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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문학평론
계간 문학과사회 2025년 봄호(제149호)
대온실과 하숙집 : 김금희, 『대온실 수리 보고서』(창비, 2024)
채집과 이식, 박탈과 이산 1907년 헤이그에 특사를 보내 일제의 국권 침탈에 대항하려 했던 고종이 강제 퇴위되고, 황제의 자리에는 그의 아들 순종이 즉위한다. 순종이 거처를 경운궁에서 창덕궁으로 옮기자[移御], 이토 히로부미의 영향력 아래 있던 어원사무국(御苑事務局)은 창경궁 내에 동·식물원과 같은 근대 시설을 설치하고 이를 민중에게 개방한다. 조선왕...
민가경 문학평론
월간 현대시 2025년 2월호(제422호)
감응感應과 감수感受의 디졸브
이번 오은경의 신작시 속 덤덤한 시적 자아들은 온 세계를 과거 '너'라는 상관물을 회상하기 위한 공간으로 재구성 중이며, 그 공간을 조밀한 언어로 구축하는 작업에 천착해 있다. 그 공간은 밀폐된, 그러나 거의 텅 빈 하나의 집 또는 방의 형태를 띠는 데, 인물들이 그 공허 안에 충만한 기억들을 부단히 감각하며 순정하게 읊조리는 독백은 지울 수 없는 예민함의...
민가경 문학평론
월간 현대문학 2025년 3월호(제843호)
아이( )마음 ― 김복희, 『장타령』 외 9편
김복희가 내놓은 열 편의 신작 시와 에세이에는 이런 표현이 되풀이된다. "아 이 마음." 대관절 그 마음의 정체가 무엇이관데 그렇게 '마음' 앞에 가로놓인 괄호 안을 자꾸만 헤집고 기웃거려보다가 문득 멈춰 서게 되는 것일까. 마음 앞에서 여전히 체계적일 수 있다고 단단히 오해 중인 나. 그렇게 점점 더 체계적으로 오인되는 마음의 세계. 그 괄호를 특정한 하...
민가경 문학평론
계간 포지션 2025년 봄호(제49호)
이상하고 아름다운 유체의 나라 ― 변선우 시집
* 변선우, 『비세계』 (타이피스트, 2024) 어떤 시집은 그 안에 도깨비도, 금도, 은도 등장하지 않지만, 읽는 내내 어떤 이상하고 아름다운 나라를 홀린 듯 거닐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었다. 변선우의 『비세계』가 그것이다. 그 유체의 세계를 장악하기 위한 도깨비방망이도, 방법론과 같은 도구도 나는 갖지 못했지만, 적어도 그곳에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
민가경 문학평론
계간 포지션 2025년 봄호(제49호)
어느 밤, 하얀 진실 같은 보푸라기가 ― 배수연 시집
* 배수연, 『여름의 힌트와 거위들』 (문학과지성사, 2024.) 배수연의 시집은 저마다 뚜렷한 갈래로 뻗어나가 단 하나의 공통분모로 묶어내기 난감하다. 그 시 세계가 자랑하는 넓은 스펙트럼 안에서 그나마 발견할 수 있는 패턴을 범박하게나마 짚어보자면, 그건 아마 『조이와의 키스』(민음사, 2019) 속 '조이'나 『쥐와 굴』(현대문학, 2021) 속 ...
민가경 문학평론
격월간 릿터 2025년 2월-3월호(제52호)
‘너머’에 없으리라는 기대 ― 『기대 없는 토요일』
기대는 철저히 교환 체계 안에서 발생한다. 그렇다면 반대로 '기대 없음'은 어떤 등가성의 원리로는 설명될 수 없는, 아니, 차라리 등가 관계를 중지시키는 오묘한 상태인 것은 아닐까? 여기서, 다시. 그렇다면 윤지양의 『기대 없는 토요일』 속 '토요일'이 애당초 우리에게 줄 것으로 기대되던 것은 무엇이며, 토요일은 왜 더 이상 기대되지 못하는 것일까? 그건 ...
송현지 문학평론
월간 현대문학 2025년 2월호(제842호)
제자리 뛰며 나아가는 미래
제자리 뛰며 나아가는 미래 언젠가부터 시에서 ‘미래’라는 단어를 자주 본다. 아직 오지 않은 날에 대한 염려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일까. ‘멸종’과 ‘멸망’이라는 말로 미래를 예감함과 동시에 노인이 등장하거나, 노인이 된 상황을 상상하는 젊은 시인의 시들이 유독 눈에 띈다.1) 이런 경향을 현실의 제 문제와 관련하여 논의하는 일이 필요...
송현지 문학평론
계간 딩아돌하 2025년 봄호(제74호)
겹의 생, 시의 겹
겹의 생, 시의 겹 송현지 1 지구의 역사를 알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지층(地層)을 수직으로 잘라 단면도를 살펴보는 것이다. 매 지층마다 다르게 발견되는 생물 화석종과 각기 다른 지질구조는 시간이 흐르며 변화된 지구의 양상을 선명히 드러낸다. 같은 방법을 한 시인이 지나온 시간을 짐작하는 데에도 적용해 볼 수 있을까. 기실 시집은 종이로 층을 이룬 그...
유계영 시
월간 현대시 2025년 1월호 (제421호)
결국, 쓰는 것이 모든 일의 제자리
결국, 쓰는 것이 모든 일의 제자리1) 유계영 오래되고 낡은 여관 서윤후는 끝을 본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음을 본다. 설명하자면,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은 일에 대하여 정말로 그렇게 한다. 내가 윤후에게 자주 놀라고 믿을 수 없어 하는 부분이다. 대체로 나는 안팎에 희망을 두지 않기 때문에 작심하는 일이 드물다. 설령 작심한다 해도 3일은커녕 3시...
우찬제 문학평론
계간 현대비평 2025년 봄호(제22호)
고통의 법열(法悅)과 깊은 주문(呪文)
1. 고통의 상상력 “학살 이전, 고문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은 없다.”1) 이것은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Primo Levi)의 문장이 아니다. 『소년이 온다』에 나오는 한강의 문장이다. 그 단호함이 너무 고통스럽고 너무나 처절하여 차라리 숭고하다. 또 “증언. 의미. 기억. 미래를 위해”(p. 166) 기록하거나 증언해야 한다고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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