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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정 문학평론
계간 문학과사회 2025년 여름호(제150호)
유령이 하는 일 : 윤성희, 『느리게 가는 마음』(창비, 2025) / 정한아, 『3월의 마치』(문학동네, 2025)
1. 그리운 당신, 반가운 유령 어느 날, 죽은 사람의 혼령, 즉 유령을 마주쳤다고 상상해보자. 거울에 비치는 상은 하나인데 내 옆에 무언가 형체가 느껴진다면, 그가 멀뚱히 나를 지켜보고 있다면,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는 공포를 느낄 것이다. 유령은 왜 무서울까? 영(spirit, 靈)이나 영혼soul 등 비물질적인 정신을 아우르는 유령ghost은 물리...
인아영 문학평론
계간 문학과사회 2025년 여름호(제150호)
당신을 향한 리듬 : 조시현,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문학과지성사, 2025) / 현호정, 『한 방울의 내가』(사계절, 2025)
문체는 단지 어휘의 선택이나 통사의 조합과 같은 수사적 기술이 아니다. 내용 위에 덧붙여진 표면적인 장식도 아니다. 그것은 차라리 저자의 사유와 언어의 감각이 협상되는 장소에 가깝다. 언어의 전달 기능을 초월하거나 그것에 선행하면서 주체가 세계를 향해 던지는 질문을 생산·배치·조율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문체는 글쓰기에 딸려 오는 부속물이 아니라 ...
이소 문학평론
계간 문학과사회 2025년 여름호(제150호)
어른의 서정 : 백수린, 『봄밤의 모든 것』(문학과지성사, 2025)
1. 구본창의 비누 사진을 본다. 말라비틀어진 비누의 갈라진 틈에 흘려보냈어야 할 때가 박혀 까맣게 굳어 있다. 더는 손 씻는 데 사용할 수 없을 작은 비누를 차마 버리지 못한 연한 마음. 한낱 비누 조각에 담긴 손때에서 세월의 아름다움을 찾아낸 섬세한 시선. 누군가는 대수롭지 않게 말할 것이다. 아름답지만 그뿐. 스스로 빛나지 않는 것에 과할 만큼 ...
신은조 문학평론
계간 문학과사회 2025년 여름호 (제150호)
밝고 수다스러운 세계에서 살아남기 : 남현지, 『온 우주가 바라는 나의 건강한 삶』(창비, 2025) / 고선경,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열림원, 2025)
1. 젊은이가 아니라 모두의 젊은 세대의 풍조를 향한 기성세대의 염려 섞인 목소리는 언제고 존재했다지만 MZ를 향한 그것은 조금 커 보인다. 이와 같은 우려의 밑바탕에는 결혼이나 독립 같은 인생의 중요한 결단을 내리는 시기가 이전에 비해 확연히 지연되는 경향이나, 대기업의 취업 경쟁률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데에 비해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호소하는 역설,...
송현지 문학평론
계간 문학과사회 2025년 여름호(제150호)
정글짐 타기 ― 백가경, 『하이퍼큐비클』 (문학과지성사, 2025) 윤지양, 『기대 없는 토요일』(민음사, 2025)
집 근처 놀이터에는 아직 정글짐이 있다. ‘아직’이라는 말을 붙인 것은 이 놀이기구가 아이들에게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가 훨씬 많아졌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정글짐을 타다 팔이 부러지고, 이마가 깨지고, 온몸에 멍이 들곤 했다. 그 결과 더는 정글짐을 설치하지 않는 것으로 잠정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 누구도 다치지 않고 모두가...
송연정 문학평론
계간 문학과사회 2025년 여름호 (제150호)
기이한 집들이 : 차현준, 『온몸일으키기』(문학과지성사, 2025) / 박술, 『오토파일럿』(아침달, 2025)
타인의 집은 언제나 무한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벽지와 바닥재의 색깔부터 배치된 가구의 종류와 재질, 그 위에 놓인 소품과 집기의 모양새들은 공간을 채우고 집의 고유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집안에 존재하는 아주 큰 것부터 무척이나 작은 것까지, 무엇 하나 집주인의 취향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 없기에 누군가의 집에 발을 들이는 일은 그가 정성스레 가...
김유림 문학평론
계간 문학과사회 2025년 여름호 (제150호)
녹는점을 만지는 비인칭 주체들 : 김숨, 『무지개 눈』(민음사, 2025)
1. 흰 벽, 검은 구멍을 보는 거울의 눈 “내 눈雪동자는 떨어지고 있고 녹고 있다”(p. 171). 이 문장은 낯설고 난해한 도식이지만 두 가지 경우의 수를 추론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의 가혹한 운명을 대체하는 동시에 1997년 데뷔부터 현재까지 70편(장편, 단편 포함)이 넘는 소설을 발표해 온 김숨의 저력을 보여준다. 『무지개 눈』의 눈[雪]과 눈...
강도희 문학평론
계간 문학과사회 2025년 여름호(제150호)
없지만 있는 : 박선우, 『어둠 뚫기』(문학동네, 2025) / 김채원, 『서울 오아시스』(문학과지성사, 2025)
1. 엄마 이야기는 반칙인가 동료들과 종종 하는 이야기지만 이따금 어머니에 대해, 진부하고 문제적이지만 또 있을 법하고 유려하게 그려낸 작품들을 보면 난감하다. 이른바 ‘엄마 이야기’가 갖는 정동적인 파급력은 작품의 정당한 미학적 평가를 돕는가, 방해하는가. 그 정동이 비단 작가 혼자 만든 게 아니라면 이는 전략적 수단인가, 반칙인가. 어머니와의 경험 ...
김다솔 문학평론
계간 문학과사회 2025년 봄호(제149호)
자주, 계속 실패해보겠습니다 : 김지연, 『조금 망한 사랑』 (문학동네, 2024) / 안윤, 『모린』 (문학동네, 2024)
1. 말할 수 없는 균열 예측 불가능한 일들의 연속. 김지연과 안윤의 소설을 이렇게 표명한다면 분명 많은 이가 의문을 표할 것이다. 지난하지만 공감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문제들을 자주 다루는 작가들이니 말이다. 하지만 자신 있게 말해보건대 두 사람의 소설에는 독특한 사건들이 꽤나 자주 등장한다. 김지연과 안윤의 소설은 어딘가 금이 가고 삐걱대는...
선우은실 문학평론
계간 문학과사회 2025년 봄호(제149호)
상태로 말하는 방법 : 최재원 , 『백합의 지옥』 (민음사, 2024) /신미나 , 『백장미의 창백』 (문학동네, 2024)
표면-상태-읽기 문학은 인간의 내면 또는 물질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하나의 관점이다. 하나 내면은 '내면'에만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함으로써 앞의 문장은 의미를 다르게 가진다. 내면이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비틀리고 비뚤어진 형태로 또는 속에 있는 그것과 다르지 않은 형태로 비죽이 튀어나오는 것임을, 우리는 이미 안다. '내면'이라는 게 있다는 사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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