 문학평론
계간 포지션 2025년 봄호(제49호)
이상하고 아름다운 유체의 나라 ― 변선우 시집
* 변선우, 『비세계』 (타이피스트, 2024) 어떤 시집은 그 안에 도깨비도, 금도, 은도 등장하지 않지만, 읽는 내내 어떤 이상하고 아름다운 나라를 홀린 듯 거닐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었다. 변선우의 『비세계』가 그것이다. 그 유체의 세계를 장악하기 위한 도깨비방망이도, 방법론과 같은 도구도 나는 갖지 못했지만, 적어도 그곳에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
민가경 문학평론
계간 포지션 2025년 봄호(제49호)
어느 밤, 하얀 진실 같은 보푸라기가 ― 배수연 시집
* 배수연, 『여름의 힌트와 거위들』 (문학과지성사, 2024.) 배수연의 시집은 저마다 뚜렷한 갈래로 뻗어나가 단 하나의 공통분모로 묶어내기 난감하다. 그 시 세계가 자랑하는 넓은 스펙트럼 안에서 그나마 발견할 수 있는 패턴을 범박하게나마 짚어보자면, 그건 아마 『조이와의 키스』(민음사, 2019) 속 '조이'나 『쥐와 굴』(현대문학, 2021) 속 ...
민가경 문학평론
격월간 릿터 2025년 2월-3월호(제52호)
‘너머’에 없으리라는 기대 ― 『기대 없는 토요일』
기대는 철저히 교환 체계 안에서 발생한다. 그렇다면 반대로 '기대 없음'은 어떤 등가성의 원리로는 설명될 수 없는, 아니, 차라리 등가 관계를 중지시키는 오묘한 상태인 것은 아닐까? 여기서, 다시. 그렇다면 윤지양의 『기대 없는 토요일』 속 '토요일'이 애당초 우리에게 줄 것으로 기대되던 것은 무엇이며, 토요일은 왜 더 이상 기대되지 못하는 것일까? 그건 ...
민가경 문학평론
포지션 2024년 겨울호(제48호)
두리번거리는 시 ― 안희연, 『당근밭 걷기』(문학동네, 2024)
시인의 첫 시집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창비, 2015)의 「소인국에서의 여름」에는 그가 누구든 그 영혼의 모판으로 회귀하게 하는 하나의 기차가 등장한다. 그 기차를 불러오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저 눈을 감으면 된다. 그러나 그 방법이 간단하다고 해서 누구나 기차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상함을 경계하는 누군가에게 눈을 감고 뜨는 일은 세상에...
민가경 문학평론
포지션 2024년 겨울호(제48호)
어서 이 반(半)투명을 ― 박소란, 『수옥』(창비, 2024)
어서 이 반(半)투명을1) 고요와 고임 ‘수유육덕(水有六德)’ 바위도 뚫는 끈기와 인내. 흐르고 흘러 바다를 이루는 대의. 어떤 그릇에나 담기는 융통성. 구정물도 받아주는 포용력. 막히면 돌아갈 줄 아는 지혜. 낮은 곳을 찾아 흐르는 겸손……. 노자가 강조했던 물의 여섯 가지 덕목은 필연적으로 물 분자와 다른 물질이 결합했을 때 물이 자아내는 응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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