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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훈 문학평론
계간 자음과모음 2025년 여름호(제65호)
픽션의 용기와 멀리 가는 퀴어 ― 김병운론
여기 한 소설가가 있다. 2014년에 데뷔해 드물게 활동하는 동안 모(母/某)지는 사라져 버렸고 의도치 않게 퀴어 연애담을 다룬 에세이를 첫 책으로 출간한 뒤 ‘후련하게’ 매듭지은 장편소설로 조금씩 주목을 받기 시작해 퀴어 예술가의 자의식을 탐문하는 대표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한 소설가가. 곧 출간될 두 번째 소설집을 포함해 이 작가가 걸어온 여정은 짧지만 드...
김다솔 문학평론
계간 자음과모음 2025년 여름호(제65호)
인간을 다시 쓰는 이야기들
― 윤영광, 『칸트와 푸코―비판, 계몽, 주체의 재구성』, 북콤마, 2025.02. ― 윤은주, 『한나 아렌트가 필요 없는 사회』, 세창출판사, 2025.04. 윤영광의 『칸트와 푸코』는 저자의 박사논문을 근거로 하여 ‘비판·계몽·주체’라는 세 가지 개념이 칸트와 푸코의 철학 ‘사이’에서 새롭게 재구성되는 양상을 연구한 논문 모음집이다. 특히 윤영광은 ...
황유지 문학평론
계간 자음과모음 2025년 봄호(제64호)
내가 애쓰면 나의 타인이 되어줘
1. 상처받을 가능성 있음 Vulnerability 한 자리에 묶인 채로 일생을 살아가는 개는 어떻게 견딜 수 있는 걸까, 이사 온 뒤로 한 번도 갈지 않은 전구의 필라멘트는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까, 냉해를 입은 고목 나무는 좀 더 견뎌줄까, 추운 날의 전동휠체어 배터리는 그가 집에 다다를 때까지 견딜 수 있을까, 길고양이는 어디서 이 겨울을 견디...
정원 문학평론
계간 자음과모음 2024년 여름호(제61호)
형식을 개척하는 형식 : 이지아, 『아기 늑대와 걸어가기』
1. 『아기 늑대와 걸어가기』에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이들"(「운명과 자두와 힘」)이 있다. 형식을 가져오되 그 형식의 기존 관념을 깨려고 한다는 시인의 한 인터뷰 기사를 미루어 보았을 때, 그는 기존의 (서정)시 형식과는 많이 다른, 아주 오래된, 잠들어 있는 어떤 시의 형식, 그러니까 과거라는 시간에 잠재되어 있는 서사시와 극시의 형식을 깨우려고 한...
진기환 문학평론
계간 자음과모음 2024년 봄호(제60호)
우연과 애도, 그리고 글쓰기 : 김나현, 『래빗 인 더 홀』
『래빗 인 더 홀』1)에는 직장 상사의 부당한 지시로 인해 미래에 대한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던 선일과 직장 상사의 부탁으로 인해 하루의 작은 계획이었던 바닐라라테조차 마시지 못하는 나(「오늘 할 일」), "물의 실수"로 인해 이모를 잃은 보해(「래빗 인 더 홀」), 어느 날 갑자기 애인의 몸에 생긴 구멍이 애인을 삼키고 소멸시켰으며 그 이후 애인에 대...
최다영 문학평론
계간 자음과모음 2024년 가을호(제62호)
수중 비행 일지 ― 나혜 『하이햇은 금빛 경사로』(아침달, 2024)
언뜻 『하이햇은 금빛 경사로』(아침달, 2024, 이하 『하이햇』)에 수록된 시 대부분은 알고리즘적 피드1)를 내면화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쓰인 것처럼 보인다. 『하이햇』의 수록작 대부분은 업데이트 강박에 시달리듯 짧은 단위의 파편들이 무맥락적, 무간격적으로 빠르게 전환되어 마치 타임라인의 랜덤한 조합처럼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령 「에스 오 에스」에서...
김보경 문학평론
계간 자음과모음 2024년 가을호(제62호)
아직 무언가가 남아 있다는 느낌 : 임승유, 『생명력 전개』
일상적인 산문과 달리 시는 숨김과 드러냄의 긴장을 통해 성립되는 미적 구조물로 정의되곤 한다. 시는 그 뜻하는 바를 지나치게 드러내면 시적인 묘미를 잃고, 반대로 지나치게 드러내면 시적인 묘미를 잃고, 반대로 지나치게 숨기면 그저 무의미한 기호 덩어리에 불과해진다. 어떤 시는 특정 대상이나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하면서도 묘사의 이면에 그 이상의 무언가가 ...
양순모 문학평론
계간 자음과모음 2024년 겨울호(제63호)
기원석, 낭독회 그리고 우리 : 기원석, 『가장낭독회』
한 시인이 2010년대의 시단을 정리하며 「황인찬, 낭독회 그리고 여성」1)을 제목으로 꼽았을 때, 한 시대가 정말 지나가는구나 싶었다. 작가도 독자도 그리고 그 둘의 관계 맺는 방식도 모두 변한 까닭이다. 당대를 대표하는 ‘작가’는 ‘소위 미래파’에서 ‘황인찬류’로, ‘독자’는 저마다의 진정성을 담보할 ‘내면’에서 여성과 소수자의 ‘실존’으로 바뀌었다....
전기화 문학평론
계간 자음과모음 2024년 여름호(제61호)
사랑으로 다시 쓰기
편지지 틈에서 말린 제비꽃잎 하나가 떨어졌을 때 아, 이런! 우리 두 사람은 동시에 탄식하며 그것을 붙잡으려 허공으로 손을 내밀었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우편마차 안에서」 (『충분하다』, 최성은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6) 제비꽃잎과 눈 쉼보르스카의 시 「우편마차 안에서」에서 시의 화자 ‘나’는 상상의 여행을 떠난다. 그 여행에서 ‘나’...
김미정 문학평론
계간 자음과모음 2024년 여름호(제61호)
얽힘을 말하기 시작한 첫 세대 ― 주민현의 시로부터 생각하는 우리 시대의 주어에 대해
얽힘을 말하기 시작한 첫 세대 : 주민현의 시로부터 생각하는 우리 시대의 주어에 대해1) 1. 글쓰기의 주어란 단지 문법적인 것이 아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시기를 거치며 비평 활동을 시작한 분의 일화를 들은 일이 있다. 요약하자면, 비평 글쓰기에서 ‘나’라는 말을 처음 써넣을 때의 고민에 대한 것이었는데, ‘나’와 ‘우리’라는 말의 심원한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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