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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영 문학평론
계간 문학동네 2025년 여름호(제123호)
오렌지 셰이밍 ― 김나현, 「공중정원」 (『현대문학』, 2025년 1월호)
기후 생태 위기의 가속화나 아포칼립스 세계관 속 도피처로서의 주거 형태에 대한 다양한 상상력은 극단적인 계급 격차를 반영하며 꾸준히 재현되어왔다. 그렇다면 상큼하고 달콤한 거대 오렌지들이 곧 추락할 듯 위태롭게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미래는 어떤가? 과거 ‘나’와 동생 ‘수’의 과외 교사였던 ‘로이’는 늘 깨끗한 옷차림에 “민트향이 섞인 독특한 체취”로 ...
최다영 문학평론
계간 문학동네 2025년 여름호(제123호)
유독한 유기농 가족 ― 양수빈, 「숲속에는 축복이」 (『림 : 숲속에는 축복이』, 열림원, 2025)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를 맹신하는 ‘나(예정)’의 부모는 ‘몸 공부’라는 명목하에 병원 진료를 거부하고 오로지 자연 치유에만 의존한다. 그러나 ‘나’가 급성 뇌수막염으로 한쪽 청력을 잃게 된 것을 계기로 안아키 육아는 중단된다. 열다섯 살 여름, 부모가 숲 난임 센터에 입소하면서 ‘나’는 이혼 후 딸 ‘예주’와 단둘이 사는 외삼촌(‘중호’)...
차성환 시, 문학평론, 연극평론
계간 시작 2025년 여름호(제92호)
‘곁’의 사랑, 사랑의 ‘둥지’ : 김지윤 시집, 『피로의 필요』(청색종이, 2025), 강백수 시집, 『가라 인생』(시인동네, 2025)
살아가는 것은 살아지는 것이고 사라지는 것이다. 이는 두 시인이 세계를 바라보는 동일한 인식이다. 다른 이들은 바쁘게 저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 같은데 나는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삶을 잘 살았다는 느낌보다는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삶은 곧 소멸에 대한 감각으로 채워진다. 죽고 사라지는 것들을 돌아보는 행위가 시를 쓰게 한다. 여기 앞에 놓...
정의정 문학평론
계간 문학과사회 2025년 여름호(제150호)
유령이 하는 일 : 윤성희, 『느리게 가는 마음』(창비, 2025) / 정한아, 『3월의 마치』(문학동네, 2025)
1. 그리운 당신, 반가운 유령 어느 날, 죽은 사람의 혼령, 즉 유령을 마주쳤다고 상상해보자. 거울에 비치는 상은 하나인데 내 옆에 무언가 형체가 느껴진다면, 그가 멀뚱히 나를 지켜보고 있다면,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는 공포를 느낄 것이다. 유령은 왜 무서울까? 영(spirit, 靈)이나 영혼soul 등 비물질적인 정신을 아우르는 유령ghost은 물리...
정의정 문학평론
계간 문학동네 2025년 여름호(제123호)
광장에서 만난 괴물과 춤출 때 ― 성해나 소설집
* 이 글은 성해나의 소설집 『혼모노』(창비, 2025)와 단편 「인비인(人非人)」(『TOYBOX』 5호, 2020), 「벚나무로 짠 5자 너비의 책상」(『The 짧은 소설3: 괴담』, 민음사, 2020)을 주로 논하며,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문학동네, 2022), 장편 『두고 온 여름』(창비, 2023)을 함께 다룬다. 이하 인용시 본문에 쪽수만 밝...
정원 문학평론
계간 문학들 2025년 여름호(제80호)
슬픔에 대한 주석 ― 류근, 『상처적 체질』(2010)과 김근, 『에게서 에게로』(2024) 그 사이 어디쯤
1. 주석으로 남은 말 끝내 말하지 않아서, 끝내 그 말을 듣지 않아서 영원히 기억되는 순간이 있다. 시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 그것은 완결되지 않는다. 미완성의 일은 좀처럼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자이가르니크 효과—물론 심리학적 개념으로서의 정확한 정의는 다르지만 미완이라는 상태가 불러일으키는 일종의 연민과 응시의 감각. 시는 언제나 그 완...
전병호 문학평론, 동시조, 동시
계간 동시먹는달팽이 2025년 여름호(제30호)
동시로 읽는 동시 역사, 우리의 삶 2
<들어가며> 1908년 <소년> 창간호에 실린 「해(海)에게서 소년에게」를 한국 동시의 출발점으로 삼는다면 어느덧 한국 동시의 역사는 100년을 훌쩍 넘었다. 한국 동시가 걸어온 길을 찬찬히 돌아보니, 각 시대의 하늘마다 별이 되어 빛나는 작품이 많다. 이것들은 모두 앞 시대를 치열하게 살다 간 동시인들이 내일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에게 남겨준...
전기화 문학평론
계간 창작과비평 2025년 여름호(제208호)
미래를 짓는 애도의 서사
작년 세월호참사 희생자 10주기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세월: 라이프 고즈 온」(장민경 연출)은 참사 유가족 유경근씨를 좇아가는 가운데, 그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한 다른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함께 품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중 고(故)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와의 대화에서 인상적인 문답이 등장한다. “진짜 세월이 약인가요?”라고 묻는 유경근씨의...
임지훈 문학평론
계간 청색종이 2025년 여름호(제16호)
세상의 모든 추한 것들에게 바치는 헌사
생각해보면 한때 우리가 사랑했던 것들은 모두 ‘나’ 아닌 것들이었다. 타오르듯 싱그럽던 나무의 잎사귀 같은 것들이나 그 아래의 무수한 기척 같은 것들, 땡볕 아래 타오르듯 일렁이듯 작은 돌멩이나 창틀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 같은 것들, 혹은 녹아내리는 시간 속에 서 있던 한 사람까지. 우리가 진정 사랑했던 그 모든 것들은 나와 닮았기 때문이 아니라 나와 다르...
인아영 문학평론
계간 문학과사회 2025년 여름호(제150호)
당신을 향한 리듬 : 조시현,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문학과지성사, 2025) / 현호정, 『한 방울의 내가』(사계절, 2025)
문체는 단지 어휘의 선택이나 통사의 조합과 같은 수사적 기술이 아니다. 내용 위에 덧붙여진 표면적인 장식도 아니다. 그것은 차라리 저자의 사유와 언어의 감각이 협상되는 장소에 가깝다. 언어의 전달 기능을 초월하거나 그것에 선행하면서 주체가 세계를 향해 던지는 질문을 생산·배치·조율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문체는 글쓰기에 딸려 오는 부속물이 아니라 ...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