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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지 문학평론

계간 현대비평 2025년 여름호(제23호)

대화의 기술 — 이혜원, 『고백의 파동』 (파란, 2024)

1  이혜원은 2013년 여름부터 2023년 가을까지 발표한 글들을 묶은 『고백의 파동』에서 시의 가치를 다음과 같은 말로 새롭게 정의한다. “자신을 열고 사물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의 대화술은 물질과의 전면적 대화가 필요한 현재의 시점에서 주목해 보아야 할 특별한 기술이다”(7)1). 코로나19를 지나며 물질의 생기를 실감하게 된 지금, 물질의 언어에...

남기택 문학평론

계간 현대비평 2025년 여름호(제23호)

타자의 외연 ― 이형권론

1. 비평의 입지 문학 용어로서 비평은 작품의 뜻, 작가의 기능, 어느 작가 또는 작품의 가치를 논의하는 작업이라 정의된다. 범박하게는 문학에 관련된 일체의 논의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두루 쓰인다. 그 밖에 방법론에 따라 기술비평, 실천비평, 이론비평, 인상비평 등의 범주로 분류되기도 하고, 에이브럼즈의 입론대로 모방론, 존재론, 표현론, 효용론 등 관점...

김미정 문학평론

계간 현대비평 2025년 여름호(제23호)

체현하는 비평 — 백지은 작품론

체현하는 비평 : 백지은 비평 작품론1) 2) 1. 전환 서사들과 포스트 비평 최근 ‘포스트 비평’의 담론 지형3)에 동물·몸·정동·존재론 등을 중심으로 하는 전환(turn) 서사들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그러한 사유 및 원리와 부대끼는 과정에서 비평이라는 장르에 대한 질문과 고민을 이어가는 와중에, 잠정적으로는 사물 세...

우찬제 문학평론

계간 현대비평 2025년 봄호(제22호)

고통의 법열(法悅)과 깊은 주문(呪文)

1. 고통의 상상력 “학살 이전, 고문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은 없다.”1) 이것은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Primo Levi)의 문장이 아니다. 『소년이 온다』에 나오는 한강의 문장이다. 그 단호함이 너무 고통스럽고 너무나 처절하여 차라리 숭고하다. 또 “증언. 의미. 기억. 미래를 위해”(p. 166) 기록하거나 증언해야 한다고들 하지...

강지희 문학평론

계간 현대비평 2024년 봄호(제18호)

AI 시대 탄생하는 예술가와 그의 붉은 몸

우리는 거짓말을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러면 두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안 그래요? 거짓말이 우리 본성의 일부라는 걸 알게 됨으로써 말이죠. 무성 영화 시대의 영화감독들은 소리를 두려워했고 또 색을 두려워했죠. -아핏차퐁 위라세타쿤1) 1. 휩쓸리는 시간성 비약적으로 성장한 인공지능 기술 앞에서 모두가 조금씩은 우울증과...

이근희 문학평론

계간 현대비평 2024년 봄호(제18호)

고통이 사랑일 수 있을까 ―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중심으로

0. 영상이 아닌 소설이 지닌 서사 윤리가 따로 있을까.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이 시대 소설의 윤리적 고민은 무엇이고, 또 그것은 어떻게 평가될 수 있을까요?”라는 원고 청탁을 받고 덜컥 수락했으나, 글을 써야할 시점에서야 제대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이 주제에 관해 말할 수 있는 게 있는가. 혹은 말할 자격이 있는가. 사회적 참사, 인간이 ...

최가은 문학평론

계간 현대비평 2024년 겨울호 (제21호)

운동체(運動体)로서의 ‘빈 괄호’ 쓰기

1. 한국문학비평사에서 심진경이라는 이름이 발산하는 힘의 성격이란 단연 독보적인 것이다. 이는 단순하고 무책임하게 발화된 찬사의 언어가 아니라, 그가 점하고 있는 위치의 특수성을 의식한다면 필연적으로 생산될 수밖에 없는 수식어에 가깝다. 무려 2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문학 현장을 지켜온 여성 비평가의 자리는 그 자체로 우리에게 아득한 경이감...

최가은 문학평론

계간 현대비평 2024년 여름호(제19호)

사사로운 현장 비평 ― 조대한, 『세계의 되풀이』(민음사, 2023)

비평집에 관한 리뷰가 한 비평가에 대한 판단과 분리된 채로 쓰일 수 있을까? 조대한의 비평집을 읽으며 내내 생각한 문제는 이것이다. 이는 비평가 개인에 관한 사적인 앎의 여부가 그의 글을 독해하는 데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나는 여기서 조대한의 비평집이 강제한 저 특정한 물음을 통해 독자인 우리가 그의 ‘조금 다른’ 비평적 태도를 일별해낼 ...

홍승진 문학평론

계간 현대비평 2024년 여름호(제19호)

시심의 종지기, 이숭원(1) ― 처음 세 권의 비평집

그 사소해 보이는 행위가 그 시대를 살아간 인간의 소중한 삶의 흔적이다. 시는 바로 그 한순간의 파편 속에 소설이 놓쳐버린 생의 진실을 담는다.1) 1. 만나다 『백석을 만나다』(2008)와 『영랑을 만나다』(2009)에서 이숭원이라는 이름을 처음 만난 것으로 기억한다. 어느 서점의 문학 코너에 세로로 꽂혀 있던 그 책들은 시 연구서도 아닌 ...

오연경 문학평론

계간 현대비평 2024년 여름호(제19호)

시의 눈과 비평의 눈 ㅡ 고형진, 『내가 읽은 가난한 아름다움』(천년의시작, 2024)

“모든 문학은 시에서 시작되어 다른 장르로 나아가고, 문학의 모든 장르는 시로 귀결된다.”(4쪽) 고형진의 새 평론집 『내가 읽은 가난한 아름다움』의 머리말에 쓰인 한 문장이다. 이 말은 사실의 관점에서는 토론 거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시 연구와 비평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아온 이의 담담한 고백으로 들을 때 자못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이 책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